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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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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개최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8.17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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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전시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고(故)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이중섭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이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진행된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로, 이중섭의 작품을 통해 양질의 한국미술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2021년 4월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9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0점을 모아 총 100여 점의 이중섭 작품으로 구성됐다.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에서 이중섭의 작품은 국내외 작가 유영국,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회화 및 드로잉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상당수의 미술품 수집과 조사·연구 성과를 전시로 풀어냄으로써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회고하고자 한다.

이중섭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시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눠 이중섭의 작품을 소개한다. 1940년대는 이중섭이 일본 유학 시기부터 원산에 머무를 당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1950년대는 제주도·통영·서울·대구에서 그린 전성기의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재료와 연대를 조합해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을 고루 반영함으로써 그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섭 ‘소와 여인’ 1942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이중섭의 1940년대 작품들은 그의 일본 유학 시절 또는 1943-1950년 원산 사이 제작됐다. 한국전쟁 발발로 1950년 12월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하면서 이 시기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중 〈소와 여인〉은 1943년 ‘제7회 미술창작가협회전’에 회우 자격으로 출품한 9점 중 하나로, 이중섭의 초기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그림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는 여러 번의 스케치 흔적이 남아 있는 종이 위에 소와 여인의 사랑을 초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중섭이 즐겨 그린 소재이기도 한 소는 작가 자신을, 그림 속 여인은 그의 연인이자 후일 아내가 되는 야마모토 마사코로 해석된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역동적으로 배를 드러낸 소와 허공을 응시한 채 입술을 다물고 있는 여인의 관능적인 모습에서 소와 여인의 정서적 교감과 사랑의 감정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중섭 ‘가족과 첫눈’ 1950년대 전반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이중섭이 피난 이후 가족과 함께한 기간은 1951년 1월부터 서귀포에서 지낸 1년이 가장 길었는데, 유족들은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이때를 꼽았다. 작품 〈가족과 첫눈〉은 이중섭이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그린 작품으로 추정되며 새와 닭을 도상으로 그린 작품들 중에서는 이른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서귀포까지 눈을 맞으며 가족이 함께 걸어갔던 기억을 담아낸 이 작품은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커다란 새와 물고기 사이에서 남녀노소가 첫눈을 맞으며 뒹굴고 있다. 이는 이중섭이 1940년대 초반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진 초현실주의 경향의 엽서화를 다수 그려냈던 것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가족과 첫눈〉은 1972년 열린 ‘15주기 기념 이중섭 작품전’에 출품된 후 지난해 이건희컬렉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게 됐다.
 

이중섭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195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및 이건희컬렉션

이중섭은 소와 가족, 그리고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반복해 그려냈다. 이중섭이 아이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46년 원산의 한 고아원에서 미술 교사 일을 잠시 했을 때, 그리고 같은 해 그의 첫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디프테리아 질병으로 사망한 이후라고 알려져 있다.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를 제목으로 한두 작품은 이중섭이 서귀포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것이다. 그림 속 아이들은 긴 줄로 연결되어 있고 줄의 양 끝에 물고기가 매달려 있으며 화면 가운데에는 커다란 꽃게가 앞발로 줄을 당기고 있다.

왼쪽 그림은 잉크 드로잉과 유채로 그림을 마무리한 뒤 불투명한 색조를 덧바르는 방식을 취해 마치 돌에 음각으로 새긴 듯한 느낌을 준다. 원색이 조금 더 드러나는 오른쪽 작품은 1954년 일본에 있던 큰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되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작품이 3점 더 현존해 있으며 그중 하나는 둘째 아들 태성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섭 ‘부인에게 보낸 편지’ 195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은 1952년 6월, 피난생활의 어려움과 장인의 부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낸 후 이듬해 3월 9일부터 1955년 12월 중순까지 꾸준히 아내에게 그림을 곁들인 편지를 보냈다. 이중섭의 조카 이영진은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보관 중이던 편지를 빌려왔고, 이때의 내용을 시인 박재삼이 번역해 1980년 「이중섭 서한집- 그릴 수 없는 사랑의 빛깔까지도」라는 이름으로 출간하면서 한국에도 그 내용이 널리 알려졌다.

〈부인에게 보낸 편지〉는 1954년 11월경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서울 누상동에서 작업을 하며 1955년 1월에 있을 개인전 준비에 한창일 때 작성한 것으로, 실제 이중섭의 많은 대표작들이 이 편지를 쓰던 즈음 제작됐다. 

편지 가장자리에 그려진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는 이중섭의 모습, 네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에서 가족을 그리고 재회를 희망하는 작가의 간절함과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편지는 아내에게 보내는 사적인 메시지였던 만큼 아고리, 발가락 등 애정 어린 말들이 종종 등장한다. 아고리는 문화학원 재학 당시 이중섭의 별명이며 발가락은 아내를 지칭하는 말로, 연애 시절 야마모토 마사코가 발가락을 다쳤을 때 이중섭이 간호했던 때의 기억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중섭 ‘정릉 풍경’ 1956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의 말년작에 속하는 〈정릉 풍경〉은 그림 앞쪽 키가 큰 소나무가 세로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아래로는 전형적인 돌담과 기와집이 자리하고 있다. 거친 연필 선 위에 크레용으로 색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유채를 살짝 덧칠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중섭은 1940년대 초반 제작한 엽서화에서 크레용을 사용해 강줄기나 산의 능선을 유려하게 처리하고 과일과 꽃을 강조한 바 있다. 여러 매체를 섞어 완성한 <정릉 풍경>은 심신이 쇠약해진 생의 말년에도 기법적인 실험을 이어나간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제작할 무렵 이중섭은 거식증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간염 등을 앓으며 정릉에서 화가 박고석, 한묵, 소설가 박연희, 시인 조영암 등과 이웃으로 지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정릉 풍경〉은 따뜻한 대기 속 쓸쓸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해 특별함을 더했다. 제주는 작가가 1951년 정착하여 가족들과 1년 간 지낸 곳으로 이중섭의 작품 세계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의미 깊은 시공간이기도 하다. 친근한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할 고두심 배우의 음성은 AI 성우 ‘타입캐스트’를 활용해 실제 목소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방식으로 딥러닝해 전시설명 전반에 적용됐다. 전시해설 오디오 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과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으며 로비 안내 데스크에서는 오디오 가이드 기기 대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중섭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2023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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