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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좋은 이들로 채워지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조은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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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좋은 이들로 채워지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조은이책'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1.0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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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책방지기 /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시끌벅적한 홍대 거리를 지나쳐 버스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조용한 주택가가 나온다. 이따금 카페가 보이는 주택가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조은이책'은 출판계에서 베테랑 편집자와 기획자로 일했던 조은희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이다.

'조은이책'은 은은하게 깔린 노래와 함께 두 공간으로 나뉜다. 평범한 어른들이 구경하는 책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면 안쪽의 또 다른 공간은 책방지기의 취향이 담뿍 묻어 있는 소품들과 그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책이 한가득이다. 소품과 책을 구경하다가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도 정갈히 마련되어 있다. 온전히 책에 관심 있고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에겐 따스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책방 전경 /김서진 기자

독립서점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내 이름이 조은희이다. 조은희가 하는 책방, 또는 좋은 이(this), 이 책들이 있다는 뜻, 좋은 이들이 만드는 책방 등 '조은이책'은 여러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여러 이름을 생각했는데, 결정적이었던 건.....지인들과 저녁을 먹다가 한 후배가 그럼 '조은희책방으로 하라'는 말에 그럴까?라고 생각을 했고, 이걸 다듬어 정했다. 로고 디자인도 아는 후배가 해 주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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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연다고 했을 때 걱정은 없었나

책방을 생각한 건 굉장히 오래전부터였다. 출판사를 오랫동안 다녔고, 그만두게 되면 책방을 해야지, 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외 책방도 많이 다니고, 국내에서도 어디 갈 일만 있으면 책방을 찾았다. 그만큼 하고자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고, 2019년에 문을 열었다. 주위 주변이나 염려가 있긴 했지만, 순간적인 충동으로 연건 아니다.

출판사를 그만두더라도 그와 결이 비슷한 일을 계속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개인 출판사보다는, 책방을 일종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책방이면 작가도 오고, 출판사 관계자도 오고 독자도 온다. 그렇게 모두 다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동네가 오래된 주택가이기도 하고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이 사신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여긴 뭐지?'란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웃음) 문을 연 초기엔 지나가던 어떤 어르신이 불쑥 들어오시더니 '장사는 돼?'라고 묻기도 하고(웃음) 어쨌든 굉장히 낯선 공간이 훅 들어왔는데, 오며 가며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 주신다.

책방지기의 책 취향은 무엇인가

일단 좋아하는 책은 그림책이다. 이건 캐릭터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데, 서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이야기책과 그림책. 그러니까 캐릭터성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일찍부터 캐릭터성이 있는 책을 접하게 됐다. 재미있고, 그렇게 애착이 형성이 되면서 마음에 많이 남기도 했고. 요즘 '멀티유즈'라 많이 부르는데 책에서 시작되어 거기서 캐릭터가 나오고, 책으로 시작해서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고 소품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흐름이 많아졌다.
 

서가, 위에는 책방지기가 모은 여러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서진 기자

출판사에서 그런 일을 하다 보니 관심이 생겼고.....책방을 열려고 보니 내가 모아 놓았던 책과 관련된 캐릭터 소품이 꽤 많더라. 책방 맨 윗줄을 보면 내가 오랫동안 모아 놨던 컬렉션의 일부가 있다. 집엔 훨씬 더 많다(웃음) 다 가져올 수 없어서 일부를 가져와 놓았다. 판매용은 아니고 전시용으로. 이게 출판의 힘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책이 사각의 종이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캐릭터가 이야기가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 오랫동안 살아남아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람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책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성이 있고, 이야기를 갖고 있는 책들을 좋아한다. 가장 잘 대변하는 게 그림책이다. 동화나 소설도 마찬가지고.

캐릭터라는 것의 매력은 뭘까

캐릭터의 매력? 거기에 빠지게 되면 나를 투영하게 되는 것 같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고, 항상 곁에 있는 존재가 된다. 캐릭터가 움직이고 말을 거는 건 아니어도 그 자체가 나에게는..... 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친구이자 가족이자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가 된다.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가(웃음) 그런 게 좋더라. 무민이라고 하면 무민 그 자체도 귀엽지만 무민과 무민의 가족, 친구가 만드는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 거기다 메시지도 있지않나. 캐릭터에서 그런 뭔가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
 

고양이들 /김서진 기자

그림책만큼 좋아하는 게 고양이라고 들었다

고양이를 많이 좋아한다. 고양이 책 코너도 따로 마련했다(웃음) 보기만 해도 정말 예쁘고 하는 짓도 매력적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내가 모아 놓는 것 말고도 주변에서 선물해 준 것도 많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는 책들 /김서진 기자
아무튼 읽어야 하는 책들 /김서진 기자

책을 설명하는 문장들이 친절하면서 재미있다

책을 보다 보면 알 수도 있긴 하지만, 책을 소개하는 한두 마디의 문장이 그 책의 호감도를 부여하기도 한다. 메모로 붙여 놓은 것들은 분류의 기준이다. 일반적인 분류라기보다는 우리가 추천하는 카테고리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봐도 재밌는', '청소년 책이라고 꼭 청소년만 보는 건 아니다. 어른이 봐도 재밌다' 라든가, '책방보다 더 재미있는 여행지는 없다' 등등....

그냥 '책방을 소개하는 책'이라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렇게 분류해 놓은 기준을 조금 더 부각시키는 쪽으로 직접 썼다.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있나

작은 책방이 마찬가지겠지만, 공간이 넓지가 않아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매번 다 입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책, 잘 팔리는 책이라고 해도 입고는 한정적이다. 작은 책방을 다니는 재미 중 하나인데, 그 책방에서 큐레이션 하는 책을 보는 것이다. 대형서점에 가면 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 같은 작은 책방은 주인장이 소개하고 싶은, 주인장이 큐레이션 해 놓은 책이 그 책방의 분위기를 이룬다. 그중에 베스트셀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소개하고 싶은 책을 주로 입고하고 그것이 첫 번째 기준이다.

두 번째는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왔다고 소개 자료나 견본을 보내 오기도 한다. 그런 것 중에서 같이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을 찾기도 한다. 작은 책방은 유통 구조상 일반적인 위탁으로 받지 못한다. 위탁은 우리가 맡아서 판매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구조인데, 우리 같은 작은 책방은 대부분 현매로 진행한다. 현금을 주고 우리가 사 오는 책이다. 특히 출판사와 직거래를 한다든지, 그런 경우는 반품이 안 되기 때문에 입고를 많이 못 하고, 입고를 하더라도 같은 책을 여러 개수로 보유하진 못한다. 그래서 종류별로 한 권씩 있다고 보면 된다(웃음) 그게 팔리면 똑같은 책을 또 입고할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다른 책도 입고하고.

책의 보유 부수는 적어도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손님이 책방에 오면 다 볼 수 있게끔 책의 래핑을 뜯어 놓는다. 판매하는 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는 이들이 책의 넘겨보고 살 수 있도록 해놨다. 우리가 이 책방을 세팅할 때 생각해 둔 것이 특정 분야의 책만을 팔지 않는 거였다. 출판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폭넓게 책을 만들었었다. 어린이책도 만들고,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다루는 일을 했었다. 그래서 더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 많은 것 같다(웃음)

안쪽 공간은 제일 관심사였던 그림책으로 채우고, 바깥 공간은 어른들 책 중에서 문학 일부와 인문 쪽에 초점을 맞춰 들여놓았다. 작은 책방에 오면 이게 장점이기도 한데, 찾아오는 이들 중 '여긴 왜 이렇게 책이 예뻐요?'라고 하거나(웃음) 이런 책도 있었어?라고 말하기도.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에서는 못 봤던 책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숨어 있는, 의미 있는 책들을 드러내서 보여주는 게 작은 책방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베스트셀러 중심보다는 우리 기준에서 의미 부여가 되는 책들, 메시지가 있는 책을 주로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입고를 하지 않는 건..... 실용서는 취급을 하지 않는다. 누가 주문을 한다면 우리는 모든 책을 들여온다는 입장이지만, 우리가 자발적으로 입고시킬 때는 실용서, 학습서, 경제경영서 같은 책들은 거의 없다. 잘 팔리는 책은 거의 안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참고서나 교재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런 책은 거의 입고를 하진 않는다. 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출판사 지인이 소개해 달라거나(웃음) 그럴 때. 

책방을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일정하게 한 달에 한두 번씩 책을 주문하고 찾아가던 우수 독자님이 계셨는데(웃음) 올해 2월부터는 오지 않으신다. 알고 보니 그분이 퇴직을 하셨더라. 책방 근처에 있는 회사에 다니시다가 퇴직 이후로는 안 오신다(웃음) 아쉽기도 하고.... 생각나기도 하고. 또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 주는 이들도 있다. 미리 연락을 하고 책을 주문하면 우리가 책을 준비해 놓기도 한다. 책방을 통해 만났는데 굉장히 친한 관계로 발전한 독자도 있다.
 

서점의 안쪽 공간 /김서진 기자

책방을 연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있었고 서점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실제로 서점 문을 열어 보니 운영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웃음) 서점 자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익적인 면에서는 운영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책방을 열고 3년이 넘었는데 2년 반이 넘게 코로나였다(웃음) 오프라인으로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는 구조가 안 됐던 어려움도 있었고. 온라인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 대한 갈망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온라인이 편하긴 하니까, 책방으로 오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오지 않으면, 책을 구매할 확률도 떨어진다. 와야지 책을 산다. 그런 면에서는 책방 운영이 쉬운 건 아니다. 우리 책방이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 입구에 있어 일부러 찾아와야 한다. 그래도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우리 책방이 조금이라도 책 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역 문화산업에 책방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말을 했었다. 개인에서 지역 규모로 퍼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책방뿐만이 아니라 출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책방 규모들이 꽤 영세하다. 작은 책방도 많고.... 마포에만 우리 같은 작은 책방이 70여 개가 있다. 산업적으로 힘을 가지려면 규모가 필요하다. 규모가 커졌을 때 그 지역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 준다든가, 좀 더 대규모로 활동할 수 있다. 예전에 해외 책방을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책방을 소개했었다. 다른 나라의 책방도 많이 가봤지만 인상적이었던 건 상하이에 있던 그 책방이었다.

그 책방이 일종의 문화 클러스터처럼 그 지역 일대를 바꿔 놨다는 거다.  좀 더 기업적으로, 전략을 가지고 접근한 거다. 개인이 그냥 책방을 열고 싶어서 연 게 아니라, 특정 공간을 가지고 책방이 들어가면서 하나의 문화 거점으로 만들어진 거다. 죽어 있었던 상권도 살렸고, 일종의 문화 단지가 되었다. 옛날에는 의미 있는 장소였지만 점점 쇠락했다가 책방이 생기면서 그 일대를 바꿔 놨다는 케이스인 것이다.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문래동이나 성수동의 지역적 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처럼 책방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취미로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나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책과 문자를 읽는 것에 대해 너무나 소홀해지는 것 또한 문제다. 요즘 문해력과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책을 더 가까이하고, 책 읽기라는 활동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디지털 시대일수록 더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데 작은 공간들과 작은 힘들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도 아니니 지역 상권을 바꾸고 활성화시키고 하려면 민간 차원에서 산업적으로, 프로젝트로 만들어 기업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아쉽다. 

출판사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작은 출판사가 많다. 1인 출판사도 많고. 그러다 보니 출판이 힘을 가지지 못한다. 유통에 대해서도 협상력이 떨어진다. 출판 자체도 대형 유통사들이 훨씬 더 힘이 세다. 출판사는 힘이 없다. 이것도 작은 규모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다. 
 

책방지기의 추천 책들 /김서진 기자

사람들의 문해력과 독해력 문제가 심각한 건 결국 책을 읽지 않아서 라면,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방법은 결국 정부가 나서는 거다. 정부가 책 읽기에 대한 중요성, 심각함을 알고 전체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책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책 읽기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라고 얘기하면 좀 어렵지만..... 예전 영화 같은 경우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심했다. 그때 기억하기로는 예전에, 영진위가 주도해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진행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말자는 캠페인인데 그게 큰 효과를 봤다고 하더라. 수년간 그 캠페인을 하고 사람들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영화는 불법으로 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지금은 OTT에 가입해 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캠페인을 할 때 유명 배우들이 모델로 나와 설명을 해 주고 하지 않았나. 책도 그런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책의 날에 맞춰 하루 행사하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책에 대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알려주는 거다. 왜 책읽기가 중요한지에 대한 국가 정책을 많이 펼쳐야 된다.

그동안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한 학기 한 책 읽기'라고 해서 그런 활동이 있었다.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년마다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씩 정해 학교에서 자율학습시간 등에 아이들과 같이 책 읽기 활동을 하는 거다. 작가를 직접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아이들 입장에서는 작가를 따로 만나 본다는 기회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림책 작가가 와서 아이들에게 책 설명을 해 주고 사인도 해 주면 아이들도 책에 흥미를 갖게 된다. 그런 활동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로는 국가에서 먼저 움직여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엄마의 친구' 잡지 /김서진 기자

일본 후쿠잉칸 출판사 <母の友>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인연이 어떻게 닿았나

후쿠잉칸이라는 출판사는 올해 7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곳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주로 출판하는데 거기서 '엄마의 친구'라는 잡지도 내고 있다. 이것 또한 굉장히 오래된 잡지다. 9월 호에 해외 잡지를 소개하는 게 특집으로 실렸는데, 그쪽에서 나라별로 그림책을 많이 판매하는 서점을 소개하는 기획을 하면서 한국에 있는 서점도 소개를 하고 싶어 했다.

일본과 한국을 잇는 중간 역할을 하는 출판 관련 에이전시가 있는데, 그 에이전시 중 한 곳의 대표에게 추천을 부탁한 거다. 한국에 있는 그림책방 중 하나를 소개해 달라고. 그 에이전시 대표가 나에게 추천을 받았는데 한번 해 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예전에 가 본 적이 있었던 곳이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너무 좋았고, 자료를 보냈다. 그쪽에서 맘에 들었는지 9월 호에 기사를 실어 줬다. 다른 것도 아니고 후쿠잉칸이라는 엄청난 출판사에서 소개되었다는 게 뿌듯했다(웃음) 

11월에도 조은이책은 여전히 바쁘다 

북토크는 한 달에 3-4번씩 하는 것 같다. 그중 지원 사업으로 하는 게 있다. 서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심야 책방'이 있다.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두 번 책방들을 선정해 작가를 초청할 수 있는데, 그 초청 비용을 지원받는다. 작은 책방은 작가들을 초청할 때 강의료로 큰돈을 드릴 수가 없다. 근데 심야 책방에 선정이 되면 작가들에게 줄 수 있는 강의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즉 우리가 부르고 싶은 작가를 초청할 수 있다.

심야 책방을 상반기에 4개월, 후반기 4개월간을 선정한다. 운 좋게 상반기에 선정이 되어 4개월 동안 매달 작가 한 분씩 초청할 수 있었다. 하반기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시인 네 분을 초청하는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이런 지원 사업도 있고, 출판사와 같이 하는 것도 있다. 대개 출판사가 책을 내게 되면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 같은 작은 책방에게 작가의 만남을 같이 하자는 제안도 온다. 그런 맥락으로 다음 주에는 글 작가와 그림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고.

출판사와 하는 건 아니지만 마포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 동아리 지원이 있다. 그 지원의 맥락으로 독서 동아리가 부르고 싶은, 초청하고 싶은 작가를 우리 책방과 연계해 초대하는 작가와의 만남도 있다. 작가와의 만남은 보통 지원받아 하거나, 출판사와 같이 한다. 작가와의 만남은 SNS에 라이브 영상으로도 남겨 둔다. 그럼 나중에라도 와서 볼 수 있으니까. 우리에게는 하나의 기록으로, 보는 사람들도 '이 작가가 이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조은이책을 어떤 책방으로 만들고 싶나

이 지역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숨 쉴 수 있는 곳. 독자와 출판사에게도 숨 쉴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 책방을 일시에 열었다가 장사가 안 된다고 문을 닫는 게 아니라 꾸준히 지켜갈 수 있는 곳. 책방을 생각할 때 백년서점, 100년간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한다. 엄마가 책을 사 갔던 곳에 딸이 오고, 또 손녀 손자가 오고 그런 것처럼.... 엄마가 봤던 책을 아이가 또 보고 아이의 아이가 또 볼 수 있는,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책방도 이후에 내가 더 나이를 먹어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다. 공간을 계속 지켜가자는 거다. 오랫동안 갈 수 있는 공간, 책을 매개로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 여기에서 그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하면서 일종의 기쁨도 있다. 갈 곳이 있다는 거?(웃음) 한 달에 한 번이건, 몇 달에 한 번이건 갈 곳이 있다는 것. 마포나 성산동에 왔을 때 한 번 가면 가 봐야지 하는 그런 거(웃음) 그렇게 오랫동안 하고 싶다. 
 

고양이와 책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에게 책은 어떤 아이들인가 

책은 그냥 일상인 것 같다. 책이 멀리 있어서 내가 찾아 가까이 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 출판사에서 일할 땐 그냥 일이었다.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할 때 책을 취미로 보거나 좋아하기보다는 그냥 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참조가 될 만한 것, 검토용 등등으로.

책방을 하면서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는 독서 그 자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책을 좀 더 다양하게 보고, 독자로서의 관점을 갖고 책을 읽고 평가를 나누는 등등. 그렇게 책은 나에게 일상이 되었다.

작은 서점의 매력은 뭘까

주인장이 큐레이션 해 놓은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추천받은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으로 볼 땐 그렇고, 또 하나는 공간의 매력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 가 넓은 공간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작은 공간에서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책을 둘러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주는 매력, 책방마다 공간이 다르고 특징이 있다. 그 특징을 느껴 보는 것도 매력인 것 같다. 

 

고양이 책과 함께,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조은이책의 책방지기는 자신의 책방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찾는 곳, 재미있는 책과 책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이 있는 곳'이라 소개한다. 처음 주민들에게도 낯설었던 이 공간이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그 마을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용한 주택가, 그 한가운데 자리한 이 책방에 흥미가 생겨 들어가 본다면 책에 진심이며, 고양이와 캐릭터를 좋아하는 책방지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늘도 그는 '조은이책'이 좋은 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이곳을 지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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