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09:25 (일)
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展 개최
상태바
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展 개최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10.21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한국현대미술의 주요 작가 임옥상의 대규모 신작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이 오늘(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리얼리즘 미술에서 출발해 대지미술, 환경미술에 이르기까지 작업 영역을 넓힌 임옥상의 활동과 현재의 작업을 살펴보고자 기획됐으며, 그의 설치작 6점을 포함한 40여 점의 작품과 13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가 소개된다. 서울관 내 6·7전시실과 야외 전시마당 등 장소특정적 조건과 상황을 활용해 선보이는 이번 신작들을 통해 최근 임옥상의 작업 특성은 물론, 확장된 맥락에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다시금 들여다보고자 한다.

7전시실 [여기]

<땅 Ⅱ>, 1981, 캔버스에 먹, 아크릴릭, 유채, 141.5x35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사진 : 임옥상 미술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좌) <새>, 1983, 종이부조에 아크릴릭, 199.8x269.5x5.7cm, 리움미술관 소장(사진 : 임옥상 미술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우) <흙 A23>, 2018, 캔버스에 흙, 먹, 227x145cm, 개인 소장(사진 : 이의록) /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은 장단평야에서 떠낸 '흙'에서 시작됐다. 임옥상이 처음 작가 활동을 시작할 즈음 물, 불, 흙, 철, 대기 등의 물질적 요소들은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들판 저 멀리 보였던 불의 형상을 잊을 수 없었고 청년 시절에는 들과 산으로 들어가 직접 자신의 신체로 자연과 접촉하고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임옥상의 제1회 개인전은 <웅덩이>, <나무 Ⅰ>(1978), <들불 2>(1981), <땅 Ⅱ>(1981) 등의 작품처럼 흙, 땅, 논밭, 대기, 나무 등의 자연을 유화로 그려냈다. '은유적 리얼리즘'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이 시기 작품들에서 자연 풍경은 인위적 힘에 의한 변경, 왜곡을 겪고 있다. 

- 전시 서문 中

7전시실은 재구성된 작가의 제1회 개인전 작품부터 최근 그림들까지 다채롭게 채워졌다. 2010년대 작가는 캔버스 위에 흙을 덧발라 채우고 그 위에 유화물감, 먹물 등을 혼합해 형상을 그려냈다. 그 형상들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 자체를 반영하기도 하고, 전통 산수풍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0년대 임옥상은 유화의 기름에 대한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재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한지를 발견했다. 종이를 이용해 부조를 제작하고 그 위에 물감을 덧바르거나 종이 부조를 거푸집 삼아 흙을 떠내는 등의 작업을 상당 기간 지속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1983년작 <새>와 <귀로>, 1997년작 <정안수> 등이 작가의 대표적인 유채 작품이다. 다루기가 매우 까다로운 한지의 특성으로 인해 당시 작가는 상당한 내적 인내와 절제를 배웠다고 한다.

<흙 D1>(2018), <4.3레퀴엠>(2018), <북한산에 기대 살다>(2020), <봄>(2022), <흘리다>(2022) 등 2010년대 회화는 종이 부조 작업을 지나오면서 초래된 재료 탐구 과정의 현재로 볼 수 있다. 흙은 이미 작가 초기 회화에서부터 나오는 핵심 모티브이지만, 현재 임옥상에게 흙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이다. 서사가 보이나 그 구조는 계속해서 변모하고, 모호하지 않지만 의미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작가가 흙으로 지은 산수풍경 역시 이를 마주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매번 다르게 변모하는 추상으로 작용한다.

 

6전시실 [일어서는]

<흙의 소리>, 2022, 흙, 혼합재료, 390x480x300cm /국립현대미술관
<산수>, 2011, 코르텐스틸, 270x900x3cm, 개인 소장(사진 : 임옥상 미술연구소) /국립현대미술관
<여기, 일어서는 땅> 2022, 흙, 혼합재료, 200x200x10cm(36ea), 1200x1200x10cm(전체),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는 임옥상 작가의 대형 입체, 설치작들을 마주하게 된다. 먼저, 6전시실을 들어서면 표면이 흙으로 빚어진 설치 작품 <흙의 소리>(2022)가 관객을 맞이한다. 마치 거대한 인간의 머리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형상의 <흙의 소리>는 한켠에 입구가 마련돼 있어 작품의 '속'을 관람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동굴과도 같이 다소 어두운 공간에서 가이아, 대지의 어머니가 내는 숨소리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실 내 계단을 내려가 그 끝에서 위치한 긴 복도에는 작가의 또 다른 주요 작품인 <산수>(2011)가 자리하고 있다. '철'로 만들어진 <산수>는 금속세공업자와도 같이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낸 듯한 입체 작품이다. 코르텐스틸이라는 철물을 재단해 만든 이 작품은 전통적인 수묵 산수에서 볼 법한 형상을 띄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의 능선을 따라 대한민국 헌법 조항의 내용 일부가 적힌 글씨를 볼 수 있다. 긴 복도를 두고 마주한 작품 <산수>는 저 멀리 펼쳐져 있을 때 웅장한 산세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내 짙은 색감과 녹슬고 거친 질감을 마주할 때면 무겁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거대한 흙벽 <여기, 일어서는 땅>(2022)은 총 36개의 패널(2×2m)로 만든 세로 12m, 가로 12m의 대규모 설치 작업이다. 임옥상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파주 장단평야의 논에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미술재료로 가공된 흙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진짜' 흙을 마주한 것이다.

<여기, 일어서는 땅>의 거대한 벽 위에는 다양한 형상들이 흙으로 빚어진 듯 자리하고 있다. 사람, 동물, 식물, 인공물, 기호 등이 나열돼 있으며 문화적·정치사회적 맥락을 가늠하게 하는 한편,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개별 서사를 반추할 수도 있다. 장단평야 논에서 가져온 흙은 추수 후 땅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베고 남은 볏단의 아래 둥치, 농부와 농기계가 밟고 지나간 자국, 논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생물들의 흔적, 그리고 여전히 배어 있는 땅 냄새 등이 원초적인 무의식을 깊숙이 건드리는 듯하다.

[땅] 야외 전시마당

<대지-어머니>와 <검은 웅덩이>가 재현된 서울관 전시마당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작 지원 /국립현대미술관

임옥상의 1976년작 <웅덩이>는 진한 흙과 물 냄새를 풍기며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마당의 <검은 웅덩이>(2022)로 재현됐다. 전시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지름 4m의 웅덩이 속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다. 작가가 이 웅덩이를 '숨구멍'이라 칭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생태, 문명, 혹은 문화, 사회 등 어떠한 관점이든 눈앞의 웅덩이는 ‘지금’ 현재를 각성시킨다. 

<검은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형 구상조각 <대지-어머니>(1993)는 마치 흙이 일어서 있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철로 제작된 작품이다. 웅덩이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에서 회복해야 할 우리의 문제와 이슈를 한 번 더 고민하게 한다. 은유적 리얼리즘 회화, 직설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 공공·설치미술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탐구하며 지속적으로 사회 이슈를 다뤄온 임옥상의 작품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과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계 주요 작가 임옥상의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작가 작업에 대한 정형화된 이해를 벗어나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중진 작가들의 현재를 짚어보고 한국 현대미술사 흐름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임옥상의 대규모 신작 설치 프로젝트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은 2023년 3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