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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다양한 얼굴, 롯데갤러리 《공예, 아름다운 사물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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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의 다양한 얼굴, 롯데갤러리 《공예, 아름다운 사물들》展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7.04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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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아름다운 사물들’ 전시 포스터 /롯데갤러리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공예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공예, 아름다운 사물들》이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취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서 사물의 필요와 쓸모, 그 이외의 영역을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전시에 참여하는 7명의 작가들은 사물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존재하는 것만이 아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의 가치와 정신을 담고 있는 사물로서 공예가 주목받는 이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롯데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공예의 가치를 온전히 살펴보고 삶을 누리기 위한 라이프스타일 향유의 경험으로 소개한다. 30여 점의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물성과 기법을 통해 공예의 오늘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과 시선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택수 ‘Re-born’_series / 롯데갤러리

이택수는 잊혀진 것들에 대한 사유를 기반으로 도자 및 섬유 작업을 다루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Re-born> 시리즈는 버려져 방치된 중국 오(五)·송(宋)·명(明)·청(淸) 시대의 깨진 도자유물 파편들을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작품으로 재탄생한 과거의 파편은 시간을 초월한 상징적 원형으로서 무한한 생명력과 삶의 반복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옛 도자의 깨진 형태를 따라 선을 그린 후 소지와 유약 실험을 거듭해 개별 파편에 맞는 새부분을 결합하며 완전한 하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행위는 마치 현재와 미래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원동력으로서 전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박성욱 ‘편 1-pyeon’, 서경신 ‘Color Layer_G’ /롯데갤러리

도예가 박성욱의 작업에서는 ‘어우러짐’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이는 작가가 작업의 재료와 과정, 주제를 통해 일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편>은 나무 혹은 철로 사각의 틀을 만들고 비슷한 크기와 색을 지닌 소결 조각을 채워 넣은 작품이다. 일일이 손으로 형태를 만들고 분장을 덧씌운 수많은 조각들은 유사해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요소의 반복으로 일목요연한 질서를 갖추고 있다. 이렇듯 고정된 형식 속 자유로운 변화와 유동성은 유기적인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서경신의 작업은 면의 나눔과 레이어로 패턴을 만들어 특유의 비비드한 컬러를 채움으로써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조각 보자기의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작품은 패브릭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거울과 스툴의 다양한 형태, 컬러풀한 직조의 짜임이 공예의 회화적 묘사를 구사하고 있다. 다채로운 색의 조합과 기능성이 극대화된 서경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신혜림 ‘시간의 비가 내린다_면’, 이지호 ‘Moonlight60’ /롯데갤러리

다양한 자연소재를 사용해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작가 신혜림은 개인의 서사와 감정을 압축해 촘촘한 층위의 추상적 오브제로 완성한다. 그의 작업은 이렇듯 풍성하게 직접 된 선들을 통해 사물의 울림을 전달하고 공예성, 기법을 초월한 삶의 태도를 표현한다.

이지호는 198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돼 국내 1호 방짜 유기장이라 불리는 유기장 명예 보유자 이봉주 선생과 이형근에 이어 삼대째 유기 전통을 잇고 있다. 그는 전통 유기에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해석을 곁들여 젊은 전수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방짜 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와 22% 비율로 섞은 뒤 용해를 시작으로 넓게 펴기, 우그리기, 떼어내기, 당기며 쳐서 들이기, 다듬기 및 담금질, 변형 바로잡기, 깎아 내기의 순서를 따른다. 여러 명이 수천 번의 메질을 해 만드는 과정에서 표면이 매끄러운 주물 제품과 달리 메 자국이 은은하게 남아있어 수공예의 특징을 잘 담고 있다.
 

이정미 ‘사과 합 시리즈’, 윤이랑 ‘Forest I’ /롯데갤러리

청신한 색감과 기운찬 에너지를 생활 도자에 접목하는 도예가 이정미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조형미가 살아있는 그릇을 빚는다. 작가의 도자를 보면 마치 꽃이나 서리처럼 생긴 결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결정유는 소성과 냉각 과정을 거치며 유약 표면이 유리질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유약 원료와 불의 화학작용이 만들어내는 매우 우연적인 아름다움인 것이다. 또한 작가는 백자는 물론 코발트블루, 민트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을 실험하고 도자에 옻칠을 입히는가 하면 생활도자와 함께 조형작업을 이어오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작품 세계를 넓히고 있다.

금속공예작가 윤이랑은 화병과 같이 일상 공간에 놓이는 장식품을 주로 제작한다. 금속은 차가움과 단단함, 매끄러움 등의 물성과 함께 다채로운 빛깔과 광택을 지니고 있는 매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윤이랑의 벽걸이 화병은 엇갈려 이어 붙인 끝 선, 서로 다른 높낮이의 기벽과 같은 변주를 더하며 작품과 작품이 놓이는 공간의 관계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7명의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 《공예, 아름다운 사물들》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얼 아트월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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