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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mbti, 소식좌 열풍....적당함을 지키는 것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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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mbti, 소식좌 열풍....적당함을 지키는 것도 필요해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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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J의 특징?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어떤 유행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즐기는 흐름도 커진다. 한 번에 10-15인분을 쓸어 담듯이 먹어치우거나 반대로 고기 한 점도 배부른 사람들에 대한 트렌드,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농담을 하던 것이 지금의 성격유형별 검사로 이어지는 트렌드 등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트렌드라면 언제든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많이 먹는 먹방, 적게 먹는 먹방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다루는 이야기다. 또는 성격유형별 테스트라는 것에 관심이 아예 없는 사람들, 어떤 유형이라고 규정지어지는 것을 거부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MBTI? 과몰입을 멈춰야 

MBTI를 면접에서 확인했다는 사례 /실화 On 유튜브

지난 5월 19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채용 과정에까지 등장한 MBTI?!'라는 주제가 등장했다. 인터넷에서 성격유형 테스트라 불리는 MBTI 테스트의 결과가 취업 시장에서의 합격 유무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해당 사건의 사례자는 면접관이 'I'를 원했다며 직업 특성상 'E'처럼 너무 활발하면 업무하는 데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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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MBTI 테스트 결과라는 항목이 실제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에게 피해를 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저 인터넷 세상에서 한번 웃고 떠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 면접을 보는 데 면접관이 MBTI를 물어봤고 그에 따른 결과가 취업 준비생의 합격과 불합격의 유무를 결정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MBTI는 개인이 쉽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 보고서 문항을 통해 인식하고 판단할 때의 각자 선호하는 경향을 찾고, 이러한 선호 경향들이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여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심리 검사이다.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riggs Myers)가 제작하였으며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하였다. 
 

검색해 보면 나오는 MBTI 검사 홈페이지 /16personalities.com

MBTI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른 결과에 의해 수검자를 16가지 심리 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한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적용되어 나타난 생활 양식을 보유 주는 판단-인식(J-P) 지표이다. MBTI는 이 4가지 선호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무료로 할 수 있는 검사도 있고, 유료로 돈을 내고 정식으로 하는 MBTI 검사도 있다.

순간의 질문으로 선택한 답변이 사람의 고정적인 유형으로 못 박아지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현재 사람들이 재미로, 가볍게 하는 MBTI 검사는 지극히 재미 삼아 하는 것에 불과하고 정식 검사도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도 아니고 심리학에 관심이 있던 엄마와 딸이 만든 일종의 '유사과학'에 가깝다. MBTI는 4가지의 분류 기준과 16가지의 심리 유형 중 하나로 분류되어 사람의 성향을 규정하는데, 사실 MBTI는 사람의 실제 성격이나 특징을 모두 다 반영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사고, 환경, 연령대, 국적, 소득 수준 등 여러 방면에서 같은 답변을 한다 해도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선 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MBTI는 이 부분을 배제하고 이 사람들을 모두 똑같은 유형으로 분류를 해 버리게 된다. 사람은 각각 다양한 성격이 존재하고 같은 MBTI 결과를 가진 사람들이라 해도 일관적인 성격이 아닌 천차만별이다. 또한 성격이나 성향은 살면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결과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스타워즈 등장인물들의 MBTI 결과라고 하는데, 과연? /flickr

그저 가볍게 즐기고 마는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MBTI라는 것에 '과몰입'한 경우를 보면 예전 혈액형이나 별자리 운운하던 때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때는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MBTI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판단하고 함부로 재단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저 재미로만 하고 끝내야 할 것을 진지하게 믿고, 성인이 아닌 어렸을 때부터 MBTI 검사를 해 보면서 나오는 결과에 자신이 정말 이런 사람이라 생각하며 끼워 맞추고 그 상태로 자아를 세워 간다.

자신이 'I'라서, 'E'라서 그렇다며 자신의 부족하거나 모자란 부분을 고치는 것이 아닌 합리화를 해 버리는 식이다. 스스로를 E라며, I라고 이미 규정을 해 버린 상태에서 타인까지 그럴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4가지 타입에, 16가지 유형에 스스로 속박되려 하고 그 틀로 남을 평가한다. 자신이 직접 그 사람과 부딪치며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아닌 단지 MBTI의 결과 하나만으로 말이다.

MBTI 테스트를 하고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말을 걸긴 해야겠고 분위기는 어색할 때 스몰토크처럼 꺼내는 형태로 써먹을 수는 있다. 초면에 혈액형이 무엇이냐고 말하긴 좀 그러니 'MBTI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점점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든 MBTI의 I나 E 등을 언급하며 I는 어떻고 E는 어떻다는 등 그 틀에 자신을 가두기 시작한다. E는 성격이 어떻고, I는 성격이 어떻다고 규정짓는 건 자신이나 타인에게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령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좋냐는 질문에, 5점 만점에 3점을 줬다면 그 사람은 고양이와 강아지 모두 좋아하지만 강아지를 좀 더 좋아하는 사람일 테다. 그러나 MBTI에 몰입하는 순간 '고양이는 별로겠네?' '고양잇과 동물들도 안 좋아하겠네?'란 질문을 받게 된다. 또 이 사람이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이게 되면 '너는 이런 유형인데 왜 고양이한테 관심을 가져?' 란 반응 또한 나올 것이다. 심지어 타인이 자신과 맞지 않는 유형이라 생각되면 애초에 말도 섞지 않고 피해버리거나 호감조차 갖지 않는 상황이 오게 된다. 
 

적어도 MBTI는 면접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실화 On 유튜브

사람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고, 하나의 상황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그러나 MBTI라는 16가지 유형의 결과에 갇혀버리게 되면 그저 그 유형으로 정형화되어 나와 상대를 판단하게 된다. 이 사람은 이 유형이니 상대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저 사람은 저 유형이니 상대는 내향적이고 소심하다고 지레 판단하고 생각해 버리게 된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또 MBTI 결과에 매여 상대에게 실례되거나 무례한 말을 해 놓고 자신은 이런 유형이니 당연하다며 정당화하거나, 상대가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유형이니 그렇게 말하고 생각한다며 판단해 버리는 등의 문제 또한 일어날 수 있다. 특히나 채용 공고에서 그저 인터넷에서 재미로 떠도는 검사의 결과를 실제로 합격 여부의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한다는 건 혈액형과 별자리 또한 채용 여부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소식좌? 그냥 소식하는 사람일 뿐

소식하는 사람과 많이 먹는 사람간의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흥마늘 스튜디오 유튜브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가볍게 먹어치우는 대식가들의 먹방을 열광하면서 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세는 대식가가 아닌 음식을 적게 먹는 '소식좌'라고 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고기 몇 점, 달걀 한두 개로도 하루 동안 충분히 배부르다며 적게 먹는다는 모습이 주목받으면서 생긴 단어다. 소식좌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소식하는 사람들을 높게 평가하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 한창 많이 먹는 사람들을 재미있어하고 대단하게 보던 시절 이 '소식좌'는 등장해 음식을 적게, 자신에 맞게 가려먹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게 먹는 것이 어쩌면 건강에도 그렇고 보기에도 좋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어느샌가 점점 더 과해지며, 어떤 연예인은 하루 종일 계란을 3등분 해 세 번에 나눠 먹었다거나 바닐라라테 한 잔을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다는 것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식습관을 그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일 뿐, 연예인으로서 관리하며 자연스럽게 적게 먹게 된 습관이 든 것도 있을 테다. 
 

연예인은 소식을 해도 되지만, 방송에 나오는 것은 이제 그만 /이마트LIVE유투브

그러나 이 모습들이 방송으로 그대로 전시되는 것은 막상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여러 영향을 끼친다. 연예인들은 방송 뒤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할 시간과 여유가 있지만 방송으로만 접하는 연예인을 보는 일반인들은 그만큼 관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 Anorexia에서 딴 Ana를 합성한 단어로 거식증에 찬성하며 깡마른 몸이 되길 원하는 현상인 '프로아나'가 10대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이며 사회 자체가 아이들에게 마르고 또 마른 몸이기를 항상 강요한다.

그런 와중에 달걀 하나나 라테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연예인들을 절식이 아닌 '소식좌'로 포장을 해 버린다면 미숙한 아이들은 저 연예인들은 하루에 계란 하나만 먹어도 멀쩡하니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모방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마른 몸의 연예인들이 소식이라 포장된 절식 습관이 방송에서 익숙해진다면 보는 사람들 또한 저렇게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위험한 것이다.

방송이야 워낙 자극적인 것을 좇으니 무조건 많이 먹는 사람, 또는 너무나 적게 먹는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고 그 영향은 관리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연예인이 아닌 여유가 부족한 일반인과 어린아이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 소식이든 절식이든 하는 사람의 식습관이고 탓할 건 없지만 프로아나나 뼈말라 등의 현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지금, 방송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초절식하는 모습들을 단순히 관심 끌기로 여과 없이 미디어에 내보내는 시도가 결국은 염려스러운 일이다.

상대와 우선 말문을 가볍게 틀고 싶은데 할 말이 없다면 MBTI로 대화의 물꼬를 틀어 본다. 하지만 그 이후는 MBTI의 정해진 유형이 아닌,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 사람에 대해 직접 피부로 느껴야 한다. 16가지의 나눠진 유형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한 다음 그 틀에서 상대를 분석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이것은 MBTI가 단순한 유행으로 그쳐야 하고, 일종의 맹신으로 나아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MBTI는 적당한 선에서 자신과 상대 모두를 피곤하게, 획일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 사람은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쉽게 피곤해지고, 탈모가 오며, 수면 저하를 일으키고, 체온 유지가 어려워진다. 지나친 소식, 절식은 결국 나의 몸만 망칠 뿐이다. 피곤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게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 TV에 나오는 사람들과 우리를 동일시하지 않아야 하며, 적게 먹는 사람들을 '소식좌'라는 과한 칭호를 붙이는 것도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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