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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추억의 맛, 밀가루 반죽 디저트 '쿠키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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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추억의 맛, 밀가루 반죽 디저트 '쿠키 도우'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9.0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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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도우 /unsplash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온다.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미국 음식이란 제목으로, 이름만 들어도 확실히 생소한 서양 음식들을 나열한 글이다. 개중에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음식들도 있다. 이를테면 버터 튀김이라든지, 피클 국물이라든지. 
 

국민 간식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버터 튀김 /flickr

서양에서는 버터를 튀겨 먹는 게 흔한 일이긴 하다. 안 그래도 느끼한 버터를 튀겨 먹는다니 무슨 짓인가 싶을 테다. 버터 튀김은 처음 들으면 기겁할 것 같지만 막상 만들어 보면 맛있는 음식이다. 튀김옷이 마치 빵 같은 역할을 해 마치 버터 바른 빵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피클 국물도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국물만 따로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한다. 찢어 먹는 치즈도 서양에서는 아예 스프레이처럼 뿌려 먹기도 하며, 소금을 뿌린 감자튀김을 밀크셰이크에 찍어 먹는 것은 대중적인 조합은 아니어도 괴식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이 목록 중 흥미로운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쿠키 도우'다. 말 그대로 쿠키 반죽으로, 쿠키를 굽기 전의 반죽 상태를 말한다. 굽기 전의 생 반죽을 디저트처럼 먹는다는데 식감은 서걱서걱하고, 텁텁하며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으로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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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쿠키 도우? /flickr

아주 옛날부터 미국에서는 이 쿠키 반죽을 생으로든, 구워서든 실제로 먹었다고 한다. 대개 쿠키를 만든다고 하면 밀가루, 버터, 설탕과 소금, 계란 등이 필요하다. 쿠키나 빵을 만들 때 베이킹소다나 베이킹파우더 같은 발효제가 더해지지만 그 상태에서 먹기 위한 용도로 쓴다면 반죽에 넣진 않는다. 특히 초콜릿 칩이 들어간 쿠키 도우는 초콜릿이 들어가 인기가 많은 변형된 레시피 중 하나다.

쿠키라는 음식은 7세기 페르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시아는 음식에 처음으로 설탕을 넣은 몇 안 되는 나라였고 맛있는 케이크와 패이스트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초기의 쿠키는 페르시아인들이 오븐 온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소량의 쿠키 반죽을 오븐에 구웠는데 이것을 '쿠키'라 부르기 전 일종의 '케이크 테스트'라 불렀다.

그러다 쿠키라는 개념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오래 보관하기도 좋고, 휴대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만드는 과정이 쉬워 쿠키는 18세기 유럽에서 흔한 디저트가 되었다. 쿠키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쿠키의 단맛이 어떤지 알아보려 반죽을 떼다 맛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에게 쿠키 도우는 밀가루 반죽에 약간의 '추억 보정'을 가미한 음식이다.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해 보면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 쿠키를 굽던 어린 시절의 향수 때문일 수도 있고, 설탕과 밀가루와 계란이라는 유혹적인 조합을 뿌리치기 어려웠다는 이유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미국인들이 쿠키 도우를 먹는 것은 훨씬 오래되었다고 하며, 예를 들면 일상처럼 초콜릿 칩이 들어간 쿠키 반죽을 만들면 2/3는 굽고 나머지는 만드는 과정 중에 그냥 떼어먹는 식이다. 
 

벤앤제리스의 쿠키 도우 /벤앤제리스

그렇다면 언제부터 쿠키 도우를 상업적으로 판매하게 된 것일까. 쿠키 도우가 등장한 건 1937년 미국 코드곶에 있는 한 여관 주인이 우연히 만들었을 때부터라고 한다. 쿠키 도우에 초콜릿 칩을 넣은 제품이 아이스크림과 만나 제품화되기까지는 1984년으로 다시 올라간다.

벤앤제리스를 이용하는 한 고객이 쿠키 도우를 아이스크림에 섞어 보라고 제안했고, 기업 측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여 한번 만들어 봤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고. 이후 초콜릿 칩을 넣은 쿠키 도우를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 벤엔제리스는 아예 파인트 단위로 포장해 현재까지도 판매 중이다.

쿠키 도우라고 검색하면 벤앤제리스에서 판매하는 쿠키 도우가 아마도 가장 유명할 텐데, 사실 이것은 진짜 날것의 쿠키 반죽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디저트로 먹는 쿠키 도우는 다행스럽게도 그냥 먹어도 안전한 쿠키 도우다. 현재 여러 숍에서 판매하는 쿠키 도우는 열처리된 밀가루, 저온 살균된 계란으로 만들며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병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쿠키 도우는 판매되기 전부터, 집에서 미국인들이 쿠키를 구울 때 한 번씩 집어먹을 때부터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다. FDA는 쿠키 도우에 숨어 있는 박테리아가 식중독과 위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이미 여러 차례 해 왔다.

쿠키 도우의 가장 큰 문제는 밀가루와 계란이다. 동네 슈퍼에서 구입한 밀가루와 계란이 박테리아가 있는지 일반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미리 구워진 상업용 쿠키 도우가 대부분이다. 밀가루에 열처리를 하고 살모넬라균의 공급원이라 알려진 계란에는 저온 살균 과정을 거친다고. 

쿠키 도우 한 스쿱 /flickr

쿠키 도우는 왜 사람들에게 일종의 추억의 맛이 된 걸까. 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엄마가 쿠키 반죽을 만들 때 생 쿠키 도우 한 조각을 받아먹는 느낌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쿠키 도우가 주는 이 느낌은 사람들을 매우 편안하고,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한다'고 전한다. 

쿠키 도우의 맛이 딱히 특별하다거나 중독성이 있는 맛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밀가루 냄새가 난다고 해도 설탕과 버터를 워낙 많이 넣으니 생 밀가루를 먹는 맛까진 아니라고 한다. 궁금하다면 오늘 팬케이크나 핫케이크 반죽을 사다 만들어 한번 먹어 본다면 의외로, 맛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국인에게 쿠키를 굽기 전의 도우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건 브라우니나 케이크를 굽고 난 후 접시에 남은 것들을 떼어먹듯이 흔한 충동에 가깝다. 쿠키 반죽을 그냥 먹는다고 생각했을 땐 무슨 괴식이냐는 반응이 물론 있을 수도 있지만, 까짓것 육회도 생선도 모두 날것으로 먹는 마당에 쿠키 반죽 쯤이야 무슨 문제겠는가 생각하면 좀 이해가 갈 수도 있을 테다. 의외로 그냥 먹을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브라우니를 얹은 쿠키 도우 /unsplash

먹을 수 있는 쿠키 도우는 단순히 하나의 아이디어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디어로 시작한 이 제품은 이제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들을 위한 훌륭한 콘셉트들 중 하나가 되었다. 먹을 수 있는 쿠키 도우는 하나의 쿠키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맛의 쿠키 도우로 발전하고 또 쿠키 도우는 아이스크림이나 다른 재료들과 결합하는 등 새로운 간식으로도 어울릴 수 있다.

뉴욕에 위치한 'DŌ'는 쿠키 도우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일명 뉴욕 맛집 중 하나다. 이들의 꿈은 도우 또한 아이스크림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쿠키 도우를 섞어 궁극의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라 한다. 이런 점에서 쿠키 도우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창의성을 일으키게 하며, 구매자들에게는 보고 먹는 재미를 준다.

이들은 매일 신선한 쿠키 도우를 만들며, 구워지지 않은 쿠키 도우를 구매자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재료에 저온 살균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16가지의 아이스크림 맛과 쿠키 도우에 선택할 수 있는 토핑만 해도 초콜릿 칩, 오트밀, M&M, 땅콩버터, 브라우니 등 다양하다. 단순한 메뉴라 관리하기는 쉬워도, 다양한 창작물을 실험할 수 있는 여지 또한 남기고 있다. 
 

밀가루 반죽, 곧 디저트 /unsplash

먹어도 안전한 쿠키 도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계란 없이, 밀가루만 가열 처리해도 된다. 밀가루를 열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높은 온도로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가열하는 것이다. 그 이후엔 똑같이 쿠키를 만드는 것처럼 하면 된다. 버터와 설탕, 바닐라, 소금을 섞은 다음에 열처리한 밀가루와 초콜릿 칩을 넣고 마치 아이스크림 스쿱처럼 반죽해 만들면 된다.

디저트를 건강하게 먹을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은 식물성 버터 대신 비건용 버터, 밀가루 대신 잘게 간 아몬드 가루를 넣으면 좋을 것이다. 먹을 수 있는, 그러나 아직 먹지 않은 쿠키 도우는 밀폐 용기에 담으면 냉장고에서 최대 일주일간 보관 가능하며 냉동 보관으로는 6개월까지 가능하다. 
 

다양한 맛의 쿠키 도우들 /unsplash

미국인들에게 있어 쿠키 도우는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이다. 쿠키로 구워지기 전 쫀득거리는 쿠키 반죽의 식감과 맛을 좋아해서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련한 향수를 기억하고 싶어 찾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우리나라로 치환하자면 밤에 몰래 방에서 나와 엄마 몰래 김치찌개에 든 돼지고기를 빼먹는 맛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적 그런 추억이 한 번씩은 있다. 어른으로 자라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렸던 그때의 느낌을 똑같이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추억을 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김치찌개에서 고기를 빼 먹다 걸리던 기억, 전을 부칠 때 옆에서 하나씩 주워 먹던 기억은 누구나 있다. 미국인들에게도 쿠키 도우는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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