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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캐릭터는 하나의 효자 산업이 된다, 산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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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캐릭터는 하나의 효자 산업이 된다, 산리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3.2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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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온 문자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어느 날 오전, 문자 한 통이 왔다. 신청한 카드가 발송이 늦어진다는 내용을 확인한 후 웹에 '신한카드 산리오'를 검색해 보니 창이 하나 뜬다. 다름아닌 카드 배송 지연 안내 공지문이다. 신한카드 플리 체크(산리오)는 새로이 출시된 카드가 아닌, 기존에 있었던 카드에 산리오 캐릭터 디자인을 입힌 카드다. 
 

신한카드 플리 체크(산리오캐릭터즈) /신한카드 공식 홈페이지

이 카드는 3월 초에 나왔지만 아직도 카드 발급이 미정이다. 다른 카드에 비해 특별히 좋은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카드 배송이 밀린다는 공지를 띄웠을까. 그저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밖에. 신한카드 측에 따르면 해당 카드는 출시 4일 만에 약 5만 장 이상의 신청이 몰렸다고 한다.

산리오 회장 츠지 신타로는 1960년 8월 10일, 도쿄 니혼바시에 작은 선물 가게인 야마나시 실크 센터를 개업한다. 이후 1962년 그는 비단이 아닌, 꽃이 그려진 고무 샌들로 상품의 종류를 바꾼다. 츠지 신타로는 샌들에 귀여운 디자인을 추가함으로써 상품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 회사에서는 샌들에 귀여운 파츠들을 붙이기 시작했고, 특히 딸기를 주제로 다양한 패턴을 출시했을 때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다.

이 성공에, 회사 측은 만화가들을 고용해 제품에 붙일 수 있는 디자인이나 패턴을 만들었다. 상품을 위해 기존의 만화 캐릭터를 사용했고, 1960년대 후반 회사는 일본 라이선스 권리를 획득 후 미국 만화인 피너츠의 강아지 캐릭터인 '스누피'와 함께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1973년, 회사는 '산리오'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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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오의 여러 캐릭터들 /산리오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산리오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산리오의 뜻을 "스페인어 San Rio에서 유래한다. 'San은 영어의 Saint(St.), “성스러운”을 의미하며, Rio는 영어의 River, “강”을 뜻하니 Sanrio는 Saint River, 즉 “성스러운 강”이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설명한다.

츠지 신타로는 외부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신, 산리오만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직접 디자이너들을 고용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라 불리는 헬로 키티는 1974년 산리오 캐릭터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관련 상품들이 쏟아졌다. 입이 소심하게 보이거나, 때로는 아예 보이지 않는 이 고양이는 산리오의 매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캐릭터로 손꼽힌다. 산리오는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라인업에 추가했고, 이 흐름은 2023년인 지금도 계속되어 다양한 상품들로 출시되고 있다. 
 

시나몬롤 캐릭터 /flickr
쿠로미 캐릭터 /flickr

귀여움이라는 건 일본 문화에서 아주 흔하며, 일본 대부분의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다. 그게 게임이든, 장난감이든, 의류든, 심지어 사람의 외모나 행동까지도 귀엽다면 많은 사랑을 받는다. 산리오가 성공한 이유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이 '귀여운 디자인'에 있다.

산리오는 단지 캐릭터를 만들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게임이나 영화를 제작하고 책을 만들거나 여러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산리오가 생기고 캐릭터가 만들어진 지는 벌써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층은 어린아이부터 다 큰 어른까지, 남녀노소 다양하며 여전히 트렌디함을 유지하고 있다. 

 

헬로 키티 /flickr

농담처럼 헬로 키티보다 더 유명한 고양이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캐릭터들의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산리오의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적어도 언어나 문화의 장벽 같은 건 없어 보인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포켓몬 이후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들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델몬트 한정판 굿즈들 /롯데칠성음료

2022년 12월, 롯데칠성음료는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델몬트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다. 1980~1990년대 냉장고 한 편을 지키던 추억의 델몬트 유리병과 산리오 캐릭터즈의 만남으로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시나모롤 등 산리오의 4가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4가지 세트로 출시됐다.

당시엔 뉴트로 열풍이 불던 때로, 현재의 10-20세대는 보기 힘들었던 델몬트 병의 디자인과 그립감을 그대로 재현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여기에 인형 쿠션, 파우치, 키링, 쟁반 등 해당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살 수밖에 없는 추가 굿즈까지 판매했다. 
 

광고 영상 이미지 예시 /SPC

산리오 캐릭터들과 여러 기업과의 협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Chat) 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한다. 광고 영상 ‘원스 스푼 어 타임(Once Spoon a Time): 복숭아 원정대와 용의 눈물’은 ‘쿠로미’와 ‘마이멜로디’가 이달의 맛을 찾아 배스킨라빈스 성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배스킨라빈스는 ‘챗GPT’와 공동 제작한 동화를 활용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SPC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매달 새로운 맛으로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배스킨라빈스 이달의 맛과 ‘산리오캐릭터즈’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챗 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먹거리에 피규어를 더해 팬들의 지갑을 털었다 /롯데마트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2월 산리오캐릭터즈 초코와플을 출시한 뒤 12,000여 개의 물량을 완판했다고 전했다. 산리오 캐릭터 피규어 1종과 초코와플 2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랜덤으로 들어 있는 피규어로 인해 개봉하는 재미를 더한 상품이다. 산리오의 ‘쿠로미’, ‘마이멜로디’ 등 인기 캐릭터 6종 외에도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히든 캐릭터 2종의 피규어를 추가했다. 특히 토이저러스 단독 디자인인 손가락 실리콘 피규어는 팬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고.

토이저러스는 9일부터 물량 2만 개를 롯마데트 전점에서 판매 중이다. 현재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제타플렉스·김포공항·청량리점에 '산리오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포토존과 단독 디자인이 포함된 포토 자판기 등을 입점시켜 운영 중이며 실제로 관람객이 이전보다 평균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토이저러스 청량리점의 경우 산리오 마켓을 오픈한 지난해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매출이 전년대비 40% 상승했고, 지난 7월과 12월 산리오 마켓을 오픈한 토이저러스 김포공항과 제타플렉스는 올해 2월까지, 오픈 이전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전년대비 각각 50%, 30%의 매출이 상승했다고. 롯데마트 측은 소비자들이 피규어가 들어간 장난감 상품에 대한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중고 거래 덤으로 받은 '산리오 왓따'. 귀한 것이니 모셔 두어야 /김서진 기자

껌 구매 때문에 오픈런이 있었다고 하면 믿기는가? 편의점 CU는 롯데제과의 풍선껌 '왓따'를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산리오 왓따'를 선보였다. 기존 제품에 산리오의 캐릭터를 패키지에 넣고 판박이 스티커 70종을 포함했다.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이 상품은 개당 500원으로, 편의점 CU 측은 판매를 시작한 이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일반껌 대비 300%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판매 초반엔 오픈런 현상도 있었다고.

여담이지만, 본 기자가 산리오 관련 키링을 중고로 구매할 때 판매자가 귀한 것이라며 '산리오 왓따' 포장 네 가지를 덤으로 보내 주었다. 받을 땐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구하기 힘든 거였다. 실제로 집 앞 편의점에 가 봤지만 '산리오 왓따'의 '산'자도 구경하지 못했다. 
 

중고 거래한 '폼폼푸린' 키링과 랜덤 키링으로 구매한 케로케로케로피 /김서진 기자 
팬에게 선물받은 폼폼푸린 키링을 보여주는 야구 선수, 한동안 이 키링은 해당 선수와 닮았다는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었다 /두산베어스 유튜브

통칭 MZ세대나 특정 캐릭터의 굿즈들을 모으는 사람들은 그 상품을 가지기 위해서라면 돈이나 시간을 얼마를 쓰든 대개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산리오캐릭터즈는 편의점과의 협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산리오키링 10종을 랜덤으로 담은 ‘산리오키링랜덤세트’를 포함해 스탠드, 스피너즈 등 다양한 종류를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일명 '랜덤 가챠'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뽑아야 하는 아주 악랄한(?) 시스템이다. 

2022년 5월 편의점에서 판매되었던 '산리오캐릭터즈 서프라이즈 마이키링'은 총 16종으로 역도, 농구, 럭비,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캐릭터들이 출시되었다. 한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한 야구 선수가 산리오 캐릭터인 '폼폼푸린'을 닮았다는 이유로 팬들이 '야구하는 폼폼푸린' 키링을 찾아 헤매거나 서로 교환하는 등의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물론 본 기자도 운이 없어 해당하는 랜덤 키링들을 수십 개를 구매해 까 봤어도 나오지 않아 결국 중고로 구매했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번개장터' 어플에도 산리오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산리오 캐릭터 관련 굿즈를 구매하고 판매하는 건 흔한 일이다. 2022년 10월을 기점으로 산리오가 포켓몬의 키워드 검색량을 능가했다고 하니 그동안 포켓몬이 대세였다고 하면, 이제는 산리오가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의 대표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산리오캐릭터즈를 활용해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세븐일레븐이 준비했던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 10만여 개가 약 10일 만에 조기완판했다. 해당 상품은 세븐일레븐이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단독으로 판매한 상품으로 미니 캐리어 3종과 중형 캐리어 1종으로 구성됐다. 산리오캐릭터즈의 인기 캐릭터인 ‘쿠로미’,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등을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빼빼로데이에도 3만여 개의 산리오캐릭터즈 미니캐리어를 준비했으며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시나모롤 중형 캐리어’는 5만 90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직후부터 품귀 현상을 보였다고.

이번 산리오캐릭터즈 캐릭터 또한 지속적인 소비자 요청에 의해 물량을 대폭 늘려 다시 한번 선보이게 됐다는 후문이다. 헬로 키티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그 외에도 모두 사랑스러운,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을 다수 보유한 산리오의 디자인들은 최근 유통업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앞으로도 자주 나올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리오캐릭터즈 랜덤 굿즈들 /김서진 기자

츠지 신타로는 산리오의 캐릭터를 두고 회사가 처음 설립되던 때를 이야기한다. 1960년대는 철저하게 실용성이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산리오의 캐릭터들은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아름다운 것들에서 목표와 희망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는 산리오의 캐릭터들은 인쇄된 단순한 디자인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감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전한다.

산리오의 캐릭터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웃는 것처럼 웃으면서 대중들을 즐겁게 만든다. 대단한 세계관도, 흥미진진하며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귀여움'에 집중해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기본적인 것 하나로 산리오라는 산업이 지금처럼 커진 것이 아닐까.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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