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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을 즐겼다는 아즈텍인들이 믿은 전쟁의 신의 모습이란, 아스테카 '시페 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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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을 즐겼다는 아즈텍인들이 믿은 전쟁의 신의 모습이란, 아스테카 '시페 토텍'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3.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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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페 토텍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멕시코에서 발달한 문명 중 '아즈텍 제국'이라 하면 누구나 아즈텍 문명이라 받아들인다. 그러나 아스테카 문화라고 부르면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스테카 문명은 아즈텍 문명을 가리키며, 우리나라 외래어표기법으로 '아즈텍'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영어식 표기와 발음으로, 16세기 에스파냐인들이 그 당시 살던 원주민들의 말을 귀에 들리는 대로 적었을 때엔 동일한 고유명이라도 표기가 제각각이었다. 현재 멕시코에서 널리 사용하는 표기와 발음을 참고해 '아스테카' 문명이라 부른다.

아스테카 문명을 건설한 원주민들은 아스테카인이라 부르며, '아스테카'란 말은 원주민들의 설화에 나오는 고향인 아스틀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스테카인들이라 하면 아스틀란에서 온 사람들을 말하는데, 정작 아스테카인들은 그들 스스로 아스테카란 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과 상대를 부를 때 '메시카인'이라 불렀지만, 19세기 들어와 유럽과 미국의 학자들이 그들을 아스테카라고 불렀다. 아마 메시카라는 단어가 멕시코인과 혼동을 줄 수 있어 다르게 부른 말이라는 설이 있다. 아스테카인들은 텍스코코 호수가 있는 작은 섬에서 신의 계시를 받아 '테노치틀란'이라는 도시를 만들고 국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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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유적국립천연기념물 /flickr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스테카인들의 '아스테카 문명'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아스테카 문명을 이룬 인류가 상당히 거칠고 야만적이며, 잔혹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문화 수준은 단순하고, 전쟁을 좋아했으며, 특히나 엄청난 수의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는 인신공양 의식이 흔했다는 것 또한 포함된다.

아스테카 문화는 잉카, 마야 문화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의 3대 문명으로 꼽힌다. 그리스나 로마처럼 찬란한 문화 유산이 생각나는 것 대신, 아스테카 문화라 한다면 전쟁과 희생이 가득하며 심지어 아스테카 문명을 침공한 스페인을 신의 귀환으로 생각해 스스로 무너진 이들의 끝은 허무한 이야기에 가깝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당시 아메리카 대륙을 침공하고 그 사실을 정당화하며, 새 종교를 강요했던 유럽인들의 왜곡과 과장에 따른 변질된 것이었다는 설 또한 존재한다. 이들이 시행한 인신공양과 살육 또한 이전까지 믿어 왔던 야만인들의 단순한 짓이라는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다. 

아스테카인들은 주변 국가들과 정복 전쟁을 벌여 아스테카 제국으로 발전시켰다. 대개 어떤 나라를 정복하면 내정 간섭을 하거나 그 나라에 군사를 주둔시킨다. 그러나 아스테카인들의 정복과 통치 방식은 좀 달랐다. 전쟁에서 이겨도 직접 그 나라를 통치하지 않았고 왕을 교체하지도, 내정에 간섭하지도 않았다.

대신 이들은 정복한 나라에서 이들은 생필품과 사치품 등 온갖 공물을 공수받았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공물에 대해서는 가차 없었다. 공물을 제때제때 바치지 않으면 독촉을 하고 그래도 주지 않으면 군대를 보냈다고 한다. 
 

전쟁의 신, 시페 토텍 /flickr

전쟁을 하고, 공물을 바치는 이 과정에서 아스테카인들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제물로 바치는 야만인들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실제로 아스테카인들은 농업과 수렵을 주로 해 문화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대신 이들은 주변 나라의 여러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들은 세상이 네 번의 창조 활동이 있었고, 각 세상을 지키는 태양이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이 다섯 번째 태양신이 다스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었다.

아스테카인들은 태양이 사라지는 것, 우주가 멸망하는 것을 막고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인신공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행했다. 어둠과 싸우는 태양을 위해 인간의 피와 심장을 바치면 태양신의 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대의 여러 전문가들은 아스테카 문명의 인신공양도 이 결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1년에 약 2만명의 포로를 잡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아스테카인들의 인신공양에 대한 기록은 에르난 코르테스의 멕시코 제국 정복 과정에서 여러 스페인 작가들이 쓴 회고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고록에서는 팔다리 없이 제단에 누운 원주민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인신공양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행해졌으며 이들의 식인 풍습과도 관련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최근의 멕시코와 미국, 유럽 등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은 이를 식민지배자들의 편견과 소문, 상상이 더해진 이야기에 가깝다고 본다. 

당시 식민지배자들은 멕시코 정복 전쟁 또한 자신들의 악마와 사탄에 맞서는 정의로운 전쟁이라 생각했다. 또 원주민들을 기독교화해 이들은 구원받아야 하고 옳은 자신들에게 정복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유럽의 전쟁, 정복, 식민지화 또한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리다.
 

시페 토텍 /flickr

아스테카 예술에서 볼 수 있는 '시페 토텍'은 보통 얇은 피부를 가진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한쪽 손은 의식용 물건을 들고 있기도 하며, 몸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띤다. 어떤 조각상에는 사람의 피부를 벗겨낸 것과, 덮은 것을 구별하기 위해 일부분을 황회색으로 칠해 놓기도 했다. 

시페 토텍은 전쟁과 재생, 농업, 해방의 신으로 아스테카인들에게는 농업과 전쟁으로 유명한 신이기도 했다. 시페 토텍은 아스테카인들에게는 전쟁을 만든 신이라 일컬어졌다. 그는 인류에게 식량을 주기 위해 자신의 살가죽을 벗겼다고 한다. 이는 옥수수 씨앗이 발아하기 전 껍질이 벗겨지는 것, 또는 뱀이 탈피를 위해 허물을 벗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그러나 스페인 식민지배자들은 시페 토텍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해 공포의 대상으로 보았다. 아스테카인들은 봄에 옥수수를 심기 위해 땅의 초목을 베고 태우는 것을 신이 살가죽을 벗기는 행위로 묘사했다. 그러나 정복자들은 옥수수 솟대를 베는 것은 머리를 자른다는 참수로, 나무로 장작을 만드는 것은 인간을 죽이고 심장을 꺼낸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시페 토텍이란 신은 아스테카인들에게는 20일이 지나면 썩어 벗겨진 피부에서 새롭게 돋아나는 탄생을 의미했다. 새로운 탄생, 돌아오는 계절의 재생, 오래 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초목이 돋아난다는 것이다. 이 신은 마치 발아를 기다리는 씨앗처럼 살가죽 밖으로 터져 나올 준비를 하며, 그 전까지는 죽음이라는 겉가죽 아래 숨어 있다. 
 

시페 토텍의 마스크 /flickr

시페 토텍을 묘사한 조각상들을 보면 인간의 살가죽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스테카인들은 이 농업과 전쟁의 신을 숭배하기 위해 희생자의 날가죽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했다. 시페 토텍은 죽은 사람의 살가죽을 뒤집어 씀으로써 죽음을, 그 죽은 피부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탄생을 예고하는 부활을 의미했다. 죽은 땅에서 새 생명이 나오고, 죽은 것처럼 조용한 씨앗에서 새 식물이 싹트는 것처럼 말이다.

아스테카인들은 농업을 중요시했다. 땅을 덮고 있는 오래된 것들을 벗겨내야 풍요로운 수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을 감싸고 있는 오래 된 피부층을 벗겨내야 지구가 다시 재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껍질을 벗기는 것은 씨앗이 발아할 준비가 되었으며 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신호라는 걸 이들은 알고 있었다.

아스테카인들은 인간의 희생이 자연의 순환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 요소라 생각했고, 사람의 피는 태양신을 지속적으로 살아 있게 하는 재료라 믿었다. 아스테카인들은 시페 토텍이라는 신이 희생된 인간의 피부를 입고 있었다고 생각해 자연히 신에게 바치는 제물은 전쟁 포로들이 되었고, 이들은 포로들의 심장을 도려내 제물로 바쳤다.

이윽고 포로들의 피부는 벗겨지고,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색이 칠해져 제사장들에 의해 '살아 있는 신의 의미지'로 보여진다. 이렇듯 시페 토텍을 모시는 제사장들은 그 해의 풍년과 더불어 신을 달래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 당연히 이 모습이 스페인 식민지배자들에겐 살인을 즐기는 야만인들로 비쳤을 것이다.
 

붉은 빛의 시페 토텍 /flickr

대개 사람의 희생을 이용하여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신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또는 많은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해로운 것들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 등의 여러 이유도 있다. 이들에게 인신공양은 스페인 식민지배자들이 바라봤던 것처럼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살육의 파티라는 납작한 의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아스테카인들은 풍년을 기원하고 죽음과 탄생에 대한 순환을 경배하기 위해 시페 토텍에게 제물을 바쳤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희생은 제물로써의 가장 가치 있는 형태 중 하나였고, 신들이 능히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 생각했다. 사계절 중 봄이 그 해의 시작을 알리고, 그럼 사람들은 땅을 갈아엎고 새 씨앗이 틔길 기다린다. 베어진 초목의 죽음과 옥수수에서 떨어져 나온 껍질은 생명을 유지하거나, 또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아스테카인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아스테카인들에게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외부의 시선으로 봤을 땐 지극히 폭력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사실 그들 내부에서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던 듯 하다. 이들에게 있어 인간의 희생은 종교적인 믿음이나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시페 토텍은 아스테카인들이 인간의 희생을 통해 모시고 달래야 할 신 그 자체였다. 
 

시페 토텍 조각상 /flickr

현대의 시점에서 봤을 때 아스테카인들의 어떤 의미를 가졌든 간에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건 비상식적인 행위로, 끊임없는 전쟁과 인신공양으로 잘 알려진 아스테카 문명에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테카인들이 자신의 살가죽을 벗겨 모두를 구원한다는 신을 우러러 보고, 인신공양 또한 그들에겐 의식의 일환이었다는 점은 어쨌든 흥미롭다. 지금은 사람을 희생시킨다는 것 자체를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라 생각하지만 옛날 신을 숭배하고 조각상을 만들어 모셨던 아스테카인들에게는 오히려 왜 그게 잘못이냐며 의문을 품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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