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19:15 (일)
멕시코와 스페인 양국의 정체성 모두를 담다, 탈라베라
상태바
멕시코와 스페인 양국의 정체성 모두를 담다, 탈라베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9.0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렬한 색의 탈라베라 타일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멕시코와 스페인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는 도자, 탈라베라는 특히 멕시코 중부 푸에블라에서 매우 발달한 도예다. 도자 재료인 점토도 풍부했고 특히나 이 지역에 세워졌던 교회와 수도원들이 식기용의 도자 말고도 건물에 필요한 타일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덕분에 17세기까지 도자 산업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고, 흐름에 맞춰 그릇이나 타일을 비롯해 도자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준이나 장인들이 모인 조합이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푸에블라를 탈라베라 도자의 주요 생산지로 만들었다.

탈라베라는 19세기 초 멕시코 독립전쟁 이후 푸에블라에 생겼던 조합의 개수가 8개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잠시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예술가들, 도자 수집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20세기 들어 어느정도 되살아났고, 현재 멕시코 푸에블라를 비롯해 미국 뉴욕에도 탈라베라 관련 샵이 많다고 한다.

현재는 오리지널 기술로 만들어지는 탈라베라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생겼고 전통을 보존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한 노력 또한 이어지고 있다고. 스페인에서도 탈라베라 도자기가 있어 멕시코의 탈라베라 도자는 '탈라베라 포블라나'로 따로 구분해 부르지만 탈라베라라 하면 보통 멕시코의 도자를 떠올린다고 한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화려한 탈라베라 도자들 /flickr

탈라베라는 멕시코의 푸에블라, 아틀릭스코, 테칼리 등 소규모 도시에서 생산된다. 그동안의 탈라베라의 역사 또한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장인들의 손에 새겨져 있다. 모든 탈라베라는 도공들이 직접 만든다. 도자에 들어가는 유약의 색은 파란색, 노란색, 검은색, 녹색, 주황색, 자주색을 주로 쓰며 모든 색은 천연 안료로 만들어야 한다. 페인팅을 할 땐 코발트블루를 쓰는 게 비싸기도 했고, 작품의 품질도 좋아지게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탈라베라는 화학적 처리나 염색을 하지 않고 천연 점토만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최대 6개월까지 걸쳐 작품이 만들어진다.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부서질 위험이 많아 탈라베라는 다른 유형의 도자기보다 가격이 3배 정도 더 비싸다고 한다. 탈라베라를 만드는 과정은 정교하면서도, 오리지널 기법이 처음 도입된 스페인의 식민 지배 시대 이후로도 크게 변한 건 없다. 탈라베라엔 기본적으로 유약에 주석과 납이 들어 있으며 유약은 깨끗한 순백색이 아닌 유백색을 띠고 있다.

도자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아모조크라 부르는 검은 모래와 테칼리라 불리는 흰색 모래를 혼합한 후 점토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물에 담가 놓는다.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미세 입자만 남기기 위해 세척과 여과 과정을 거친다. 다음으로 도공이 물레를 이용해 점토를 성형한 다음 최대 3개월간 건조한다. 장인이 건조된 점토에 균열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850℃(1,560℉)에서 첫 번째 소성을 거친다. 

다시 균열이 생겼는지 검사한 다음 유백색 배경을 만드는 초기 유약을 입히고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유약을 굳히기 위해 두 번째 소성 과정을 거친다. 이 같은 도자 제작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약간의 실수라도 했다가는 제품 자체가 망가질 수 있어 스페인 식민 시대 땐 장인들이 소성 과정에서 특별한 기도를 드리기도 했단다.
 

흰색과 청색의 대비가 뚜렷한 탈라베라 /flickr

완성된 탈라베라는 희고 깨끗한 바탕에, 선명한 색채로 유명하며 매끄러운 광택이 특징이다. 오늘날 탈라베라는 단순한 무늬에서부터 시작해 정교하고 세밀한 무늬까지 다양하다. 탈라베라 하면 꽃무늬가 가장 흔하지만, 멕시코 푸에블로에서 생산되는 탈라베라의 종류는 무한하다. 일부 무늬는 비슷할 수는 있어도 모든 탈라베라는 다른 무늬를 지녔다. 

접시, 그릇, 항아리, 화분 등 식기나 집기 말고도 탈라베라가 가장 많이 쓰였던 건 푸에블라 시에 있는 건물의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는 데 썼던 타일이다. 푸에블라 시에 있는 가정집이나 식당의 주방을 보면 벽과 카운터를 장식하는 타일에서부터 시작해 접시 및 기타 식기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탈라베라로 장식된 지붕 /flickr

푸에블라 시가 세워지고 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건물들을 장식하기 위한 타일의 수요가 늘어나고, 지역에서 나는 고품질의 점토를 쓸 수 있게 되면서 도자 산업이 발전했다. 수사들은 수도원을 장식할 타일을 원했고, 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스페인 예술가들이 지역 예술인들에게 유약을 발라 도자를 생산하는 법을 가르쳤다. 식민지 초기 스페인의 세비야나 탈라베라데라레이나에서 멕시코로 건너온 도예가들도 많았다고 한다.

꼭 스페인 사람들뿐만이 아닌 지역 토착민들도 도자를 생산했고, 당시 장식용 디자인이 발달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스페인 사람들, 지역 토착민들의 도자 생산으로 인해 푸에블라에는 새로운 전통 도자가 생겨났고 스페인의 탈라베라 도자와 구분하기 위해 '탈라베라 포블라나'로 구분 지어 부르게 된다. 1550년까지 푸에블라는 고품질의 탈라베라 도자를 생산했고 1580년엔 멕시코 탈라베라 도자의 중심지가 되었다. 

1580년부터 도공의 수, 작업장의 수 또한 계속 늘어만 갔다. 작업장들마다 고유의 디자인과 기술을 가졌고 후대로 전수했다. 도자 산업이 점점 커지자 정부는 조합과 표준 기준 등을 정해 도자 산업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로 한다. 1653년 도자 산업 관련 첫 조례가 통과되었고 장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 품질의 범위 등을 정하는 기준이 정해졌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탈라베라 /flickr

이 법은 도자의 생산 기준을 표준화하고 작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조례로 제정된 규칙 중에는 최고급 제품에 코발트블루를 사용할 것, 위조 방지를 위해 장인이 직접 표시를 할 것, 도공에게 주어지는 연례 검사를 통과할 것 등이 있었다. 푸에블라에서 생산된 탈라베라는 과테말라, 쿠바, 베네수엘라 등 여러 지역으로 팔려나갔다. 특히 1650년에서 1750년 사이는 탈라베라 생산의 황금기였다고.

그러나 멕시코 독립 전쟁 동안 도예가들이 모인 조합과 정해졌던 조례들은 없어지고 폐지되었다. 이로 인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도자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탈라베라 도자의 품질은 자연스레 예전보다 하락했다. 계속된 전쟁은 여러 나라와의 무역을 방해했고, 저렴한 영국산 도자기가 수입됐다. 고가의 탈라베라 도자 시장은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탈라베라 도자의 황금기를 잊을 수 없었던 사람들도 존재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전통 탈라베라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결합하려 애썼다. 이미 있었던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의 도자기에서도 영향을 받았고, 이전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마침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재건되는 시기라 어떻게 보면 적절한 시기였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탈라베라는 1980년대까지 조합의 수가 약 4개로 떨어졌을 때까지 부진했다. 

멕시코의 다른 도시에서 만들어진 도자기와의 경쟁, 공격적으로 수입되는 값싼 도자기들도 문제였지만 탈라베라 자체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1990년대 초, 탈라베라데라레이나의 탈라베라 작업장에서 예술가들을 초청해 소속 장인들과 함께 새로운 작품,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고 만들도록 하면서 다시 탈라베라 도예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탈라베라 도자 /flickr

2000년대, 작업장은 17개로 다시 늘었다. 25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했고 미국, 캐나다, 남미, 유럽 등으로 상품을 수출했다. 어찌 보면 스페인 사람들에게서 기술을 수입해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탈라베라라는 용어는 스페인의 탈라베라 도자보다 멕시코에서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오늘날은 인증된 작업장, 지정된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만 '탈라베라'라 부를 수 있다고 한다. 인증은 특별 규제 기관인 '콘세호 레귤라도르 드 라 탈라베라(Consejo Regulador de la Talavera)에서 발행한다. 약 9개 업체가 이 인증을 받았다고 하며, 이들 각각은 제조 공정에 대해 1년에 2회 시행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들어진 제품 또한 인증받은 작업장에서 테스트를 거쳐야 하며 유약의 납 함량 2.5ppm 기준, 카드뮴 함량 0.25ppm 기준을 넘었는지를 확인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 도자들이 식기로 판매될 수 있으며 도예가의 서명과 작업장의 로고 및 작품의 진위를 입증하는 특수 홀로그램이 제품에 부착된다.
 

분수대 /flickr
화려한 타일 /flickr

멕시코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탈라베라라고는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걱정도 있다. 탈라베라데라레이나에 남아 있는 장인들은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자 생산이 축소되는 건 아닐까 우려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전통적인 도자 생산에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인이 도자 생산으로 버는 돈도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고 한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탈라베라는 멕시코에서 상징적이다. 장인들의 전통에 대한 헌신,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 이 전통은 멕시코인들을 하나로 묶게 한다. 탈라베라 도자로 만든 식기와 꽃병이 집을 장식하고 화려한 타일들은 시내를 지나는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탈라베라에 깃들어 있는 역사, 문화적 중요성은 지금도 만들어지는 모든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