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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에게 더이상 자율이 아닌 족쇄로 변해 가는 '팁'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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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에게 더이상 자율이 아닌 족쇄로 변해 가는 '팁' 문화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2.2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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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하는 서비스 제공자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 식당에 갔을 때,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손님이 일명 '팁'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알 것이다.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라면 음식 가격의 15~20% 정도를 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건 미국에서는 꽤 오래된 일이다. 특히 직원이 직접 서빙하면 팁을 내야 하고, 패스트푸드나 푸드코트 등 직원이 따로 없을 시에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근사한 식당에 가게 된다면 계산할 때 팁을 내거나 식탁 위에 올려놓는 등의 매너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고,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식당의 음식값도 오르기 시작한다. 자연스레 지불해야 하는 팁의 가격도 올라가면서 시민들도 슬슬 팁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직장인들은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점심 도시락을 싸 오거나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하는 등 외식을 줄이며 점심값을 아낀다.
 

팁 문화 /CNBC 유튜브

'팁'문화가 언제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견은 지금도 분분하다.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으며 모든 게 다 그럴듯해 보인다. 팁의 역사는 쓰여지고 입으로 전해진 사람들의 의견이 더해져 주관적인 면이 있기에 어떤 것이 확실하다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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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후기 유럽을 지배했던 카스트 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로마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설, 더 오래 전에 존재했다는 설도 있지만 모두 다 입증하긴 어렵다. 영주들이 길을 걷다 길가에서 거지를 발견했을 때 괜한 문제에 휘말리기 싫어 거지들에게 동전을 던졌다는 말도 있는데, 이것이 팁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 공통적인 건 계층이 나눠지고 난 후에 팁을 주는 문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어떤 설이든 팁의 기원은 팁을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아주 약간의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한다는 점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팁을 주는 역사는 유럽의 커피 하우스에서 처음 생겼다고 전해진다. 이 커피 하우스에는 '신속성 보장'이란 표지판이 있었고, 손님들은 커피를 빨리 마시고 싶을 때 이 표지판이 있는 항아리에 동전을 넣었다. 이 '팁'을 주는 사람들은 커피를 더 빨리 마실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팁을 주는 것은 빠른 서비스를 받는 것 그리고 서비스 제공에 고맙다는 표시를 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동전으로 주는 팁 /flickr

소비자들은 영국 런던의 카페와 다른 가게에도 팁을 주기 시작했고, 이 관행은 부유층처럼 보이길 원했던 미국인들에 의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전해진걸로 보인다. 유럽에서 여행하던 부유한 미국인들이, 식당에서 유럽인들이 팁을 주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들의 높은 계급을 과시하기 위해 이 관행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팁을 긍정적으로 보는 흐름도 존재한다. 서비스 구매자에게 팁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만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평판이 좋은 서비스 제공자는 팁의 형태로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서비스가 불량하다면 제공자는 팁을 아예 주지 않거나 적은 금액을 줄 수도 있다. 즉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 사이의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빙하는 종업원 /unsplash

팁을 반대하는 입장은, 팁의 기원이 차별적 제도에서 기원한 만큼 주는 것도 문제고 팁 제도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몇 가지 이유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객의 선택에 종업원의 급여가 결정된다는 것, 계급주의나 인종주의를 포함한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다는 문제, 직원이 팁을 받음으로써 레스토랑 측은 직원에게 더 적은 급여를 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팁 문화가 본격적으로 퍼지며 이런 문제들은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의 팁 문화 중에서도 인종 차별로 인해 팁 문화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 팁을 주는 일이 확산되었는데, 특히 식당에서는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 여성과 흑인 남성을 고용했지만 고용주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노동자들은 손님들이 주는 팁에 의존해야 했다. 노동자가 팁을 받으면 고용주는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안 줘도 됐기 때문이다.

즉 팁을 주는 건 이전까지 노예였던 사람들의 노동력을 손쉽게 착취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팁이 노예제도의 연장이자 남겨진 유산이라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색인종 노동자들은 웨이터나 하인, 짐꾼 같은 서비스직으로 취업이 제한되었고 손님들이 팁을 통해 보상을 준다는 이유로 고용주들에게 임금을 보장받지도 못했다. 이 지불 구조는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이용되었다.

남북전쟁, 노예제도의 끝은 흑인을 포함해 이전까지 노예였던 사람들이 이제 인간으로써의 지위를 회복하고 타인과 똑같이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인들이 많았고, 팁을 주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인종차별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에게 그 당시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팁을 받는 것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설득했다.
 

팁 /flickr

팁을 주는 것은 일부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불편함을 줄 수 있는데, 이들은 팁을 자신들의 직업을 비하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작가 윌리엄 리처드 스콧은 "팁을 주는 남자와 팁을 받는 남자의 관계는 주인과 노예의 관계만큼이나 비민주적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치명적인 적이며 이들은 수수료를 받으며 비굴한 태도를 만든다"라고 말한다.

또 『괴짜경제학』 팟캐스트에 나온 에피소드에서는 '매력적인 웨이트리스가 덜 매력적인 웨이트리스보다 더 좋은 팁을 받는다. 금발 머리의 여성이 갈색 머리의 여성보다 더 좋은 팁을 받고, 날씬한 여성들이 뚱뚱한 여성들보다 팁을 더 잘 받는다. 또 큰 가슴을 가진 여성이 작은 가슴을 가진 여성보다 더 좋은 팁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팁의 큰 문제는 고용주들이 팁을 받은 직원들에게는 최저임금보다도 더 낮은 임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의 수백만명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부는 연간 15,000(2019년 기준 한화 약 1900만 원)정도밖에 벌지 못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

사실 여러 주의 연방법은 고용주가 일부 근로자, 일반적으로 팁을 받는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걸 허용하고 있다. 이는 식당 종업원, 미용사, 마사지 치료사 같은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의 수입을 제한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더 값싸게 만든다.
 

20%의 팁이 적용된 영수증 /flickr

경제전문매체 'CNBC'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식당 주인들이 팁 기준을 올렸으며, 테이크아웃 주문에도 팁의 가격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최근에는 배달에 대한 팁도 증가했지만 멈춰 있었던 사회가 다시 돌아가면서 소비자들이 전염병이 유행했던 이전보다 팁을 덜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게들이 이전까지 겉으로나마 개인의 자유에 맡겼던 팁을 이제는 강요하는 수준까지 온 것도 있다.

예전에는 10% 정도로 팁을 주던 게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10%를 주는 것도 적다고 생각했는지 거의 사라지고, 많게는 20-30%까지 팁을 내야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상점은 아예 20% 언저리의 팁을 계산서에 미리 포함시켜 금액을 결제하게 해 손님은 계산을 하고도 팁을 또 내는 이중 결제라는 피해를 겪는다.

최근에는 패드 같은 전자기기에 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이때 팁의 액수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상식적으로 직원이 바로 앞에 있는데 팁을 안 내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손님들은 패드에 적힌 팁의 가격을 선택해 결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면서 원래 팁을 받지 않던 상점들도 팁을 요구하는 일이 늘어났다.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도 팁을 받고, 배달을 시켜도 팁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노 팁'에서부터 팁의 결제 금액이 씌어 있는 패드 /KSL News 유튜브

최대 30%까지 팁을 내야 하는 손님 입장에서는 아예 적은 팁을 내거나 팁을 내지 않는 '노 팁' 문화가 퍼지고 있다. 심지어 18% 이상의 팁을 계산서에 미리 포함시킨 식당에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 50개주 중 8개를 제외한 42개 주에서는 팁을 받는 노동자는 고용주가 최저임금 미만으로 기본급을 줘도 무방하며, 즉 기본급과 팁을 합쳐 최저임금 이상이면 되는 법이 존재한다.

결국 고용주는 이 법을 빌미로 노동자들에게 굳이 많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노동자는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손님들에게 팁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팁의 금액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할 시 고용주들이 그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2012년 노동부가 음식점 9,000곳을 상대로 불시에 감사를 펼친 결과 84%가 최저임금 제도를 위반했다고 하니 말이다.

팁 문화에 여러 문제점이 존재해 이를 폐지하자는 입법의 움직임도 있지만 막상 가게 고용주들의 반대가 꽤 심하다고 한다. 고용주들 또한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아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현재의 팁 문화는 불공정한 면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Denver7 유튜브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최저임금 제도를 지키지 않는 곳이 수두룩할 것이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로, 옛날부터 꾸준히 내려온 불평등을 답습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일간 신문 '폴리티코'는 팁을 주는 것 자체가 인종적 요소라 비판했다.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에 관계없이 백인 근로자에게, 흑인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팁을 주며, 업계 내 만연하는 고용주의 차별, 고객의 차별에 가장 고통받는 건 결국 유색인종들과 여성들이라고. 매체는 궁극적으로 인종차별에 의해 추진되는 '최저임금 미만'정책은 결국 모든 인종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 말한다.

자율이라는 명목 아래 그동안 존재했던 팁 문화는 결국 최저임금과 인종차별이라는 이슈 아래 혼돈을 겪고 있다. 분명한 건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세계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팁 문화 자체는 최저임금이라는 요소와 맞물려 앞으로도 노동자들에게, 또다른 곳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소비자들에게도 점점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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