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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의 예술가들을 홀리다, 세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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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대의 예술가들을 홀리다, 세이렌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7.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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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세이렌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옛 신화에는 수많은 마녀와 요정, 인어 등 사람을 홀리는 존재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위험한 생물, 스타벅스 로고에서도 흔히 보는 바다의 요정인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로 인간과 새가 합쳐진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이렌은 해안 바위 위에서 배를 난파시키기 위해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유인했다고 한다. 그들이 특히 암초와 여울목이 많은 곳에서 거주하는 이유도 노래로 유인한 선박들이 난파당하기 쉬운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로마 시인들은 이탈리아 반도 서부 해안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사이레눔 스코풀리라는 작은 섬에 세이렌이 산다고 명명하기도 했다. 
 

발톱이 눈에 띄는 세이렌 /flickr
세이렌 /flickr

세이렌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인 호메로스가 영웅 오디세이의 귀국 모험담을 그린 '오디세이'에 등장하며, 세이렌에 대한 어떤 묘사를 굳이 하지 않아 이들의 모습은 단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졌다. 이후 로도스 섬의 아폴로니우스는 세이렌의 모습을 일부는 여자, 또 일부는 물고기라 묘사했다. 초기 그리스 예술에서 세이렌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머리에 깃털을 가진 새로 표현했다. 

이들은 새의 특징인 날개가 있건 없건 마치 사람처럼 능숙하게 악기를 연주하고, 특히 하프와 리라를 연주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세이렌은 노래를 매혹적으로 불렀고 연주 또한 아름다웠다. 세이렌의 음악적 재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바람까지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하며, 어떤 선원도 세이렌이 부르는 노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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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에게 달려드는 세이렌 /flickr

오디세이에서 '세이렌은 그들에게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인간들의 해골이 높이 쌓여 있는 바위 위에 앉아 있다'라고 묘사한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이와 그의 선원들을 유인하는 세이렌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위대한 그리스의 영웅은 기지를 재빠르게 발휘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인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오디세이는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 배의 돛대에 몸을 묶었고 나머지 선원들은 밀랍으로 귀를 막음으로써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오르페우스와 세이렌들 /flickr

세이렌 설화에는 또 다른 그리스 영웅이 있는데,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영웅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으러 아르고 호를 타고 갈 때 동행했다고 한다. 그러다 배가 세이렌이 노래하는 섬을 지나고, 곧 치명적인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오르페우스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아이손과 나머지 선원들이 배와 함께 좌초되는 것을 막았다는 설이다. 이렇게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세이렌들은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호메로스 이후의 몇몇 작가들은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데도 탈출을 성공했다면 세이렌이 죽을 것이라 믿었고, 오디세이가 바다를 지나간 후 세이렌이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들을 그렸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히기누스에 따르면 세이렌은 그들의 노래를 들은 인간들이 무사히 지나가기 전까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즉 세이렌은 인간이 무사히 지나가면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한다.
 

오디세이와 세이렌의 모습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세이렌과 오디세이의 모습은 청동 솥에 많이 보이며 오디세이의 항해를 묘사하는 도자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솥 모양의 장식품에는 세이렌이 팔이 없고, 대신 인간의 머리가 새의 몸뚱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호메로스 이후 그리스와 로마의 여러 작가들은 이야기나 신화에 세이렌을 등장시켰다. 그리스 미술에서는 세이렌이 기괴한 모습이지만 로마 미술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종종 묘사되기도. 지금도 세계의 많은 문화권에서는 인어에 대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있다. 누군가는 세이렌을 큐피드 같은 존재라 생각했고 누군가는 그들을 바다의 수호자로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들은 바다를 매우 위험한 곳으로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바다는 사람을 잡아먹는 물귀신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어는 미지의 존재, 바다의 위험성 등을 조합해 아름다운 여성이 날개가 달린 모습인 세이렌으로 의인화했다고들 한다. 나중에 평범한 여성들이 누군가를 유혹해 그 대상이 불행해지거나 죽음으로 이어진다면 그 여성들 또한 세이렌으로 불렸다. 
 

꼬리가 두 개로 갈라진 세이렌 /flickr

또 다른 설화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세이렌이 강의 신 아켈레오스가 무사 멜포메네나 스테로페, 혹은 테르프시코라에게서 낳은 딸들로,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이후 페르포네의 어머니인 데메테르에 의해 괴물로 변했다는 설이다.

로마 시인인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은 페르세포네의 하녀였는데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 납치된 이후 정신이 나가버린 데메테르가 세이렌들에게 빨리 페르세포네를 구출해 오라고 명령한다. 

세이렌들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며 페르세포네를 찾아다녔지만 어떤 곳에도 발견되지 않았다. 데메테르는 소중한 딸을 구하지 못한 세이렌들에게 분노한 나머지 세이렌의 꼬리를 두 갈래로 쪼갠 후 멀리 떨어진 섬 바위에서 평생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노래를 부르며 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아름답고 위험한 생물들은 어떤 누구도 저항할 수 없도록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그 노랫소리를 들은 선원들이 배에서 떨어지고 배는 난파된다는 이야기다. 
 

로댕의 세이렌 조각 /flickr

그리스인들의 세이렌에 대한 강한 믿음은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이 설화에 살이 붙여졌다. 이들은 오로지 물속에 사는 생물들 같지만 적대적이고 위험하며 모든 것을 파괴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의 책에 세이렌에 대해 '세이렌은 선원들을 달래 잠을 청하게 하고, 배 위에서 잠든 선원들을 죽였다'라고 적었고, 프란츠 카프카는 '세이렌의 침묵'에서 '세이렌은 그들의 노래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인 '침묵'이 있다. 누군가가 그들의 노래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으로부터는 결코'라 적었다.
 

페토시리스의 묘 벽화에 등장하는 새 머리를 한 인간 /flickr

특이한 건 처음 등장했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는 세이렌의 신체적 모습이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수 세기 후 발굴된 도자기와 그림에서 세이렌은 발톱이 돋아난 발, 깃털이 달린 날개,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로 묘사된다. 특히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들에서 새라는 동물은 중요한 상징이었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갔을 때 새들이 영혼을 저승으로 운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새 모양의 영혼을 묘사한 바(Ba-birds)가 이집트에 등장하고, 새와 죽은 영혼 사이를 잇는 존재는 그리스로 넘어간다. 그리스 무덤 예술에서 세이렌은 슬프면서도 자비로운 음색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 주었지만, 4세기 기독교가 출현하면서 세이렌과 같은 신비한 생물에 대한 믿음은 서서히 무너졌다. 
 

이 세이렌은 이혼한 여성을 뜻한다 /flickr

기독교 미술에서 세이렌은 위험한 유혹을 하는 여성의 상징으로도 계속 쓰였다. 고대 그리스가 세이렌을 신화적인 상징으로 생각했다면 중세 시대부터 세이렌은 단순히 여성과 새의 복합적인 모습보다는 여성의 모습이 강조되고 지금의 인어라 부르는, 새의 다리가 아닌 물고기의 꼬리가 달린 모습으로 변해 고착화된다. 르네상스 시대 세이렌은 여성 궁정 음악가를 가리키는 데 쓰였고, 이혼한 사람이나 음악 하는 여자들을 가리켰다. 
 

코펜하겐 인어공주상 /flickr

고전 신화 자체가 예술가들에겐 영감을 얻는 원천이었으니 세이렌이나 인어는 안데르센의 고전 동화인 '인어공주' 등 여러 예술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주제였다. 재미있는 건 듀공이라는 생물이 고대의 선원들에 의해 인어로 오인되어 세이렌이 실제 있다는 전설도 낳았다는 것. 콜럼버스도 카리브 해를 탐험하는 동안 많은 인어들을 보았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로고 /flickr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17세기 노르웨이 판화에서 묘사된 세이렌의 모습을 참고로 해 로고를 만들었다. 세이렌이 선원들을 홀렸던 것처럼 커피로 사람들을 홀려 마시게 하겠다는 의미다.

사람들을 홀린다는 마녀나 요정 이야기는 많지만 세이렌, 인어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소재가 됐다. 실제 모습도 묘사되지 않았던 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손과 입을 거쳐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위대한 상징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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