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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냄'의 미학, ‘미니멀리즘(Minim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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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냄'의 미학, ‘미니멀리즘(Minimalism)’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4.2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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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기업과 브랜드, 미니멀 디자인 트렌드 따라
미니멀리즘 픽사베이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이제는 더하기보단 덜어내야 할 때가 왔다.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디자인 트렌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장식, 기교를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과 본질만을 추구하는 흐름을 의미하는데, 1960년대 예술운동으로 전개됐으나 현재는 이를 일상과 삶에 연결하는 추세다.

최근 다양한 세대에서 미니멀리즘 추구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이에 다수의 기업과 브랜드들은 제품 디자인을 더 간결하고 단순하게 전개하는 상황이다. 덜어내고 더 덜어내는 미니멀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미니멀’한 삶 추구하는 현대인들

인류가 화려했던 전통 양식을 벗어나 현대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된 이유는 산업혁명에 의한 대량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의해 패션, 건축, 가구, 제품 디자인은 점차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미니멀리즘이 몇 년 사이 젊은 세대에게 급격하게 주목받으며 트렌드가 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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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건축 디자인 /플리커
미니멀리즘이 느껴지는 건축 디자인 /플리커

미국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른 건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라는 두 명의 인물에 의해서다. 그들은 자신들의 웹사이트 ’미니멀리스트’를 통해서 미니멀리즘에 대해서 설파했으며 2011년에는 관련 책을 출간했고, 그 이후 미니멀리즘 활동가로서 방송이나 강연 등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좋은 직장과 비싼 스포츠카,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면서 회사에는 사표를 내고, 가진 집과 차도 팔아버렸다. 그들이 가진 것들은 아메리칸 드림으로 여겨질 만큼 누구나 소유하길 바라는 가치들이다. 하지만 삶의 가치관에 의해 자신이 소유한 것들을 내려놓는 모습에 대중은 관심과 흥미를 느꼈고 이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그들은 웹사이트와 여러 강연 속에서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요소를 제거하면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행복과 자유를 느낄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미니멀 라이프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지금까지도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물건을 쫓으며 보내고 싶나요 라는 영상 중 조슈아 필즈 밀번의 모습. 더미니멀리스트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물건을 쫓으며 보내고 싶나요?' 라는 영상 중 조슈아 필즈 밀번의 모습 /더미니멀리스트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국내에서도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 이후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여러 활동가가 등장해 이와 관련한 책과 강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대중들은 자본주의에 의한 과한 소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과중한 소유를 내려놓고 미니멀 라이프에 동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더할수록 촌스럽고, 덜어낼수록 쿨하고 멋진 것이라는 정서가 미니멀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환경적 측면에서도 미니멀 라이프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대두되면서 이를 권장하고 실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중에 의해 소비되는 제품들도 미니멀 트렌드를 따라간다. 이는 시각적 요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현재 다양한 제조사, 유통사에서 해당 트렌드를 적용한 미니멀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장식을 최대한 덜어내고 기능에 충실한 실용적 디자인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미니멀 디자인 추구하는 가전 제품들, 새로운 트렌드 되나

최근 가전제품 디자인도 점차 미니멀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컬러를 가진 가전제품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변화다. 올해까지 불경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업계에서는 가전제품의 교체 주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타임리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이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LG전자’는 미니멀 디자인 가전 라인을 선보였다. LG전자의 미니멀 디자인 가전은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를 추구한다. 디자인을 단순화하기 위해 물리적 버튼이나 손잡이, 장식적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 단순한 UI를 통해 직관적인 사용을 도와 사용자의 편의성을 돕는 점도 눈에 띈다.
 

LG전자가 내달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공개하는 새로운 ‘미니멀 디자인(minimal design) 가전’ 콘셉트 이미지.
LG전자가 CES 2023에서 공개한 새로운 ‘미니멀 디자인(minimal design) 가전’ 콘셉트 이미지. /LG전자

미니멀 디자인 가전을 선보인 CES 2023 현장 반응에 대해 LG전자 관계자에 물었다. 관계자는 본지에 “디자인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어떤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현장의 반응이 있었다”라며 “출시한다면 바로 구매하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플리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플리커

이외에도 미니멀 디자인 가전 라인은 ESG 가치를 담아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 수와 기능·상태를 표시하는 인쇄를 줄이고 제조공정을 간소화하는 등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실현한 점에서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의 니즈까지 충족했다고 보인다.

김수연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단순함은 고객의 삶의 가치를 더욱 품격 있게 만들 수 있다"라며 "미니멀 디자인으로 또 하나의 가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플한 제품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기업도 있다. ‘코웨이’는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디자인 공모전이다. 독일iF, 미국IDEA, 일본 굿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4대 디자인상으로 손꼽히는 만큼 해당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의미가 있다.

본상 수상작은 ‘스킨플러스 연수기’와 ‘파워업 공기청정기’ 등 3개 품목이다. 직선 위주의 간결한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디자인 부문 본상 수상 코웨이의 스킨플러스 연수기 /코웨이

코웨이 관계자는 본지에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되면서 최대한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하게 됐다”라며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덜어내야 소비자에게 주요 기능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코웨이 노블정수기 시리즈. 사진 코웨이
코웨이 노블정수기 시리즈. 미니멀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코웨이

주방가전기업 ‘쿠첸’ 역시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쿠첸은 ‘트리플’ 밥솥과 ‘121 ME’ 밥솥으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3’ 제품 부문 주방가전 카테고리에서 본상을 수상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국내 밥솥 제조 기업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상을 받은 쿠첸의 밥솥 '트리플'은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의성을 높인 프리미엄 디자인이 특징이다.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메뉴가 감춰지는 '풀 히든 디스플레이'로 밥솥을 단순한 주방가전이 아닌 인테리어 오브제로 연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 밥솥 '121 ME'는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리는 도자기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재해석해 적용했다. 조형 기본이 되는 선과 면을 심플하게 다듬고, 안정감 있는 비례감 속에 정교함을 살린 콤팩트한 디자인이 핵심이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3 제품 부문 주방가전 카테고리에서 본상 수상한 쿠첸의 밥솥 /쿠첸

두 가지 제품 모두 미니멀 디자인의 주요 요소를 충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형태적으로는 심플하지만, 브랜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고유한 심미성을 유지한 점도 돋보인다.

이외에도 쿠첸은 단순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색상인 화이트 색상을 반영한 인덕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젊은 세대가 주방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색상과 재질에서 깔끔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얼룩이나 변색에 강한 소재를 사용해 실용성을 더했다.

쿠첸의 제품 중 미니멀 디자인에 집중한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쿠첸의 디자인팀은 ‘지속가능성’과 ‘조화’ 두 가지 키워드를 언급했다. 쿠첸의 디자인팀은 “복잡함을 최소화하고 본질에 집중한 단순한 형태의 주방가전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장식적 형태가 아니라, 기본을 섬세하게 다듬은 정제된 형태로 디자인했는데, 이는 사용자에게 시각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며 어떠한 공간 및 제품과도 조화롭게 구성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뷰티 업계 제품 패키지, 덜어낼수록 트렌디 해

미니멀 디자인 트렌드가 발견되는 것은 뷰티 업계도 마찬가지다. 뷰티 업계는 제품 패키지를 한층 더 심플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다. 설화수는 지난해 8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설화수는 원래 한방 콘센트의 고급 화장품으로 묵직한 유리병 용기에 담겨 제작됐다. 특히 유리병에 설화수가 한자로 적혀 있었고 설화수의 대표 색상으로 인식됐던 금색 빛도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설화수가 중년층 이상이 사용하는 한방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디자인 역시 전통적인 이미지를 부각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의 설화수는 완전히 변했다. 대표적으로 리뉴얼 제품 중 ‘윤조에센스 6세대’의 외관 디자인에서 그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질감이다. 유리 중량을 감축했고 재활용 플라스틱 캡, FSC 인증 용지를 사용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동시에 세련된 질감과 깔끔한 백색 톤으로 제작했다.
 

윤조에센스 6세대. /아모레퍼시픽

또 용기에 크게 적힌 ‘雪化秀(설화수)’라는 한자도 발견할 수 없었으며, 그 자리는 미니멀한 이미지의 영문 레터링 ‘Sulwhasoo’가 대신했다.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의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고 소비층을 넓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사실 설화수의 패키지디자인에서 미니멀리즘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설화수가 내세우는 두 가지 키워드는 ‘헤리티지’와 ‘아트’인데, 설화수가 가진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하겠다는 미션을 가지며,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 문화 후원 활동 등 예술에 진심인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윤조 에센스 같은 경우는 백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라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전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젊은 감성을 가지고 가기 위한 변화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일부 패키지를 미니멀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소비자 해석에 따라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한 설화수 윤조에센스 6세대 [아모레퍼시픽]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본상 수상한 설화수 윤조에센스 6세대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해피바스’ 시리즈 또한 달라진 로고와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이전 로고에는 동그란 프레임이 존재하고 그 안에 영문으로 ‘HAPPY BATH’라 적혀 있었지만, 현재는 그 테두리가 사라진 채 영문 단어만 적혀 있다.

이외에도 패키지 모양 역시 현저하게 변했다. 상징적이었던 둥근 형태의 용기가 직선적인 원통형으로 변화했으며, 각 향 마다 특징을 인식할 수 있는 화려한 이미지가 들어갔던 과거 패키지와 다르게 향의 이름 표기만 영문으로 적혀 있다. 훨씬 미니멀하면서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패키지로 변화한 것이다.
 

해피바스 공식 인스타그램
새롭게 변화한 해피바스 바디워시 제품 디자인/해피바스 공식 인스타그램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내에 다양한 제품군 중 해피바스 브랜드는 ‘데일리뷰티’ 영역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샴프나 바디 워시 같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군은 패키지가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으나 이를 세련된 느낌으로 변경하면서 미니멀하게 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데일리뷰티 제품군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표시하지 않고 디자인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로고도 미니멀 트렌드 따라간다

명품 브랜드에서는 로고 바꾸기가 유행하고 있다. 로고를 새롭게 변화한 브랜드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역시 ‘미니멀’이다. 이외에 또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 산세리프체 폰트를 선택했다는 것. 이 역시 미니멀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
 

산세리프체 폰트 /플리커

업계 관계자들은 로고 바꾸기 유행에 대해 최근 명품 신소비층으로 떠오른 MZ 세대의 미니멀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브랜드 로고를 단순하게 만들어 성공한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의 영향이 있었다는 의견이다. 특히 산세리프체의 경우 미니멀 트렌드와도 같은 맥락을 띄고 있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버버리’는 최근에 다시 로고를 바꿔 전통 형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 만해도 말을 탄 기수 심볼을 삭제하고 영문 서체를 단순하게 변경한 바 있다. 결국 다시 전통 로고와 비슷한 형태로 돌아오긴 했지만 당시 MZ세대에서 버버리 소비가 늘어나며 로고를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변경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 특유의 영문 필체가 브랜드의 상징성을 잘 보여줬던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도 독특한 필체로 만들어진 로고를 과감하게 버리고 산세리프체를 선택하면서 브랜드 명을 ‘생로랑(Saint Laurent)’으로 표기하고 있다. 현재 입생로랑이라는 표기는 코스메틱 라인에만 사용되고 있다.
 

(위)바뀌기 전 입생로랑 로고 (아래) 바뀐 후 생로랑 로고 /입생로랑, 생로랑 홈페이지 갈무리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발망‘도 로고를 바꿨다. 역시 산세리프체를 사용했고 훨씬 더 단순하게 브랜드 명을 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까지 로고를 바꾸지 않고 유지했던 ‘살바토레 페라가모 (Salvatore Ferragamo)’ 역시 브랜드명을 ‘페라가모(Ferragamo)’로 바꾸고 로고를 단순한 서체로 변경했다.

미니멀리즘, 어쩌면 인간의 본능?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자동차 튜닝에 대한 신조어인데, 차를 튜닝하면 할수록 결국에는 기본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 말은 여러 분야에서 적용된다.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인 튜닝을 통한 업버전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인간은 원형의 순수성을 추구하게 된다.

디자인적 순수성을 추구하는 현상은 인류의 예술 양식 변화 흐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로코코 시대에 접어들 때까지도 인류는 예술, 건축, 패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다양한 색채, 세밀한 표현과 장식, 부피감 등이 특징인 화려함을 선호했다.

화려한 디자인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 유행하는 로맨스 판타지 웹툰에서 보여주는 중세풍 드레스와 궁전의 모습은 대부분 로코코 시대의 복식과 건축이라고 볼 수 있다. 장식적 요소가 많고 세밀한 표현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화려함을 더한다.
 

악녀는 마리오네트 카카오페이지 공식 유튜브 채 드라마틱 트레일러 영상 중 일부 널 갈무리
로맨스판타지 웹툰 '악녀는 마리오네트' 드라마틱 트레일러 영상 중 일부 갈무리. 로코코 시대로 추측되는 화려한 의상 /카카오페이지 공식 유튜브 채널

이러한 예술 양식이 점차 단순하고 간결하게 변화하게 된 것은 ‘순수주의’에 의해서다. 과거의 전통적이고 정교한 예술에서 ‘입체주의’를 거치면서 인간은 점차 화려한 장식이 아닌, 형태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가 특징인 순수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순수주의를 이끈 르코르뷔지에(1964)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순수주의는 장식을 위한 장식을 철저하게 거부한다. 기능에 집중하고 이를 디자인의 핵심적 요소로 꼽는다. 장식보다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하고 실용성 있는 제품 설계 역시 장점이다. 이는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양산형 디자인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더 주목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순수한 형태 자체를 도시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형태를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고 정의하는 사례부터 환경을 위해 모든 것의 장식성을 배제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까지 현재 대중에게 다양한 미니멀 트렌드가 떠오르는 가운데, 여러 기업과 브랜드가 이를 얼마나 조화롭게 접목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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