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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상이 초현실로, 초현실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우리의 일상으로 《헬가 스텐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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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일상이 초현실로, 초현실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우리의 일상으로 《헬가 스텐첼》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4.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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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가 스텐첼 사진전>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전시 기획사 씨씨오씨가 CxC아트뮤지엄에서 《헬가 스텐첼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CxC아트뮤지엄은 롯데시네마와 로컬 문화를 선도하는 어반플레이의 캐비닛클럽, 전시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씨씨오씨가 함께 만든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이색적인 이들의 만남은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다양한 콘텐츠 경험을 통한 몰입, 소통이 이루어지는 콘텐츠 복합 문화 공간인 ‘컬처스퀘어(Culture Square)’로 고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일상 속 사물과 기발한 상상 플레이, ‘집 안의 초현실주의’로 유명한 작가 헬가 스텐첼의 대표작과 신작 등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예술가 헬가 스텐첼은 2020년 '올해의 푸드 아트 크리에이터'상을 수상하는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오브제에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 재현 /김서진 기자
헬가 스텐첼 /김서진 기자

헬가 스텐첼은 1984년 4월 20일 시베리아의 산업도시 옴스크에서 태어났다. 그는 소아과 의사인 어머니와 엔지니어인 아버지 대신 작은 마을에서 외조부님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읽을만한 지역 신문은 하나뿐이었고 볼만한 TV채널도 두 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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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심심한 환경은 헬가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가늘게 뜨고 반대편 벽에 있는 카펫을 바라보던 헬가는 모양이 변하고 흐릿해져 특이한 형태가 새롭게 떠오를 때까지 줄곧 바라보곤 했다. 가족 모두가 못 보고 넘어가는 것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고 마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탐험가가 된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그의 키워드는 #재미, #위트, #상상 /김서진 기자

그는 11살이 되어 지방 미술학교에 입학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19살이 되던 해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이사를 갔다. 이것은 유럽의 대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헬가가 자란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유럽에 도착한 헬가는 런던에 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칼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에서 그래픽디자인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그는 광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광고계에서의 경험은 헬가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2014년 헬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자신의 SNS 계정을 개설했다. 다람쥐처럼 생긴 빵 한 조각과 개를 닮은 반쯤 먹은 바나나 한 조각 등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헬가의 계정이 일상 속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으로 가득 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헬가의 팔로워들은 익숙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시시각각 공유했고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 '적극적으로 관찰하기'라는 주제로 헬가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팜플렛의 끝을 접어 입술을 표현하는 그의 상상력 /김서진 기자
'쌍둥이' /김서진 기자

헬가는 대부분 무생물을 주제로 작업하지만 때때로 사람의 신체 부위나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특이한 모양을 찾아 거기에 집중한다. 보통은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별로 없는 귀나 발가락 같은 부위다. 소외되거나 관심받지 못하는 신체 부위들이 헬가에 의해 재발견된다. 헬가의 자화상은 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상생활용품과의 위트 있고 장난스러운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그는 집안 곳곳, 베란다나 세탁실에서 흔히 사용될 법한 생활용품과의 장난스러운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어느 날, 집안일을 하다 문득 자신의 모습이 뒤집어 놓은 빨래 바구니와 비슷하다 생각한 적이 있나? 헬가는 뒤집어진 빨래 바구니를 보며 '지금은 집안일을 천천히 해야 할 때'라 생각했다고. 
 

'벌목꾼' /김서진 기자

사람들은 사용한 티백을 무심코 버린다. 누군가는 다시 한번 차를 우려내기 위해 접시 위에 쌓아 두기도 한다. '나는 꼭 재사용될 거야'라며 헛된 기대를 품고 쌓여 있는 티백에서 헬가는 그들의 삶을 발견한다. 헬가의 티백은 책을 읽고, 수다를 떨고, 귀여운 동물이 되기도 한다. 
 

'마주보기' /김서진 기자

'마주보기 Facing you'라는 이 작품은 헬가가 2016년 SNS 계정에 올리기 위해 티백을 소재로 제작한 작품 시리즈 중 하나다. 작가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에서는 다 쓴 찻잎이 머리가 되기도 하고 수염이 되기도 한다. 제목인 '마주보기'처럼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티백 한 쌍이 마음을 포근하게 안는다. 
 

'크런치' /김서진 기자
'브래드 펫' /김서진 기자

헬가는 음식과 생활용품에 상상력을 더해 다양한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장난스럽고 명랑해 보이는 헬가의 작품들은 각자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이들은 서로 친구가 되고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한다.

먹을 수 있는 존재 시리즈는 헬가가 피칸 안에서 친근하고도 순박해 보이는 곰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다른 동물들이 추가되면서 하나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이 시리즈에서 특히 잘 알려진 작품은 완전히 반대된 성격을 지닌 '크런치'와 '브래드 펫' 형제다. 탄생과 동시에 유명해진 크런치는 영국 내에서 수많은 밈이 생겨났으며 주요 일간지인 메트로 1면에 실리기도 했다. 
 

'위글리 스낵' /김서진 기자
'바나나 퍼그' /김서진 기자

작품들 중엔 조각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헬가의 사진 작품은 실제 바나나에 그림을 그리고 모양을 만든 후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즉 작품 사진 속 바나나는 실제 바나나다. 사진 촬영이 끝난 바나나는 오랜 보존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어, 헬가는 사진 속 바나나와 동일한 모양의 조각을 만들게 되었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작품 사진은 실제 식재료로 만들어 촬영한 것이다. 
 

'고양이' /김서진 기자

헬가의 장난스럽고도 단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동물이 먼저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의 형상을 구성한 다양한 직물의 소재감과 제각각 다른 모습의 풍경도 발견할 수 있다.
 

'스무디' /김서진 기자

각각의 캐릭터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목소리, 그리고 스토리가 있다. 이 시리즈는 2020년 여름 코로나19 봉쇄 기간 헬가가 부모님 집에서 빨래를 널다가 시작되었다. 헬가는 널고 있던 맨투맨 티셔츠에서 말의 모양을 발견했고 곧이어 빨래집게와 수건을 추가했다. 이렇게 '페가수스'가 탄생한다.

이 활기찬 에쿠우스(말의 일종)는 대중들에게 평범한 일상 속 마법 같은 영감을 주며 인터넷 곳곳을 날아다녔다. 작품이 주는 영감은 봉쇄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부드럽지만 감정 기복이 있는 자유분방한 소 '스무디'가 그 뒤를 이었고, 수많은 출판물과 온라인 콘텐츠에 등장하면서 헬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바-바-라' /김서진 기자

작가는 약 1년 전 다른 작품에서 북극곰의 모자를 직접 칠하고 자수를 놓은 적이 있다. 곰 작품은 영하 32도의 러시아에서 촬영했고 작가의 체력과 사진 장비의 한계를 시험해 본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평화' /김서진 기자

'평화'는 양귀비 꽃밭을 평화로이 날아다니는 하얀 비둘기 한 마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국가, 인종, 사람 사이의 이념 차이와 갈등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는 오직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비둘기를 만들었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한 모든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히 삭스' /김서진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상상을 위한 놀이터가 된다. 어른들의 삶 속 가장 평범한 순간을 통해 아이 같은 순수한 동심과 내면이 자극된다. 헬가는 단순한 재밋거리 이상으로 우리가 사는 방식을 탐구한다. '히 삭스'는 이 시리즈의 특별 작품으로 헬가의 작품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2022년에는 실크에 인쇄된 특별판이 고급스러운 골드 액자로 제작되었다.

 

'수염을 기른 남자' /김서진 기자
'행복한 집' /김서진 기자

헬가는 집안에서뿐만 아니라 건물 외부에서도 영감을 찾는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거리를 거닐며 바라본 풍경과 웨스트런던의 이웃들은 그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었다. 빅토리아 시대 집들은 시대적 특징이 잘 드러나 있으며 헬가는 빨래를 사용해 각각의 개성을 표현했다. 
 

'나를 봐(도넛)' /김서진 기자
'마이 카인드 오브 그레이프' /김서진 기자

이번 섹션의 모든 작품들은 음식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대부분의 음식과 소품은 촬영이 끝난 후 작가가 맛있게 먹었다. 이번 시리즈의 작품들은 비록 시각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지만 심화된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헬가는 창의성, 규범준수, 지속불가능한 소비 등의 주제를 담아낸다.
 

'스트레칭 (팬케이크맨)' /김서진 기자
'스파게티 스노우맨' /김서진 기자

"저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사물들을 응시합니다. 의자, 포크에 매달려 있는 국수, 한가운데 서 있는 가로등 등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관찰은 명상의 한 형태입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는 헬가 스텐첼의 한국 최초 개인전으로, 씨씨오씨 강욱 대표는 ‘건대 입구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오픈하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헬가 스텐첼 사진전》을 준비했다"라며, "헬가 스텐첼의 사진 작품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함을 잊고 위트 있는 작품에서 즐거움과 활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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