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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독립서점 '그런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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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독립서점 '그런 의미에서'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8.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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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를 운영하는 이현우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서점 '그런 의미에서'를 운영하는 이현우 책방지기는 부지런하다. 모든 책방지기들이야 다 그렇겠지만 그는 쉬는 날이어도 책방을 나와 청소를 하고 책을 읽는다. 단순히 손님들에게 책을 판매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자신 자체가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책방을 찾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고 또 쓴다. 읽는 것과 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냐고 물었을 때 그는 둘 다 좋다고 답했다. 책방지기에게 있어 책은 그런 의미다.
 

동네책방에서 볼 수 있는 '책' 간판 /김서진 기자

서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 달라

'그런 의미에서'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걸 넘어 쓰는 것까지 목표로 하는 곳이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군대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간이 있을 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나도 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땐 책을 읽은 지 별로 되지 않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쓸 수 있겠다' 란 생각에 전역하고 여행을 갔다 와서 책을 냈다. 어릴 땐 책을 안 읽었고, 이후에 읽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달 단편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된 것처럼 독자들도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방이다.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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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지 6년 정도밖에 안 됐다. 원래 학생이었고 이후에 서점을 열었다. 이곳도 내가 처음 시작한 건 아니었고 원래 박상범 작가가 운영하던 곳이다. 책방 이름을 책방이 사람들에게 그다음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책방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그런 의미에서'라 지었는데, 박상범 작가의 책 '그런 의미에서'에서 따 온 거다.

내가 2020년 8월에 두 번째 책을 냈는데, 책 홍보를 하려고 이곳저곳을 다녔었다. 그러다 이 책방에 왔고, 어떤 행사인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SNS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책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때 들었던 얘기가 이곳 운영 중단을 한다는 거였다. 나도 손님으로 몇 번 왔었던 곳인데 그런 곳이 없어진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때가 대학교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원래 전공은 행사나 축제 기획 쪽이었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4학년이 되면서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그래서 고민하다 그 얘길 듣고, 3일 후에 내가 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책방은 절대 안 한다고 했다. 왜냐면 힘드니까(웃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돈이 나오는데 이건 그게 잘 안됐고.

근데 막상 해 보니까..... 그 얘길 들은 때가 26살이었다. 그래서 그 내년부터 해 보겠다고 했다. 3년을 하고 망해도 서른이니까. 그 나이대는 뭔가를 다시 시작해도, 경력이 없어도 늦지 않는 나이라 생각했다. 반대로 서점은 3년을 가면 정말 운영을 잘 했다는 얘기다. 서점은 대체로 2년 정도 계약이 진행되고 그게 끝나면 그만두는 분들도 많다. 3년을 버틴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상징적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정도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가 /김서진 기자

좋아하는 책 취향이 있나 

소설과 시를 요즘 많이 읽는다. 전자책 구독도 하고 동네 출판물 샘플도 읽고,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려 온다. 독립출판물은 에세이가 많아 그걸 주로 읽고 도서관에서는 소설을 빌려 읽는다. 전자책으로는 주로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 자극을 줄 수 있는 것,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등등. 최근 읽은 거라면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 정도? 이곳도 판매용이라 꺼내 읽을 수가 없다. 내가 보는 순간 중고서적이 되어 버리니까.

서점을 열면서 인테리어에서 특히 신경 쓴 게 있나

인테리어는 내가 한 게 아니다(웃음) 전에 계시던 분이 했는데, 물론 인테리어가 좋아서 시작한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책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거다. 책방이니까. 커피를 판매하고 있지만 5-6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 메뉴도 원래 2-3가지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 많이 읽기 위해서는 원하는 책이 있어야 한다. 원하는 책의 범위를 넓히려고 최대한 책을 많이 드린다. 책방에 책 종류만 약 600여 가지 된다. 작은 서점치고는 적지 않은 편이다. 

책을 입고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장르에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른다. 책방마다 입고 기준이 다르지 않은가, 나-는 책 내지를 작가분들이 선택해 주는 게 아니라 첫 페이지부터 20페이지까지 보내주되 이야기가 끊기지 않게 보내 달라고 한다. 잘라서 보내기 귀찮으면 인쇄하기 위한 내지 파일을 보내 달라고 한다.

왜냐면... 보내 주는 내용은 다 재미있다. 선택해서 보내 주는 거니까. 사실 그것 때문에 책을 사진 않는다. 전반적인 책 내용을 다 읽어봐야 한다. 만일 일정 부분만 보고 입고를 했는데 다른 게 더 비중이 크다면 소개를 못 한다. 예상한 것과 다르니까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하는지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야 되고.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준다면 나도 내 마음에 들면 소개하고 선택해서 판매하는 거다. 사실 작가 입장에선 이게 귀찮긴 하다. 근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르다. 내가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책은 아무리 유명해서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1년간 한 권도 안 팔린다. 그래서 한번 보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읽는다. 읽을 때마다 생각이 달라지니까. 
 

간소한 메뉴들 /김서진 기자

커피와 책방의 시너지는 어떤가

확실히 있는 게 좋긴 하다. 서점만 할 수가 없다. 상황이.... 아무래도 책을 읽는 사람은 계속 준다. 그 줄어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책이 아무리 많아도 앉아 있을 이유가 없으면 오지 않는다. 온라인 서점이나 일반 책방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저기 보이는 바에는 의자도 있다. 친한 분들은 저기 앉아서 책 읽으면서 저와 대화도 한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신규보다는 단골이 많다. 작가들이라든가 주변에 책 좋아하는 이들이 온다. 우리 책방이 작년 2월부터 시작했다. 코로나로 너무 힘들었는데, 당시 3-5월의 매출을 책임져 세 사람이 있다. 나를 살려준 이들이다(웃음) 그들이 아니었으면 빨리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올 때마다 책을 많이 사고 갔다. 일주일에 수십 권씩... 그래서 그들 덕분에 책방 매출을 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떻게 보면 나에겐 첫 손님이고, 힘든 시기에 책을 구매해준 사람들이다. 지금도 그들과 가깝게 지낸다. 

책방지기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책은 읽으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읽지 않았을 때 손해 보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다독가들에 비하면 적지만 나도 그동안 600권 정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추론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거다. 어떤 상황이 왔을 때 내가 맞닥뜨려본 적이 없는 상황이어도 논리가 기반이 되어 타당한 결론이 도출이 되는 식이다. 뭔가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획할 때 추론의 논리가 바탕이 되니까 오래 걸려 생각할 걸 짧게 생각해 낼 수도 있는 거고. 

요즘 사람들의 독해력 문제가 심각하다.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없다(웃음)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책방들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손해 보는 걸 싫어한다. 돈 쓰고 시간 낭비하는 걸 거의 혐오스러워한다. 그래서 리뷰를 더 찾아보는 거고. 책방의 역할은 사람들이 처음 책을 시도할 때 알맞은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매해야 되기 때문에 또 공부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해 주기 위해 책방이 있는 것 같다. 
 

동네서점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는 매일 바쁘다. 책 읽을 시간은 있나

시간이 될 때 읽는다. 12시에 문을 여는데, 아침 10시쯤 와서 청소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는다. 아침에 책 읽고 버스 타고 올 때 핸드폰으로도 읽고, 아침에 읽은 게 재미있으면 저녁에 와서 또 읽는다. 물론 책이 옆에 있다고 다 읽는 건 아니다(웃음)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도 많지만 좋을 때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때인가 

책방이 기준이라기보다는 사업을 하고 있어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는 것? 책도 쓰고 팔기도 하니까. 이게 적성에 맞아서 재미있고, 재미있는 걸 원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투자도 해 볼 수 있다. 손해는 내가 감수하면 되니까. 이게 꽤 중요하다. 작가들을 모아 놓고 똑같은 주제로 글을 써 보라고 하고, 그걸 책으로 만드는 것 같은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또 소설가 5명을 모아 놓고 각자 원하는 단어 하나씩을 제출하면, 제가 사다리를 타 무작위로 배열을 한다. 작가들은 자신이 제출한 단어를 빼고 나머지 세 단어 중 하나를 선택해 소설을 쓰는 거다. 이런 식도 글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 없는 시도지만, 제가 그걸 만들고 책임도 지니까 작가들도 글을 쓰는 원동력을 얻는 거다. 전 그 결과물을 보고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건 문화재단 같은 사업과 연계하기에도 좋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걸 시도하는 게 재미있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 /김서진 기자

북토크, 에세이 쓰기, 아티스트 공연 등 책방에서 여는 행사도 다양하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계속 생각을 한다. 책방을 하고 싶다는 분이 있다면 일단 하지 말라고 하고, 정 하고 싶으면 단 하나의 낭만도 갖지 말고 시작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방은 결국 고사하는 게 수순이다. 그걸 방지하려고 매일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결국 책을 산다. 그럼 독자도 글을 쓰게 하는 게 책방의 손님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 사람들을 글 쓰는 사람들로 만들게 되면 인세가 나온다. 그럼 기분이 좋아져서 또 책을 산다. 그래서 내가 기획하는 것도 모임이 많고, 쓰는 게 많다.

글쓰기 모임이라고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30분은 뭘 쓸지 고민하고, 1시간을 집중해 쓰고, 또 30분은 프린트해 돌려보고 서로 평가를 나눈다. 토요일에 하는 글 작업장은.... 작가들이 밤에도 글을 쓰고 싶은데 공간이 없다고 하더라. 카페도 24시간이지만 12시에 문을 닫고 하니까, 작정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보자 해서 3시간짜리 모임을 만들었다. 3시간 동안 왜 왔고 뭘 쓸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 한다. 그리고 2시간을 쓴다. 50분 쓰고 10분 쉬는 식으로. 그다음엔 얼마나 썼고 쓴 거에 만족을 하는지, 오늘 쓴 것 중에 가장 좋은 문장을 말해보고 그게 왜 좋은지, 오늘 쓴 글이 책이 된다면 정확한 날짜를 쓰기 등등.

사람들은 일단 돈을 내고 왔으니까, 그리고 쓰기 위해 온 거니까 엄청나게 집중해서 쓴다. 글을 쓰러 온 사람들이고, 옆에서 열심히 쓰고 있으니 그 분위기 자체가 글을 쓰게 만든다. 또 내가 사전에 뭘 써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리를 해 주니 집중력도 올라간다. 기획한 모임들이 다 그렇게 돌아간다. 또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편이다. 

책방에서 여는 행사 중 '리누의 초고'가 눈에 띈다. '리누의 초고'는 책방지기가 매월 단편소설 한 편씩을 써 내는 도전이다. 한 달에 단편 소설 한 편씩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후회 중이다(웃음) 첫 번째로 쓴 건 2만 3천 자, 다음으로 낸 게 3만 자가 넘었다. 6월 호는 1만 3천 자로 좀 줄었다. 만 자는 넘겨서 쓰자는 식으로. 소설이라는 게 글자 수에 상관없이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 분량이 늘더라. 오늘도 7월 호를 마무리하고 보내야 한다. 지금도 2만 자는 넘게 썼다. 매달 쓰다 보니 소재를 오래 고민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걸 그냥 쓰는 편이다.

'리누의 초고'는 앞으로 책이 될 이야기를 미완의 상태에서 우편으로 독자들에게 보낸다. 독자는 이 글을 읽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더할 수 있다. 다들 미완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깊게 가진 않는다. 가격도 싸다.(5000원) 커피 한 잔 값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이건 또 내가 꾸준히 쓰고 있다는 광고의 표시기도 하다. 작가가 책 한 권을 내려면 보통 1년 정도 걸리는데, 열심히 쓰면 3달 안에도 쓰겠지만 독자가 구독을 하는 순간 꾸준히 써야 하고 성실하게 써야 한다. 다른 작가들에게도 꾸준히 연재를 하라고 한다. 
 

책 읽기 딱 좋은 장소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는 여전히 글을 읽고 쓰는 게 어렵다. 언제쯤 수월해질 것 같나 

그럴 일은 없다(웃음) 책을 엄청 많이 읽고 싶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어바웃 타임'인데 거기서 아빠 캐릭터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전 세계의 책을 다 읽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진짜 좋았다. 그 생각이 너무 좋은 거다. 시간을 되돌렸는데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을 거라는 게, 나도 정말 많은 책을 읽고 싶다. 불가능하니까 어려운 거고.

책 쓰는 것도 체력 소모가 꽤 많은 일이다. 일정의 한계가 있는데, 1-2시간 사이에 한 번도 안 쉬고 책을 쓴다. 그러다 한 4천 자 정도 되면 멈춘다. 그 이상을 못 쓴다. 그게 그날의 끝이다. 달리기를 하다 뛰면 멈추듯이 글만 보고 쓰다가 이제 못 쓰겠다 하고 시계를 보면 그 정도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경우는 해질 때 책을 쓰기 시작해 해가 뜰 때 책을 완성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웃음) 나 같은 경우는 평균 3천 5백 자 정도 쓰니까 이틀이면 7천 자인데, 일주일이면 쓸 수 있는 분량이지만 초고를 완성하는 기간을 줄여 퇴고를 많이 하고 싶다. 그게 안 되니까 어렵다(웃음)
 

큰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의 매력이 뭘까 

현실적으로 보면 재고 관리가 편하다(웃음) 책이 훼손되거나 그런 경우가 적고.... 그 외에는 사실 규모가 작아 아쉬운 게 더 많다. 이건 진짜 큰 목표인데, 내후년까지 행궁동에 2호점을 내는 게 제 꿈이다. 다른 데도 아니고 왜 행궁동이냐면.... 동네 서점은 결국 동네 사람들만 온다. 동네사람들이 많지 않으면 책이 매번 똑같다. 여기저기서 똑같은 책을 살 수 있는데 그게 바뀌지 않으면 여기에 올 이유가 없다. 분위기 외에는. 근데 분위기가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동네의 작은 서점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단 뜻이다. 행궁동 같은 경우는 관광지이지 않는가. 입장 비용이 비싼 만큼 매번 새로운 손님이 오고, 같은 책을 가져다 놔도 그 사람들에겐 새로울 수밖에 없다. 매출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꿈은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지(웃음)
 

정갈한 서재 /김서진 기자

독립서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목적이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작업실처럼 쓴다거나, 책을 읽고 팔아야겠다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게 좋다. 반대로 '저 서점 참 편하게 돈 버네' 란 생각이라면 절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책방지기들은 바쁘다(웃음) 우리는 책을 팔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잡다하게 해야 하는 일도 많고 정말 바쁘다. 책은 습기를 먹으면 무너지고 하니 그런 자잘한 일들도 많다.

낭만을 빼고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낭만 없이,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웃음) 어떻게 보면 글도 매달 쓰고 책도 내고, 책방 운영하고 새 책을 읽고 드리고, 택배도 보내고 신간이 나오면 또 찾아서 넣고. 이것만 해도 힘들다. 사람들 모임도 관리해야 하고, 워커홀릭이 아니면 쉽지 않다. 건강한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기획 중인 행사나 이벤트가 있나 

적어도 북토크는 매달 하고 싶다. 지난주에도 북토크 '접 점'을 진행했다. 그걸 하게 된 계기가... 최근에 '서점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건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생각보다 작가와 출판사에게는 영향이 없다는 거다. 작가는 똑같이 쓰면 되고 출판사는 전자책을 팔면 되고.

근데 서점은 종이책을 파는 곳이다. 그걸 읽고 나니 지금 아이들이 책보다 태블릿으로 글을 읽으니, 결국 죽어야 할 산업이라는 게 느껴진 거다. 그럼 거기서 어떻게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다가 서점의 역할이 작가와 독자를 이어 주는 '접점'이지 않는가. 읽었던 책의 작가가 책방에 오면 독자들도 온다. 그 '접 점'이라는 걸 이름으로 매달 북토크를 하고 있다. 중요한 건 계속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 
 

이현우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서점을 열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열심히 해야 되는 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책을 열심히 읽어서 소개를 하고, 잘 팔리는 책을 찾아 마케팅을 열심히 한다거나. 카페와 서점이 다른 건 둘 다 커피를 팔지만 책을 판매하는 것도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또 그 책을 팔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냥 쉬면 안 된다(웃음) 작년 6개월 정도는 진짜 하루도 안 쉬었다. 쉬는 날 와서 뭐라도 했다. 책을 하나라도 더 찾아 읽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서울 쪽에 친한 책방지기들이 많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뭘 하는지,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걸 배웠다. 10시에 와서 책을 읽고, 8시에 마감하고 밥을 먹고 책을 쓴다. 그리고 밤 10시에 집에 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다. 근데 하면 또 운영이 된다. 이렇게 해야, 먼 미래를 볼 수 있고 당장 내일이 두렵지는 않게 된다. 다행히 나는 쓴 책들이 지금 유통이 되고 있어 서점 매출이 안 나와도 다른 데서 매출이 나오지만.... 이런 식의 매출이 나올 수 있게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위즈덤하우스 

핸드메이커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책방지기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는 "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있다. 조금 찢어진 것도 붙여주고, 오래된 책을 다 원본처럼 만들어 주거나 표지를 새로 만들어 준다. 그런 일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책방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닌, 책을 만든 작가들의 시간과 그 시간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책방지기의 시간도 존재한다. 우울할 때 책 한 권을 고르고 커피를 하나 주문한 후에,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깁고 꿰맨다. 그러다 책에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기면 넓은 책상에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쓰며 또 마음을 달랜다. '그런 의미에서'는 책을 읽고 쓰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손님들을 오늘도 기다린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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