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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을 ‘공예사’의 시각으로 풀어낸 ‘소장품 탐구 시리즈’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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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을 ‘공예사’의 시각으로 풀어낸 ‘소장품 탐구 시리즈’ 발간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3.02.13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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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
도서 및 미니북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도서 및 미니북 /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서울시 서울공예박물관은 대표 소장품을 주제로 공예품이 제작된 시대 배경과 재료·도구·장인 등 공예사적 양상을 연구하여 쉽게 풀어낸 소장품탐구 시리즈 제1권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을 발간했다.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敬惠仁嬪上諡號竹冊)』은 조선 제21대 왕 영조가 1755년(영조 31년)에 선조의 후궁이자 자신의 직계 6대조 할머니 인빈 김씨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경혜(敬惠)’라는 시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왕실 ‘의례 공예품’으로 당대 장인의 정교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향후 보물 지정 및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실 어보와 어책>에 추가 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이므로 소장품탐구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도서에는 유물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왕실 의례에 사용된 공예품의 역할과 이를 만든 제작자, 재료·도구 등 당대의 공예 기술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1장에서는 죽책과 같이 서책의 형태로 만든 왕실 의례 공예품인 어책(御冊)의 유래와 현황을 다루고 있다. 어책은 왕실 구성원의 직위를 임명할 때, 또는 업적을 높이 기리는 이름을 수여할 때 글을 지어 새긴 공예품이다. 이를 만든 재료에 따라 옥책(玉冊), 죽책(竹冊), 교명(敎命) 등으로 구분한다. 어책 중 죽책은 현재까지 총 43건의 실물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은 현재 전해지는 후궁의 시호 죽책 중 가장 오래된 유물로써 중요도가 높다.

2장에서는 영조가 1755년(영조 31) 인빈 김씨에게 시호를 올린 배경과 그 과정을 사료를 통해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인빈 김씨는 선조의 후궁이자 인조의 할머니로서 1623년 인조반정 이후 이어진 조선 왕실 계보의 가장 큰 어머니이다. 1755년(영조 31) 영조는 후궁의 아들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조선 왕실의 상징적인 인물인 인빈 김씨에게 시호를 올려 지위를 높였다. 동시에 업적과 인품을 기록한 죽책과 시호를 새긴 은인(銀印)을 제작하여 사당 내에 안치하였다.

3장에서는 죽책과 그 구성품인 격유보(隔襦袱)·책갑(冊匣)의 현재 모습을 의궤 기록과 비교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은 이를 보관할 때 사이마다 끼워 완충재 역할을 한 솜보자기인 격유보, 죽책을 감싸 보관하는 책갑과 함께 전해진다. 이들 공예품의 양식은 『경혜인빈상시봉원도감의궤』에 기록된 도설과 일치하며, 국가 의례에 검약을 강조했던 영조 대 공예품의 제작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4장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지닌 장인들이 전국에서 수급한 좋은 품질의 재료로 죽책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그 공예사적 의미를 밝혔다. 1755년(영조 31) 인빈 김씨의 시호를 올리는 의례를 준비하기 위해 책인조성소(冊印造成所)에 소속된 50여 명의 다양한 공예 기술을 지닌 장인이 죽책 제작을 전담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좋은 품질의 재료를 선별하여 중앙으로 올리면 대나무를 쪼개어 죽간을 제작하는 사립장(斜笠匠), 그 위에 칠을 올리는 가칠장(假漆匠), 글씨를 베끼고 새긴 사자관(寫字官)과 각수(刻手), 죽간 위아래 금속 장식을 만든 두석장(豆錫匠) 등 여러 장인이 협업하여 죽책을 완성했다.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그동안 죽책은 새겨진 글의 양식과 사상적 의미와 관련하여 주로 한문학과 서지학의 관점에서 연구되었다. 이번 서울공예박물관의 소장품 탐구 시리즈 제1권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은 이를 공예사의 연구 대상으로 인식하여 재료 수급과 제작 공정, 장인 등 당시 공예 기술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동안 무명으로 알려져 있던 조선 왕실 공예품의 제작자와 이들의 행적을 확인한 점도 주목된다.

또한 연구도서의 내용을 요약하여 제작한 소책자(미니북)도 함께 발간한다. 소책자(미니북)는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7×7cm)로 사진 및 일러스트 중심으로 구성되어 도서에 비해 간편하게 읽을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 진열된 죽책 유물 앞에서 소책자(미니북)를 펼쳐보면서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이다.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은 서울시 내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서울공예박물관 뮤지엄숍과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위치한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 책에 담긴 조선 후기 왕실 공예품을 둘러싼 사회상과 유물에 함축된 이야기를 보며 좀 더 풍부하게 공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공예박물관의 소장품탐구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발간될 예정이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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