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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대한민국은 지금 '명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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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대한민국은 지금 '명품'의 시대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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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에서 열린 루이비통 패션쇼 /루이비통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한강 잠수교에서는 패션쇼의 런웨이 무대가 세워졌다. 루이비통은 29일 밤 잠수교에서 사상 첫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열었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허브인 서울에서 루이비통의 첫 프리폴 패션쇼를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은 한국에서 아주 잘 나가는 명품 중 하나다. 일명 '에루샤'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한국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2021년, 전년 대비 15.27% 증가한 1조 6,923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25% 늘어난 6,5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03% 증가한 1억 5,913억 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던 기간이 길어졌던 탓도 있다. 서서히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분위기가 생기자 그동안 돈을 쓰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복 소비라는 이유도 있고, 잇따라 가격을 올렸음에도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추세도 한몫한다. 이미 루이비통은 2021년 국내에서 5번, 지난해 두 번 가격을 올렸고 샤넬 또한 몇 개월에 걸쳐 꾸준히 가격을 올렸다.
 

세계 10대 기업 명단에 든 루이비통 /flickr

비야흐로 명품의 시대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기준 5,000억 달러(약 670조 5,000억 원)규모 기업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애플을 비롯, 주로 미국 기술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세계 10대 기업 명단에 유럽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VMH가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매출 비중이 36%, 미국 23%, 유럽 14%, 프랑스와 일본이 각각 7%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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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명품 시장은 16조 원 규모의, 세계 7위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021년 글로벌 브랜드 시장은 3,495억 달러(약 410조 원) 규모로 전년(3,086억 달러)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 달러(약 16조 원)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중국·대만과 더불어 명품 시장 타격이 비교적 적었던 한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했다.

한국 명품 시장은 기존 인기 제품이었던 가죽류를 포함해 의류·신발·보석·시계 등 전 품목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품목별로는 명품 의류·신발 시장이 4조 8,100억 원 규모로 가장 컸고 가죽 제품이 4조 1,800억원을 기록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총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부상하고, 타인의 눈에 자연스럽게 띄길 바라는 ‘선택적 럭셔리’가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며, “패션 잡화, 시계, 립스틱부터 핸드크림에 이르기까지 선택적 럭셔리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향후 몇 년간 명품 시장을 이끌 주요 트렌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사치품? / 핸드메이커 DB
명품? 사치품? / 핸드메이커 DB

한국인 1인당 명품 소비는 세계 최고로, 과시 욕구에 기인한다는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 지난달 미국 CNBC 방송은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개인 명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총 지출이 2022년에 168억 달러(20조 9,000억 원)로 1인당 약 325달러로 추정, 1인당 사치품 지출액은 약 325달러로 이는 중국(55달러), 미국(280달러)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몽클레어는 지난해 2분기 한국에서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까르띠에는 한국이 2022년에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한 지역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 프라다는 전체 매출은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해 소폭 줄었지만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매출이 커 이 부분을 상쇄했다고.

모건스탠리는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사회적 지위를 외적으로 과시하려는 한국인들의 욕구가 명품의 수요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어 명품 업체들이 유명 인사를 활용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국의 거의 모든 주요 연예인들이 사치품 브랜드 홍보대사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소비 성향 등을 분석하는 데 ‘1인당 소비’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싱 웨이웨이 파트너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 “명품은 대중을 겨냥한 제품이 아니니 중산층 이상 인구수를 감안하는 것이 명품 소비 태도를 측정하는 데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올 주얼리, 패션, 뷰티 부문 앰버서더로 발탁된 뉴진스 해린 / 디올

글로벌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10대 아이돌을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와는 달리 그 대상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는 현재 모든 멤버들이 샤넬, 루이비통, 버버리, 아르마니 등의 다양한 분야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디올은 뉴진스의 멤버 해린(17)을 주얼리, 패션, 뷰티 부문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디올은 “이번 유대를 통해 해린과의 소중한 인연을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굳건하게 하며, 우아함과 대담함으로 창조성을 구현해 내는 디올과 해린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뉴진스 같은 경우는 현 아이돌의 대표적인 아이콘 같은 존재이기 글로벌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선정된 것도 당연하다는 분위기이며, 비단 뉴진스뿐만이 아닌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글로벌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너도나도 활동 중이다. 

문제는 아이돌이 글로벌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발탁되는 것을 '인간 디올' '인간 샤넬'이라 칭송하며 일종의 대단한 스펙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기괴하다는 점이다. 유명인들이 명품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고, 이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형태는 일반 10대 아이들에게 명품의 허들을 한없이 낮게 만든다. 어린 아이돌이 명품을 홍보하는 것은 인기가 많고 예쁘거나 멋있다는 점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만한 파급력이 있다는 걸 브랜드 측은 잘 알고 있다.

즉 이들을 앰버서더로 세우면, 그에 해당하는 소비층들이 관련 제품을 구매할 거라는 확신도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까. 그들이 명품으로 무장한 옷과 액세서리를 걸치고 나오면 그 모습 자체가 글로벌 브랜드들에게는 돈이 된다.
 

샤넬 글로벌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제니 /샤넬

2021년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품 등 소비 실태’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을 때 ‘명품(액세서리, 의류, 신발 등)을 구매해 본 적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약 46%가 있다고 응답했다.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유명인(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예뻐서(28.9%),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소외되기 싫어서(28.6%), 평소 명품에 관심이 많아서(23.3%), 명품인 것을 의식하지 않고 구매(19.1%)라고 응답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전 세계적으로 고급 패션브랜드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가운데 2030년이면 MZ세대(1980년대 초∼2010년대 초 출생) 이하가 대다수를 소비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지난해 고급 패션브랜드 시장 성장세는 MZ세대 덕분이며 Z세대의 첫 구매 연령은 15세 정도로 밀레니얼(M) 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자)보다 3∼5년 빠르다는 얘기다. 이어 베인앤드컴퍼니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와 현재 13살보다 어린 이른바 '알파' 세대의 소비 비중이 2030년이면 전체의 3분의 1가량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갈수록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들의 연령층은 낮아질 것이고, 팬들이 아이돌을 보는 시선은 그 대상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이라 치장하고 포장하지만 결국 글로벌 브랜드들이 내놓는 옷과 가방은 '사치품'이다. 

팬들은 아이돌의 모든 걸 동경한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은 주변에 쉽게 휩쓸리고 영향을 받는다. 아이돌이 하는 모든 것은 그저 대단해 보이고, 따라하고 싶은 모방심리 또한 존재한다. 어린 아이돌들이 '명품'이라는 사치품을 휘감고 나오는 모습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팬들이 과연 있을까. 또 다른 '등골브레이커'의 장이 열릴지도 모르다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인 걸까.
 

고급 호텔로의 호캉스 / flickr

비단 명품뿐만이 아니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고급 레스토랑을 찾거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비싼 호텔을 찾아 호캉스를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 내 집은 없지만 외제차는 끌어야 하고 결혼은 호텔에서 해야 한다. 여유가 없어도 골프는 쳐야 하며, 월급은 적게 받아도 비싼 지갑과 가방은 하나씩은 꼭 있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을 졸라맨다.

예전 '명품'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가방이나 지갑이 다였지만 이제는 가방과 지갑은 물론 옷, 신발, 시계, 고급 뷔페나 오마카세처럼 생활 전반에 걸쳐 비싼 소비를 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

혹자는 보여주기 식이 가장 큰 SNS가 원인이라고도 말한다. 남에게 내가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호텔을 가고, 비싼 가방을 사서 보여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우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정말 심각한 건 자신의 형편에 맞게 적절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이 생기면 다 쓰거나, 가방을 샀다가 돈이 없어 가방을 팔고 그 돈으로 더 비싼 가방을 사거나 하는 등의 문제다.
 

사치품은 꼭 있어야 할까 / flickr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게 소비해야 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 이 말을 하면 '내 돈 주고 내가 산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한다. 가방을 든 사람을 봤을 때 이 사람의 생각과 태도는 어떤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든 가방의 가격을 먼저 매겨보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명품을 가진 것이 당연하고, 명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게 취급하는 분위기가 없다고는 이제 쉽사리 말 못할 것이다.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는 당연하게 가져야 하고, 생일 케이크는 일반 빵집 케이크가 아닌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판매하는 케이크여야 한다는 생각.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 때문에, 혹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소비하는 풍조는 결국 파산이나 개인회생 등의 사회 문제를 크게 만들 뿐이다.
 

과한 소비는, 결국은 나에게 독이 된다 / flickr

만 29세 이하 리볼빙 잔액은 작년 6월 말 기준 4,492억 원으로 지난 2019년 말보다 27% 증가했다. 마치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이 과소비한 결과는 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잔액 7조 2,105억 원이라는 숫자를 낳았다. 리볼빙 잔액이 늘었다는 건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이유가 '명품' 때문인 건 아니겠지만,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표시다.

정직하게 말해서, 이 사회가 사람들 사이에서 현대판 계급제와 신분제를 만들고 있다면 기우일까. 내가 상대보다 이렇게 우월하고, 더 낫다고 못박아주는 일종의 '징표'가 명품이 된 요즘이다. 가치의 기준을 내가 아닌 '돈'에 두면 자연스럽게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된다. 내 자신이 중심이 아니게 되면 얼마만큼의 돈을 써야 내가 바로 세워지고 나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따지게 된다.

사람으로 태어나 남을 신경쓸 수는 없지만, '타인이 내가 명품을 든 모습을 보며 대단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그 기대감을 느끼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 사회 자체가 돈이 없고, 명품 하나 없다면 자연스럽게 낮게 보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자연히 그것을 신경쓰게 되고 결국은 나도 명품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결국은 악순환이다. 그 악순환이 언제까지 되풀이되어 언제 옅어지고 없어질 수 있는지 까마득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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