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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과학자와 예술가의 흥미로운 시선으로 엿보는 인간과 그 너머의 세계, 《Natural Replica》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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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과학자와 예술가의 흥미로운 시선으로 엿보는 인간과 그 너머의 세계, 《Natural Replica》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3.2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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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레플리카 Natural Replica》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수림문화재단과 함께 ‘Artist View of Science: 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AVS)’ 전시회를 다음 달 29일까지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연다.

KIST와 수림문화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과학기술과 예술이 만난 과학예술융합 전시 프로젝트인 AVS를 해 오고 있다. 2019년 ‘사용된 미래’, 2020년 ‘재난감각’, 2021년 '데이터 정원' 이후 4회째를 맞이하는 ‘AVS’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콘텐츠를 대중에게 선보임으로써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AVS 《내추럴 레플리카 Natural Replica》전시는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KIST의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창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케임브릿지 영어 사전은 'natural'을 '인간이나 기계가 아닌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지거나 유래한 것'이라 정의한다. 지금 이 시대의 'natural'도 과연 그런 뜻인가. 인류의 역사와 기술의 발전은 자연의 산물인 인간을 자연에서 배제하고 분리, 대립시키며 사회적 규제와 범주 안에서 '자연적인' 것을 정의한다. 식음료에 들어간 자연의 풍미(natural flavors)는 자연 식재료에서 추출되고 가공된 첨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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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풍미는 이 재료가 어떤 화학적 처리 과정에서 생겨나는지와 관계없이 자연적이라는 범주와 규제 속에 있다. 자연선택설(natural selection)역시 그렇다. 이 가설을 발견하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험 관찰이라는 인간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이 자연의 산물이고 자연의 일부라면 인간도 생물학적 측면에서 자연적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이 곧 DNA의 자기복제 기능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이제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DNA 이중나선에 새겨진 유전 정보는 생명의 형질을 조절하고 복제한다. 그렇다면 인간 존재 자체가 자연 복제(natural replica)의 산물이 아닐까. 
 

민찬욱 X 임화섭 '디지털 휴먼은 무엇인가?' /김서진 기자
쓰러진 디지털 휴먼 /김서진 기자

<디지털 휴먼은 무엇인가?>는 서로 마주 본 두 스크린으로 되어 있다. 한쪽의 촬영된 휴먼이 질문을 던지면 다른 쪽의 디지털 휴먼이 대답을 하고, 주어진 역할을 다한 디지털 휴먼은 쓰러지고 새로운 디지털 휴먼이 이를 반복한다. 자신을 창조한 인간에게 부여받은 역할과 목적을 달성하고 쓰러지는 디지털 휴먼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디지털 휴먼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민찬욱 X 임화섭 '디지털 자아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가?' /김서진 기자

거대한 조형물로 이루어진 작품 <디지털 자아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가?>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빛의 형태로 된 기계의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이는 인간의 언어를 모스부호로 변환하고 그것을 빛으로 표현한 것으로, 작품은 디지털 자아에 대한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찬욱 X 임화섭 '디지털 자아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가?' /김서진 기자

이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고민해 오던 '인간과 기계가 함께 사는 삶'의 모습을 넘어 인간을 뛰어넘은 기계의 모습, 기계와 기술이 신격화되어 그들만의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다. 작가는 두 작품을 통해 인간이 디지털 생명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나아가 이 디지털 생명체의 실존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환기시킨다. 사르트르는 오직 인간만이 자살할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생명체는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디지털 생명체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존재인가. 
 

고요손 X 임세혁 '기억저장체' /김서진 기자

<기억저장체>는 무수히 떨어져 나간 머리카락의 행방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태생과 동시에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탈락하며 한 사람의 성질과 환경을 섬세하게 기억한다.

이 작품에서 인간의 일정 시기를 복제하고 떠난 머리카락은 힘없는 부스러기로 머무는 것이 아닌 '손톱을 먹고 인간으로 변신하는 쥐' 이야기처럼 원형의 모습을 닮은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작가는 미용실이라는 특정 장소를 일생에서 탈락한 모든 머리카락이 모이는 공간이자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한다.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실제로 보면 기괴할 정도 /김서진 기자

이때 미용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이 작품 속에서 연출되는데 드라이기의 바람, 머리를 헹구는 물, 공간을 감도는 노랫말은 제각각 모습을 달리는 머리카락 생명체와 연결된다. 머리카락 생명체는 임세혁 박사의 도움으로 마그네틱 마이크로로봇으로 만들어졌다. 비정형의 조각들 사이로 설치된 머리카락 생명체의 기이한 움직임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인위적으로 설정된 공간과 전래동화를 연상케 하는 플롯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연스러운 복제의 과정을 보여준다. 
 

조효리 X 박주연 /김서진 기자

오늘날 우리는 AI 로봇의 생동감에 놀라워하고, 때로는 이들이 내놓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결과물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 작가는 이 시점에서 기술이 발달하기 전으로 돌아가 과학적 이미지 데이터라고 불릴 만한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점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마이브릿지의 최초의 연속 사진 <달리는 말>을 차용했다. 
 

조효리 X 박주연 '화석' /김서진 기자
조효리 X 박주연 '갤럽' /김서진 기자

많은 우연이 쌓여 화석화되고 발굴되기까지 서사를 담아낸 <화석>은 과거로부터 축적된 데이터를 상징한다. <갤럽>에서 말의 이미지는 환조와 음각의 부조로 재현되어 회화작품으로 탄생하는데, 이는 복제된 데이터의 또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이 만든 수많은 데이터의 축적된 결과임에 주목하며 인공지능이 대상을 바로 그 '대상'으로 지각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조효리 X 박주연 '전개도' /김서진 기자

2차원 평면에서 말 표피의 이미지를 복제해 재구성하는 과정은 복제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상상의 과정을 담아낸다. 작품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당연한 흐름임을 인지함과 동시에 인간 고유의 사유와 복제의 방식을 제안한다. 다만 이 또한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유사함을 다시한번 드러내기도 한다. 
 

방앤리 X 박종길 '아이샤인' 외부 공간 /김서진 기자

인공지능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인간 고유의 능력과 감각, 창의성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인공지능은 마치 예언자와 같다. 하지만 누구도 아직 인공지능이 가져올 영향력과 결과를 알 수 없다.

<아이샤인>은 완벽한 오토파일럿 기능이 장착된 자율주행자동차와 뉴로모픽공학(차세대 인공지능 기술로 사람의 뇌세포를 지칭하는 뉴런과 따라하다는 뜻의 모픽의 합성어)에서 다루는 스파이킹 신경망(2ㅔ3세대 인공 신경망으로 불리며 이벤트 중심의 동작을 기반으로 뛰어난 연산 능력과 저전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하는 기술)과, 이벤트 카메라(밝기 변화에 반응한 픽셀의 이벤트만을 기록해 영상을 표현하는 뉴로모픽 이미지 센서)를 둘러싼 이야기다.
 

방앤리 X 박종길 '아이샤인' 내부 공간 /김서진 기자

작품은 인공지능캐릭터 사이 대화가 이루어지는 내부 공간과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외부 공간의 이중 프로젝션으로 구성된다. 의인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픽션을 통해 인공지능의 판단과 그 영향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AI 예언자와 AI 에이전트가 나누는 대화는 자율주행차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장애물(멸종동물)에 부딪친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제한된 학습으로 해당 동물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AI 예언자는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었기에 '우발적 사건', 즉 '사고'로 이어진 경위를 담담한 어조로 진술한다. 작가는 고도의 자율성을 갖춘 인공지능의 출현을 예측하는 가운데 도구로써 자리한 인공지능기술의 사용과 그것이 불러올 파급력에 대해 질문하며 보이지 않는 '눈 너머의 눈'이 시사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의 비언어적 영역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NR BIBLE』, 네덜란드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LUST의 『LUST BIBLE』을 오마주했다 /김서진 기자

《Natural Replica》는 원형에 대한 끝없는 탐구, 인간복제의 열망과 디지털 시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 질문한다. "어떤 세계에서 어떤 인간으로 살아내는 것이 가장 자연적인가", 이 전시는 자연과 역사, 물질과 비물질, 인간과 사물의 교차점에서 '복제'와 '원형' 사이의 이야기로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실천 범위를 환기하고자 한다. 

KIST윤석진 원장은 “과학과 예술은 관찰력과 창의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교감으로 서로 다르게 보이는 두 분야가 하나로 연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와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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