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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이 디저트의 계절이 왔다, 슈톨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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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이 디저트의 계절이 왔다, 슈톨렌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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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연말과 겹쳐 한 해를 끝내는 기념으로 사람들과 모임을 갖거나 파티를 열어 맛있는 것을 먹는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도 하고, 모임에 먹을 여러 음식을 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슈톨렌은 작년부터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에 찾는 별미 음식으로 독일식 과일 케이크다. 케이크라고는 하지만 빵의 형태로 파운드, 파이, 쿠키 등 여러 형태로도 만들어 먹는다. 

슈톨렌에는 설탕에 절인 과일과 건포도, 계피와 여러 향신료가 들어간다.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 만든 찐득한 반죽인 마지팬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며 럼주에 절인 과일과 마지팬으로 인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음식이지만, 아닌 사람들에겐 한 입도 못 먹을 정도일 것이다.
 

슈톨렌 /flickr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 중의 하나인 드레스덴의 슈트리첼마르크트(Striezelmarkt)의 이름은 슈톨렌의 다른 이름인 '슈트리첼(Striezel)'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드레스덴 슈톨렌은 옛날부터 독일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로 원래 독일에서는 주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인기가 많아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슈톨렌을 즐긴다. 특히 슈톨렌은 작센 주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드레스덴에서는 거의 지역 특산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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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슈톨렌은 지금처럼 여러 재료가 들어간 것이 아닌 밀가루, 귀리, 물이 재료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이전 네 번의 주일을 포함해서 지켜지는 절기인 대림절은 이른바 단식을 하는 시기였다. 제빵사들과 일반 시민들은 빵을 만들 때 버터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기름만 쓸 수 있었다. 자연히 빵과 케이크는 맛도 없고 딱딱했다. 당시 기름은 순무에서 채취했는데 독일의 작센 주에서는 순무가 매우 비싸 사람들은 기름을 버터처럼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결국 작센의 에른스트 선제후와 그의 동생 알브레히트는 교황에게 서신을 보내 대림절 기간 중에 버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하였다. 1491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는 이에 대해 답신인 '버터 편지'를 보내, 선제후와 그 가족이 사는 궁정에서는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그 외의 일반인들은 1/20 굴덴(옛날 금 및 은 화폐의 이름)의 성금을 내는 조건으로 버터 사용을 허용해 주었다. 시민들에게 걷은 돈은 프라이베르크 대성당을 건설하는 데 쓰였다고. 

버터 사용에 대한 금지가 완전히 해제된 것은 개신교가 퍼지면서부터였다. 단순한 재료들로 만들었기에 그냥 '맛이 없던' 빵이었던 슈톨렌은 과일과 마지팬 등 풍부한 재료를 가진 달콤한 빵으로 바뀌어 갔다.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왕자들, 귀족, 교회의 고위 인사들을 기리거나 박람회와 축제에서 팔기 위한 슈톨렌을 만들었다. 
 

슈톨렌 한 조각 /pixabay

슈톨렌이 드레스덴에 처음 도입된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부분의 기록에서는 1560년 크리스마스 당시 드레스덴에 사는 제빵사들이 정부 관료들에게 각각 16㎏의 슈톨렌을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총 8명의 제빵사와 8명의 시민들이 도시를 통해 궁전으로 슈톨렌을 실어 날랐다고. 이후 1730년 아우구스투스 2세가 드레스덴 제빵사 조합에 의뢰해 모두가 한 조각씩 먹을 수 있도록 큰 슈톨렌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슈톨렌 축제인 '차이트하이너 루스트라거'에서 처음으로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슈톨렌을 선보였다. 차이트하이너 루스트라거는 작센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2만 명이 넘는 귀빈들을 초청하여 개최한 축제로, 한 달 동안 작센군의 위용을 선보이는 대대적인 행사와 함께 공연과 음식이 어우러지는 축제가 열렸다.

빵을 굽는 대형 화덕은 드레스덴의 유명한 건축가 마테우스 다니엘 푀펠만이 만들었다. 밀가루 18부 셸, 달걀 4,920개, 우유 8톤, 효모와 버터가 각 1톤씩의 재료가 사용된 이 슈톨렌 자체의 무게는 1.8톤에 달하며 만드는 데에만 제빵사와 조수 100여 명이 투입되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빵이 완성되자 말 8필이 끄는 수레가 슈톨렌을 운반해 행렬을 이루어 아우구스투스에게로 향한다.

이후 특수 제작된 길이 1.6m의 거대한 스털링 실버 칼을 사용해 2만 4천여 명에게 이 빵을 나누어 주었다고 하며 이 칼은 '큰 드레스덴 슈톨렌 칼'이라는 별칭으로 드레스덴 왕실의 은제품 컬렉션에 속해 전해 내려오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소실되었다. 20세기 들어 크리스마스에 먹는 슈톨렌은 오늘날의 맛과 품질에 가까워졌고 드레스덴 슈톨렌은 건조된 상태로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로 수출되었다.
 

슈톨렌 조각을 나눠주는 제빵사 /Christopher Lang Brot-Sommelier 유튜브
슈톨렌 반죽이 구워지는 모습 /Christopher Lang Brot-Sommelier 유튜브

15세기부터 구워졌던 슈톨렌은 현대 독일에서도 이어져 매년 슈톨렌 축제가 열린다. 3-4톤의 무게를 지닌 슈톨렌이 마차를 타고 드레스덴 거리를 지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슈트리첼마르크트로 향한다. 이후 제빵사 한 명이 나와 이 거대한 빵을 12㎏의 은도금을 입힌 거대한 칼로 자른다. 500g 크기로 자른 슈톨렌 조각은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한 조각당 5유로에 판매하며, 수익은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케이크 같은 형태에 과일 조각이 들어 있는 슈톨렌은 발효된 반죽에 설탕에 절인 과일, 럼주에 적신 건포도와 아몬드, 계피 같은 향신료가 들어간다. 케이크 속 들어 있는 풍부한 마지팬이 핵심으로, 오븐에 구워냈을 때 녹인 버터를 듬뿍 바르고 설탕을 뿌린다. 이상적인 슈톨렌은 모든 맛이 적절히 섞일 수 있도록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몇 주간 숙성된다. 

슈톨렌을 자를 때 첫 조각은 가족들이 다음 해에도 슈톨렌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여유를 확인하기 위해 따로 보관한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슈톨렌의 요리법, 재료의 비율 등이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한다. 다만 전 세계의 제빵사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리법, 또는 현대적인 조리법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닌 1년 내내 슈톨렌을 굽는다. 그래서 빵집마다 각기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슈톨렌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슈톨렌 파이 /flickr

슈톨렌은 꼭 전통적인 케이크처럼 크게 만들 필요는 없으며 요즘은 슈톨렌 쿠키, 슈톨렌 마들렌처럼 형태도 다르고 작은 사이즈로도 만들어 판매한다. 원래 슈톨렌 자체가 크게 만들어 놓고, 얇게 썰어 겨우내 조금씩 먹는 게 일반적으로 슈톨렌을 먹는 방법이다. 크리스마스에 한 개를 다 먹는 것이 아닌, 얇게 썰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먹는 재미있는 디저트다.

만일 한 조각만 먹을 거라면 가운데를 잘라먹은 뒤에 양쪽을 붙여 보관해야 빵이 마르거나 퍽퍽해지지 않는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슈톨렌 위에는 슈거파우더가 날리지 않도록 래핑이 되어 있는데 이 랩을 벗기고 먹을 시 슈거파우더가 떨어져 버리니 통째로 칼로 썰어 먹는 게 포인트다. 

크리스마스 시즌 색다른 디저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백화점이나 호텔, 편의점 등에서도 슈톨렌을 판매하고 있다. 개인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어떤 슈톨렌을 사야 할지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슈톨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은 집 부근에 있는 베이커리에서도 슈톨렌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조선호텔 슈톨렌 /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조선호텔 슈톨렌’을 SSG닷컴과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출시해 판매 중이다. 조선 델리 파티시에의 노하우와 프리미엄 레시피로 고급스러운 맛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가운데부터 0.5~1cm 정도씩 잘라서 먹고 남은 빵은 단면을 서로 맞붙여 랩 또는 비닐 포장 후 냉장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슈톨렌 /투썸플레이스

투썸플레이스는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을 시즌 선물용으로 출시했다. 슈톨렌은 오래 보관할수록 풍미가 깊어지고 연말에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함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메뉴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처음 슈톨렌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는 투썸 클래식 슈톨렌과 투썸 커피 슈톨렌으로 재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크리스마스 시즌 일러스트가 담긴 틴케이스와 함께 출시돼 선물용으로도 좋다.
 

슈톨렌 /널담

비건용 디저트를 찾고 싶다면 이건 어떨까. 기술 기반 비건 식품 스타트업 널담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독일 전통 과일 케이크인 '슈톨렌'을 자사 온라인몰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선보인다. 널담 슈톨렌은 450g의 여유있는 양으로 직접 빚은 마지팬(밤 페이스트)과 럼주에 숙성한 레몬 껍질, 크랜베리, 건포도, 견과류 등이 들어가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여기에 분리대두단백과 유청 단백을 넣은 고단백 슈톨렌으로 설계해 겨울 디저트의 달콤함은 물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슈톨렌 /unsplash

럼주에 절여 몇 달에 걸쳐 숙성된 재료들, 마지팬 등이 슈톨렌을 맛있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를 갈리게 하는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말린 과일들이 시큼하고 달달한 맛과 향을 내 이 부분을 싫어할 수도 있고, 마지팬이 맞지 않아 마지팬을 뺀 슈톨렌을 찾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럼주에 절인 견과류와 과일에서 나는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할 만한 맛이다. 럼주가 반죽에 스며들어 마치 향이 나는 케이크 같은 형태에 과일과 견과류는 과즙이 배어 나와 맛이 있다는 평도 많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다면 한 번쯤은 사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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