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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어드메 고요히 흐르는 조선의 시간, 독립서점 '책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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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 어드메 고요히 흐르는 조선의 시간, 독립서점 '책쾌'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9.2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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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의 작은 간판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조선 시대는 서점 설치가 불가해 19세기 말 개화기 이전까지 국가 주도 서적 배포 외에 민간에서의 책과 유통은 거의 중단인 상황이었다. 그때 개인 간, 또는 지역 간 책의 유통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있다. 봇짐에 책을 싸 들고 방방곡곡을 다녔던 사람들을 '책쾌'라 부른다.

책쾌는 부유층, 지식인,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았다. 집집마다 다니며 책을 보여주거나, 고객이 요구하는 책을 구해다 주거나 등등. 책 매매 자체가 안 됐던 때라 책 거래는 책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요즘에야 온·오프라인 서점이 많아 책쾌 같은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지만 책쾌의 역할을 대신하는 곳이 있다. 대형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이다. 비슷비슷한 책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독립출판물을 또 다른 개인에게 소개하는 일명 '맞춤형 방식'은 그 궤가 비슷하다.
 

책쾌 /김서진 기자

수원 화성의 조용한 골목 언저리에 위치한 독립서점 '책쾌'는 마치 금방이라도 도포를 휘날리며 봇짐을 멘 책쾌들이 들르는 곳 같아 보인다. 조선시대 역사와 전통 관련 책을 다루는 콘셉트와 정갈하게 꽂혀 있는 책, 한옥의 조화는 말해 무엇하랴. 이하림 책방지기는 조선 시대를 두고 '신비한 나라'라 칭했다. 그의 '책쾌' 또한 신비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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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 /김서진 기자

'책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수원 화성이란 곳이 젊은 사람들에겐 오래된 곳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역사적인 곳이니까. 그런 특색을 담은 '조선 테마' 책방을 열고 싶었다. 처음 생각은 분기별로 테마를 바꾸면서 운영하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문을 열었는데(웃음) 문제가 뭐냐면, 테마 하나를 정하고 3개월이 지나니 뭔가 남는 게 없는 거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3개월 단위로 끊는 게 아니라, 기간을 좀 더 두고 유연하게 운영하려 하고 있다.

요즘 콘셉트는 '조선의 덕후들'이다. 조선 시대의 덕후와 지금의 덕후는 다르지 않은가. 백수와 관련 있는 책들도 갖다 놨다. 꼭 백수가 아니더라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도 있다. 여성을 위한 '언니' 콘셉트의 책들도 있고, 음식이나 독서광 등 여러 분야의 책도 테마로 계획 중이다. 

이번 콘셉트는 '아무튼 18세기'인데, 18세기에 관련된 것들을 다뤄 보고 싶었다. 정조가 살았던 때가 딱 18세기다. 같은 시기의 서양 문화는 어땠는지, 그 당시의 문학인이나 작품 등을 소개하는 컨셉이다.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여기 왔을 땐 카페가 많았다. 뭔가 기존의 지역 특색이 있는 곳들이 밀려나는 느낌이랄까. 결정적으로 이곳을 행궁동보다는 수원 화성이라 생각했다. 행궁동이라는 이름도 얼마 전에 붙은 걸로 안다. 그래서 '수원 화성'이라는 이 특수성을 살리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던 차에 전주 한옥마을이 먹거리촌으로 변해 간다는 기사를 봤다.

그전부터 조선 시대에 관심이 많았다. 그 때 문득 뭔가 맞은 것처럼, 여기서 책방을 해 볼까 생각을 하게 됐고, 조선 시대 콘셉트로 하되, 테마를 정해 재미있게 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테마를 정해야 재밌지(웃음) 조선 역사에 관한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가 존재하는 느낌으로 해 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건물을 짓고 1층을 전시관으로 쓰려고 했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전시관으로만 쓰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책방' 생각이 난 거다. 흔히 여러 종류의 책을 파는 '백화점식 책방'은 많은데 거기서 뭔가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 있어, 고민하다가 그 신문 기사를 보게 된 거다. 그렇게 조선 테마의 책방을 열어야지 마음먹었다. 사실 주변에서는 반대를 많이 했다(웃음)

 

책방지기의 추천, 풍경이 좋은 곳 /책쾌

여긴 행궁이 있고, 성곽이 있다. 그 느낌과 취지로 서점을 오픈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공간에서 내가 '뭘 할 것인지'를 찾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공부를 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등 책방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하는 것,  공간의 목적성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손님이 있고 없고에 연연을 하지 말자고.

초기엔 별별 일도 있었다. 원래는 이 공간의 반으로 나눠 책방과 카페로 운영하다가 지금의 구성이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구조는 계속해서 변했다. 책방이 따로 있을 때 방문한 분들이 입구에 서서 '그냥 가자', '역사 쪽인가 보다' 하면서 들어오진 않더라. 그냥 가 버리는 거다(웃음) 그제야 아! 진입장벽이 높았구나 생각을 했다. 아마 눈앞에 보이는 책들부터 무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역사 테마의 책방 같은 경우는 어떤 책이 판매될지 구분이 더 힘들다.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도 있다. 어떤 분은 '그래도 고서점 느낌이 나려면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 책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느낌까진 아니라도, 조선 시대 콘셉트에 맞는 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말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책들이다. 그래도 그 책은 내가 읽으니까... 아마 공부할 때나 읽게 될 것 같다(웃음) 

 

책쾌의 중의, '책으로 쾌하다' /김서진 기자

'책쾌'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유레카를 외쳤을 듯하다. 책방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니 

사실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 우선 발음하기 어렵고, 거센소리가 많은 것도 있고(웃음) 고민도 많이 하고, 다른 이름도 생각을 해 봤다. 계속 찾다가 결국, 이름은 어려워도 이 책방에 이만한 이름은 없다고 생각했다.

책쾌 자체가 책 중개상이란 뜻이지 않는가. '책으로 쾌하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으니까. 집에서 책으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반응이 정말 안 좋았다(웃음) 지금은 이름 잘 지었단 말을 많이 듣는다.

책방의 이름과 의미, 콘셉트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서점을 딱 들어왔을 때 보이는 책은 조선 시대의 느낌이 나야 할 것 같아 조선 후기의 박지원과 정약용에 관련된 책을 골랐다.

정조가 살았던 시대는 정말 천재들이 살던 시대 그 자체였다. '이옥'이라고, 조선 후기에 활동한 문신이자 서예가가 있다. 당시 정조가 문체반정을 실시했는데, 말 그대로 문체에 대해서 유교적으로 검열을 심하게 했다. 이옥도 문체를 고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보통 왕이 시키면 따르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를 따르지 않은 게 이옥과 박지원이다. 그래도 박지원은 듣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옥은 아예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더라(웃음) 자신만의 문체를 계속 고수했다고.

이후 이옥은 유배도 갔고 벼슬자리에도 못 올랐다. 그 정도로 자유로웠던 그의 문체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요즘 이옥이란 사람에 대해 연구도 하는 추세다. 이옥이 경기도 화성 출신이라 화성에서 이옥을 약간 상징처럼 쓰려는 분위기도 있다. 나도 좋아하는 분이고... 이런 걸 보면 정조 때 재미있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교과서로 역사를 배울 때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 않았나. 역사책이 사람들에게 재미없는 장르라 인식된 것도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에 한 줄 조차 남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그 한 줄이라도 적힌 사람들이 하나의 이미지로만 굳어진 것을 보면 좀 아쉽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입체적인 이들이 많은데.... 안타깝다. 
 

신간 목록 /김서진 기자
여러 굿즈들 /책쾌

책방에는 굿즈 판매와 카페, 전시 등 여러 이벤트를 연다. 공간 활용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가

옛날 박지원, 유득공, 이덕무, 박제가 등 이들은 지금의 원각사지 10층 석탑 같은 곳에서 거문고를 뜯고, 시를 읊으며 놀았다고 한다. 서로의 나이 관계없이 즐겼다는데, 여기서도 그런 걸 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 막걸리 하잔 하면서 하루 정도 이곳에서 노는 그런 거. 생각은 하고 있다. 뭔가 그때의 풍류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

책방 모임에서 그런 얘기도 나왔다. 다른 이벤트를 여는 이유가 뭐냐고. 책 있는 공간이 책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이 살아 있는 느낌(소통과 활력이 넘치는) 을 가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컸다. 일본에 매주 단 한 권의 책만 파는 모리오카 서점이란 곳이 있다. 테마를 정해 식물이면 식물을 함께 판매하고, 미술이면 전시회를 여는. 매력적이지 않는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책방이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책과 관련된 어떤 것이든 진행이 된다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책만 있는 곳이 아닌 다양한 굿즈도 이벤트도 함께 있는... 기왕이면 책과 관련된 게 좋겠지(웃음) 수익적인 면도 그렇고, 이건 다른 책방지기들도 계속 고민하는 주제다. 

조선시대 역사 콘셉트라는 책방을 운영하며 느끼는 게 있는가 

조선이란 나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새로운 것 같다. 사실 조선이라고 하면 예스럽고 고정관념 같은 게 있었다. 거기서 좀 벗어나 틀을 깨고 나면, 그 속에서 뽑을 수 있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해 마치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다. 내가 살아 보지 않은 때라 더 판타지 같은 거다.

갓에 대한 시선도 그렇다. 나는 갓이라는 걸 신선하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옛날에 쓰던 것 이상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거다. 조선 시대엔 당연히 갓을 썼으니까. 그런데 외국인들은 '조선은 모자의 나라다', '방안에서도 어떻게 모자를 쓰고 있냐'는 반응을 보인다(웃음) 사람들이 항상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고. 이렇게 보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것들이 나올 수 있다. 

'범 내려온다' 같은 것도 그렇고 판소리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색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나.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여기 와서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좀 깨고,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 갔으면 한다. 조선이란 나라를 알아 가면서 나도 기존의 편견을 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게 다가 아니었구나' 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한 요즘, 그걸 조선이란 시대에서 찾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거다.

외국에서도 조선 '덕후'들이 많다. '킹덤'도 그렇고.....'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란 말이 있지 않는가. 처음엔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그렇게 되고 있단 생각을 한다. 신발이든 뭐든 우리 문양을 하나만 넣어도 색달라진다. 그래서 우리 책방에 온다면 그런 아이디어를 얻어 갔으면 한다.
 

서점의 공간 /김서진 기자

일본의 서점 중 '신센도'란 곳이 있는데 100년도 넘은 고서점이다. 책방 주인이 메키키(めきき) '감식(감정)하는 눈'이 있다. 주인도 오랫동안 운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고서를 보는 눈이 생긴 거다. 그 주인이 소장하던 책 중 하나가 가계부인데, 바로 사무라이들이 썼던 가계부였던 거다. 그걸 한 역사학자가 발견한다. 이를 소재로 글을 쓰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까지 됐다고 한다. 

책쾌 중에 '조생'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 별명이 '조신선'이다. 이 사람이 신선이라 불린 가장 큰 이유는, 옛날엔 책쾌가 봇짐에 책을 넣고 다녔다면, 조생 이 사람은 소매 도포자락에 책을 넣고 다녔다. 어떤 전집이 새로 나오면 그 전집이 소매에서 줄줄이 나왔다고 하더라. 고객이 원하는 책을 부르면 나왔다고(웃음) 심지어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이미지도 있다. 영조 때 '명기집략'이라고, 책쾌들이 몰살당한 일이 있었다. 책을 파는 사람들은 다 잡혀들어갔는데, 이 일이 있기 전 조생이 '나 잠시 어디 갔다 옵니다' 하더니 책쾌가 다 죽은 후에 혼자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재미있는 설화들이 많다, 조선이란 나라에는. 

운영에 대한 고민도 있나 

책방지기들과 모이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편해야 이 공간이 오래간다는 거다.

나도 가끔은 이곳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일종의 정리 기간이다. 공부를 더 하고,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공간을 활용해 나만의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조선이라는 테마 책방을 열고 나서 받은 질문 중 인상적이었던 건 '(내가) 관련 책을 계속 읽냐'라는 질문이었다.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었냐고(웃음)

조선시대 역사를 좋아하고, 그 시대의 인물들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그 시기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내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그 시대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쉽지 않다. 한동안은 아예 관심이 없어서 안 볼 때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작업을 하다가 어설프게 아는 게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공부를 제대로 해 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럼 거기서 또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내가 싫어지면 안 될 것 같다. 이 공간에 있어야 될 이유,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해야 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한동안은.... 나를 위한 이유를 찾지 않을까.

대형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의 매력은 무엇일까 

작은 책방도 백화점식의 책방이 있지만, 큰 서점은 입고 방식부터가 다르다. 안 팔려도 다시 도매상이 가져가기 때문에 갖다 놓기만 하면 되는데 독립서점은 내가 입고를 할 때 한 권 한 권에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를 가져다 놔도 안 팔리는 경우도 있고, 내가 재미있게 봤어도 안 팔리는 경우도 있다.

'미래의 서점'이란 책에 일본 북 큐레이션 업체 바흐의 창립자 하바 요시타카는 "가장 이상적인 서점은 독자가 지금껏 알지 못한 책을 손에 들게 할 기회를 만들어 내는 서점"라 했다"란 글귀가 있다. 이 문구를 보고 정말 맞다고 생각했다. 그 공간에서만 내가 발견할 수 있는 책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대형서점은 매대 앞에 나와 있는 책이 주목을 받지만 독립서점엔 책방지기의 안목이 담긴 책을 볼 수 있다. '그' 책방에 가야지만 발견할 수 있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는 재미. 책방지기의 안목과 취향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곳.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물론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책만 들일 수 없다(웃음) 이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독자 취향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책을 어떤 기준으로 들여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김서진 기자

책 추천 요청을 하자, 책방지기는 바로 《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를 꺼냈다. 한국화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박물관을 영감을 받는 쉼터로 애용해 온 저자가 애정 어린 마음으로 선별한 유물들을 새롭게 조명한 ‘유물 책’이다.

국립박물관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들까지 눈이 반짝 뜨이는 멋진 유물들이 가득하다. 화려하고 우아한 자수로 장정한 책 표지,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군더더기 한 점 없는 돌로 만든 필통, 외계 생명체처럼 독특한 귀가 달린 재미있는 술잔, 지금 출시되더라도 각광받을 듯한 고급 휴대 시계, 자투리 옷감으로 재창조한 조각보, 많은 정성을 들여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기품 있는 목가구들, 철저히 본질에 집중한 달항아리 등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의 유물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책이다. 
 

종이컵과 갓 /김서진 기자

컵의 그림은 책방지기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그 위에 갓을 씌워 놓으니 맵시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책쾌의 책방지기는 오늘도 책방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어떤 공부를 더 해야 하는지, 책방에서 어떤 콘텐츠를 내놓으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에겐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그런 책방지기의 마음을 아는 듯 모든 게 빠르게 바뀌는 요즘 책쾌의 시간만큼은 마치 조선 시대에 멈춘 것처럼 고요히 흘러가고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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