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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다 약주고 재워버리고싶다”고? 위태로운 의료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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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다 약주고 재워버리고싶다”고? 위태로운 의료윤리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2.12.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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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추정 SNS 글, 환자 조롱하는 내용 담겨 논란
의약품 반출에 관한 내용, 사실일까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최근 한 의료인의 SNS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간호사 인스타 스토리인데 보기 불편하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온라인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해당 글이 포함하는 내용은 한 대학병원 간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개인 SNS를 통해 환자에 관해 적절하지 못한 내용을 게시했다는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내용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단순히 환자 개인 신상에 관해 언급한 것이 아닌, 의료인으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을 SNS에 게재해 놀라움을 준다.

간호사로 추정되는 인물은 SNS에 ‘아 싹다 약주고 재워버리고싶다’, ‘2달치 풀인계받고 2시간 만에 하늘로 보내버렸당’, ‘힘들어서 내가 먼저 익파하겠네’ 등의 문제되는 내용을 업로드했다. 마지막 언급된 ‘익파’는 환자가 사망했을 때 쓰는 의학용어 ‘expire’을 말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논란이 빠르게 퍼지면서 해당 인물이 운영하는 블로그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서도 ‘익파’라는 단어가 또 등장한다. 문제가 된 글은 다음과 같다. ‘다음날 또 수혈 때려부은 거 안 비밀; 결국 익파엔딩인거 안 비밀;’ 의료인으로서 엄중하게 다뤄야 할 환자의 죽음이 해당 간호사의 글에서 ‘익파엔딩’이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다. 이외에도 ‘할아버지 숨 잠깐만 참아보라고 하고 싶다. vent 잠깐 뗄까? 명도 떼지는 수가 있어’라는 글도 눈에 띈다. 여기서 vent는 인공호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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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내용 외에도 문제가 되는 사항은 또 있다. 간호사로 추측되는 해당 인물의 SNS에는 환자의 바이탈 사인 정보가 표시되는 페이션트 모니터를 비롯, 그 외 의료장치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진들이 다수 게재됐다. 또 블로그에 환자의 ABGA 검사 결과를 그대로 찍어 올리고는 ‘이 노답 ABGA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세요..^^!”라고 언급한다.
 

본지에서 모자이크 한 내용으로 실제 업로드된 사진에는 검사 결과 수치가 모두 표기 되어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ABGA는 동맥혈가스 검사를 뜻하며 신체 산염기, 산소 균형 검사로 응급상황에서 주로 시행 되며 동맥혈에서 의사가 채취하는 검사다. 올라온 사진 속 환자의 검사 결과는 체내 산소와 이산화탄소, 중탄산염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표기되어 있다.

보통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면 이 검사가 처방되기도 하는데, 통상 응급환자가 이 검사를 받는 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당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글을 올린 의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의약품 원외 반출? 사실이라면 큰 문제

이 블로그에는 ‘왓츠인마이백’에 관련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Whats in my bag’이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엔 뮤코미스트액이 눈에 띈다. 뮤코미스트는 진해거담제로 천식과 폐렴 환자라면 흔히 증기흡입치료기인 네뷸라이저와 함께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에는 ‘의문인건 모든 가방에 항상 뮤코미스트 하나씩은 들어있음; 그래서 **줬더니 굿즈하겠다고 가져갔당’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인 만큼 일반인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물건이고 이를 ‘굿즈’라며 가져가도록 두었다는 내용이다. 이 뮤코미스트의 경우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에 속하긴 하지만 실제 병원 내 의약품을 외부로 반출한 것이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

의문인 것은 일반적으로 병원 내에서 의약품 관리는 매우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외부 반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항이라, 간호사로 추정되는 해당 인물이 직접 이 의약품을 외부 반출한 것이 사실인가에 관해 궁금하게 한다.

약물이란 인간에게 치료목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용량, 투약방식 등에 따라 잘못 사용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의약품의 사용여부를 확실히 확인하며 사용하지 않은 약품이 제대로 반납 될 수 있도록 재고조사가 이뤄진다.
 

모든 의약품은 정해진 투약방식이 존재한다. 뮤코미스트의 경우 주사금지 약품이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픽사베이

사용된 의약품의 경우 투약기록을 입력하게 하고, 투약하지 않거나 처방이 중단된다면 이때 반납하게 되어 있다. 이 역시 전산상으로 모두 입력이 이뤄진다. 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근무가 끝나면 남은 약품이 있는지, 남은 약품이 있다면 합당한 이유에 따라 남는 것인지, 남은 약물의 이름과 개수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모두 확인이 끝나면 약제부로 약물을 내리고, 약제부에서 한 번 더 확인이 이뤄진다. 병동에서 전산을 통해 반납이 잘 되었는 지까지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의약품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병원 마다 약제 취급 방식에는 차이점이 존재할 수 있으나, 대부분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간호사로 추측되는 해당 인물이 실제로 병원의약품을 원외로 가지고 나가는 행위를 한 것이라면 이를 행할 수 있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게 된다. 원내에서는 약제 취급이 상당히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를 고의 반출하기란 어렵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뮤코미스트액이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인 것을 고려한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글 내용이 꼭 진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병원 측의 입장은

문제의 SNS 글을 게시한 해당 인물이 근무하는 곳으로 추측되는 병원 측의 입장은 어떨까. 병원측은 현재 적극적으로 SNS에 부정적인 글을 업로드한 인물을 조사하고 나섰다. 다만 사안이 민감한 만큼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병원 측은 본지에게 “현재 병원에서도 해당 사항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하기 위해 알아보는 단계다. 문제를 일으킨 간호사를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며 사안에 따라서 적합하게 처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SNS 인물이 해당 병원 간호사가 확실한 지, 어떤 식으로 논란의 당사자를 색출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이라 언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내에서 간호사 교육 및 의료윤리나 의료법령에 관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병원 측은 “법적으로 꼭 이수해야 하는 교육은 전부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간호사라면 꼭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

의료법 제30조에 의하면 의료인은 매년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면허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꼭 이수해야만 하는 필수 사항에 해당하며 예외적인 경우 이를 유예하거나, 면제받기도 한다.
 

모든 의료인은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보수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픽사베이
모든 의료인은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픽사베이

KNA면허신고센터 홈페이지에는 보수교육 유예대상자에 관해 안내하고 있는데 해당연도에 6개월 이상 환자 진료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자, 보건복지부장관이 보수교육을 받기가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자는 보수교육을 유예할 수 있다. 또 보수교육 면제 대상자는 간호대학의 대학원 재학생, 신규 면허 취득자, 보건복지부장관이 보수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유예 신청과 면제 사항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수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보수교육을 시행하는 기관은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정해진다. 한 보수교육 책임자에게 본지가 직접 문의한 내용에 의하면 보수교육은 대한간호협회 또는 대한간호협회에서 승인된 기관만 실시할 수 있다. 수련교육능력이 있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이 이에 해당하고, 실시기관 평가를 진행하면서 허락된 곳에서만 이뤄지는 교육이기에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보수교육 시행 기관에 대해서는 작년 대대적 실사가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또 간호사는 면허를 지속하기 위해서 보수교육과는 관계없이 필수교육을 받게 된다. 이는 면허 신고를 할 때 받는 교육으로 여기에 간호사가 지켜야 할 의료윤리나 의료법령에 관한 수업이 포함되어 있다.

논란의 당사자, 법적 처벌받게 될까

우선 논란의 당사자를 아직 특정하지 못한 상태기에 사건 해결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란이 된 해당 글이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병동 내의 사진, 환자의 개인 정보(ABGA 검사 결과) 등이 유출된 사항이라 이는 가벼운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RODNAE Productions, pexels
의료인은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RODNAE Productions, pexels

현재 병원 측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를 일으킨 간호사가 병원 내 직원이라는 것이 실제 확인되면 그에 적합한 처리가 내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의 의견도 듣기 위해 본지에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논란의 글을 올린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았기에 간호사가 확실한 지도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추후 간호사가 직접 올린 글이 맞다고 확인된다면, 간호사가 인증된 교육을 필수로 받았는지, 대한간호협회를 이수했는지, 의약품 원외 반출이 사실인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인 윤리의식 잊어버렸나, 이태원 참사에도 간호사 ‘브이로그’

의료인 SNS 사용이 논란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에도 한 남자 간호사의 브이로그(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가 업로드 되면서 문제가 일어났다.

브이로그 속 간호사는 이태원 참사로 인한 급박한 응급실 상황을 전한다. 하지만 대규모 참사로 인해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 시점에, 개인 채널을 위한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 받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특히 응급실 내 상황을 언급하면서 “벌써 네 번째 심정지 환자가 도착했습니다” 등의 발언 또한 문제가 됐다. 브이로그를 업로드한 간호사는 이후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해명문을 올리고 논란이 된 영상을 삭제했다.

2020년 4월에는 한 대학병원 의사가 브이로그를 촬영하면서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고 사망하는 과정까지 영상으로 업로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상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하는 모습부터 사망선고를 하는 모습까지 담고 있어 문제가 제기됐다. 현재 채널과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개인 SNS 채널을 개설하는 의료인이 늘어나며 현재 병원 마다 적절한 SNS 사용 가이드를 제공 하거나 SNS 사용 자제를 권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SNS 사용에 자유가 있다. 하지만 환자를 적극 보호하고 치료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의료인들이기에 환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존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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