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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고문에서 비롯된 것? 트레드밀은 사실 고문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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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고문에서 비롯된 것? 트레드밀은 사실 고문기구였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9.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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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드밀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꿈같은 추석 연휴도 지났다. 추석 연휴에 먹는 음식들은 원래 칼로리가 어마어마하다고들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잘 먹고 쉬라고 하늘이 내려준 연휴였으니 상관없다. 이제 며칠간 잘 먹었으니 미뤄 두었던 운동도 재개해야 하는 때가 왔다.

헬스장 유산소 운동기구를 생각하면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 클라이머와 함께 많이 이용하는 게 아무래도 트레드밀이 떠오른다. 분명히 자신은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마치 스스로 고문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운동기구들이다. 그런데 실제로 트레드밀은 죄수들을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트레드밀 말고도 우리에게 익숙한 필라테스 또한 수용소에 있던 죄수나 포로들을 위한 재활 운동으로 시작했다고.

트레드밀의 기원은 고대인들의 오락이나 스포츠에 뿌리가 있는 건 아니다. 트레드밀은 옛날부터 반복적이었던 노동력과 관련이 있는데, 1세기 로마인들은 트레드밀과 비슷한 형태의 바퀴를 사용했다고 한다. 남성들은 햄스터의 쳇바퀴 같은 커다란 바퀴를 탄 채 길을 걸었다고 한다. 이후 바퀴에 부착된 크레인이 무거운 것들을 들 수 있게 되면서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썼던 순수 인력보다 약 60여 배의 효율성을 갖추게 된다.  
 

옛 트레드밀 형태의 기계를 체험하는 사람 /flickr

트레드밀은 일반적으로 한 장소에서 걷거나 뛰는 등의 운동을 할 때 쓰는 운동 기구를 뜻한다. 옛날 동력 기계가 개발되기 전 쓰이던 기구로, 동물이나 인간이 트레드밀을 직접 밟으며 곡식을 가는 일종의 방앗간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다 트레드밀은 감옥에서 끝없는 노동을 선고받은 죄수들을 위한 형벌로도 쓰여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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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동력원으로서의 트레드밀은 고대부터 시작했는데, 대체적으로 세 가지의 디자인을 띠고 있었다. 첫 번째는 수평으로 된 막대로, 소나 말 같은 동물들이 원을 그리며 막대를 미는 형태였다. 두 번째 디자인은 원을 그리면서 걷는 대신 제자리에서 걷고 뛰며 동력을 얻는 쳇바퀴 같은 형태다. 오늘날 햄스터들이 열심히 돌리는 바퀴의 형태와 유사했다고 한다. 세 번째 디자인은 경사진 형태로 제자리 뛰기를 하는 형태를 썼다고. 동력원으로서의 트레드밀은 방앗간의 물레방아처럼 물을 퍼올리는 용도였다. 이 같은 기술은 물을 퍼올리거나 반죽을 하는 기계의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도 쓰였다. 
 

윌리엄 큐빗 /Public Domain

특이한 건 트레드밀이 처벌용으로도 쓰였다는 건데, 1818년 방앗간 상인의 아들이자 기술자였던 '윌리엄 큐빗'이란 사람이 당연히 죄수는 중노동을 해야 한다는 당시 인식에 따라 징벌 도구용의 트레드밀을 개발했다. 큐빗은 영국 런던의 크리스탈 팰리스 건설을 감독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빅토리아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큐빗의 트레드밀 초기 디자인은 톱니바퀴가 맞물린 두 개의 바퀴였다. 큐빗은 죄수들이 감옥에서 '근면해지는 습관'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죄수들을 진짜 지옥에 보내는 물건을 만들게 된다. 
 

초창기의 트레드밀 /StrangeAgo 유튜브
수많은 죄수들과 트레드밀 /StrangeAgo 유튜브

그는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근력을 사용해 휴식 시간 대신 유용한 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큐빗이 고안한 트레드밀은 24개의 바큇살을 가진 거대한 바퀴 형태를 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걷는 식이다. 1865년, 감옥법에 따라 16세 이상의 모든 남성 수감자들은 일을 해야 했고 트레드밀로 구성된 장소에서 최소 3개월을 일해야 했다. 24명의 죄수들이 바퀴 위에 나란히 서서 하루에 6시간 이상 걸으며 일하고, 마치 경사진 산을 최소 1.5에서 4.2km를 걷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가장 긴 기록 중 하나는 죄수들이 10시간 동안 총 5.1km를 걸은 것으로, 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13번 오르락내리락 한 것과 같다고 한다. 처음엔 칸막이가 없었지만 트레드밀의 구성도 점점 발전하면서 이후의 대부분의 트레드밀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죄수들은 그저 여름에는 하루에 최대 10시간씩 일했고, 겨울에도 7시간을 넘게 일했다고 한다. 
 

브릭스톤 교도소 /flickr

런던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감옥인 브릭스톤 교도소에서는 트레드밀을 아주 유용하게 쓴 곳 중 하나다. 이곳은 수용 정원이 원래 175명이었지만 곧 200명을 넘은 지 오래였을 정도로 죄수들이 바글바글했다. 가뜩이나 감옥 안은 좁고 비위생의 끝을 달려 런던에서도 최악의 교도소로 명성이 자자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기 수용된 죄수들의 강제노동을 이끌었던 트레드밀이 이곳에서 처음 시행되었다고 하며, 당시 교도소는 트레드밀을 이용해 노동력도 값싸게 챙기고 곡물을 빻거나 물을 퍼올리는 등 동력원으로도 알차게 써먹었다고 한다. BBC는 트레드밀을 두고 '빅토리아 시대에 부합하는, 소모적이면서도 소용없는 작업'이라 불렀다.

트레드밀은 죄수들의 노동력과 함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2분마다 벨이 울리면 한 죄수는 계단에서 내려와 다른 죄수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 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단 몇 분간, 허용될 뿐이었다. 자연히 몇 시간째 묵묵히 이어지는 똑같은 움직임과 똑같은 소리는 죄수들을 정신적으로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육체적으로는 지치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엔 작업 기계 같지만 죄수들에겐 고문 장치나 다름없었다. 
 

흔한 교도소의 모습 /StrangeAgo 유튜브
실제로 남은 옛날의 트레드밀 /flickr

교도소 측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일 수 없었기에 트레드밀은 출시 10년 만에 영국 내 교도소 50여 곳 이상에 설치되었고 1850년엔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퍼졌다. 영국에서 시작한 트레드밀은 때로는 잔인하고, 무의미하다는 말도 많았지만 미국까지 퍼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1822년 트레드밀은 미국의 4개 교도소에 설치되었고 옥수수를 빻는 16명의 죄수들이 트레드밀에 쓰였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1885년 영국의 한 의학 잡지에서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죄수가 트레드밀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전했으며, 일주일에 적어도 1명이 사망하는 등 높은 사망률을 보였던 이 '공포의 방앗간'은 죄수들에겐 결국 유용하지 않고 해를 끼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트레드밀로 인해 죽은 사람들은 많은데, 우리가 잘 아는 사람도 있다. 1895년 성적 취향으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었던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다. 켄트 대학에서 영어와 환경 인문학 부교수로 부임한 바이바 크레건리드는 오스카 와일드가 2년간의 중노동형을 선고받았으며, 그가 하루에 6시간 동안 트레드밀 위를 걸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감옥에서 나온 지 3년 후에 죽었는데, 바이바 교수는 사실상 트레드밀이 그를 죽인 것이라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일리 있는 말일 수 있다. 중노동의 후유증이 사람을 덮치는 건 흔한 일이고, 그 후유증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몇 년 후에 오는 것 또한 흔한 일이다. 
 

교도소의 트레드밀 /StrangeAgo 유튜브

사람들의 인식 또한 점점 죄수들의 몸과 마음을 죽이는 것보다 재활이라는 사려 깊은 접근과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19세기에 걸쳐 트레드밀을 점점 더 오래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다. 1898년 트레드밀을 전격 중단하자는 의견이 커졌고, 1895년 영국에서는 39개 정도만 쓰이다 1901년까지 와서는 단 13개만 감옥에서 쓰였다. 1827년 보스턴 교도소는 '트레드밀은 죄수들이 출소할 때까지 유용한 것들을 가르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20세기 들어 트레드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았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감옥에서의 힘든 노동이 없어지는 추세가 되었다. 징벌용으로서의 트레드밀은 사라졌지만, 트레드밀 기계 자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존재했다. 트레드밀이 어떤 죄수도 갱생시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트레드밀 자체는 사람들을 다른 의미로 갱생시키기 위한 역할로 숨어 있었다. 1900년대 초 미국인들을 괴롭힌 건 결핵과 폐렴이었는데, 1910년 PDF(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심장질환이 1위로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고 한다. 
 

의료용으로도 쓰였던 트레드밀 /unsplash

도시화된 미국은 건강 붐이 일어나면서 1920년대 체육관에서는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기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러닝머신도 그 흐름에 끼어들었다. 워싱턴 대학의 로버트 브루스 박사와 웨인 퀸튼 박사는 심장과 폐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의료용 기기로 트레드밀을 고안해 냈는데, 징벌용 도구가 본격적인 의료용 도구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테스트 대상자들에게 심전도 검사기와 연결을 해 두고 트레드밀 위를 걷도록 했다. 속도와 경사를 조절하면서 이들은 대상자들의 심장 박동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고 1963년 트레드밀이 심장마비나 협심증을 감지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문도 출시되었다. 이렇듯 트레드밀은 징벌용 도구에서 의료 기구로, 1910년대부터 일어난 조깅 붐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운동 기구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트레드밀 /unsplash

오늘의 트레드밀은 유산소 운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체중 감량을 하는 데 편리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헬스장을 찾아가면 즐겨 이용하는 기계 중 하나가 됐다. 사형제도 대신 죄수들을 재활시키는 방향으로 가면서 트레드밀이 채택되고 죄수들을 쉴새 없이 채찍질했다. 트레드밀 위에 뛰면서 흔히 '셀프 고문'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옛날 징벌용으로 쓰였을 때와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왜 트레드밀을 이용하면 절로 고문이란 소리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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