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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중심으로 떠오른 명품 단추 재활용, 친환경과 얼마나 관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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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중심으로 떠오른 명품 단추 재활용, 친환경과 얼마나 관계있나 
  • 윤미지 기자
  • 승인 2022.12.07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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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버려진 단추 맞을까... 명품 단추 재활용, 새로운 소비 부추길 수 있어
명품 단추로 제작한 액세서리 판매, 상표권 위법 가능성은?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MZ세대를 중심으로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 명품 의류나 가방에 붙은 부자재를 활용해 액세서리로 리사이클링하는 문화다. 가장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단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단추를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들어 착용하는 것이다. 

이를 먼저 유행시킨 것은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라고 알려져 있다. 제니가 샤넬 목걸이를 착용한 모습을 보고 제품 문의가 이어졌는데, 이를 두고 빈티지 단추를 리폼한 것 같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제니 외에도 명품 단추를 리폼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다수의 아이돌과 인플루언서들이 명품 단추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빈티지 샤넬 단추를 리폼한 것으로 추측되는 목걸이를 하고 있다. SNS 캡쳐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니. 샤넬 로고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SNS 캡쳐

패션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사실 명품 단추를 활용한 액세서리가 리사이클링 혹은 업사이클링과 얼마나 큰 연관이 있을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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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명품 단추를 새로운 액세서리로 탄생시키는 것이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과 얼마나 많은 관련을 가지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최근 친환경에 관한 이슈가 대두되며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은 많은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다. 

리사이클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활용에 해당한다. 물건을 한 번 쓰고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닌 여러 번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이 이뤄지고, 때로는 제품을 자원 자체로 활용해 원료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이에 해당한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재가공해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재사용은 친환경에 좋은 방법이 된다. 픽사베이
재사용은 친환경에 좋은 방법이 된다. /픽사베이

업사이클링은 재활용과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새활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순히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쓴다는 맥락 외에도 이에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를 쉽게 말하면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기도 하고,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다는 정의를 가진다. 
 

코르크를 연필꽂이로 업사이클링. 픽사베이
코르크를 연필꽂이로 업사이클링. 픽사베이

최근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이 여러 분야에 결합하고 언급되는 이유는 소비자가 먼저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를 중심으로 친환경에 관심 있는 착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유행의 발생은 새로운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그렇다면 명품 단추 리폼은 이와 얼마나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명품 단추가 친환경과 관련을 가지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버려지는 단추, 빈티지 단추에 한해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배화여대 한복문화콘텐츠과 김혜수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떤 자재를 재활용한다는 관점은 버려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실제 패션업계에서 폐원단, 폐단추가 재활용되는 사례는 많다. 엄청난 단추들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패션의류제작에 쓰이지 못한 단추가 버려지고, 불용성 재질인 단추가 자연으로 순환되는 시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다. 이러한 단추를 리폼해서 재활용한다면 업사이클링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명품 단추 리폼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혜수 교수는 이에 대해 “사실 의류에서 단추라는 속성을 볼 때 매우 작고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옷 자체가 버려진다면 모를까. 굳이 이를 수집하고 구매해서 새로운 액세서리를 만들어 낸다는 건 결국 새로운 폐기물을 양산해내고 또 다른 이름의 소비 추구 현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꼭 명품 단추가 아니더라도 리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픽사베이
꼭 명품 단추가 아니더라도 리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픽사베이

이어서 “만약 그 단추가 명품 단추가 아니었다면, 굳이 이를 활용해서 새롭게 액세서리를 만드는 문화가 형성됐을까 싶다. 명품 단추로 만들어진 새로운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현상은 어쩌면 그 저변에 채우지 못한 명품 소비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한국가치패션연구소의 김지선 원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지선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버려지는 의류에서 떨어진 일반 단추를 다양한 방법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명품 단추를 전문적으로 매입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친환경과는 조금 먼 이야기다. 오히려 명품이 가진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한 방식으로 보여 소비자의 명품 선호 취향이 반영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실제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김지선 원장은 “한 지원자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가방을 재활용해서 메신저백을 만든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브랜드 저작권 문제와 연관이 있어 판매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한국가치패션연구소(전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는 아산나눔재단이 후원하는 ‘Fabric-up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폐기되는 불용 원단이나 현수막, 소방호스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한국가치패션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불용 원단을 중심으로 업사이클링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한다. 또 봉제 업체에서 재단 후 남은 천 조각을 후원받아 재활용하기도 한다. 
 

패브릭 업사이클링 창업 인큐베이팅, 'Fabric-up 프로젝트' /(사)한국가치패션연구소
패브릭 업사이클링 창업 인큐베이팅, 'Fabric-up 프로젝트' /(사)한국가치패션연구소

KBS 2TV에서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따르면 70억 인구에게 한 해 버려지는 옷은 330억 벌이라고 한다. 의류를 과잉생산하고 이를 소비하는 문제가 지구의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옷, 원단에 한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부여하고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은 업사이클링에 해당할 수 있다.
 

flickr
버려지는 옷. 기사 내용과는 무관 /flickr

하지만 현재 유행하는 명품 단추 리폼 현상은 재활용 사례와는 차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명품 단추를 활용해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전문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본 기자는 명품 단추를 활용해 제작한 가방과 목걸이를 입수해 직접 살펴봤다. 우선 가방 전면(前面)에 장식된 명품 브랜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본체인 가방은 재활용이 아닌 새상품으로, 업사이클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목걸이도 살펴봤다. 역시 펜던트가 되는 명품 단추는 재활용되었지만 그 외 다른 부자재는 모두 새것이었다. 또한 제품이 담긴 박스와 포장재 모두 친환경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유행이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며 또 다른 이름의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명품 단추를 활용해 제작한 목걸이 /윤미지 기자

또한 업사이클링의 요소를 충족하려면 이전 명품 단추가 역할하고 있는 것보다 큰 가치를 보여야 하는데, 본 기자가 받아본 가방과 목걸이는 사실상 제품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가방은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낮은 가격대의 상품이었고, 실제 가방의 품질과 상관없이 명품 브랜드 로고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가격대가 높게 책정된 점은 의아했다. 

명품 단추 활용해 액세서리 제작 후 ‘판매’한다면, 상표권 위법 가능성 크다

한편, 명품 단추를 활용한 액세서리 제작 판매는 또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상표권 위법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법무법인 다래 이금호 변리사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유명한 패션 브랜드는 대부분 상표권을 이미 가지고 있다. 로고 자체가 상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입체적인 형상을 보고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면, 엠블럼 자체도 상표로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경우 액세서리류에 이미 상품권이 등록되어 있다. 샤넬 단추를 새로운 물품으로 재생산해서 판매할 경우,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만약 버리는 명품 의류를 개인이 리폼해서 직접 사용해, 이를 사진으로 올린다면 어떨까. 이에 대해 이금호 변리사는 “버려지는 명품 의류의 단추를 개인적인 영역에서 활용해 리폼한다면 이것은 문제 삼는데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이를 판매한다면 상표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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