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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찾는 손님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즐거운 시간, 독립서점 '책방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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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찾는 손님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즐거운 시간, 독립서점 '책방내심'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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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내심과 김정희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책방내심의 김정희 책방지기는 새해를 맞아 여러 가지 꿈을 꾼다. 3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평소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다룬 책 읽기에 도전하고, 기록을 생활화하는 등의 여러 계획을 그린다. 그는 새로운 마음으로 책방내심의 1년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 책방에서, 그는 손님들을 위한 좋은 책을 준비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손님을 맞이한다. 책방내심은 서점에 오는 손님이 어떤 책을 골라도, 좋은 책일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손님이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이들에게 서점이 마음 편안한 곳이 되길 원한다. 
 

거울에 비친 서점의 내부 모습 /김서진 기자

'책방내심'은 어떤 곳인가

책방내심은 2019년 9월 말에 문을 열었다. 시흥의 동네 서점, 내가 가 보고 싶은 서점이 내가 사는 '시흥'에 있으면 좋겠단 생각에 문을 열었다. 일반 단행본과 독립출판물을 같이 다루고 있다. 특정 장르만 다루는 서점은 하고 싶지 않았고, 더 넓은 범위의 주제를 다루고 싶어 관심 있는 키워드를 생각하다 다섯 가지가 생각난 거다. 큐레이션 키워드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엮고 '일', '일상', '관계', '심리' 등 다섯 가지에 비중을 두고 책을 선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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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 된 책을 제안하고 있다. 책방에서의 소규모 모임, 독서 모임도 있고 낭독 모임, 영화, 드로잉 등등 여러 키워드로 진행하는 모임도 있다. 전시나 공연은 가끔 진행한다. 다양한 문화를 동네에서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케터 출신이라 들었다.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

하던 일은 책이랑 관련 없는 일이었다. IT 분야에서 마케팅 일을 오랫동안 해 와서 책은 아주 생소한 분야였다. 책도 독자로만 봐 왔기 때문에.... 서점도 생소했고. 자영업을 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모든 게 새로웠다. 

어렸을 때부터 읽는 걸 좋아했다. 책이든 뭐든 읽는 것 자체를 재미있어했다. 그러다 일을 하면서 일과 관련된 책 위주로 보다 보니까 책이랑 멀어지는 시기도 있었다. 실용서, 마케팅, 브랜딩 같은 책 등 당장 필요한 책만 보았다.

그러던 중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과 지치는 시기(번아웃)가 오면서 자연스럽게 책에 다시 끌렸던 것 같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  『섬에 있는 서점』
이 코멘트가 동네에 서점을 차리게 된 계기라 했다

나중에 돌아보니 책도 좋아하고, 책 읽는 공간을 좋아하니 서점을 하고 싶단 생각이 늘 내 잠재의식 속에 있었나 보더라.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퇴사하고 나서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는 거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스트하우스에 가 방에 콕 박혀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가... 퇴사하고 1년 정도 지난 시기였고, 책방을 열기 1년 전이었다.

여행지의 동네 서점에 갔었는데 그때 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소설이 막 출간되어 서가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 띠지에 적힌 문구가 있었다.  '책방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지'라고.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불이 켜진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도 지금 여행을 다니고, 외출할 일이 있으면 다른 지역에 굳이 찾아가 동네 서점을 즐기고 있는데 시흥에는 그런 서점이 없구나 라고.

물론 시흥에도 종합 서점은 있지만 그 당시 찾아다녔던 큐레이션이 되는 서점, 책방지기의 개성이 드러나는 서점, 문화 활동 같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서점을 원했는데 그런 서점이 그때 시흥에는 없었다. 경험도 없긴 하지만... '내가 한번 해 볼까?' 란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고민을 했는데, 하고 싶다면 지금 해 봐야겠단 생각에 결정한 거다.

서점을 오픈할 때, 돌아보니 '나중에 뭘 하면서 살고 싶어요?' 란 주제로 예전 회사 동료들과 얘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그냥 바로 나왔던 대답이 '동네에서 서점하면서 사람들과 같이 책 보고 조그만 공연도 하고, 그런 작은 동네 서점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였다.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신기하단 생각을 했다.
 

정갈한 서가 /김서진 기자

책방 창업도 처음이고,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들었다. 처음이라 재미있던 점, 그리고 어려웠던 점이 있나

책방을 오픈하면서 이름 짓는 것부터 시작해 공간을 꾸미고... 주요 콘텐츠인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하고, 책을 골라도 어디서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처음이라 어렵기도, 재밌기도 했다. 나만의 작은 브랜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책도 찾아보고, 기존의 서점을 하는 분에게도 여쭤 보고, 정보를 듣고... 이 모든 것이 어렵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과정이었다.

회사에서는 내 분야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이건 하나부터 열까지 다(생소한 부분까지) 모든 걸 내가 신경 쓰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게 어려웠다. 근데, 그건 준비하고 알아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시간이 조금 걸려도, 어려워도 괜찮았다.

제일 어려운 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다. 내가 이만큼 노력해도, 그 결과치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걸 사람들이 알게 되어 이 물리적인 공간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더라. '손님을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지 않았나' 지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이 책은 들이지 않는다' 란 규칙도 있나

입고하지 않는 기준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웃음) 어떤 서점에서는 자기계발서를 입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난 그렇진 않은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험서는 취급하지 않고(웃음). 

그런 것들이 있긴 하다. 입고하지 않는 것보다, 내가 더 끌리는 책을 입고하는 편이다. 중심 키워드를 포함해 책의 '소재', 그걸 풀어내는 '스토리', '형식' 등 이 세 가지 중에 흥미 있는 점이 하나 이상 있으면 입고하는 것 같다. 개인 서점이 책을 선택한다는 건, 특히나 혼자 운영하는 책방지기의 경우 그 한 사람의 판단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책은 입고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보다는... 관심있는 소재가 있으면 우선 살펴본다. 이 작가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또는 작가가 내놓은 샘플 페이지를 보다 보면 오는 느낌이 있다. 책의 만듦새 등을 종합적으로 보게 되더라. 직관에 기대고 있다.

예를 들어 퇴사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주제만 봤을 때 이젠 너무 식상하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식상한 소재를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냈다거나, 흔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깊은 사유가 있다거나, 글을 잘 쓴다거나.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어 세 가지의 기준 중 한 가지 이상이면 끌리는 것 같다. 

좋아하는 책 취향이 있는가

장르적으로는 에세이, 인문책을 좋아하고 요즘은 소설이 좋아지고 있다.  그림책도 좋아한다. 인생책이 뭐냐고 한다면, 계속 바뀌고 있어서(웃음) 내 인생을 관통하는 책 한 권을 말한다기보다는 읽은 것 중에 좋은 책을 소개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작년에 읽었던 신형철 평론가의 『인생의 역사』란 책이 있다. 시 한 편과 본인의 에세이를 묶은 책인데 이 분이 워낙 글을 정확하게 쓰는 걸로 정평 나 있다. 그분의 관점이나 생각을 감탄하면서 보는 지점들이 많다. 본인의 생각을 정말 정확한, 적합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나도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한다. 와닿는 부분도 많아 좋다.

소설 중에서는 이유리 작가의 『브로콜리 펀치』가 있다. 현실의 이야기 위에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섞여 있다. 경쾌하면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 소설가의 책은 처음 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가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재미있게 읽었다. 
 

책방지기의 메모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를 감동하게 만든 구절 /김서진 기자

일본인 책방지기가 동네책방을 운영하며 쓴 책을 읽고 감동했다고 들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가정과 직장을 떠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란 구절에 감명을 받았다고

책방을 준비하면서 책방을 운영하거나 출판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의 책을 많이 찾아 읽었다. 그중에서도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라는 책이었다. 2018년 출판작인데, 찾아보니 절판되었더라. 교토의 게이분샤 이치죠지점에서 점장으로 일했던 호리베 아쓰시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작은 가게가 그 마을,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다룬 책이다. 본인이 운영하는 서점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거리를 구성하는 작고 아름다운 가게들을 다룬 이야기다. 나도 구 도심에서 서점을 하려고 생각하다 보니 상황적으로 맥락이 맞아떨어져서 더 인상 깊게 봤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골목도 처음에는 하나둘씩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가게를 열다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오면 프랜차이즈 가게들로 채워지고 재미없는 그저그런 거리가 되지 않나. 이 책에서는 똑같은 음식, 똑같은 영화관, 똑같은 카페에서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굉장히 공감했다. 그래서 그 문구가 인상깊지 않았나 싶다.

정확한 문장은 '우리 모두에게는 가정과 직장을 떠나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이다. 문구의 개념은 제3의 공간 같은 의미다. 제1의 공간은 집이고, 제2의 공간은 일터, 제3의 공간은 집도 일터도 아니지만 어떤 대안적인 공간 속 내가 굉장히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나만의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고들 한다. 미국의 레이 올든버그라는 사회학자가 1989년 자신의 저서인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라는 책에서 이 개념을 처음 얘기했다고 들었다.

내가 서점을 낸다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창한 의미가 아니어도, 그냥 사람들이 책방에 와서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때가 온다. 마음이 힘들 때 같은 서점을 가도 심리학 책을 한 번 더 보게 된다든지, 연애나 결혼을 할 땐 사랑에 대한 책이 끌린다든지. 책이라는 존재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매개체란 생각이 들어서 서점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책도 보고 조용히 쉬기도 하는 그런 공간으로.
 

비밀 공간의 책상과 의자 /김서진 기자
이 벽은 전시 공간으로도 쓰인다 /김서진 기자

책방내심의 상징인 비밀스러운 서재 공간엔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보시다시피 책이 있고, 책상과 의자가 있다. 벽에 그림이 붙어 있는 공간은 가끔 전시를 열 때 사용한다. 오는 이들이 저 공간이 좋다 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작고, 뭔가 비밀공간처럼 가려져 있는 느낌이라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책상 위에 앉아 고요함과 음악을 즐기면서 공책도 있으니까 뭔가 하나라도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어서 좋아하는 것 아닐까.

공간을 구성할 때부터 벽이 있었다. 허물까도 생각했었는데, 고민하다 놔두는 걸로 결정을 했다. 이유는... 처음 들어왔을 때 탁 틔어 있는 것도 좋겠지만, 다시 생각하니 어차피 작은 공간이라면 어딘가 적당히 가려져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사람들이 메인인 공간을 한번 봤다가 '저 안에는 뭐가 있지?' 하고 궁금해하면서 보는 게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 놔두길 잘한 것 같다(웃음)

지역 주민들에게 책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말을 했다. 그걸 실감한 때가 언제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문화를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TED〉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좋아하는 강연이다. 강연의 주제가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즐긴다고 한다. 남의 시선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즐긴다는 거다. 근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안 하게 된다는데.

어른이 되어서 만일 내가 누군가에게 '난 연극을 할 거야'라고 말하면 마법의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거다. 바로 '그거 해서 뭐 하게?' 란 질문이다(웃음) 그 마법의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가도 주저하게 된다. '내가 이 시간에 이걸 하면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왜 하지?' 란 생각을 하면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고 하더라. 그 강연을 듣고 손뼉을 치면서(웃음) 공감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즐기고 싶은 욕망, 다양한 문화 예술에 대한 욕구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손쉽게, 상대적으로 가성비 좋으면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것. 그런 책을 즐길 수 있는 동네 서점이라는 게 지역에 있다는 건 '사람들에게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공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다른 서점 책방지기들도 그랬듯이, 지역 서점에서는 책 이야기만 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가. 동네 서점의 의미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9월 말에 서점을 열고 나서 한 3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여기가 북적이는 곳은 아니었는데,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첫 시집을 낸 시인,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기획하는 캘리그래퍼, 인형 디자이너, 그림책 작가를 하면서 샹송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 등등. 여기가 지역에 있는 동네 서점이란 이유로 이곳에서 모이고 만나게 됐다. 책방을 오픈하고 5개월 정도 됐을 때 그들의 작품을 모아 작은 전시를 열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이걸 나만 알고 있는 건 아깝다는 생각에 '시흥에 이토록 멋진 창작자들'이란 부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이런 활동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책'의 또다른 상징으로 남는 거다. 서점이 아니라면 이어떤 공간에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 있을까 하면 서점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서점이어서 내가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단 생각도 한다.
 

책방지기만의 작은 공간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는 서점이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실제 리뷰에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다행이다. 물리적인 공간의 분위기나 음악이나, 조명이나, 이런 것들이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경을 쓰는 것도 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면, 손님들이 책을 볼 때 제 자리가 구석에 있는 게 큰 영향인 것도 있다(웃음) 아무래도 작은 가게에 가면 주인을 신경 쓰는 분위기가 있다. 리뷰에 보면 '주인이 안 보여서 너무 편안했다'란 글이 있었다(웃음) 책 보실 때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편히 보도록 한다. 
 

곁들인 메모 /김서진 기자
우리동네 작가 x 시흥시 사회적 경제기업 /김서진 기자

손님이 남길 수 있는 방명록, 사장님의 한 구절까지. 손님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게 보인다

손님이 궁금하다. 초반에는 여길 어떻게 알고 오셨냐는 질문을 손님이 나가시기 전에 종종 여쭤봤다. 방해가 될까 봐 먼저 말을 걸진 않는데 오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셨는지, 책이 취향에 맞았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이런 게 궁금하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북도 있고 오디오북도 있고 여러 대안들이 생겼다.

편하게 책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이렇게 작은 서점에 일부러 찾아온다는 건 이유가 있다. 나도 그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왔을 때 여기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내가 직접 책을 만지고 넘겨 보는 경험, 책방에서 들리는 음악, 책방지기와 나누는 대화, 책방에 왔을 때 노트에 적고 가는 한 마디가 어떤 이야기가 되는 그런 다양한 경험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이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작은 서점에 왔을 때 손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꼈으면 좋겠고,' 이래서 내가 서점을 가는구나?' 란 그런 마음. 내가 궁금한 것도 있고(웃음) 그래서 방명록도 두고... 리뷰를 남기면 거기에 댓글을 단다든지, 재미있다. 

'내심 취향' 코멘트, 취향 공유서, 모임 클래스 등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하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원래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은 아니다(웃음) 서점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가끔 물어본다. 창의적인 사람은 아닌데, 뭔가 하고 싶은 일이라 그런지 계속 생각한다. 오래 생각하는 것도 있고, 이왕 하는 거 이름도 더 기발하면 나도 재미있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재미있으니까.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뭔가를 할 때 오래 생각을 하는 편이다. 남편과도 대화를 많이 한다. 대화 중에 생각나거나 아이디어를 주는 경우도 있고. 얘기하면서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관심 있는 분야를 보기도 한다. 기사를 읽거나 다른 가게를 갔을 때 이런 게 좋았다고 느낀 게 생각나기도 한다. 

최근 3개월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다

너무 좋았다(웃음) 3년간 매주 월요일만 휴무를 하다가 최근 3개월간 일-월-화로 3일을 쉬어 봤다. 쉬면서 여행도 다녔다. 월요일을 휴무로 하면 가장 큰 단점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월요일이 거의 다 휴무이지 않은가(웃음) 그래서 보고 싶은 게 있어도 못 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보는 게 재충전하는 느낌도 들고 재미있었다.

환기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 《뮤지엄 30년, 포럼의 공간으로》 건축물 전시를 재미있게 봤고...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에서 전시도 보고 공예박물관도 갔다. 여긴 개관 때부터 벼르고 있다가 보고 왔다(웃음) 일을 하다 보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소진하게 된다. 그래서 채워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여유를 확보해야 일하는 5일간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겠단 생각에 월-화 휴무로 바꾸었다. 
 

책선물 포장, 폴라로이드와 함께 /김서진 기자

선물 포장이라 하면 폴라로이드를 찍어 준다. 사진을 남기게 된 계기가 있나

책 선물을 할 때 포장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전제 조건은 우선 제가 포장에 소질이 없다(웃음) 정교하고 예쁘게 잘 못하기도 하고, 다른 서점과 차별화를 두고 싶단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책 선물을 해야 될 때, 사실 쉽지가 않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알아야 하고, 이 수많은 책 중에 선택해야 하지 않나.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골라야 하는 책 선물이라면 그 노력과 정성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 책 포장을 하는 사람은 직접 서점에 와 수많은 고민을 하고, 책 한 권을 고르는 거다. '선물하는 사람의 정성을 들인 책이 당신에게 간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면 뭘 해야 할까 하다가, 그게 사진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 책에 붙여 드린다.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리뷰 중 '시흥의 안방마님이 되어 달라'란 표현이 있더라. 책방지기의 목표는 무엇인가

평생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었다(웃음) 일단은 오래 하고 싶다. 오래...(웃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끝나는 날이 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고, 책방내심이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지만 오래 하고 싶다.

이제 3년 반 정도 됐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되돌아보면 감사하더라. 내가 책방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절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책방을 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내가 준비한 공간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찾아와서 책을 고르면서 "책방이 있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할 때 감동도 있고.

오랫동안 하면서 조금 더 다양한 시도도 해 보고, 이런 공간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재미있게 해 보고 싶다. 
 

책을 정리하는 김정희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책방내심은 책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고, 즐기는 공간을 꿈꾸는 동네 서점이다. 가끔은 첼로 공연으로 재즈를 즐기고 연주자와 음악, 영화 얘기를 하는 공간이 되며 지역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도 바뀐다.

책방지기는 손님과 함께 책에 빠져드는 시간을 항상 기다린다. 또 그는 책방내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를 기대하며, 어떤 책들이 책방내심과 독자를 만나 책방내심을 떠나 기나긴 여행을 떠날지 궁금해한다. 편안한 공간, 기나긴 시간 속 동네 서점 '책방내심'은 이제 4년을 향해 가며 오래도록 손님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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