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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미술관 개관 40주년 특별전 《상감-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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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미술관 개관 40주년 특별전 《상감-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8.17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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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감-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전시 포스터 /호림미술관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성보문화재단 호림미술관의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상감-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1차 전시가 오는 10월 15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상감(象嵌)은 우리나라 옛 공예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공예장식기법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공예 분야에서 시도되어 왔으며 원재료의 바탕 표면에 따라 여러 장식 재료가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흙에서는 색이 다른 자토와 백토, 금속에서는 금과 은, 나무에서는 자개·대모·어피 등이 널리 사용됐다.

상감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에 유입됐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맞춰 변용하고 발전시킴으로써 한국 고유의 미감으로 재탄생했다. 호림박물관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상감이 가지는 의미를 과거의 문화유산에서 나아가 오늘날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색(色)을 새기다

상감전 제1전시실 ‘색을 새기다’ 전경 /호림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색을 새기다’를 주제로 우리 옛 도자기기 속 상감을 선보인다. 우리에게 상감이라는 용어가 친숙한 이유는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장식기법이기 때문이다.

녹청색 청자 바탕에 섬세하게 꾸며진 흑백의 상감문양은 고려청자만의 독창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상감의 전통은 고려가 멸망한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조선으로 이어졌다. 분청사기에 구현된 상감은 고려청자와 달리 파격적이고 활달한 모습을 띄고 있으며, 그릇 표면에 여백이 거의 없이 빼곡하게 인화문양을 새긴 분청사기는 고려 상감청자와는 전혀 다른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순백 바탕에 흑상감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백자는 상감자기의 대범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세계도자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창성과 정체성을 확보한 상감은 우리 옛 도자기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선(線)을 새기다

상감전 제2전시실 ‘선을 새기다’ 전경 /호림미술관

제2전시실에서는 ‘선(線)을 새기다’라는 주제로 입사금속공예를 선보인다. 우리의 옛 금속 공예에서 상감이 처음 시도된 시기는 삼국시대이다. 이 시기 상감은 권위를 상징하는 고리자루칼에서 확인됐으며, 이로 미뤄보았을 때 지배층의 전유물에 입사금속공예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금속에서 상감은 주로 기물의 표면을 선으로 음각하고 여기에 금이나 은과 같은 광택이 좋은 귀금속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서로 다른 금속 재질의 색채 대비를 통해 당시 공예가들은 삼국시대의 화려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처럼 금과 은 재질의 선을 박아 넣는 방식 입사공예는 고려시대에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향완·정병·향합 등과 같이 불교공예품에 보이는 정교하고 섬세한 문양의 표현은 당시 청자의 상감, 칠기의 나전과 궤를 같이하면서 절정에 달한다. 조선시대는 고려의 끼움입사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쪼음입사 기법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보다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

빛[光]을 새기다

상감전 제3전시실 ‘빛을 새기다’ 전경 /호림미술관

제3전시실에서는 ‘빛[光]을 새기다’라는 주제로 나전, 대모, 어피 등이 상감된 목공예품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칠이 된 기물의 바탕에 자개를 붙여 꾸미는 전통은 고대부터 시작됐다. 고려시대에 나전 기법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어갔으며 조선시대 이후부터 보편화됐다.

고려 전통에 뿌리를 둔 조선의 나전은 시간이 흐르면서 문양의 소재와 구성, 표현 방식이 매우 다양 해졌다. 사군자문과 화조문, 기복적 길상문 등 다양한 문양은 오색찬란한 빛을 띄며 당시 사람들의 꿈과 소망을 읽어냈다. 이 같은 특징으로 나전을 활용해 꾸미는 전통은 긴 세월 우리나라의 공예 기법으로 전해 내려왔다.

한편 나전을 대신해 대모, 어피, 화각 등을 활용해 자개와는 다른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나무 바탕에 다른 재료를 새겨 넣어 화려하게 꾸미는 방식은 우리 옛 목공예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상감전 제4전시실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 전경 /호림미술관

제4전시실에서는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이라는 주제로 상감적 창작 방식을 계승해 현대적으로 변용한 작품과 우리 옛 목공예품을 함께 선보인다.

이질적인 요소를 어우러지게 섞어 새로운 시각 세계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은 현대에 들어 단순한 재료의 어우러짐이 아닌, 작가의 의도와 해석을 통해 공예를 넘어 시대적 의미가 부여된 새로운 작품을 상징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재료의 어우러짐뿐만 아니라 인간과 기계, 현실과 이상 같은 역설적인 것들의 어우러짐까지 확대해 탐구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해당 전시에는 반복적인 옻칠과 사포질을 통해 현대적 상감기법을 보여주는 작가 이상남과 서로 다른 재료들의 혼합을 통해 유토피아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이불 작가, 그리고 인간의 사회에 숨어 있는 무기 생명체를 형상화해 움직이는 기계에 예술적 감성을 입힌 최우람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상감의 혁신적인 창작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상감-이질적인 것들의 어우러짐》은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오는 10월 15일까지 1차, 10월 28일부터 12월 30일까지 2차로 나눠 진행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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