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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생의 찬미' 전시 논란, 결국은 사전 관리가 철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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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생의 찬미' 전시 논란, 결국은 사전 관리가 철저해야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8.09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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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찬미' /MMCA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의 찬미'가 전시와 함께 여러 가지 잡음이 일었다. 한 매체는 4일, 단독 보도로 전시 작품과 작가 선정 논란과 더불어 전시의 정확한 주제조차 잡지 못했다는 기사를 냈다.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는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인 역할에 주목하고, 각 역할별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 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80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여기까지 전시에 관한 설명이다. 우리나라엔 먹으로 그린 수묵화, 수묵화와 구분되는 채색 위주의 그림인 채색화,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추상화 경향을 가리키는 미술 용어로 쓰이는 단색화 등으로 나누어진다. 채색화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직업 화가들이 그린 장식화나 궁중기록화, 초상화, 불화, 민화 등으로 나뉜다. 
 

성파 '수기맹호도' /MMCA

전시 연표를 보면 미술사를 채색화와 한국화로 구분해 현재까지 정리해 놓은 게 있는데, 채색화 부분을 민화라는 말을 처음 만든 야나기 무네요시란 일본인을 언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미술사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민화를 '실용을 목적으로 무명인이 그렸던 그림'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채색화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음에도 민화만을 언급해 자칫하면 채색화엔 민화만이 있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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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채색화는 불화, 민화, 단청에도 나타났고 궁중기록화와 장식화 등이 채색화로 그려졌다. 조선 시대 문인들의 수묵화 중심, 남종화풍이 유행하면서 상대적으로 북종화의 채색화는 잠시 쇠퇴했다. 황정수 미술평론가는 먹과 담채를 사용하는 남종화와 달리 채색 위주로 두텁고 진하게 그린 것”이라며, “서양화는 색으로 그리기 시작해 채색화란 말이 없는데, 동양화는 먹으로 그리기 시작했기에 그 상대 개념으로 채색화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또 북종화 계통의 화가이며 친일행위자인 이당 김은호는 근현대 동양 화단 채색화의 대가로 불리지만 전시 연표에는 채색화가 아닌 한국화 파트에 적혀 있다. 민화의 특성인 길상이나 벽사의 역할을 한다는 말은 있지만 또 민화라는 말은 빠져 있거나 민화 특성을 채색화 전체의 특성인 양 오해할 수 있는 문구가 있기도. 
 

작자미상 '매화 책거리도(8폭 병풍)' /MMCA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비치된 자료에서 '우리나라 전통 채색화를 민화라고도 하는데’라는 구절이 나왔다고 한다. 단순히 문구만 보면 '채색화=민화'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채색화(=민화)’의 종류로 벽사도, 궁중장식화, 화조도, 문자도, 어해도, 책가도, 산수도가 있다'란 문구는 '채색화=민화 속 궁중상식화도 책가도, 산수도 등이 포함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채색화라는 거대한 원 안에 민화라는 작은 부분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 민화는 채색화의 한 종류라 부를 수 있지만 모든 채색화를 민화라 부르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상범 '무릉도원' /MMCA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인 이상범 작가의 '무릉도원' 작품 관리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명작’ 전시에서 1년 정도 쇼케이스도 없이 전시되었다가 이번 '생의 찬미'에도 전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 측 관계자는 “내부 기준으로 고서화의 경우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간 전시하고 전시 후에는 1년 이상 휴식기를 가진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그림에 비해 종이나 비단에 그려진 전통 고서화는 온도나 습도에 취약해 신경을 써서 관리해야 하며, 미국의 일부 미술관도 3개월을 전시하면 5년간 재전시를 못하게 관리할 정도라 한다. 
 

스톤 존스턴 '승화' /MMCA

이번 전시에는 작가와 작품 선정에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친분으로 작가들이나 작품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별별 말까지 돌았다고.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언급되는 인물들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겠냐며, 작품 또한 학예사들이 선정하는 거라 상관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일에 대해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전시는 채색화를 역사적으로 개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채색화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기획된 전시이다. 민화와 궁중회화, 종교화, 기록화 등을 아우르는 한국의 채색화는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벽사) 복을 불러들이며(길상) 교훈을 전하고(문자도) 중요한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기록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라며 민화와 채색화의 정확한 구분 없이 진행된 것이란 보도에 입장문을 내놨다.

덧붙여 민화와 채색화를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게 한 교육자료는 모두 수거했다고 밝혔다. 결국은 조금 더 세세한 관리, 하나를 더 주의 깊게 신경 쓰지 못해 일어난 일들이다. 관장과 작가들의 친분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또 전통 채색화의 다양한 역할을 조명하려 했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말이 나온 후에야 교육자료 수거를 한 것이라든지, 이상범 작가의 '무릉도원'도 8월 1일 자로 결국 전시에서 철수된 점을 보면 애초에 잡음이 일어날 것이 없도록 전시의 전체적인 관리에 조금 더 면밀하게 신경을 썼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해당 전시는 9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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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h.S. 2022-08-09 21:09:33
아나기 무네요시가 민화를 폄하했다고? 기자가 이 분야에 뭘 제대로 모르고, 그것도 세계일보 기사를 요약하면서 썼네! 그럼 야나기가 폄하했고 그가 만든 민화라는 용어를 왜 계속 사용하나?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주로 서민층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주로 비직업화가가 그린 그림을 민화라 정의하면서 이름을 붙인 것이고 그걸 우리(미술계)도 받아 들인 것이었음을 모르나? 물론 민화의 카테고리에 궁중화의 포함여부등이 문제될 수 있으나, 몇년전에 경주 민화포럼에서 민화라는 명칭대신 다른 명칭 사용 문제가 논의된적 있으나 별무 소득이었고! 일본인이 관련되면 무조건 백안시할려는 것도 컴플렉스의 발로임! 우리 것을 우리가 먼저 스스로 발굴하고 평가 못하고 외국인이 평가한 후에나 받아들이는 것을 반성부터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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