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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달 이면에는 추락하는 저작권 의식과 윤리 의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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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달 이면에는 추락하는 저작권 의식과 윤리 의식이 있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10.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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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이크로소프트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인공지능 서비스인 애저 오픈 AI 서비스에서 달리2(DALL-E 2)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리 2는 텍스트를 입력해 사용자 맞춤 이미지를 만드는 최신 AI 모델로, AI 연구소 오픈 AI가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고객은 애저가 제공하는 보안, 컴플라이언스, 책임 있는 AI를 위한 가드레일 조항과 함께 보다 광범위한 AI 모델을 활용해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콘텐츠, 이미지, 코드 등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지니뮤직

AI가 할 수 없는 것은 점점 줄어들어 간다.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이제 음악도 직접 만든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지니뮤직과 밀리의 서재가 협력해 만든 첫 번째 오디오 드라마다. 주연배우를 포함해 총 19명의 출연진이 등장하며 이 중 8명은 AI 보이스가 연기했다. KT AI 보이스 스튜디오를 통해 구현된 가수 윤도현이 카메오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더하고, 휴남동 서점 손님 역으로 등장하는 7명의 목소리도 AI 보이스가 각각의 캐릭터를 맡았다.

지니뮤직은 AI 음악창작 기술을 적용해 드라마 OST도 제작했다. 지니뮤직이 최근 인수한 AI 스타트업 주스의 기술 기반으로 2007년 테이가 부른 '같은 베개…'를 편곡해 이번 오디오 드라마 OST '같은 베개…'를 탄생시켰다. 지니뮤직이 인수한 AI 스타트업 주스는 AI가 노래를 듣고 음정의 길이와 멜로디를 파악하는 청음 학습·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 악보로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유튜브

'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 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뤘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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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사피엔스>를 집필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사피엔스>10주년 기념 특별판을 내놓으면서 특별한 실험을 했다. 사피엔스 출간 10주년을 기념하는 서문을 인공지능(AI) 글쓰기 프로그램 ‘GPT-3’에게 맡긴 것이다. AI는 그동안 하라리가 썼던 문장과 인터뷰, 책을 학습해 글을 완성했다. AI인 만큼 학습이라기보다는 짜깁기에 가까웠지만 하라리는 AI가 작성한 서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보는 즉시 글은 '가짜'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글에서 논리적이면서 일관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깜짝 놀랐다"며, "정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AI가 이 글을 썼다는 말인가"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특별 서문에 “AI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라며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는 일종의 경고를 남겼다.

AI가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든가, 모든 창작이 인류의 손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을 깨뜨린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AI가 발전하면서 직면한 문제는 바로 저작권 인식과 윤리 의식이다. 앞으로 할 이야기는 어쩌면 '인류애'를 상실하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노블AI /노블AI 공식 홈페이지

미국 기업 '아날라탄'의 인공지능(AI) 텍스트 생성 서비스 '노블 AI'(Novel AI)는 소설 창작으로 시작했지만 이미지 생성 기능을 새롭게 업데이트하며 다른 AI 이미지 생성 사이트처럼 창작자들이 온라인상에 올린 이미지를 대량으로 학습해, 이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에 맞는 그림이나 글을 작성해 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노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원작자의 허락 없이 픽시브의 이미지들을 무단으로 수집하는 곳인 '단보루 Danbooru'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AI가 어떤 형태로 학습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대단하다고 봐야 할 것이 아니라, AI가 학습하는 이미지들 자체를 '불펌' 사이트에서 가져오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NyaAI 사이트, 불펌과 복제라는 환장의 컬래버레이션이다 /NyaAI

이미 픽시브 같은 곳에 자신의 그림을 올리는 창작자들은 자신의 그림을 AI에게 학습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AI가 무자비하게 학습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노블 AI 또한 구독제인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 상업적으로 이용해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다.

창작자들이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그림은 무분별하게, 여러 AI 학습의 데이터베이스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노블 AI를 그대로 가져다 베낀 'NyaAI'도 등장했다. 무단으로 그림을 수집해 탄생한 사이트를 또 베낀 사이트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요지경 그 자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톡 포토 기업인 게티이미지는 AI가 만든 이미지를 플랫폼에서 금지한다고 결정했는데, 이유는 AI가 제작한 이미지 저작권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AI가 만든 이미지를 판매하게 되면 저작권 문제로 인해 게티이미지를 쓰는 사용자들도 법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스테이블 디퓨젼 메인 화면 /stable diffusion

그런데 지난 8월 영국 개발사 Stability AI가 만든,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스테이블 디퓨젼(stable diffusion)’에서 생성된 이미지에 저작권 표시인 워터마크가 들어가 있는 사례도 나왔다.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가지고 학습에 활용한 것이다.

이렇듯 AI로 편하게, 짧은 시간에 그림을 생성할 수 있으니 저작권에도 무뎌지며 자연스레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는 창작자들을 멸시하거나, 심지어 원래 창작자 행세를 하며 그림을 도용하는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어떻게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생략하고, 그저 단시간에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결과물만을 보고 있으니 오랜 시간을 들여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이 이들 눈에는 우습게밖에 보이지 않을 테다.
 

그림 도용 사건에 대한 SNS, 오른쪽 하단에 보면 도용한 그림과 도용당한 그림의 비교를 알 수 있다 /트위터

최근 SNS에서도 계속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AT'라는 필명의 한 창작자가 SNS에 자신의 그림을 올렸는데, 'musaish'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이 AT라는 창작자를 향해 '내가 그 그림을 먼저 그려 올렸는데 저 사람이 표절한 것이다'란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창작자가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방송으로 중계했는데, 'musaish'가 이 그림을 무단으로 캡처하고 노블 AI에 이미지 생성을 돌려 그림을 완성한 후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SNS에 업로드한다. 나중에 방송을 끝낸 창작자가 그림을 자신의 SNS에 올리자 'musaish'는 자신이 먼저 그림을 올렸고 작가가 따라 한 것이라 주장했다.
 

창작자의 그림을 도용한 사람이 직접 올린 게시글 /트위터
그림을 도용한 사람의 계정은 현재 없어진 상태 /트위터 

'musaish'는 10월 계정을 새로 만들고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소개 글까지 올렸다가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현재는 계정을 없앤 채 사라진 상태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할지 몰라 다른 창작자들이 자신의 그림을 온라인상에 업로드하는 것을 점점 꺼리게 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

AI 이미지 생성 사이트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보편성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도덕성이나 윤리의식 등은 무시되거나 사라져 가는 현상이 생겼다. 엄밀히 따지면 기술은 죄가 없을 테다. 그 기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문제다. 창작자의 노력을 쉽게 후려치고 가치 없이 여기는 풍조가 쉬워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윤리와 상식을 버린 사람들이 이용하는 AI가 만드는 결과물 또한 윤리와 상식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기술이 극한으로 발전하고 한계가 없다 하더라도 결국 그 기술을 만드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보다 당장의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기술과 결과물에 집착하고 그 과정에서 창작자들은 그저 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 버리는 것 자체는 아주, 위험하다.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로 만든 그림, 수많은 창작자의 그림을 그저 학습한 결과다 /flickr

AI 기술에 의존하다 보면 언젠가는 안이해지는 때가 온다. 이미 온라인상에 쌓인 데이터베이스는 무한하고, AI를 쓰면 알아서 내 취향에 맞는 이미지를 편하게 생성해 준다. 한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나 성의, 고뇌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전반적으로 이런 인식이 팽배해지면 창작에 대해 누구도 깊게 생각하지 않을 테다. 노력이나 성의가 필요한 분야에서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AI가 대체하는 분야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AI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가치는 점점 더 가벼워진다.

아직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시작에 불과하며, 그림의 질이 떨어지는 것 또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학습 과정을 거듭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AI로 짜깁기한 그림은 원래 창작자들의 작업물보다 완성도나 질이 높아질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드는 기술이지만 결국은 창작자들의 펜을 꺾게 하고, 무언가를 창작하는 데 필요한 영감이나 의지를 사라지게 만든다. 창작자들이 줄어들면 이들의 작업물을 데이터베이스로 하는 AI 또한 점점 참고할 수 있는,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 또한 줄어들 테다. AI가 인간처럼 스스로 창작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누군가의 것을 토대로 배워야 하는 AI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윤리 의식은 개인의 문제라 쳐도 저작권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AI를 저작자로 인정하는지는 각국 저작권법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저작자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으며 기본적으로는 저작자를 자연인은 사람으로 두고 있다. AI 창작물 생성 프로그램이 점점 더 많아지고 대중화된다면 필연적으로 표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AI를 통해 만든 사람도, AI도, 심지어 데이터베이스로 쓰인 원래 작품을 만든 창작자도 확실한 저작권자가 되지 못한다. AI의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쓰는 사람들 또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AI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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