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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버려진 페트병과 유리병이 더 친환경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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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버려진 페트병과 유리병이 더 친환경일 수도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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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블랙야크의 ‘플러스틱(PLUSTIC)’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블랙야크X커버낫 협업 리미티드 에디션 /블랙야크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국섬유패션정책연구원은 지난 20일 ‘ESG경영 지원을 위한 다자간 공동이행 선언식 및 우수 ESG 기업 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최근 소비자 1350여 명의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선정·발표한 국내 우수 ESG 패션기업 12개사의 우수 사례를 소개하고, ESG 경영 확산과 향후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속가능한 소재 부문의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BYN 블랙야크는 투명 페트병을 자원순환해 원료로 활용하는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한 사례를 설명했다. 블랙야크는 국내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공정을 구축해 의료용 장섬유 재료로 해외에서 7200톤의 폐페트병을 수입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블랙야크 측은 물성이 우수한 국내 투명 페트병이 자원순환되지 않는 점에 주목해 지자체, 협력업체 등과 투명 페트병의 배출-수거-원료 활용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 500ml 페트병 5000만 개를 재활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S23 울트라 /삼성전자

버려진 페트병은 친환경에 주로 쓰이는 소재다. 이전까지는 버려진 플라스틱에 불과했지만 폐페트병으로 옷, 가방 등 의류나 소품에서 시작해 또 다른 섬유 원료나 휴대폰의 재료로도 쓰인다.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 S23 울트라에서도 총 12개의 재활용 소재 부품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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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페트병은 갤럭시 S23 울트라의 케이스 프론트·후면 글라스 내부 데코 필름 등에 쓰였고 폐생수병은 상단 스피커·사이드키·볼륨키·하단 스피커의 재료로 들어갔다. 삼성은 2050년까지 모든 갤럭시 기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 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으로 촘촘하게 쌓아 만든 집 /Al Jazeera English 유튜브

건축에 빈 병을 사용한 것은 적어도 고대 로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구조물들에는 콘크리트에 빈 암포라(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몸통이 불룩 나온 긴 항아리)를 박아 쌓았다. 이것은 단순히 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 상부 구조물의 하중과 콘크리트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목재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병으로 집을 만드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햇빛이 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빛이 들어오면서도, 재료는 최대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이기를 원한 사람들은 폐유리병과 폐페트병 등으로 집의 일부를 만들었다.  아치형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것보다 병에 굴절되어 빛이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밝다.

병으로 만드는 벽은 단열성이 뛰어나고, 유리의 두께로 인해 이중 유리보다 훨씬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낮에는 외부에서, 밤에는 내부에서 비쳐드는 빛으로 인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한 효과도 난다.
 

네바다주에 있는 톰 켈리의 보틀 하우스 /Unravel Travel TV 유튜브

1905년, 톰 켈리라는 이름의 한 사람은 아도비 점토와 51,000여 개의 맥주병을 사용해 네바다주에 자신의 집을 지었다. 그는 집에 쓸 나무가 드물어 병을 선택했는데, 당시 대부분의 맥주병들은 마을의 술집에서 수집한 병들이었다.

우리에겐 맥주로 유명한 하이네켄도 버려진 맥주병으로 집을 만들었다. 1960년 하이네켄 공장 건설을 앞두고 회장 알프레드 하이네켄은 카리브해의 퀴라소섬 해변에 많은 폐병들이 널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생활 환경이 좋지 않았고, 건축 자재가 비싸 제대로 된 집에 사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네덜란드에는 하이네켄의 빈 병을 30회까지 재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지만 퀴라소섬에서 소비되는 맥주병은 한번 쓰고 나면 버려야 하는 환경이었고 재활용 시설조차 없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그는 네덜란드 건축가 존 하브라켄에게 '맥주를 담는 벽돌'이라는 새 하이네켄 병의 디자인을 의뢰한다.
 

하이네켄의 WOBO /flickr

이후 3년 동안 하이네켄은 여러 설계 과정을 거쳤다. 둥근 병 모양은 직사각형으로, 병의 목 부분만큼 병 바닥에 홈을 파 겹칠 수 있도록 했고 시멘트를 넣어 쉽게 쌓을 수 있도록 했다. 가로 세로로 3미터 정도의 판잣집을 짓는 데엔 약 1,000개의 병이 필요했다. 이것은 재활용을 위해 고안된 세계 최초의 병이라는 뜻의 하이네켄 월드 보틀, 즉 WOBO(Heineken World Bottle)이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하이네켄 WOBO 벽 /flickr

1963년 하이네켄 WOBO는 35㎝와 50㎝의 두 가지 크기로 10만 개가 생산됐다. 알프레드 하이네켄은 자신의 집에 병으로 만든 정원을 만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의 정원에 있는 것과 하이네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WOBO만 남아 있는 상태다.

알프레드 하이네켄은 이 WOBO가 널리 쓰이길 기대했지만 정작 섬의 가난한 사람들은 집을 짓는 방법도 몰랐고 하이네켄 자체가 이들에겐 매우 비싼 것이라 사 모으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 또 기존의 하이네켄을 사 먹던 사람들에겐 갑자기 두꺼워진 맥주병이 됐고, 마케팅부에서는 하이네켄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했다. 결국 WOBO는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것까진 가지 못했다.
 

병이 촘촘히 박힌 외벽 /flickr

버려진 페트병은 무제한으로 지구 곳곳에 쌓인다. 소각되는 폐페트병들과 폐유리병들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건축 프로젝트로 버려진 병들이 벽돌이나 나무 등 건축 재료와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병을 그냥 매립지나 해변에 버리는 것보다 집의 재료로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면도 있다. 페트병이나 유리병은 쉽게 주울 수 있고, 일반 건축 자재를 사서 쓰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가난한 지역의 경우 집을 짓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은 사람들에게 꽤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이때 도시 쓰레기나 폐기물의 일부를 건축에 필요한 재료로 쓰는 것은 효율적이다. 가격이 비싼 건축 재료들 대신 폐페트병으로 집을 짓는다면, 콘크리트와 벽돌로 만드는 집의 가격에 비해 1/3 정도밖에 들지 않고, 병으로 벽을 쌓는 것은 폐기물의 감소와 함께 건축 자재를 다른 지역에서 공수해 올 필요가 없으니 추가 비용이 드는 것도 적다.
 

나이지리아의 보틀 하우스 /africanews 유튜브

덧붙여 천연자원을 보존하고 탄소 발자국도 줄일 수 있으며, 작업 기술 또한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병으로 만드는 집은 이 나라가 고온 건조한 기후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주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곳에서는 페트병이 쉽게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으니 집이 망가질 우려도 적다. 또 병과 병 사이를 채우는 데 쓰이는 압축 모래는 단열 효과를 내며 건물 내부는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버려진 페트병을 주워 모으는 사람들 /Al Jazeera English 유튜브

인스트럭테이블닷컴은 한 가족이 폐페트병과 폐유리병을 이용해 어떻게 외벽을 쌓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페트병을 한두 개 모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집을 짓는 것에는 엄청난 양의 폐페트병이 필요하다. 참고로 이들은 사전에 병으로 쌓은 건축물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이 보틀 하우스를 만든 사람들은 마을에 있는 술집과 식당, 이웃 마을에 있는 몇몇 식당들에 부탁해 버려진 페트병과 유리병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이들은 일주일마다 25-30여 개의 페트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갈 길은 멀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집 하나에 들어가는 페트병은 약 10,000개가 필요했다. 몇 달 동안 병을 수집했지만 그래도 모자란 나머지 이들은 미국 오리건주로 떠난다. 참고로 오리건주는 1971년 병을 재활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미국 최초의 주이다. 양조장에 도착한 이들은 트럭에 와인병들을 실었다. 와인병이 일반 술병보다 두께가 두꺼워 쓰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가족은 이 예시와 비슷한 형태의 보틀 하우스를 지었다 /SumanTV 유튜브

병을 다 모았으면 우선 페트병과 유리병들을 염소를 첨가한 물에 담근다. 이러면 병에 남아 있는 찌꺼기나 모기 유충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특히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붙어 있는 라벨은 꼭 제거해야 한다. 병을 씻은 후에는 크기와 색상에 따라 분류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디자인을 그리는 데 필요한 팔레트를 만드는 과정이다.

스케치북에 디자인을 그린 후 다양한 색의 페트병과 유리병으로 벽을 쌓는다. 만일 페트병이나 유리병들의 휘파람 소리가 듣고 싶다면 병 입구를 벽의 바깥쪽으로 해 쌓으면 된다. 다만 병 입구를 바깥쪽으로 하면 먼지가 쌓이거나 병안으로 벌레가 기어 다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병을 쌓는 건 의외로 어렵진 않으며 5살 아이도, 80살의 할머니도 손쉽게 쌓을 수 있다고.

페트병과 유리병으로 벽을 쌓은 이들의 집은 몇 년 동안 홍수, 폭풍, 지진, 천둥 번개 등을 겪었지만 지붕만 약간의 손상을 입었을 뿐 병이 하나도 깨지지 않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만일 다른 색의 병으로 교체하고 싶다면 망치로 병을 깨고, 남은 유리 조각들은 끌로 긁어낸 후 구멍이 난 곳에 얇은 실리콘 접착제를 바른 뒤 원하는 병을 밀어넣고 붙이면 된다. 
 

수만 개의 페트병으로 만든 집 /Travel is Life 유튜브
이 곳은 침대까지 페트병으로 만들었다 /Travel is Life 유튜브

병에 의해 지어진 벽은 벽돌이나 콘크리트보다 훨씬 가벼워 지진에 유리하다. 또 각 병의 하중에 대한 저항력은 벽돌에 비해 약 20여 배가 높다고 한다. 또 병으로 만든 벽은 벽돌과 콘크리트로 만든 벽보다 비용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

특히 폐페트병은 깨지지 않고 유연해, 부서지기 쉽고 건설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벽돌보다 낫다는 평이다. 페트병의 유연성은 예상치 못한 충격 부하를 흡수해 건물의 성능을 높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폐페트병을 새활용하는 건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쓰레기 배출과 운영 비용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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