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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자연을 사랑한 작가의 영감이 누군가에게 또다른 영감의 원천으로 《영감의 작업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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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자연을 사랑한 작가의 영감이 누군가에게 또다른 영감의 원천으로 《영감의 작업실》展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2.2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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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열람실>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영감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자극한다. 격려와 용기를 주고 감각을 일깨운다. 당신이 무엇을 하든, 누구든 혹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든지, 언제 어디에서 마주칠지 모를 영감은 모든 일의 계기가 되고 시작이 된다. 이러한 영감은 특별한 곳이 아닌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영감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며 누구나 영감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영감은 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한 창작의 근원이기도 하다. 장인과 작가들이 얻은 영감과 그 영감을 풀어내는 과정, 영감의 결과물과 이를 통해 돋아 나오는 새로운 영감까지 이번 전시에서 이 모든 영감이 담긴 자료를 보이려 한다. 

서울공예박물관 아카이브 기획 전시《영감의 작업실》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의 원천이 되는 ‘영감(靈感)’을 주제로 펼쳐진다. 1세대 목공예 작가 최승천의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그가 자연에서 얻은 영감과 그 영감을 풀어내는 과정, 영감의 결과물로서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림을 그리는 송암 최승천 /김서진 기자

목공예가 송암 최승천은 홍익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의 교수로 25년간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1934년 경기 연천에서 태어난 최승천은 대학 시절 1963년부터 4회 연속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공예부문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 등에서 다수 입상하며 국전 추천 작가로도 활동한 그는 대학 졸업 이후 1970년부터 1975년까지 한국 디자인진흥원의 전신인 한국 디자인포장센터의 디자인 개발실장을 맡아 전통미를 강조한 관광공예품 개발 등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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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활 양식 속의 디자인 활용화'라는 목적으로 동료들과 함께 1973년 한국공예가회, 1980년 홍림회를 창립하며 '생활 속의 목공예'를 강조해 온 그의 활동은 조형미와 실용성을 동시에 지닌 그의 작품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 전통 가구와 건축 기법을 기반으로 예술성과 기능성을 가진 '아트퍼니처'를 선보이며 한국 현대 목공예의 1세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76년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여 회의 개인전과 200회 이상의 단체전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그는 각종 문화 예술기관의 심사 및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 공예계 발전에 힘썼다. 
 

최승천이 평생 수집한 새 장식품 /김서진 기자
다양한 새들의 모습 /김서진 기자

최승천은 한평생 새와 나무, 꽃과 같은 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 공예품을 제작했다. 2020년 최승천은 자신의 대표작 <새와 나무>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 5,636점을 서공예에 기증했다.
 

최승천이 작품의 영감을 위해 촬영한 필름 /김서진 기자

'새와 나무' '새들이 있는 풍경' '새 그리고 꽃이 있는 풍경' 등 내가 만드는 작품의 주제는 언제나 새와 나무, 꽃이었다. 늘 내 곁에 있고 내가 일궈내고 내가 불러들이고 내가 찾아가고 내가 사시사철 돌보고 촬영하는 새와 나무와 꽃. 나의 단순한 삶 속에서 이제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것들의 형상을 무한 창조하며 진정한 물아일체의 기쁨을 맛보았다.  

-최승천 개인전 《행복은 꽃으로 피어나네》
 

새와 나무 /김서진 기자

우리는 흔히 너무 장식적인 경향의 조각을 두고 공예적인 조각이라고 한다. 최승천의 작품은 그와 같은 조각과도 그 범주를 달리한다. 그의 작품은 일차적으로 공예품이자 동시에 작품 자체 속 일종의 내면적인 자율적 법칙 또는 율법, 다시 말해서 독자의 질서와 리듬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최승천의 작품과 함께 우리의 일상적 생활 속에 또 다른 신성한 조형공간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반복」의 판타지아, 송암 최승천 작품전에 붙여> 이열
 

꽃 무늬 보석함 /김서진 기자
떡살무늬 열쇠고리 /김서진 기자

"자연의 신비로움에 정말 놀랐다. 그 많은 이름 모를 들풀이나 작은 목초들, 큰 나무, 아름드리나무 할 것 없이 꽃과 열매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있었다. 단지 인간들이 주의깊은 관찰을 안 해서 몰랐을 뿐이었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향이 있고 비록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더라도 형형색색의 꽃과 그 열매는 모두 있었다. 실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음양의 이치대로 모든 목초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자연 속에서 사랑을 보았고 창조주의 조화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새와 나무」에 실린 한국적 미의식> 『최승천』 
 

새 오브제 /김서진 기자
작은 새 조각이 돋보이는 그릇 /김서진 기자

"나는 나무와 주변의 것들, 새들과 열매, 꽃,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자연에 나의 고향과 가족을 담아 나의 작품을 만든다. 나의 작품에 임진강변의 작은 마을, 나의 고향에서의 추억을 담고 동시에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형제를, 그리고 여러 고마운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다."

-갤러리숨 기획토대전 《내안의 나무》 최승천 
 

가족 /김서진 기자
찻상 /김서진 기자

2006년 작 <가족>은 부모님과 누이, 어린 소년인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오브제는 기존의 <새와 나무>와 같은 구성이지만 나무 대신 크게 확대된 만개한 꽃과 새가 쉬고 있는 형태인데 꽃밭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 목리의 곡선이 돋보이는 작은 불꽃 위에 새가 있는 모습 등을 표현한 것이다. 이 꽃들은 현대 생활공간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마주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꽃찻상이 되기도 한다. 

-<심향-색동에 물들다: 현대목조형의 선구자 송암 최승천의 조형세계> 안귀숙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현대 목공예가 꼭 실용성에 치중되기보다는 하나의 예술로, 주위 환경에 부합될 수 있는 관상품으로 성장해야 될 것으로 믿는다. 제 요즈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보려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죽은 고목에 새 생명을 담는, 목공예가 최승천>, 『월간 디자인』

그의 눈과 마음에 머무른 풍경의 순간들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그린 도안, 그리고 사진과 필름에 그대로 담겼다. 최승천 아카이브를 열람하는 일은 관람객에게 있어 무한한 자연이 그에게 선사한 영감을 열람하는 일이다.
 

전시 디자이너 소목장세미의 소개 영상 /김서진 기자

작가의 영감을 먼저 열람하여 공감하고, 공감한 젊은 목수가 또 다른 영감으로 이 전시의 공간을 꾸렸다. 영감은 이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져 새로운 영감으로 번진다. 전시 관계자는 "영감의 열람실에 입장한 관람객들에게 이 전시가 저마다의 영감으로 와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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