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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농화원’ ‘묵매도’ 비롯…조선 후기 미공개 회화 4건, 미국서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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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농화원’ ‘묵매도’ 비롯…조선 후기 미공개 회화 4건, 미국서 귀향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4.0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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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묵매도, 조선 18세기, 석농화원 권1 수록작품,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김진규, 묵매도, 조선 18세기, 석농화원 권1 수록작품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한국회화사 속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미공개 회화 4건이 미국에서 귀향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달 28일 귀중한 조선 후기 회화 작품을 기증받았다고 4일 밝혔다.

작품들은 조선시대 최대 서화 컬렉션 《석농화원石農畫苑》을 포함 4건으로, 기록에 존재했던 작품들의 실존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있다.

기증 받은 작품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게일 허Gail Ellis Huh 여사가 시아버지인 故 허민수(1897~1972)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재단’) 미국사무소의 조사와 교섭을 통해 허민수 선생의 연고지인 국립광주박물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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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 김광국金光國(1727∼1797)의 《석농화원》 중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인 김진규金鎭圭(1658∼1716) <묵매도墨梅圖>를 비롯, 신명연申命衍(1808∼?)의 <동파입극도東坡笠屐圖> 등 18~19세기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미공개 작품들이 포함됐다.

이번 기증은 2022년 5월 소장자 게일 허 여사가 고인이 된 남편 허경모 씨가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에게 물려받은 허련의 그림을 정리하기 위해, 이웃에 살던 한국인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며 시작됐다.

이후 워싱턴한국문화원을 통해 연락을 받은 당시 재단 미국사무소장은 소장자의 자택에서 허련 작품 감정 및 자문을 하던 중 1층 복도 구석에 걸려있던 김진규의 <묵매도>를 발견했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신명연의 <동파입극도>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알려진다.

김진규의 <묵매도>는 지난 2013년 새롭게 알려진 《석농화원》 필사본 권1에 제목과 그림의 평만 전해오던 것으로, 이번에 실제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조선 말기 문인화가 신명연의 <동파입극도>는 중국 송대 문인 동파東坡 소식蘇軾(1037∼1101)이 귀양 시절 삿갓[笠]과 나막신[屐] 차림으로 비를 피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화사한 화훼도로 유명한 신명연의 희귀한 인물화라는 점에서 19세기 회화사 연구에 영향을 미친다.
 

신명연, 동파입극도,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신명연, 동파입극도,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기증자 고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許鍊(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이번 기증품 중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 또한 포함되어 있다. 힘차게 뻗은 소나무를 그린 <송도 대련> 화면 상단에는 허련이 적은 제시題詩와 낙관이 남아있으며, 그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련, 송도 대련,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허련, 송도 대련,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8폭으로 된 <천강산수도병풍淺絳山水圖屛風>은 전형적인 소치 화풍의 산수도이다. 특히 병풍 뒷면에는 허민수 선생과 가까운 친척인 서화가 의재 허백련許百鍊(1891∼1977)이 쓴 표제가 남아있어,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허련, 천강산수도병풍,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허련, 천강산수도병풍,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게일 허 여사는 재단 측으로부터 소장품들의 회화사적 중요성과 환수의 필요성을 전해 듣고 흔쾌히 한국에 기증할 뜻을 밝혔으며,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국립광주박물관에 시아버지의 이름으로 기증할 것을 결심했다.

재단을 통해 기증 의사를 전달받은 국립광주박물관은 작년 말 현지 조사를 거쳐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들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고, 올해 초 기증 서화 4건은 마침내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 현지시간 3월 28일, 주미대한제국공사관(워싱턴DC 소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에서 개최된 국립광주박물관 기증서 전달식에 참석한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작품들이 가장 잘 향유될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기증소감을 전했다.
 

3.28.(화) 기증서 전달식 기념사진, (좌로부터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게일 허여사,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
3.28.(화) 기증서 전달식 기념사진, (좌로부터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게일 허여사,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 /국립광주박물관
고 허민수 선생 사진
고 허민수 선생 사진 /국립광주박물관

한편, 국립광주박물관과 재단이 국외 문화재 환수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7년 <분청사기상감‘경태5년명’이선제묘지>(보물) 이후 두 번째로, 국립박물관과 재단이 협력하여 성과를 거둔 모범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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