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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우연이 만드는 예술, 플루이드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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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우연이 만드는 예술, 플루이드 아트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3.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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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재료의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플루이드 아트 /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그림을 그려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우연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플루이드 아트(fluid art)’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해외 예술가들의 주목을 받아 예술 분야로 자리 잡은 현대 미술 기법이다.

플루이드 아트는 이름 그대로 플루이드(fluid), 즉 유동적인 성질을 가진 재료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푸어링 아트’라고도 하는데, 재료가 흐르는 방향과 모습에 따라서 작품이 완성된다.

재료가 흐르며 작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손재주가 없어도 도전할 수 있으며 우연성에 의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감을 붓는 방식으로 자신의 느낌과 기분에 따라 표현하는 기법이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플루이드 아트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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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이드 아트는 추상화의 한 계열로 아크릴 푸어링을 이용한 장르다. 1930년대 활동한 멕시코 화가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가 그 기원으로 알려진다. 그는 멕시코 3대 벽화가 중 하나로, 흐르는 물성의 재료를 캔버스에 붓거나 흘리는 기법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David Alfaro Siqueiros (El Coronelazo), 1960, Galería Fundación Héctor García,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David Alfaro Siqueiros (El Coronelazo), 1960 / Galería Fundación Héctor García,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후대 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화가는 미국의 유명한 추상주의 화가 '잭슨 폴록'이다. 폴록은 시케이로스의 작업실에서 조수로 지내며 액체 페인트를 캔버스 위에 부어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터득했다. 이후 이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다수 선보였으며 스튜디오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페인트를 흘리는 ‘드리핑’은 폴록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이 됐다.

미국의 한 비평가는 폴록의 작업 방식을 ‘액션 페인팅’이라 부르기도 했다. 폴록은 페인트를 붓거나 떨어뜨리는 것 외에 캔버스 위에 직접 올라가 춤을 추거나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는데, 물감을 자유롭게 붓고 흘리고 튀겨가는 과정을 통해서 추상적이고 순수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이 기법은 플루이트 아트의 특징과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잭슨 플록 / 플리커

그 후 미국의 화가인 모리스 루이스도 물감을 흘려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으며, 헬렌 프랑켄탈러는 드리핑을 색다른 방식으로 변형해 자신만의 창작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추상적 매력을 가진 플루이드 아트

플루이드 아트는 정형화된 예술과 비교할 때 작업 방식이 다소 낯설다. 특징적인 점을 꼽자면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계획하에 색상을 배치하고 재료를 붓거나, 쓸어내리는 등의 기법 적용은 가능하지만 인위적으로 그림 형태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주로 캔버스 위에 작업하며 때로는 특정 물체가 캔버스를 대신하기도 한다. 표면 위에 물감 등을 부어서 흐르는 형태에 따라 작업이 진행된다. 재료가 흐르는 방식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여러 기법에 의해 계획될 수 있지만, 결과물은 유동적인 성질이 가진 우연에 따라 완성된다.
 

물감이 흐르며 작품이 완성 된다 / 픽사베이
플루이드 아트 / 픽셀스

플루이드 아트가 매력적인 점은 어떤 그림이 나올 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재료가 가진 물성을 이용해 유동적인 흐름에 따라 제작하기 때문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작업 방식을 취한다고 해도 같은 그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그릴 때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형태가 불분명한 마블링이나 둥근 면이 주로 작품을 구성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자유롭다. 정형적인 틀에 갇히지 않는 형태는 현대 여러 예술가들이 이 기술을 활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나 SNS 사용자들이 플루이드 아트를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적 접근성이 쉬운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물감, 레진 등 다양한 재료 사용

흘러야 하기 때문에 주로 변형이 쉽고 유동성 있는 재료가 플루이드 아트에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페인트나 아크릴 물감, 레진 등이 있다. 과거에는 페인트를 활용한 푸어링 기법이 많았다. 현재 다양한 색상을 통해 선명한 무늬를 만들 수 있는 아크릴 물감이 대표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수지가 개발되면서 유동적 성질을 가진 여러 재료들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흐르는 성질을 가진 재료가 플루이트 아트에 적합하다 / 픽셀스

페인트와 아크릴 물감 모두 수용성으로 물과 잘 섞여 푸어링 기법에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레진 역시 굳기 전까지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흐르는 성질이 있어 최적화된 재료다. 레진의 경우 사용법은 아크릴 물감과 비슷하지만 경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플루이드 기법 적용이 가능한 레진 / 픽셀스

헤이리아트크래프트스튜디오 이지연 작가는 “아크릴 푸어링 같이 한 번에 부어서 작업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레진의 경우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해 붓고, 경화 작업을 거치는 방식을 반복하며 층층이 레이어를 만들어 가는 기법이 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작가에 따르면 레진을 사용한 플루이드 아트 작품은 특유의 투명성이 특징이며 물감으로 낼 수 없는 다양한 색채감을 표현한다고 한다. 특히 투명성을 활용하면 여러 번의 작업 과정을 통해 레어를 쌓아가면서 독특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아크릴을 사용할 때는 주로 회화 작업에 한정되지만, 레진을 사용하면 다양한 오브제 형태로도 작업 가능하다.
 

레진 플루이드 아트 작품 / 이지연 작가

플루이드 아트에 사용되는 재료 중에는 ‘미디엄’도 눈에 띈다. 미디엄은 아크릴 물감의 보조제로 쓰이는 재료다. 종류도 다양하고 표현하려는 목적에 따라 각각의 미디엄이 가진 특성을 고려해 사용하면 된다.

미디엄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크릴 물감의 점도를 조정하기 위해서다. 점도가 높은 아크릴 물감의 경우 캔버스 위에서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미디엄을 사용하면 점도가 묽어진다. 최근에는 플루이드 아트를 위한 푸어링 미디엄이 따로 출시되어 한층 더 편하게 작업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종류의 미디엄 /이지연 작가
다양한 종류의 미디엄 / 이지연 작가

이 작가는 “이전에는 아크릴 물감에 물을 섞어서 표현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지금은 물 대신 미디엄을 많이 사용한다”라며 “미디엄을 사용하면 특유의 광택감이 살아나고 보존력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물감 붓고 튀기고… 다양한 기법 적용되는 플루이드 아트

물감을 붓고 흐르게 둔다는 점에서 비교적 단순한 장르라 여길 수 있지만 플루이드 아트에는 다양한 기법이 존재한다. 컵이나 물통 등에 담긴 물감을 캔버스 표면에 부어서 작업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때 여러 색의 물감을 섞어 컵에 담으면 부었을 때 색감 별로 독특한 무늬를 형성하며 퍼지기 시작한다.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플루이드 아트 작품 /이지연 작가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플루이드 아트 작품 / 이지연 작가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 플루이드 아트 작품. 사진은 플루이드 아트 작업 모습 / 이지연 작가

담겨있는 물감을 붓는 방식은 또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색의 물감을 컵이나 물통 등에 담고, 입구를 캔버스 표면과 맞닿게 붙인다. 그다음 뒤집어 컵을 들어 올리면 한 번에 물감이 캔버스 위로 퍼지며 섞이기 시작한다. 이를 ‘플립 컵’ 기법이라고 부른다.

종이컵을 사용한 기법도 있다. 컵의 밑바닥을 자르고 캔버스 위에 입구가 닿게 올린다. 뚫려 있는 컵에 묽은 물감을 계속해서 부어주고, 흐르는 성질에 따라 컵이 움직이며 색감과 모양을 내는 방식인데 이는 ‘오픈컵’기법이라 한다. 한 마디로 컵의 위, 아래가 모두 뚫려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컵을 이용하는 방식 중 비교적 단순한 ‘푸들 푸어’ 기법은 물감을 캔버스 위에 붓는 대표적 방식과 닮았다. 푸들 푸어는 단색의 물감을 쌓듯이 부어주는 기법인데 먼저 한 가지 색상의 물감을 부은 다음 그 위에 또 다른 색의 물감을 부어서 겹치듯 쌓아주면 된다.
 

컵
물감을 붓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사진은 플루이드 아트 작업 모습. /이지연 작가

이외에도 ‘에어 스와이프’ 기법 역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기법은 드라이기의 찬 바람을 이용한 방법이다. 먼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주는데, 여러가지 색상을 한 번에 올려준다. 색상이 겹치게 올려도 좋고 각각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아도 된다.

그 다음 드라이기의 찬 바람을 이용해서 물감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물감이 바람에 밀려 움직이면서 자유롭게 퍼져 나가면서 작품이 완성된다.

앞서 언급한 기법 외에도 플루이드 아트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흐르는 물감이라는 성질을 활용해 회화처럼 만들 수도 있지만, 점도를 이용해 울퉁불퉁한 효과를 넣거나, 레진의 경우 다양한 재료들을 올려서 함께 경화하면 더 입체적인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플루이드 아트

힐링을 위한 미술 활동을 해 보고 싶지만 손재주가 없어 망설인다면, 플루이드 아트는 붓을 사용하지도 정형화된 방식으로도 그리지 않아 누구나 도전해 보기 좋다. 게다가 기법까지 다양하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나타낼 수 있다.
 

컵에 담긴 물감을 붓는 방식의 플루이드 아트. 누구나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 픽셀스

물감이 흐르고 퍼지는 형태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무늬를 표현할 수 있는, 플루이드 아트는 그 역동성 만으로도 보다 더 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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