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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극단 선택을 선택하는 자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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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극단 선택을 선택하는 자들, 왜?
  • 박정민 기자
  • 승인 2023.05.08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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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스프링피크라고 한다/ fixabay
봄철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 '스프링피크' / fixabay

[핸드메이커 박정민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심리적으로 지치고 무너져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도 도움 받을 없는 사람이 3명 중 1명 꼴이라고 한다. 

지난 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적 고립도' 비율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3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 꼴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형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인데,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김창옥 강사는 자신의 강의에서 "소통이 안되면 고통이 온다"라고 말하곤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관계의 형성, 주변인들과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소통'이 막혀있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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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요즘 사회는 예전보다 살기는 풍족해졌을지 모르나 과거보다 사람들이 행복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풍족'하긴 하나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천편일률적으로 정의를 내리거나 계량화나 수치화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짧은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생각과 가치관, 신념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인간이 살아가는 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어떤 것이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라고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고, 개개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크기와 정도와 깊이는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MBC 프로그램 '일타강사' 갈무리
MBC 프로그램 '일타강사' 갈무리

가끔 어르신들이, 또 때로는 X세대들이 MZ세대를 표현할 때 '버릇이 없다', '생각이 없다' 등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있는데 이는 개인 별로 생각 차가 있는 것 같다.

2차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주로 1990년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들을 생각해 봤을 때, 그들은 너무나 치열한 경쟁사회로 내몰린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어 보지 못한, 적어도 밥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하고, 20대의 취업 경쟁에 몰려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세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많은 형제 자매들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했던 윗세대들과는 달리 형제 자매가 없는 혼자여서 부모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베풀어 주는, 어려움 없이 살다가 치열한 세렝게티 같은 사회로 내몰릴 때의 스트레스는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어서까지 부모가 끼고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 20대부터는, 혹은 대학 졸업 후부터는 대체로 혼자서 취업을 준비해 사회 생활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러한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꺾이고 좌절하는 이들도 있다.

또 그들 중 극히 일부는 사회와도 단절하며 살아가다 결국은 극단 선택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상대적 박탈감 심화

한국은 치열한 경쟁 사회이기도 하면서 양극화가 심한 사회이기도 하다. 대학 입시 때부터 시작된 '줄세우기' 경쟁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있어 스스로를 줄세우기 하는 습관이 들기 쉽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1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우 송강호가 분한 주인공 가족들은 한 부잣집의 지하에 그야말로 '기생'하며 지내게 되는데 이는 빈곤층이 부유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올라가기 힘든 사회에 대한 메타포(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점차 한국은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이동을 하기가 힘든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진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현준 美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층 이동 측면에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다리 간의 높이 차가 더욱 커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격차는 계속 벌어져만 가고 기회가 열리면 상층부가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를 먼저 포착해 버리면서 오르지 못한 하류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사회/ 픽사베이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사회/ fixabay

일각에서는 '행복'에 대해 상대적이다, 고통의 반대말이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런면에서 행복은 고통을 겪어야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행복이라는 가치관이 성공에서 기인하는데 '줄세우기'에서 앞 줄에 서지 못했다면 그 또한 각자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울러 취업난도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에서 현재 청년세대가 취업난으로 입은 타격은 다른 세대보다 깊고 오래간다고 진단했다. 추후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청년세대의 늦어진 취업에 따른 승진 지연과 경력 상실 등의 여파가 10년간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경쟁, 줄세우기, 양극화, 취업난, 생활고 등에서 오는 불행한 생각과 소통의 단절이 결국 극단 선택으로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 자살률 꾸준히 증가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10대 우울증 진료 환자는 4년 전 대비 90% 이상 늘어난 5만 7587명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으로 증가해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달 16일~20일 닷새 간 3건의 중고등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중에서도 강남구 테헤란로 고층빌딩에서 sns 라이브 방송 도중 투신 과정을 생중계 한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 안겼다. 이후 '베르테르 효과'와 같은 청소년의 모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우울증 갤러리의 한 10대 이용자가 극단 선택을 하면서 우울증 갤러리 자체에 책임을 물으며 폐쇄 요구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fixabay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fixabay

극단적 심리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

명확한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찾아가 보고자 하는 나름의 마음으로 발제했다. 

만일 어떤 경우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상태라고 한다면 그 힘든 것을 지인이나 친구에게 털어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친구들과 열심히 수다를 떨고나면 가슴에 맺힌 것들이 풀어지고 후련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감정의 전염성으로 오히려 듣는 사람도 함께 우울한 감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정신과 클리닉에 가는 사람에 대해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그러한 시선은 한층 누그러졌다. 심한 충격으로 우울감에 빠져 있었지만 꾸준히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를 진행한 결과 상태가 한층 호전돼 우울감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게 된다.

또 코로나블루로 힘들 당시에 유튜브 시청이 활성화되면서 거기에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관심 갖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보면서 거기에 몰입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자신의 강의에서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고 이를 통한 정보의 과잉 속에서 자의식만 높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통, 사람들의 교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덕수 총리가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했다 / 국무총리실
한덕수 총리가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했다 / 국무총리실

덧붙이기...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

지난 달 1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우울증 등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재빨리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자살예방상담전화 인력 충원으로 응대율 90%를 확보하고 SNS 자살예방상담 서비스를 도입한다. 자살시도자·유족에는 치료비로 1인당 최대 100만 원이 지원된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제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줄인다는 계획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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