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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패션과 친환경,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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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패션과 친환경, 공존할 수 있을까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5.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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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친환경. 공존할 수 있을까. /픽셀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친환경이 떠오른다.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착한 소비를 이어가는 대중에 의해서 형성된 친환경 트렌드는 의상을 제작하는 패션 업계 종사자들에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소재와 디자인을 생각해 내도록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패션’과 ‘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나 의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지 선에서 ‘의’를 해결해야 하지만, 유행을 앞서가는 패셔니스타에게는 참 어려운 말이다.

스파 브랜드는 어떤가. 한때 스파 브랜드는 너무 많은 옷을 만들고, 너무 많이 버려지게 하는 소비지향적 패션 트렌드로 지적되곤 했다. 명품도 비슷하다. 팔리지 않은 제품은 소각함으로써 희소성을 유지한다는 소식은 세계의 환경운동가를 화나게 했다. 그렇다면, 패션과 친환경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패션, 친환경 입은 다양한 사례

2023 S/S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화제가 된 브랜드는 당연 ‘코페르니’다. 세바스티앙 메이어와 아르노 바이앙이 이끄는 프랑스 브랜드 코페르니 컬렉션의 클로징 무대를 차지한 것은 그간 보지 못했던 특별한 소재로 제작한 드레스였다. 이 드레스 등장은 퍼포먼스로도 완벽했으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CNN을 비롯한 다수의 외신들은 해당 클로징 무대를 2023 S/S 파리 패션위크의 최고 장면으로 꼽았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런웨이에 등장한 것은 드레스가 아닌 드레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으며 이를 선보이는 방식 또한 기발하면서도 독특했다.

먼저 톱모델 벨라 하디드가 언더웨어만 걸친 채로 런웨이에 등장했다. 그리고 마넬 토레스 박사가 벨라 하디드의 몸 위로 스프레이 건을 분사하자, 하얀 액체가 모델의 몸을 뒤덮으며 직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스프레이에서 분사되는 액체가 피부에 닿으면 직물로 변하는 ‘패브리칸(Fabrican)’의 ‘스프레이 온(Spray-On)’ 기술이다. 마넬 토레스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해당 기술을 개발했으며 현재 특허까지 받은 상태라고 한다.
 

코페르니 유튜브 채널 갈무리
2023 S/S 파리 패션 위크 코페르니 컬렉션 중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벨라 하디드 /코페르니 유튜브 채널 갈무리
패브리칸(Fabrican)’의 ‘스프레이 온(Spray-On)’ 기술을 선보이는 모습. /코페르니 유튜브 채널 갈무리

스프레이 온은 에어로졸 내부의 섬유, 액체 폴리머를 혼합한 소재이며 피부에 접촉되면서 빠르게 직물화되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기술로 제작한 특수 섬유 의상은 코페르니의 공동 설립자 세바스티앙 메이어와 아르노 바이앙에 의하면 일반 드레스처럼 보관하고 옷걸이에도 걸어둘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이상 입고 싶지 않을 때는 다시 액체에 담근 뒤 녹여서 다른 옷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벨라 하디드의 몸 위에서 하나의 드레스가 된 이 퍼포먼스는 코페르니의 디자인 책임자 살롯 레이몬드가 등장하면서 완성됐다. 그는 모델의 몸 위에서 만들어진 원피스의 어깨를 늘어뜨려 오프숄더 형태로 만들었고, 원단 가위를 꺼내 원피스 하단부에 트임을 내면서 완벽하게 드레스 형태를 창작했다.
 

런웨이 위에서 완성된 드레스. /코페르니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러한 특수 섬유의 사용과 제작 방식은 어떤 체형을 가진 사람이든지 완벽한 피팅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제작 공정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작에 필요한 공정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친환경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될지는 미지수다. 벨라 하디드가 입었던 피날레 드레스는 판매 목적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며 코페르니의 쇼룸에서 전시됐다.

친환경을 위한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의상을 제작하는 사례는 또 있다.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즌에 실린 2021년 기사에 따르면 완전 생분해 가능한 드레스가 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친환경적인 드레스를 제작한 이들은 패션 디자이너 필립 림과 산업 디자이너 샬롯 맥커디. 이 협업은 저명한 패션 디자이너와 지속 가능성을 가진 신진 창업가를 연결하는 슬로우 팩토리 재단이 조직한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의 일부다.
 

3.1 Phillip Lim 1
패션 디자이너 필립 림과 산업 디자이너 샬롯 맥커디의 협업. 친환경을 위한 새로운 소재. /onexone 홈페이지 갈무리

샬롯 맥커디는 디즌과의 인터뷰에서 패션의 지속 가능성은 유기농, 천연 또는 재활용 직물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 현재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직물의 60%를 대체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함을 피력했다.

지속 가능성을 지닌 이 의류는 바이오플라스틱 스팽글로 제작한 무석유 드레스다. 샬롯 맥커디는 이전에 100% 해조류로 제작한 바이오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했는데, 이 필름이 실이 아닌 시트 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을 착안해 드레스를 제작하는 것에 있어 ‘스팽글’이라는 응용분야를 생각해냈다. 스팽글을 엮어 의복에 달아 장식하듯, 이 무석유 필름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 자체 생분해가 가능한 식물성 섬유로 제작된 원단에 재봉해 석유 및 화석 연료가 0% 함유된 드레스가 완성됐다.
 

onexone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오플라스틱 스팽글로 제작한 드레스 /onexone 홈페이지 갈무리
3.1 Phillip Lim
바이오플라스틱 스팽글로 제작한 드레스 /3.1 Phillip Lim
패션 디자이너 필립 림과 산업 디자이너 샬롯 맥커디의 협업. 친환경을 위한 새로운 소재. /onexone 홈페이지 갈무리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다양한 스파 브랜드에서도 친환경 전략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인디텍스 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자라(ZARA)’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주요 가치로 언급하고 있다. ‘아름다움, 명료함, 기능성, 지속 가능성’이 그들이 지목하는 핵심 가치다.

자라는 패션 트렌드의 최신 변화를 따르는 방식으로, 고객의 수요를 분석, 적용해 신제품을 내놓는 ‘패션 온 디맨드’ 시스템에 기반해 옷을 출시한다. 시즌 별로 만들어지는 제품의 75~85%를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출시하는 방식인데, 자라의 기용된 수많은 디자이너는 소비자들의 수요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적용해 신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이는 재고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으나, 다양한 종류의 옷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더 많은 생산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자라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생산 라인을 공개했다. 바로 ‘조인 라이프’다. 조인 라이프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공정과 원료를 사용해 제작한 컬렉션을 말한다. 자라는 지난해까지 자사 제품의 50%를 조인라이프 컬렉션 기준에 맞게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 목표였던 50%를 초과해 달성했다고 전했다.
 

자라의 새로운 생산 라인 ‘조인 라이프' /자라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외에도 자라나 에이치앤엠(H&M) 등 스파브랜드에서 헌 옷을 수거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자라는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버려지는 옷을 줄이는 캠페인을 운영했으며, 에이치앤엠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더 이상 입지 않는 의류나 원단을 매장으로 가져가면 바우처와 함께 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라 매장 내에 놓인 헌옷 수거함 /윤미지 기자

친환경 패션,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럴 듯해

‘친환경 패션’만큼 아이러니한 분야가 또 있을까. 패션은 단순히 의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행’이라는 단어와 더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시기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패션은 따로 있고 한 번 찾아온 유행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다. 즉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친환경은 어떨까.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환경친화적 인식을 가지는 것과 같다. 오늘날 자연을 파괴하는 것들은 참 많은데, 공장이나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매연, 썩어 없어지지 않는 쓰레기들, 탄소 발생, 약품 사용 등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해 화학 약품이 사용 되거나 이를 위한 과정이 추가된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사실 패션이란 친환경 할 수 없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패스트패션과 버려지는 옷들은 쓰레기가 되어 버리고, 제품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에 옷을 가공 처리할 때 사용되는 약품들까지. 단 하나도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패션 업계는 이러한 행태를 반성하고 자정적인 노력을 선보이며 ‘친환경 패션’을 내놓는다.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거나, 작업 공정에서 친환경을 지향하는 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친환경 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친환경 패션, 정말 친환경일까?

현재 패션 업계는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다. 우선 다수의 브랜드에서 친환경 소재를 선택해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환경에 무해한 소재를 선택해 오염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환경 오염을 부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환경에 무해한 소재로 지목되는 것에는 대표적으로 대나무나 헴프 등이 있다. 여기서 대나무 섬유를 부드러운 천으로 가공하는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2019년 캐나다 공정거래청이 밝힌 내용에 의하면 친환경을 앞세운 대나무 섬유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공정거래청은 대나무 섬유가 종종 친환경의 대안처럼 언급되지만 이를 부드러운 천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화학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대나무를 섬유화 하고 이를 부드럽게 가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 물질이 필요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픽셀스

대나무에 화학약품 처리를 해서 천을 만들면 이는 인조견이 된다. 하지만 인조견을 의미하는 표현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나무를 강조함으로써 친환경 제품이라 일컫고 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특수 소재를 개발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환경 오염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코페르니의 피날레 드레스가 그 예시다. 우선 해당 스프레이 온 소재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는 친환경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이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패션과 과학의 결합, 새로운 형식의 행위 예술로서는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친환경과 연결 짓기에는 또 다른 오염을 야기한다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더욱이 이는 상용화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런웨이의 퍼포먼스로 존재할 뿐, 이는 일반인이 의복으로 입는 범주에서는 한참 벗어난다.

스파 브랜드에서 펼치는 헌 옷 수거 역시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헌 옷 수거함을 실제로 사용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물론, 헌 옷을 매장으로 가져다줄 때 제공하는 바우처나 포인트는 오히려 또 다른 소비를 부를 가능성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을 위한 이벤트가 또 다른 소비를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물론 패션 업계에서 친환경적인 도전을 지속하고 이에 기반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진정한 친환경 패션은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실질적인 소비를 줄여 나갈 때 가능하지 않을까. 기업에서는 이를 위해서 지속 가능한 의류를 만들기 위해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면 된다. 소비자가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패션 세계를 구축해 소비한 옷을 오래 입는 것만큼 큰 환경 기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이를 표방하는 의류를 새롭게 소비하는 방식이 또 다른 의류 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어떨까.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오래 옷을 입는 것. 진정한 친환경 패션을 이룰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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