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20:30 (토)
[기자생각] 누군가의 비하가 유머로 통하는 콘텐츠의 생산에 대하여
상태바
[기자생각] 누군가의 비하가 유머로 통하는 콘텐츠의 생산에 대하여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1.3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의 유행 중 하나로, 순항 중인 딩대 /EBS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어떤 하나가 유행하면 너도나도 그 '밈'을 가져다 쓰는 건 필연적이다. 또 무언가가 유행한다는 건 별로라는 반응 보다, 그것을 선호하는 반응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유행하는 것을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개 묻히고, 선호하는 반응이 많으니 누구나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열광하고 재미있어하고 웃지만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웃기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고, 유해하다는 반응의 이야기에 가깝다. 
 

그냥 입에 넣었다 뺀 수준인 딸기지만... /김숙TV 유튜브

최근 방송인 박소현, 가수 산다라박은 김숙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일명 '소식좌'라는 모습을 공개했다. 16일 김숙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소식좌 리턴즈, 1년 만에 더 강력하게 업그레이드. 44좌 탄생!!(ft. 박소현, 산다라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방송계에서 대표적으로 '적게 먹는' 사람을 대표하는 박소현과 산다라박은 딸기나 냉면을 거의 입만 댄 상태에서 배부르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44사이즈의 옷과 모자를 쓰면서 핏이 예쁘다는 식의 모습이 나왔다.
 

사과문 /김숙TV 유튜브

이들이 이렇게 나온 것이 처음은 아닐뿐더러, 이전까지 방송에서 꾸준히 '적게' 먹는다며 어필을 해 온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서 유튜브 게시물의 댓글창은 꽤 시끄러웠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내용은 대체적으로 '절식을 소식으로 포장한다', '소식하면 어떤 옷이나 잘 어울린다는 편견을 조장한다' 등이다. 이후 김숙TV 유튜브 커뮤니티 채널에서는 사과문이 올라온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사실 이 두 문제는 특히 일반 여성들에게는 사회적 문제로 작용하는 요소들이기도 하며, 오랜 시간 동안 족쇄로 작용하기도 하는 문제다. 해당 연예인 같은 경우는 일반 사람의 생각으로야 물론 이해가 안 되지만 진짜 딸기 한 입 먹고 배부를 수도 있고, 과자 한 조각에 귀퉁이 하나 베어 물고 배부르다 말할 수는 있다. 

사실 이 사람들이 진짜 특이 체질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방송이라 콘셉트인지, 정말 과자 한 개 먹어도 배부른 사람들인지 대중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건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적게 먹고 나서 배부르다며 웃는 것을 대체 왜 자꾸 방송으로 내보내는지 네티즌들은 모르겠다는 눈치다. 적게도 아닌 거의 안 먹는다 쳐도, 본인이 먹을 만큼 먹었다고 치면 자신들의 그 모습을 보고 네티즌들이 그저 신기하다며, 대단하다며 박수 쳐 주는 걸 원하는 것인가.

진짜든 설정이든 콘셉트든, 이런 모습이 계속 방송에서 언급되는 것에 경각심이 필요하다. 이들이야 화면에서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에 끝나지만 그 모습을 유튜브와 방송 너머로 보고 있을 사람들은 이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까지도 알았을까. 사람이 지나가면서 그냥 간식처럼 먹고 지나갈 장면이 이 날씬하고 예쁜 연예인들은 하루에 그 정도만 먹어도 되는 것처럼 비춰지고, 누군가는 저 정도만 먹어도 저렇게 예쁘고 날씬하다고 생각해 '과자 한 귀퉁이'만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44좌와 66좌는 대체 누굴 위한 단어인가 /김숙TV 유튜브

일반인 기준에서야 거의 안 먹은 모습으로 나와 유아용 같은 옷을 입고서는 역시나 날씬하니 옷발이 잘 받는다, 핏이 예쁘다는 식으로 방송에 전시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튜브 영상에서 박소현-산다라박과 김숙이 나뉘어서 액세서리와 옷을 구매하는데, 자막에서는 '같은 목걸이 다른 느낌', '같은 모자 다른 느낌', '44좌 66좌' 등의 말이 나온다. 김숙에게는 꽉 낀 66좌라 표현하고, 김숙이 모자를 쓰면 똑같은 모자여도 다른 두 사람이 쓴 것과 사이즈가 다르다며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쓴 모자는 너무 예쁘다는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김숙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인,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일반 체형의 여성일 뿐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모습은 듣도 보도 못했던 '66좌'라는 단어로 소식좌들의 모습과 다르다며,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오히려 낮추고 있다. 거의 먹지 않는 절식을 전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으로 이어지는, 이렇게 적게 먹으니 자신은 예쁜 옷과 예쁜 목걸이를 입고 착용할 수 있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유해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김숙은 일반인의 체형이지만 박소현과 산다라박처럼 44좌가 아니라서, 66좌라서 예쁜 옷과 목걸이가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거의 먹지 않아야 작은 옷도, 예쁜 목걸이도 어울릴 수 있다는 식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경계되어야 한다. 

먹방이 유행하면서 대식, 폭식 또한 주요 콘텐츠들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대식과 절식은 일종의 포인트가 약간 다르다. 어린 아이들에게 대식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많이 먹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겐 그저 대단해 보일 뿐이다. 어차피 대식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일조차 흔하다. 그러나 소식좌는 아이들에게 유행하는 단어인 '개말라인간'이나 '뼈말라인간', '프로아나' 같은 여러 단어와 함께 이미 아이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미디어로 전시했을 때 대식이나 절식 모두 특이한 식습관인 건 맞지만 '너도나도 대식해서 비만이 되어야지'보다, '너도나도 절식해서 44사이즈를 만들어야지'가 훨씬 더 많은 현실이다. 개인이 소식을 하든, 절식을 하든 사실 네티즌들은 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절식하며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입는 44사이즈는 예쁘고, 그보다 많이 먹는 일반인들은 66사이즈고 44사이즈보다 뚱뚱하다는 편견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정말 적게 먹어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고,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고충이 그것을 넘어, 여성의 몸매나 옷 사이즈로까지 퍼져 결국 이 정도로 적게 먹고 말라야 뭐든 어울린다는 말이 나오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 이들이 적게 먹는 건 충분히 알았고, 대단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꾸준히 방송에 나올 것도 이제 아니다. 적게 먹는 걸 알면서도 차라리 뜯거나 잘라 먹는 것도 아니고, 한입 먹고 말 거면 쓰레기만 되니 차라리 음식 낭비라는 말도 나올 뿐이다.

성인 여자에게 44 사이즈는 절대 표준이 아니다. 66도, 심지어 77이나 88 사이즈로 좀 찌면 어떤가. 연령 제한 없는 콘텐츠에서 절식이나 식이장애 수준을 소식이라 포장하며, 66 사이즈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자학하지도 말자. 충분히 먹는 것도, 66 사이즈도 절대 웃음거리가 될 수 없다.
 

SNL의 MZ세대들 /유튜브

최근 SNL코리아는 브레이크 없는 과감한 풍자, 스트레스 날리는 스펙터클한 웃음으로 돌아왔다고 알렸다. 그런데 유독 최근 에피소드들은 일반인들이나 일반 브랜드를 상대로 패러디나 풍자를 하는 경우가 보인다. 특히 MZ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MZ오피스' 코너가 사람들에게 꽤 많은 입소문을 탔다. 사회 초년생이 된 MZ세대가 다른 세대와의 갈등을 그려내는 에피소드가 주된 이 내용은 사무실에서 신입이 에어팟을 낀 채 일하고, 회사에서 브이로그를 찍고, 선배지만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반말을 한다.

이들이 그려내는 모습은 지금 현재 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풍자라는 주된 의의가 있었던 SNL이 요즘은 풍자의 대상을 기업이나 정치인 등의 강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라는 약자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동그란 눈, 크고 부릅뜬 눈으로 자신의 할 말을 하는 신입사원 아영의 별명은 '맑은 눈의 광인'으로, 대표적으로 에어팟을 끼고 일하며 상사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 또 한영은 업무 시간에 브이로그를 찍고, '십분'과 '십 분'을 구별하지 못해 이해를 못 하는 미미 등 다양한 캐릭터가 MZ세대라 나온다.

그러나 정작 그 대상인 진짜 MZ세대라는 사람들은 이 모습들에 뜨악하다는 입장이다. MZ세대라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성향이 똑같은 것도 아니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스테레오 타입으로 일반화시키려 하니 당연히 일반인들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그라고, 풍자라고만 하면 모든 게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실제 MZ세대라 하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저런 모습은커녕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고 혐오를 불러일으키며 심지어 세대 갈등까지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확실히 SNL을 포함해 유튜브나 요즘 방송에서는 MZ세대를 특이하고, 별나고, 이상한 존재라 아예 낙인찍은 듯 보인다. 특히나 점심 메뉴는 돈까스와 제육에 밥을 빨리 먹는 남성들의 모습은, 무개념이고 문법 하나 이해 못 하며 서로 기싸움하고 시기하는 여성들의 편협한 모습에 비하면 양반인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을 지적하면 프로불편러고, 예민한 사람이 된다. 풍자니까 재미로 봐야 한다는 사람들은 넘친다.

여성들의 지겨운 기싸움은 '된장녀'라 여성을 조롱하던 옛날 시대에서나 볼법한 모습이고 의미 없는 조롱에 가깝다. 기싸움하는 것도, 에어팟을 꽂고 일하는 것도, 궂은일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이들의 특징이라 아예 못 박은 채 풍자니까 웃으라고 강요하는 이들이 그 어떤 누구보다 획일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닐지. 그저 극단적인 상황, 철 지난 조롱과 혐오 밈을 재미있다고 가져와 오히려 잘못된 이미지만 주입시키고 있는 건 과연 누구인가. 사람에 따라, 개인에 따라 취향도 성격도 수만 가지로 갈라진다. 그걸 어떻게 '이 세대의 특징이다'라며 싸잡을 수 있겠는가.
 

'더 칼로리' /유튜브

1월 28일, SNL코리아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더 칼로리'로 패러디했다. 극 중에서 가해자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 캐릭터인 '문동은'에게 고열의 고데기로 몸을 지지는 장면이 있는데, SNL에서는 그 고데기로 쥐포를 굽는 등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 장면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 사람들에겐 아직도 의아함이 남는다. 

극 중의 '문동은'은 고데기로 지져지는 폭력을 당해 온몸이 흉터에 뒤덮였다. 문동은은 지나가다 고기 굽는 소리만 들려도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괴로워하고 온몸을 덜덜 떤다. 현실의 학교 폭력 피해자 또한 그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2006년 청주에서 일어난 '고데기 학폭'의 피해자는 팔다리와 가슴 등 온몸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그러나 피해자는 고데기로 지져진 상처가 평생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현재 전과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당시 가해자였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흉기를 이용해 동급생을 집단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보호관찰' 조치를 내리거나 더 약한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총 7가지의 보호처분 중 소년원 단기·장기 송치 등 징역형과 같은 처분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을 고려해 부모나 법무부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주기적인 점검을 받는 수준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제 30대로, 그때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이렇다. 피해자는 여전히 멍든 몸을 가진 채 살다가도 문동은처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고통스러워할 테고, 가해자는 박연진처럼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모른 체 하고 사는 현실이다. 특히나 피해자는 고데기는커녕 그와 비슷한 소리가 나도 두려움과 무서움에 떨고 있을 테다. 그런데 SNL코리아에서 나오는 고데기는 '열 체크한다~'라며 그저 쥐포를 구우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을 비쳤다. 누군가의 평생 고통이 될 소재를 그저 희화화하는 소재로 써먹은 것 자체가 그저 너무나도 안이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풍자는 뭔가가 잘못된 것을 비꼬면서 비판하는 것일진대 요즘의 SNL은 그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를 묘하게 갈라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상처로 남은 것을 고통으로 남을 장면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게만 써먹고 싶어 한없이 가볍게 그려낸다. 뭔가를 쉬이 조롱하고, 재미있게만 그리려 하고, 놀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돼서는 안 된다. 그 주체가 특히 방송이라면 더 말이다. 지금 SNL이 하고 있는 풍자는 본질이 무엇인지 한 번은 짚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날에 한복을 입고 모에모에큥을 외치는 기이한 모습 그 자체다 /천안시 공식 SNS

1월 21일, 한창 사람들이 설 명절을 보내고 있을 때 천안시는 공식 SNS에 뜬금없는 영상 하나를 올린다. 한복을 입은 호두과자 인형 탈이 '모에모에큥', '오이시쿠나레' 등의 일본어를 말하는 영상이다. 해당 캐릭터는 최근 인기인 개그맨 '다나카'의 유행어를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설 명절을 축하하는 와중에 뜬금없이 일본어를 말하는 것도 이상한데 심지어 공공기관이, 지자체가 명절에 나서서 뭘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사과문 /천안시 공식 SNS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고, 천안시는 뒤늦게야 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은 늘 그렇듯 늦었고, 뭐가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마 천안시 측은 요즘 저 유행어가 사람들에게 반응이 뜨겁다는 걸 알고, 혹시 반응을 얻지 않을까 해 썼는지는 몰라도 막상 설 명절에 저 일본어와 문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심지어 '오이시쿠나레' '모에모에큥' 또한 일본 메이드 카페에서 메이드 아르바이트생들이 손님들에게 하는 말로, 귀여운 제스처나 '맛있어져라' 등의 의미일 뿐인데 이게 설 명절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 올린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다. 아마 이런 뜻도 모른 채 그저 요즘 흥하는 유행어이니 가져다 쓴 것 같지만 말이다.
 

요즘 화제 중 하나인 다나카 /MBC

해당 유행어의 주인공인 '다나카상'은 요즘 꽤 핫한 캐릭터 중 하나다.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 중 하나로, 다나카는 '일본 호스트바 출신'을 콘셉트로 한다. 이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한다. 지금까지 방송에서는 확실히 없었던 캐릭터이기도 하니 어찌 보면 독보적인 셈이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설정 속에도 위험한 요소가 존재한다.

(캐릭터상)일본인이 한국인의 발음을 어눌하게, 어설프게 따라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는 일종의 '인종차별'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할지도 모른다. 그럼 비유를 바꿔 보자. 일본에서 일본 여성 개그맨이 '한국인 매춘부' 콘셉트로 어눌하게 일본어를 따라 하며 방송에 등장해 사람들을 웃긴다면, 한국은 외국에서 대표적으로 성형을 많이 한다며 얼굴에 붕대를 감고 나와 말을 더듬어 가며 일본어를 한다면 그때도 그걸 재미있다며 넘길 수 있을까. (다행히 일본에서 '다나카'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아프리카인들을 희화화한다고 얼굴에 까만 칠을 하고 나와 '아프리카 깜둥이' '시커먼스'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외국인들을 희화화하곤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과 다른 나라 사람의 발음을 어설프게 따라 하면서 개그 하는 것은 '인종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나카를 보고 열광하는 그 이면에는, 다나카가 일본의 호스트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점이 숨어 있다. 아버지도 2대째라며 가족 대대로 호스트를 하고 있다는 설정 또한 존재한다. 호스트라고 하면 그저 손님에게 술 따라주고 말동무하는 아주 가벼운(?) 접객처럼 보이지만 막상 누군가가 이를 '매춘남'라 부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비윤리적인 직업인을 흉내내며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을 지금은 그 누구도 문제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저 웃기니까, 재미있으니까 너도나도 같이 방송을 하며 사람들의 흥미를 잡아챈다. 다나카가 밀고 있는 호스트 설정은 술을 못 마시는 바람에 5년간 손님에게 '지명'을 못 받아 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콘셉트이다. '지명'이라는 건 손님이 업소에 가서, 자신이 맘에 드는 접대부를 발견했을 때 쓰는 말이다. (물론 문화적 차이는 있다. 일본에서 호스클럽이 합법적이고,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어 많은 콘텐츠로 소비될 정도로 양성화되어 있긴 하지만, 이런 일본에서조차 음성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나카'가 SNS와 유튜브에서 큰 반응을 얻은 이후, 공중파 방송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끊이지 않는다. 어설픈 한국말을 따라하는 '호스트' 콘셉트이지만 대중들에겐 재미있으면 그만인 요즘이다. 호스트라는 직업도, 어설프게 남의 나라 말을 따라하는 것도 대중들은 이미 안중에 없다. 그냥 그 모습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이미 그 숨겨진 유해성에 대해서는 생각할 바가 아니다. 

재미있고, 흥하면 그저 방송을 탄다.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호스트'를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친근하게 소비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를 경계의식 하나 없이 소비하고, 이를 꼬집는 사람을 '프로불편러' 취급하는 현상도 심화될지도 모른다.

공인들은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를 항상 인지해야 한다. 뭔가에 재미를 주고 싶다면, 그 기저에는 혐오나 조롱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누군가를 재밌게 한다고 생각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어쩌면, 상처받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 마냥 웃고 박수쳐 주는 사람들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혼자만 볼 콘텐츠라면 어떻게 만들든 무슨 상관인가. 방송이라면, 창작자들은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콘텐츠를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