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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가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수리크루십'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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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가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수리크루십'을 보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4.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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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2022년 하반기 들어 NFT 시장은 이전의 기세와는 다르게 빠르게 사그라들어가는 추세다. 우선 가상화폐시장이 침체기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NFT로 발행되던 옛날과는 달리 NFT화된 작품들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숫제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인식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NFT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곳들은 많다. 다만 NFT를 어떻게 활용해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NFT가 막연히 아직도 그저 핫한 아이템이라 생각해 무작정 쓰는 경우도 적잖다.
 

 비플의 작품 ‘매일’ /크리스티 경매

사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NFT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대답은 하지 못할 것이다. NFT는 특히 미술품 쪽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2021년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콜라주 작품이 약 785억 원에 낙찰되면서 NFT 작품에 대한 가치가 엄청나게 치솟기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NFT 작품을 잇따라 내놓고, 저마다 몇백억을 호가하는 가격들이 매겨지면서 사람들이 NFT 미술품 시장에 몰렸고 광풍이 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본다면 사람들이 NFT 미술품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NFT화시켰다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면, 원래 작품의 가치보다는 NFT라는 딱지로 인해 희소해지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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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의문은 NFT를 마케팅의 한 방안으로 쓰는 기업들에게도 적용된다. 기업들이 NFT를 활용하는 건 당연히 마케팅 분야다. 소비자들이 탐내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IP(지적재산권)를 NFT로 만드는 것이 트렌드인 요즘, 기업들은 당장의 상황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보고 관련 상품들을 내놓는 추세다. 문화예술계뿐만이 아닌, 스포츠계도 NFT를 차용한 마케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니폼 NFT /인천유나이티드

당장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3월 K리그1 최초로 '유니폼 NFT' 판매를 진행했다. 가상의 랜덤박스 형식으로 총 150개 한정 판매된 이번 유니폼 NFT는 등급별로 선수단 사인회, 클럽하우스 투어, 홈경기 하이파이브, 스카이박스 1회 사용권 등의 혜택을 주었다. 구매 시 본인이 구매한 유니폼 NFT의 등급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구매자에게 NFT 기념 패치가 부착된 실물 유니폼을 지급했다.
 

'2023 신인 선수 NFT 카드' /KT위즈

프로야구 KT위즈는 3월 29일 2023년 신인 선수 NFT카드를 출시했다. 신인 선수 10명의 NFT 카드를 구매하면 구매자 전원에게 신인 선수 실물 카드를 증정하며 50장 중 3장에는 스페셜 메탈 카드가 포함되어 있다. 해당 선수가 2023시즌 내 1군 첫 타석에 출전하거나 첫 등판할 시 추가 선물을 증정하며 신인상을 수상할 경우에는 신인상 기념 유니폼과 기념구를 받을 수 있다. 
 

‘ON-E’ /롯데정보통신

롯데정보통신의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코튼시드는 롯데자이언츠와의 협업을 통해 수집형 NFT 10만 개 발행 프로젝트 ‘ON-E’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발행되는 NFT는 롯데자이언츠의 신규 VI를 바탕으로 2023시즌 동안 의미 있는 순간들을 영상으로 담았다. 6차례에 걸쳐 각 1~2만 개를 발행하며 선착순으로 참가자에게 무료로 주어질 예정이다. 이미 롯데정보통신은 작년 11월 롯데자이언츠와 함께 ‘G-스타 팬카페 매니저 NFT’와 ‘이대호 은퇴 기념 NFT 카드’를 발행했다.

이렇듯 출시된 여러 NFT 상품들은 구매한 이후 2차 거래, 즉 서로 중고 거래도 가능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NFT를 교환하거나 구매할 수도 있다. 마치 아이돌 팬들이 흔히 하는 포카(포토 카드)교환처럼 말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NFT를 이용한다면 선수들의 유니폼이라든지 사진 등의 아이템을 NFT화시켜 판매하고, 그 외의 혜택을 줌으로써 팬들에게 단순히 경기를 보고 즐기는 것 외에 부가적으로 즐기는 요소를 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여러 기업들이 NFT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쳤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막상 묻는다면 여전히 의문이다. NFT를 이용하는 것과, '영리하게' 이용하는 건 약간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NFT를 마케팅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아직도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이 NFT에 의문을 갖기보다 어떠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지에 대한 것이 요점이다. 
 

수리크루십 /한화이글스

최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대세에 따라, 3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엑스와 멤버십 NFT(대체불가토큰)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신규 멤버십인 수리크루십(SooriCrewship) 모집을 위해서다.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한화이글스의 구단 마스코트를 활용한 NFT를 제작하고, 구매자 일부에 한 해 시즌 홈경기 선예매 권한 및 굿즈 할인 등 팬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이글스의 멤버십 NFT인 '수리크루십'은 그라운드엑스의 디지털 아트 및 NFT 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Klip Drops)’에서 판매되었다. 
 

마스코트 수리 /한화이글스

KBO 최초로 선보인 NFT 캐릭터 멤버십인 '수리크루십'은 한화이글스의 인기 마스코트인 수리의 다양한 이미지를 NFT화시켰다. 참고로 수리는 동갑내기 마스코트인 위니와 비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살배기로, 알을 깨고 나오며 처음 본 것이 야구공이라 야구공만 보면 엄마인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닌다는 설정이 있다.

주요 혜택으로는 수리크루원 이미지 소유, 구장 식음 및 상품샵 최대 25% 할인, 구단 상품 디자인 투표권, 주말 경기 선입장 등이 제공되며, 랜덤으로 선예매 권한 혜택을 준다.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전용 콘텐츠 및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로 지급하며 1차는 3월 17일부터 500명, 2차는 3월 24일부터 1,25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구단 측은 "수리크루십은 기존 연간 단위로 운영하던 멤버십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디지털 멤버십 형태로 모집한다"며,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엑스의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Klip)’ 앱을 활용한 체크인 기능으로 디지털 멤버십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이미지의 수리 NFT /한화이글스

겉으로만 보면 다른 곳에서 흔히 보는 NFT 상품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선수의 이미지가 아닌 마스코트를 활용한 것 말고는 NFT 멤버십을 구매하면 여러 혜택을 주는 것까지 다른 상품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수리크루십은 단순히 NFT 멤버십을 제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수리크루십은 총 1,750개의 다양한 수리 이미지를 구매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게 했다. 1,750여 개의 이미지라면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1,750여 개의 귀여운 수리 이미지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구단 측은 랜덤으로 소유하는 만큼 귀여운 수리 이외에 생긴 게 이상하거나, 기묘하거나, 심지어 마스코트라 생각하기 어려운 이미지들을 섞었다. 
 

망한 수리는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이글스 공식 유튜브
투구를 쓰고 핑크색 치마를 입은 기묘한 취미를 가진 수리 /한화이글스 공식 SNS

남들은 '귀염뽀짝한' 수리를 가졌지만 오히려 이것이 레어템도 되지 못하고 못생겨서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테다. 수리크루십은 약 7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그만큼의 돈을 주고 구매했는데 막상 성에 차지 않는다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자신도 귀여운 수리를 갖고 싶다며 부러워하던 팬들을 구단 측은 놓치지 않고, 다른 마케팅으로 전환한다. 바로 '망한수리대회'다.

'망한수리대회'는 당연히 못생기고 꿈에 나올 것 같은 수리들이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면 그 순간부터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와는 반대의 수리들이 주목을 받는다. 남들이 한결같이 귀여운 수리 이미지만 가졌을 때 자신 혼자 일명 분홍 치마를 입고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있는 수리가 나왔다면 당연히 이것은 선택을 받은 완벽한 '레어템'에 가깝게 된다. 

'망한수리대회'는 일명 '못생긴' 수리 이미지들을 가진 팬들을 대상으로 망한 수리 이미지와 제목을 지어 #망한수리대회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나 트위터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가장 망한 수리로 선정된 총 10명에게는 선수단 전용 수리크루원(NFT)을 증정했다. 일반 팬이 소장하는 NFT도 아닌 무려, 선수단 전용 NFT를 증정한 이벤트다. 
 

아 이건 좀... /한화이글스 공식 SNS
삐에로와 불닭과 탈모의 기묘한 혼종 /한화이글스 공식 SNS

가뜩이나 자신도 귀여운 이미지를 갖고 싶었지만 랜덤으로 인해 운이 없던 팬들을 위한, NFT 수리 이미지를 이용해 또 다른 마케팅으로 이어진 이 이벤트는 팬들의 불같은 참여를 얻어냈다. 당장 트위터에 '망한 수리'라고만 검색해도 기상천외한 수리 이미지들이 쏟아지고, 그 외에 다른 커뮤니티들에도 등장한 일명 '망한' 수리 이미지들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한화이글스 X 스파오 상품 /한화이글스

한화이글스는 평소에도 수리를 이용해 마케팅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리라는 캐릭터는 다른 구단의 팬이어도 항상 혹하는 축에 속하며, 이미 수리 캐릭터로 의류나 음식 등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수리크루십 홍보 영상은 수십 마리의 수리 캐릭터들이 등장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3월 17일 오후 3시부터 진행한 수리크루십 1차 모집은 27분 만에 예정된 500개를 모두 완판했다. 
 

수리크루십 홍보 영상 /한화이글스 공식 유튜브
귀여운 마스코트로, 영리하게 마케팅을 할 줄 아는 /한화이글스 공식 유튜브

이번 수리크루십이라는 NFT 마케팅이 여타의 NFT 마케팅과 다른 건, 단순히 어떤 캐릭터를 NFT화하고 거기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측에서 팬들이 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케팅이 일회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망한수리대회 등 다른 이벤트로도 이어져 팬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NFT의 가치라는 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여러 곳에 존재하지만 수리크루십은 적어도 NFT만을 활용한 평범한 마케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 마케팅에 NFT라는 또 하나의 요소는 그저 거들 뿐이다. NFT라는 것을 활용하되, 이 기묘한 소재를 팬들이 어떻게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수리크루십은 NFT를 영리하게 활용한 훌륭한 예가 되지 않을까.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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