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2:55 (일)
식품업계의 반복되는 유사 디자인 논란, 소비자는 혼란하다
상태바
식품업계의 반복되는 유사 디자인 논란, 소비자는 혼란하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8.16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닭볶음면과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말을 듣는 닛신의 매운 라면 /amarjhuri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하늘 아래 똑같은 건 없다고 했던가, 어떤 창작물을 만들 때 무언가와 비슷할 수도 있고 이미 나온 어떤 것과 또 비슷하단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유통업계, 식료품 업계는 어떤 무언가가 큰 히트를 치게 되면 비슷한 '짝퉁'들이 쏟아져 나와 비슷한 효과를 누리려는 일도 많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제품들을 구별할 수 있겠냐는 글이 올라왔다. 각기 다른 유통사가 낸 라면인데 디자인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다는 것이었다. 아마 한 번쯤은 라면을 고르면서 겪었던 경험이지 않을까.

사실 사진으로만 보면 정말 비슷하긴 하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집게 된다면 헷갈릴 만하다. 예시로 '농심'의 육개장을 좋아하는 사람, 반대로 '오뚜기'의 육개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디자인 패키지만 봤을 때 농심 육개장인 줄 알고 계산하고 집에 왔는데, 오뚜기 육개장이거나 혹은 그 반대 상황일 경우, 속은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오뚜기와 농심의 튀김우동, 비슷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김서진 기자

마찬가지로 농심과 오뚜기의 튀김우동도 디자인 패키지는 상당히 유사하다. 모두 검은색 톤의 용기, 노란색 글씨로 '튀김'을 강조한 것도 그렇고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얼핏 본다면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농심과 삼양의 육개장, 헷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삼양, 농심

농심 육개장은 1982년 '육개장 사발면'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대표적인 농심의 효자 상품이다. 네티즌들이 이 라면을 두고 수영을 하고 나왔을 때, MT를 갔을 때, 산에서 먹을 때 제일 맛있는 라면이라며 극찬하는 말도 많다. 실제로 농심 관계자는 "육개장 사발면과 김치 사발면은 캠핑 등 야외활동에서 최고의 인기 라면으로 꼽힐 정도로 휴가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라는 말을 전했다. 

농심의 육개장은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용기면 중 하나며, 2011년 닐슨코리아 기준 용기면 시장 1등에 오른 이래로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40년 가까이 된 시장 1등 브랜드가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런데 삼양의 육개장 라면도 농심 못지않게 오래됐다. 다만 삼양 육개장은 1985년 출시되었지만 출시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심지어 농심 육개장과 비교되며 미투 제품이 아니냐는 오명까지 받았다. 현재는 삼양 육개장이 농심 육개장보다 더 싼 가격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에 판매되고 있는데, 농심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적어 오프라인 판매처에도 별로 볼 수 없다는 것도 이런 기분 좋지 않은 말을 듣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필자가 여러 오프라인 판매처를 돌아다녔지만 삼양 육개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옛날에도 이 두 제품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삼양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양 관계자 측은 "삼양 육개장은 1985년에 출시되어 지금도 팔리고 있으며 30년 동안 유사 제품이라는 논란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 측 또한 "자사의 제품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상품을 구매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고, 삼양 제품이 농심의 제품과 유사하다고 해서 대응에 나설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초코파이 /오리온 

디자인뿐만이 아닌 아예 상품 통째로를 유사하게 만드는 식품업계의 일명 카피캣(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 논란은 1974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개발해 내놓고 '초코파이'란 이름을 붙인 뒤 1976년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 등록도 했다. 엄청나게 히트를 쳤으니 다른 기업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경쟁사들은 너도나도 초코파이를 출시했고 심지어 여러 기업들은 제품명을 '초코파이'라 내놨다. 1979년 롯데가 초코파이 상표 등록을 했을 때도 잠잠했던 오리온은 1997년 롯데의 상표 등록을 무효화해 달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이유는 그동안 초코파이가 보통명사화가 되었고, 오리온은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 등록을 하는 바람에 ‘초코파이’의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경우는 상표명이 보통명사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한 예시다. 

제품 자체가 아닌 대개 제품의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소송전을 걸 때 원조 업체가 소송에서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식품업계에서는 이 관행이 일반적으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라고.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말이 나오는 제품들도 까놓고 보면 디자인이 완전히 똑같은 것이 아니다. 오묘하게, 단지 사람들이 헷갈릴 정도로만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맛이나 포장 용기, 디자인 등이 유사하더라도 동일한 것이 아니라면 승소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불낙볶음면,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주식회사, 주식회사 팔도

2014년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면의 그 예시다. 삼양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 팔도는 2013년 11월 '불낙볶음면'을 출시했다. 그런데 팔도의 불낙볶음면 디자인이 삼양의 불닭볶음면 제품과 흡사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삼양 측은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불꽃 문양이 들어간 디자인과 제품명이 흡사해 소비자가 제품을 혼동한다”라며 2014년 등록 디자인권 침해금지 및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유는 "이들 라면 포장은 전체적인 색감이나 볶음면 모양의 존재 등에 있어 일부 유사한 면은 있지만 여러 가지 차이점으로 인해 이들 간 포장의 형태상 특징이 명백히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라고 볼 수 없다"라 한 것이다.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똑같지 않다면 대개 원조 업체가 승소하긴 어렵다는 것도 이런 이치다. 완전히 똑같지 않고, 일부가 유사하면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반 제품(위)와 비비고 제품(아래) /동원F&B, CJ제일제당

다만 원조 업체가 승소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2021년 동원F&B와 CJ제일제당 간 디자인 표절 논란을 두고 동원F&B가 제품 디자인을 변경한 사안이다. 동원F&B는 2020년 HMR 제품 ‘양반 국탕찌개’ 14종을 출시했는데, 문제는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윗면의 음식 사진과 밑의 빨간색 띠, 이름을 가운데 넣은 것까지 비슷하다.
 

국탕찌개 신제품 3종 /동원F&B

CJ제일제당은 2021년 10월 동원F&B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의 소'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후 양 사가 합의 과정을 거쳐 동원F&B가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동원F&B 관계자는 "1분기 내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했고, 2022년 3월 국탕찌개 신제품 3종을 새로 선보였다.

어떤 제품이 흥했을 때 일부러 그 제품과 비슷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의도치 않게 영감을 받아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을 테다. 특히 식품업계는 A가 B를 베낄 때 B도 A를 베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관행이 은근히 '마케팅'이라 치부될 정도면 거의 관습으로 굳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도는 그들만의 세상에서야 상관이 없지만 여기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 문제가 된다. 잘못 보거나 착각할 수도 있다. 애초에 소비자가 헷갈리지 않게 기업에서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한다면 너무 속 편한 소리일까. 앞서 나온 예시도 소비자가 꼼꼼히 봐야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인간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 헷갈릴 정도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농심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오뚜기였고, 오뚜기 제품인 줄 알았는데 농심이었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비슷한 디자인의 반복, 조심스럽지만 이젠 '관행'이 아니라 '폐습'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더 이상 선택에 혼란을 주지 않게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