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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정부 반대한 동일인 제도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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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정부 반대한 동일인 제도 걸림돌 되나
  • 최미리 기자
  • 승인 2023.05.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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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최미리 기자] 정부는 5박 7일 간의 미국 방한에서 약 8조원(59억달러) 규모의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1년 전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하는 규제로 외국인 총수의 동일인 지정제도를 지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인 총수의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업의 자산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를 정해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을 의무를 지우고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투자 유치 이후 “한국의 시장을 전 세계 시장과 단일화하겠으니 얼마든지 투자해달라”라며 “한국 사업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전부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방한으로 유치한 투자 금액은 59억달러로 지난해 미국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한 금액의 75%이다. 넷플릭스(25억달러·3조30000억원), 첨단기술 분야 6개 기업(19억달러·2억5000조원), 소재기업 코닝(15억달러·2조원)이다.

윤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도 만나 “기가팩토리 투자국으로 한국을 선정하면 입지, 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한국은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라고 한국 투자 진출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 투자 기업에 차별적이거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은 규제 혁신으로 외국인 투자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미국 행정부는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회의에서 외국인 총수의 동일인 지정에 대한 우려를 한국 대표단에 표명한 바 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리지면서 공정위는 외국인도 대기업 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시행령 개정을 보류, 당시 산자부 등 정부 부처는 당시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고,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미 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은 국적을 근거로 외국의 투자자에 대한 차별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987년부터 시행된 동일인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국내 대기업 그룹에 적용하는 잣대를 외국 기업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크다”라며 “테슬라 일론 머스크,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도 국내 투자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기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냐”는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 들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 등을 재추진하고 있는 실정이고 산자부는 지속적으로 난감한 입장을 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에쓰오일 동일인 지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쓰오일은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25위이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보유한 아람코가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으며 빈살만 왕세자가 실질적인 대주주임이다.

지난해 11월 에쓰오일은 빈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화학 플랜트(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9조2580억원(약 70억달러)이다. 때문에 실제 석유 화학 플랜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의 자산 총액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자산 총액은 2009년 7조7280억원에서 올해 19조7340억원으로 2.5배 늘어났다.

현재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82곳 가운데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곳은 에쓰오일 외 쿠팡(김범석 창업자), 한국GM(메리 베라 CEO) 등 3곳이며, 모두 국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한국GM은 미국 GM 인베스트먼트(GM 계열사)가 지분을 48% 보유,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도 최상위 기업은 미국 본사이고, 모든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에쓰오일 같은 기존 기업집단을 포함해 외국 기업의 투자와 자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동일인 지정 제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쿠팡 김범석 창업자와 베라 CEO를 각각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같은 논리로 빈 살만 왕세자를 에쓰오일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정치와 경제가 한 몸으로 돌아가는 에쓰오일은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고, 쿠팡과 GM만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미국 정부가 차별적인 취급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막연한 외국인 동일인 지정은 국내 투자를 위축하거나 철회할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자-국가 소송(ISD)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뉴욕증시, 나스닥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해있는 글로벌 기업 주주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기관투자자. 뉴욕증시 상장사 쿠팡도 해외 중심의 기관투자자, 벤처캐피탈·사모펀드 지분 비중이 75%가 넘어가는 상황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외국인 투자기업에게 동일인 지정의 족쇄를 채우면 이들의 한국 투자를 설득할 명분이 사라지고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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