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08:15 (일)
프랑스인들은 새해 하루, 왕이 되는 음식을 먹는다··· 갈레트 데 루아
상태바
프랑스인들은 새해 하루, 왕이 되는 음식을 먹는다··· 갈레트 데 루아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1.21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레트 데 루아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조금 있으면 구정 연휴다. 설에 먹는 전통 음식은 많지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아무래도 떡국이다. 새해 첫날 밝음의 의미로 흰 떡을 쓰고 떡을 길게 늘여 가래로 뽑는 건 재산이 늘어나길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떡국은 우리나라에서는 설 아침, 밥 대신 차례상에 오르고 차례를 지내면 떡국으로 식사를 한다.

프랑스에도 우리나라가 으레 설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지금 시즌에 먹는 음식이 있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지역의 여러 과자점, 빵집, 슈퍼에서 금색 종이 왕관을 씌운 케이크를 판매한다. 바삭하면서도 달콤하고, 오븐에서 바로 꺼낼 때 제일 맛있는 '갈레트 데 루아'다.

매년 1월이 되면 프랑스는 축제다.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드는 사람들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갈레트 데 루아가 즐거운 건 단순히 맛있는 것뿐만이 아닌, 케이크 속에 숨어 있는 '페브 fève' 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페브를 발견하는 사람은 하룻동안 왕이 될 수 있다.
 

왕관을 쓴 갈레트 데 루아 /flickr

프랑스인들은 약 14세기부터 갈레트 데 루아를 먹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이들은 예수가 태어난 날 동방의 세 박사의 베들레헴 내방을 기념하는 종교적 축제일인 주현절(1월 6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 음식을 먹었다. 이 관습은 12월 말, 1월 초 사이 신을 기리기 위해 축제를 열었던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로마에서는 매년 12월 17일부터 3일 내지, 7일 동안 큰 잔치를 베풀고 선물도 서로 보내곤 했으며 노예들도 쉬게 하고 잔치상에 앉히는 '사투르날리아'라는 기념일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은 주민들, 노예들 모두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고. 밥을 먹던 도중 강낭콩 한 개가 누군가의 접시 위에 놓인 케이크 안에서 발견되었을 때, 케이크의 주인은 그 축제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노예라도 자신의 케이크 속 강낭콩을 발견하면, 그는 그날의 왕이 되어 하룻동안 주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 뿐만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모든 소원을 말할 수 있었다고. 번영과 다산을 상징하는 강낭콩이 들어간 케이크를 통해 그 날의 왕을 결정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은 갈레트 데 루아는 특히 프랑스에서 이 전통이 보존되어 있다.

당시 프랑스 동부에 사는 수도사들은 빵 한 덩어리에 금화를 넣고, 누가 금화를 얻었는지에 따라 지부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있었다고 한다. 또 왕실에서는 콩을 넣은 케이크를 받은 사람이 연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음료를 사는 비슷한 관습도 있었다고.
 

갈레트 데 루아 /flickr

오늘날에는 1월 내내 갈레트 데 루아를 먹으며, 종교적인 배경에 상관없이 가족과 친구들이 새해를 기념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갈레트 데 루아는 기본적으로 페이스트리, 버터, 갈아낸 아몬드 등으로 만든 타르트에 가까운 케이크다. 프랑스인들은 농담으로 1월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이미 잔뜩 늘어나 있는 허리 라인을 갈레트 데 루아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늘린다고들 말한다.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드는 파티셰들은 특히 지금 시즌에 케이크가 잘 팔리기 때문에 이맘때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다.

전통에 따르면 갈레트 데 루아를 먹을 땐 모든 사람이 하나씩 케이크 조각을 받을 수 있도록 케이크를 조각낸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들은 케이크에서 '왕'이 될 기회를 얻는다. 그러고 나면 간단하다. 케이크 안에 숨겨진 '페브'를 찾는 사람이 왕이 된다. 19세기 들어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자기로 만든 페브가 만들어지기 전까진 강낭콩을 케이크 안에 넣었다고 한다.
 

왕관을 쓴 갈레트 데 루아 /flickr
왕관을 쓴 아이 /flickr

왜 강낭콩이냐고 하면, 강낭콩은 봄에 제일 먼저 싹을 틔우고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맺는 식물이라 삶과 다산, 출생 등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페브를 발견한 사람은 왕이 되고, 케이크와 함께 나오는 금색 종이 왕관을 쓰게 된다. 왕이 된 사람은 파트너를 선택하고 그 사람이 다음의 갈레트 데 루아를 구매한다고 한다. 왕, 또는 여왕의 이름을 짓고 나서는 모두들 모여 앉아 탄산음료나 와인, 샴페인을 마시면서 깔깔거리고 웃는다.

이 재미있는 놀이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참여할 수 있고, 실제로 이 금색 왕관을 수집하는 경우도 많다 한다. 특히 누군가가 일부러 페브를 특정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부정행위 논란도 있다고. 그래서 지금의 갈레트 데 루아는 모임에서 가장 어린 아이가 '오늘의 왕'으로 뽑히며, 아이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고 나면 케이크를 한 조각씩 자른다. 아이는 케이크를 조각낼 때마다 그 조각을 받을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아이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는 건 어떤 케이크 조각에 페브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도록, 즉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브리오슈 데 루아 /Il était une fois la pâtisserie 유튜브

갈레트 데 루아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프랑스 북부에서는 퍼프 페이스트리로 만들어지며 크림 같은 아몬드 페이스트로 안이 채워진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설탕에 절인 과일로 덮인 브리오슈 스타일의 케이크를 만든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변형된 모습들이 있다. 몇몇 갈레트 데 루아는 사과, 카라멜, 밤을 넣기도 하며, 다양한 버전의 갈레트 데 루아는 포르투갈, 독일, 스위스, 벨기에 같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주현절과 관련된 음식이 있다. 세 왕의 케이크라 알려진 미국의 킹 케이크는 뉴올리언스, 루이지애나 등 남서부 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킹 케이크 또한 페브가 케이크 안에 숨겨져 있고, 케이크를 자른 후 페브가 들어 있는 케이크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된다.
 

킹 케이크 /flickr

킹 케이크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스타일과 매우 흡사한데, 독특한 것은 케이크를 덮고 있는 녹색, 보라색, 금색의 설탕이다. 이 세 가지 색은 각각의 의미가 있다. 녹색은 믿음, 보라색은 정의, 금색은 힘을 각각 상징한다. 갈레트 데 루아는 비교적 만들기 쉽고 관련된 전통 또한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만큼 간단해 인기가 많다. 
 

반죽에 넣은 페브 /Météo à la carte 유튜브

오늘날 프랑스 전역의 파티셰들은 각기 그들만의 전통적인 케이크를 만든다. 페브 또한 갈레트 데 루아만큼 창의적으로 변해, 위대한 예술 작품이나 고전 영화 스타, 인기 만화 캐릭터 등을 그린 페브들도 볼 수 있다. 

퍼프 페이스트리 2장, 아몬드 가루, 버터, 설탕, 달걀만 있어도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들 수 있다. 버터와 설탕을 잘 섞고 저어 놨던 계란과 아몬드 가루를 넣은 후 섞는다. 퍼프 페이스트리의 첫번째 시트에 이 혼합뭇을 붓고, 두 번째 시트를 위에 놓은 뒤 시트의 측면을 안쪽으로 접는다. 칼을 사용해 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대각선을 그려 패턴을 만들고, 브러쉬로 시트 위에 노른자를 펴 바른다. 이후 오븐에 구워 뜨거운 상태로 내놓으면 된다. 
 

갈레트 데 루아 /pixabay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 12일 후인 1월 6일, 주현절은 예수가 태어난 날 하늘의 밝은 별을 따라 동방에서 베들레헴으로 온 세 명의 현자를 기념하는 날이다. 이들의 여행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그에게 선물을 주기까지 12일 동안 계속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며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다. 갈레트 데 루아 주변에 모이는 건 이제 종교적 배경에 상관없이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기념하는 축제가 되었다.

재미있는 건, 매년 1월 초가 되면 프랑스의 모든 가정이 갈레트 데 루아를 먹는데 이것은 프랑스 대통령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먹는 갈레트 데 루아에는 페브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혹시라도 대통령이 '오늘의 왕'으로 선정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페브나 금색 왕관이 없는 전통적인 갈레트 데 루아가 대통령과 그의 손님들을 위해 제공된다.

프랑스에서는 '한 남자가 치과에 가서 '갈레트 데 루아를 먹다가 이가 부러졌다'고 말하면, 치과 의사는 당신이 왕이기 때문에 '크라운'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는 말하는 농담이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있어 갈레트 데 루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1월 내내 즐길 수 있는, 전통적인 놀이 문화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