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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사 다니다 의대 입학한 김 모씨, ‘의대 열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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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사 다니다 의대 입학한 김 모씨, ‘의대 열풍’ 왜?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3.03.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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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픽사베이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최근 의대 열풍이 뜨겁다. 대학 진학을 앞둔 상위권 고등학생들이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연령대를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어 놀랍다. 특히 이공계 인재 중 대다수가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의대 블랙홀’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의대 열풍’ 이유는?

사실 전문직 선호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 전문직을 장래 목표로 하는 일은 흔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의대 열풍은 더 눈길을 끈다. 대기업 취업 등 과거 우리 사회에서 성공이라 인식하는 선택지가 비교적 다양했으나 최근 이러한 선택이 전부 의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의사가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급여는 4000만 원을 조금 웃도는 금액이다. 이마저도 조사 기간 전년보다 5.1%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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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다르게 의사 연봉은 억대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사의 2020년 평균 연봉은 2억 3070만 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평균 연급여의 약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의사는 고소득 전문직 중 하나다 /윤미지 기자 사진 편집

이를 이공계 과학자들의 급여와 비교해 보면 의대 블랙홀 현상 원인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의하면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2021년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78만 원이다. 출연연 초임 평균 연봉은 4260만 원이라고 하는데, 억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10~15년 근속해야 한다.

이외에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직업적 안전성을 원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학병원이나 국공립 병원의 경우 정년이 존재하지만, 의사 개인이 병원을 개업할 시 사실상 정년이 없는 직업인 셈이다. 의대 블랙홀 현상은 불경기 시대에 정년 보장이 되는 전문 직종에 대한 메리트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평생직장’이라는 인식도 옛말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43세)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책임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앞날에 대한 불안감 속에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향후 진급을 하지 못했을 때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급을 위해 업무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경우 높은 소득과 만족스러운 복지, 안정성을 보장받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대기업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많은 수가 여전히 소득과 복지 혜택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업무적 압박감은 더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다가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건강이 악화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또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해서 누구나 승진하게 되는 건 아니다. 성과에 따라 진급할 수 있고 오랜 기간 진급하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게다가 일반 직원이 임원까지 오르는 비율도 많지 않으며,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해도 언제든 계약 종료를 통보받을 수 있는 입장이기에 안정성 면에서 메리트가 없다.
 

업무적 압박감, 승진 경쟁. 버티기 힘든 대기업 환경. /픽사베이

얼마 전 한 언론사는 22학번 의대생으로 입학한 44세 곽 씨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17년간 근무하며 부장직을 맡았으나 60세 이후까지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전문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정적 직장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언제 그만두게 될지 알 수 없는 대기업 보다 장래 의사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023 수능 만점자 전부 서울대 의대로

의대 쏠림 현상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수능 응시자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2023년도 수능 만점자 3명 역시 전원 서울대 의대 행을 선택했다. 2023수능 만점자의 주인공은 재수생인 황 씨와 현대청운고 권하은 양, 포항제철고 최수혁 군. 모두 이과 출신으로 표점의 경우 권하은 양이 42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였다고 한다. 권하은 양과 최수혁 군은 수시로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했으며, 황 씨만 정시 합격으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수능 만점자가 전원 의대행을 택한 것에 대한 여론도 흥미롭다. 개인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수능 만점이라는 상징적인 결과가 전부 의대를 향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한다.
 

인재가 집중되고 있는 의과 대학. /픽셀스

물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학문인 만큼 인재가 집중되는 현상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부 의사를 희망하는 현상은 여러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국가 차원에서 손해라는 의견도 있다.

2024 수능 이과생 비율 52.0% 기록 예측

종로학원은 지난해 11월 모의고사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본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사탐・과탐 응시자 수 확인 결과 이과생 비율이 50%에 달했다고 지난 12일 전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면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 해당한다. 이 결과를 2024년도 수능 응시자에 대입하면, 재수생까지 포함해 이과생 최종 비율은 52%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과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픽사베이

그간 수능에서 이과생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2012년도까지는 30%에 불과했지만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며 그 다음해 처음으로 40%를 넘고, 2023학년도에 50%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의대 쏠림 현상이 이과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대 지원하려고 SKY 마다한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이하 SKY)는 국내 최상위권 대학으로 일명 ‘SKY’대학이라 불린다. 상위권 입시생의 대다수가 SKY 진학을 위해 학업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엔 국내 최상위권 대학으로 인식되는 SKY를 마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2023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SKY 대학이 선발한 인원은 총 6천699명이다. 수시 1차 추가 합격자는 2천206명으로 확인된다. 통계상 최초 합격자 중 등록하지 않은 학생 비율이 33%에 달하는 것이다. 합격자 3명 중 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3개 학교 모두 수시 추가 합격이 자연 계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SKY 합격을 마다하고 향하는 대학은 대부분 타 대학의 의학 계열이라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도체 학과 최초 합격자의 등록 포기율에서도 발견된다. 지난달 1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주요 4개 대학에서 반도체학과의 등록 포기율이 155.3%라고 한다. 해당 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채용계약을 맺어 운영하는 학과로,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특성을 가졌음에도 높은 등록 포기율이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 역시 수험생의 의과 대학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졸업 후 취업이 보장 된 상황이지만 등록포기율이 높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픽셀스

의대를 가기 위한 노력은 현역 수험생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나 자퇴를 선택하는 자연계열 학생도 늘고 있다. 종로학원이 지난 1월, 2020~2022년 대학 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Y대학 자연계열 자퇴생이 3년간 급증했다고 한다. 다수의 언론 보도와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대 쏠림 현상과 관계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대학 등에서 의대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기 위한 시도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미 국가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과 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유로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지자체의 경우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역 주요 대학에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4대 과학기술원 중 하나인 카이스트와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포스텍에서도 각각 과학기술의전원 확대와,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 모두 임상의가 아닌 연구 위주의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현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더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이다.

대치동 학원가 ‘초등 의대반’ 등장

우려스러운 점은 의대 열풍이 초등학생 학원가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대표 학군지인 서울 대치동과 목동은 물론 경기도까지 초등학생부터 의대를 준비할 수 있는 소수정예 수업반이 등장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 대치동에 있는 어떤 수학 학원의 경우 초등학생 고학년 커리큘럼이 의대반과 SKY반, 일반반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의대를 준비할 수 있는 초등 의대반은 선행학습을 통해 미적분 등을 배운다. 미적분은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현역 수험생에게도 어려운 목차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초등 의대반 선발고사 문제를 살펴보면 꽤 높은 난이도다. 해당 문제를 직접 풀어보면 어린 학생들이 과도한 선행학습을 요구받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픽셀스

일각에서는 의대 열풍의 씁쓸한 현주소라고 평하며 이는 어린 학생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초등 의대반까지 등장한 상황에 자녀를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마냥 선행학습을 외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에 과도한 경쟁과 의대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진다.

이공계 인재 ‘의대 쏠림’ 심화, 기술 연구 인력 확보 난항 불러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개인의 선택을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를 선택함으로써 과학기술 및 산업분야에서 인재 양성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로서 큰 손실이다.

미래산업에 해당하는 첨단산업분야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원활한 인재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공계 인재가 전부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 계약학과는 물론이고 수학이나 물리 등 순수 학문에 대한 연구 분야 역시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의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 일반 이공계 인력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재를 이공계로 유인하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며 혜택 또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인재 양성을 위해 자리를 늘려도 인력 공급이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인재 공급이 필요한 과학기술 및 산업분야가 많다 /픽셀스 

실제 최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의대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공공 의료기관은 의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의대생은 넘쳐나는데 일반 병원에 비해서 처우가 좋지 않은 공공 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는 부족한 상태다. 이는 학생들이 의사로서 꿈을 펼치기 보다 좋은 처우를 받기 위해 의대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사례를 돌아볼 때 이공계와 의료계의 처우 편차를 줄이고 인재들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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