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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구글 검색 트렌드 칵테일 1위 ‘아페롤 스프리츠’…이탈리아 식전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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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구글 검색 트렌드 칵테일 1위 ‘아페롤 스프리츠’…이탈리아 식전주 문화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2.0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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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페롤 스프리츠 /트랜스 베버리지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덩달아 와인, 칵테일 등의 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밥을 먹기 전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 술 한 잔을 곁들이거나 하는데, 이것을 '식전주'문화라 부른다. 식후주가 식사 후 소화를 도와주기 위해서라면, 식전주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한 것이다.

구글이 발표한 2022년 검색 트렌드 칵테일 부문에서는 이탈리아의 식전주 문화를 이끄는 리큐르 '아페롤'의 대표 칵테일인 '아페롤 스프리츠'가 선정되었다. 주류 매체인 <더 드링크 비즈니스 (The Drinks Business)>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이번 순위에서 아페롤 스프리츠는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햇살을 연상시키는 오렌지 컬러와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아페롤에 스파클링 와인을 더해 즐기는 ‘아페롤 스프리츠’는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를 대표하는 칵테일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4억 5000만 잔, 1초에 14잔이 팔리며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술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익숙한 식전주 문화 /flickr

이탈리아의 전통은 매일 해질녘에 시작한다고들 한다. 식당과 술집은 들어오는 사람들의 식욕을 돋우고, 배를 채울 준비를 한다. 식사에 음료를 곁들이는 문화는 옛날부터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천히 진화해 왔다. 아페르티보는 이탈리아어로 'aprire'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열린다'라는 뜻으로, 식욕을 연다는 뜻도 된다. 아페르티보는 수백년 전 이탈리아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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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바다의 도시 베네치아는 점심, 혹은 저녁 식사 전 간단하게 와인 한 잔과 핑거 푸드인 치케티를 즐기는 아페르티보(식전주) 문화가 발달했다. 학자들은 이 식전주 문화가 로마 제국 전성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측한다. 연회에 들어가기 전 로마인들은 꿀이 든 와인 한 잔과 구스타찌오라 부르는 전채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짭짤한 간식과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서도 달콤한 향의 음료로 구성된 이 식사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지금의 식전주 문화와도 비슷하다.

다만 로마에서의 구스타찌오는 오직 엘리트들을 위한 것으로, 이 전통도 중세 시대 내내 부유층들만이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아페르티보 문화는 뭔가를 제대로 먹기 전 입맛을 돋우는 것에서 시작됐다. 아페르티보는 18세기 와인 애호가들의 메카로 불렸던 피에몬테의 이탈리아의 제1대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도 즐긴 문화다. 왕은 더 많은 양의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기 전 마시는 음료인 '베르무트', 즉 향이 나는 화이트 와인을 벌컥벌컥 마셨다. 
 

술과 간단한 간식들 /flickr

이탈리아 북부 도시인 토리노에서는 19세기까지 식전주 문화가 없었는데, 오후와 저녁 시간에 상류층 주민들이 당시 토리노의 지역 카페들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여성들은 공복의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카페에서는 음식과 함께 손님들에게 술을 제공했다. 일요일이 되면 토리노 지역의 농부들은 와인과 가벼운 요리가 포함된 늦은 오후의 저녁 식사를 즐겼다.

이탈리아의 풀비오 피치니노 칵테일 전문가는 토리노를 현대의 아페르티보 문화가 발전한 고향이라 본다. 그는 포도밭을 갖고 있었던 자신의 친척들도 밭에서 일한 후 간식을 먹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는 "살라미 소시지, 치즈 한 조각을 백포도주인 뮈스까와 함께 먹었다"라며, "오늘날에도 20-25여 가지의 에피타이저로 저녁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전통인 레스토랑들이 많다"고 밝혔다.
 

네그로니 칵테일 /flickr

이후 19세기 토스카나에서 이탈리아의 카밀로 네그로니 백작이 네그로니라 불리는 베르무트 기반의 혼합 음료를 만들었고, 네그로니 칵테일은 피렌체와 토스카나의 바텐더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현지인들에게 이 음료는 새로운 유행이 되었고, 아페르티보 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식전에 먹는 필수 음료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음주 문화는 술과 음식의 결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사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선호되지 않는 편이었다. 토리노에서 아페르티보가 인기를 끌면서 이 문화는 다른 도시로도 빠르게 퍼졌다. 타파스 요리가 스페인의 어느 지역을 가도 다른 것처럼 이탈리아의 각 도시마다 식전주 문화도 조금씩 다르다고. 

이들에게 아페르티보는 매일 가질 수 있는 작은 휴가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일에 전념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분리하려는 사람들의 욕구에도 있다. 아페르티보는 일반적인 식사나, 반짝 지나가는 유행도 아니고 하루 중 존재하는 특별한 순간이며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에 가깝다. 
 

프로세코 와인 /flickr
친구와 즐기는 식전주 /unsplash

밥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카페 테라스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와인 잔을 하나씩 들고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사람들이 찬 테이블 위 와인은 중에서 프로세코(Prosecco)나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가 눈에 띄는데 둘 다 북부 이탈리아의 전통 칵테일이다. 점심 시간이 12시에서 약 3시까지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아주 널널한 이곳에서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아페르티보를 즐긴다. 또 이탈리아는 미국보다 저녁을 늦게 먹기 때문에 저녁에 아페르티보를 즐기는 시간은 저녁 7시에서 9시까지라고.

식전주는 약간 쓴 맛이 나는데, 쓴맛은 식욕을 자극해 앞으로 펼쳐질 식사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위해 약쑥과 나무떨기, 루타로 만든 달콤쌉싸름한 맛의 백포도주를 제공했다. 이런 약초를 이용한 요법은 수도원에서도 많이 썼는데, 쓴맛이 배고픔을 유발하는 효소를 생성해 쓴 물질이은 배고픔을 자극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베르무트 칵테일 /flickr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표적인 식전주로 스프리츠, 베르무트 등을 마신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점령 당시 이탈리아 북서부에 있었던 오스트리아 병사들이 평소 마시던 와인을 너무 독하다고 느껴, 맛을 조금 진정시키기 위해 와인에 물과 약초 등을 타 먹으면서 여러 맛이 탄생했다. 이후 주세페라는 이탈리아인이 7년 가까이 연구를 거듭해 '아페롤 스프리츠'라는 음료를 만들게 된다.

아페롤 스프리츠만큼 인기 많은 베르무트는 향쑥의 독일명에서 유래했으며 에피타이저 와인으로 자주 쓰인다. 식전주와 관련된 음료들이 대부분 베르무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베르무트의 원조는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처음 개발했다고 한다. 전통적 음료에 싫증이 난 그는 그의 실험실에서 실험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스위트 스파이스와 바닐라 향, 말린 과일과 쑥을 넣은 허브와 재료를 넣어 베르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식전주와 간식들 /unsplash

일반적인 바에서 평일에는 식전주와 함께 제공되는 간식은 기본적으로 올리브, 땅콩, 포테이토칩 정도다. 그러나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식전 스낵은 꽤 본격적이다. 작은 피자나 샐러드, 라자냐를 포함한 뜨겁고 차가운 뷔페 수준이라 부를 정도다. 모든 게 다 무료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음료 가격보다는 저렴하다.
 

식전주를 즐기는 모습 /flickr

아페르티보는 일을 끝내고, 학교 수업을 끝내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집에서 마시기에도 매우 쉽고, 휴일이나 파티, 저녁 모임 등에도 이상적인 문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몇몇 바나 술집에서 포테이토칩과 땅콩을 먹으며 칵테일을 마시고, 아페르티보를 즐기고 나면 이들은 저녁 식사 준비가 된 식당으로 가거나 집에 차려진 아늑한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일부 식당은 아예 아페르티보를 번듯한 식사로 계속 제공하기도 하며, 이럴 땐 아예 저녁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빵과 같이 나오는 식전주 /unsplash

미국에서는 이탈리아 식당들의 영감을 받은 바와 가게들이 다양한 버전의 아페르티보를 선보인다. 뉴욕의 한 칵테일 가게는 살라미와 문어 사시미를 식전주와 함께 제공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한 가게는 케틀칩과 데친 달걀을 식전주와 함께 제공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집에서도 뭔가 그럴듯한 아페르티보를 맛보고 싶다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 한 병과 올리브를 곁들인 크래커 간식을 함께 즐기면 된다.

아페르티보는 수천 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이탈리아의 전통으로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새로운 밤을 시작하는 데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술집에서 가족, 친구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일 수 있는 일종의 생활 방식이기도 하다. 베르무트든, 네그로니든, 스프리츠든 음료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나 험담을 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아페르티보 /unsplash

이탈리아에서는 식전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광장에, 카페에, 음식점에 모여들고 곳곳에서는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손님들에게 내어준다. 다만 저녁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파클링 와인이나 포도주들을 즐긴다. 이탈리아에 갈 일이 생긴다면 지역 카페에서 베르무트, 아페롤 스프리츠 한 잔을 놓고 홀짝홀짝 마시며 여행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떤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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