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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에도 '디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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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에도 '디깅'은 계속된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3.01.1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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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인 MZ세대의 미술 시장 뛰어들기 /KIAF ART SEOUL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신경을 쓰는 것'에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활용한다. 또는 '관심을 가진 것'과 관련된 모든 것에 푹 빠져 행복해한다. 요즘의 '디깅'족이라 불리는 모든 이들이 그렇다.

'디깅'은 '파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dig’에서 파생한 것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9년 <트렌드 코리아 2020>을 통해 제시한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지금까지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단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디깅을 소비 패턴에 접목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정 품목이나 영역에 파고드는 행위가 소비로 이어지면서 그들의 취향을 잘 반영한 제품들에 나타나는 특별 수요 현상이라 말한다. 

어떻게 보면 '디깅족'은 말은 디깅이라 부르지만 일명 '덕후'와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깊게 빠져들어 그것만 파는 사람도 있다. 영화 '아바타'를 몇 번씩 보거나, 영화 '슬램덩크'의 굿즈를 사 모으는 등 '덕후'들의 행동 모두 디깅 그 자체다.
 

‘이런 소비하면 나도 MZ 세대? 신(新) 소비 탐구생활편!’ /글래드호텔

글래드호텔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트렌드 중 주제를 정해 고객 설문 조사 및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글래드 트렌드리포트의 9번째 주제 ‘이런 소비하면 나도 MZ 세대? 신(新) 소비 탐구생활 편!’ 서베이 이벤트를 2022년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했다. 특히 ‘현재 가장 관심 있는 소비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질문에는 디깅 소비(42%), 조각 전략 소비(30%), N차 신상 소비(15%), 미닝 아웃 소비(11%) 순으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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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Digging) 소비의 경험이 있다면 어떤 소비까지 해보셨나요?’에 대한 질문에는 ‘취미 생활을 위해 구독 서비스, 클래스 이용’이 39%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 답변에는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려고 중고 거래 이용’이 16%,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참여’가 16%, ‘한정판 상품 구입하기 위해 줄서기’가 15%로 나왔다.

구독 서비스나 플랫폼 같은 경우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골라 즐기거나, 어떤 관심사가 있다면 그 위주로 진행되는 클래스를 꾸준히 구독하며 즐기는 등의 형태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만 집중적으로 즐길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또 콘텐츠형·생활형·취미형 등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덕질하기 편한 축에 속한다. 
 

와이 커뮤니티 /롯데홈쇼핑 

작년 롯데백화점에서 출시한 ‘와이 커뮤니티’는 20~35세 고객들을 위한 유료 멤버십 제도로 매 실적에 상관없이 10만 원의 가입비만 내면 이용 가능하다. 디깅족들의 소비를 돕기 위해 탄생한 와이 커뮤니티는 매주 다른 쇼핑 혜택과 다양한 쇼핑·문화 큐레이션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누적 회원 수는 3000명을 넘었고 작년 8월 31일 와이 커뮤니티 2기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 /크림

고물가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취미 생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중고 거래와 리셀 시장에 관심이 급격히 많아졌고, 실제 국내 리셀 시장 규모도 지난해 7000억 원 규모였다면 올해는 1조 원 규모를 내다보고 있을 만큼 커졌다.

중고 거래 시장 또한 '디깅족'들을 위해 단순히 물품 거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 따라 갈리는 브랜드별로 상품을 배치하거나, 키워드를 검색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등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팝업스토어나 한정판 굿즈를 파는 매장이 열렸을 때 오픈런을 하거나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것도 이들은 거리낌이 없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시간이나 돈이 얼마나 들든 덕후들에겐 별 상관이 없다.
 

2023년 여행 트렌드 'R.A.B.B.I.T' /하나투어

하나투어는 지난해 자사 고객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 올 한 해 여행 시장을 전망하는 트렌드 키워드로 'R.A.B.B.I.T(토끼)'을 선정했다. Responsible(지속가능성), Adding&Alleviating(여행에 집중), Be Exclusive(소규모 프라이빗화), Be Healthy(몸과 마음의 건강), Influencer(전문가 동행), Technology(기술 도입) 등 총 6개의 키워드 중 'Influencer(전문가 동행)'에도 '디깅 모멘텀'이 등장한다.

하나투어가 2022년에 진행한 우쓰라 작가 출사여행, 안시내&이채빈 여행 작가 동행여행 등 전문가 동행 테마여행 상품이 '조기마감', '완판'을 기록했고, MZ세대 참가자는 40%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오는 2월에 출발하는 위스키 리뷰 유튜버 MJ와 함께하는 대만 위스키 투어, 장지현 축구 해설 위원과 떠나는 EPL 축구 직관 여행 등 MZ세대의 취향과 관심사를 공략하는 테마여행 등은 MZ세대를 노린 패키지 여행으로 하나투어 측은 더 많은 MZ세대를 유입하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휴식을 맞아야 했지만, 슬슬 다른 나라에서 걸어둔 빗장이 풀리면서 여행 또한 디깅족이 즐겨 덕질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로꼬와 그레이 /코카콜라

유통업계들도 디깅족의 걸음에 발맞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노력 중이다. 디깅족들의 취향, 관심사, 취미 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하는 굿즈나 상품을 내놓는 마케팅 활동이 대표적이다.

스프라이트는 최근 가수 로꼬와 그레이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고, 이들을 ‘스프라이트 보이즈’로 데뷔시켰다. 지난 2020년부터 스프라이트와 맛있는 음식 간의 꿀케미를 알리는 ‘스프라이트&밀’ 캠페인을 진행한 스프라이트는 올해는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로꼬와 그레이를 발탁, ‘스프라이트 보이즈’는 스프라이트의 상쾌함을 담은 가사와 중독성 있는 훅이 매력적인 음원 ‘맛있는 거 옆에’를 공개해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달 한 끼에 평균 300cal를 자랑하는 정기구독 균형식 '300라이스 밀(Meal)'을 출시해 식단과 건강 관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공략하고 있다. 
 

몽드샬롯 식사권 판매 이미지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지난 9일, 국내 최초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드샬롯’ 식사권을 판매했다. ‘몽드샬롯’은 영화 스토리텔링 중식당 ‘몽중식’과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가 협업해 지난달 오픈한 국내 최초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이다. 이는 '콘텐츠 경험 공간'을 선호하는 디깅족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구매자들은 뮤지컬에서 영감을 받은 코스 요리를 스토리텔러의 설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인테리어, 식기 등 테이블웨어, 소품에도 공연 특징을 반영해 고객에게 뮤지컬 무대 안에 있는 듯한 이색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디깅족은 특히 MZ세대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들이 스스로 가치가 있다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돈을 쓰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꼭 MZ세대의 특성뿐만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있다면 아낌없이 돈을 투자해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특성이다.

다만 디깅은 요즘 고물가로 외식비가 올라 돈을 쓰는 데 조금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쉽게 사는 게 확실히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확신이 든다면 망설임 없이 사는 경향은 더 강해진 것이다. 어떤 걸 절제하고, 어떤 것을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전보다 확실해지면서 선택적으로 어떤 것을 철저히 '구분해' 소비하는 디깅족의 움직임은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일반적인 '덕후'들이 덕질하는 것과 같다. 
 

‘아바타: 물의 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4주 차를 맞았다. 근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국내 및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9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바타 1이 개봉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고 후속작을 기다리는 사람들 또한 많았을 테다. 기다리던 영화가 마침내 개봉했을 때 영화 관람을 한 번으로 멈추는 사람도 있지만, 디깅족이라면 영화관을 마치 제집 드나들듯 오가며 몇 차례씩 관람한다.

영화를 한번 보고 마는 사람들이야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만 뭔가를 '덕질'하는 사람들은 영화 한 번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 몇 번이고 영화를 보면서 똑같은 3시간을 저마다 다른 느낌과 감각으로 보내며 즐긴다. 이들에게는 그것이 기쁨이고 일종의 힐링인 것이다. 영화 '슬램덩크'가 개봉했을 때 옛날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고이 보관해 두던 사람들은 영화관으로 몰려가 영화를 보며 옛날의 기억을 되살리고, 관련 굿즈를 쓸어 담으며 추억을 되새긴다. 
 

디지몬빵 /롯데제과

1980-90년대 국진이빵, 핑클빵이 유행했고 지금은 디지몬빵과 메이플스토리 빵이 옛날 그랬듯이 똑같이 유행한다. 옛날 국진이빵을 사모으던 사람들은 지금도 디지몬빵을 사 모은다. 일반 가수나 배우를 덕질하듯 그 캐릭터를, 브랜드를, 상품을 사 모으고 점점 더 빠져들어가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 디깅족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살기 팍팍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 MZ세대뿐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겐 '디깅'이 필요하다. 뭔가에 몰두하고 즐길 수 있는 덕질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엔 아낌없는 충성심을 보내고 자신의 애정을 절대 숨기지 않는 덕질 말이다. 사실 디깅이 요즘의 문화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건 사실이다. 그저 사람들은 옛날부터 꾸준히 덕질을 해 왔고 디깅을 해 왔다. 새해에는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는 '디깅', 어떤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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