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1:50 (월)
다가오는 여름에 맞이하는 청량한 감식, 버블티와 원소병
상태바
다가오는 여름에 맞이하는 청량한 감식, 버블티와 원소병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5.27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블티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한때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수많은 음식들 중 지금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버블티는 대만에서 만들어진 차로, 주로 타피오카 펄을 넣은 음료를 뜻한다. 타피오카 펄이 아닌 젤리를 넣은 버블티도 있고, 아예 패션후르츠나 우롱차만 넣어 밀크티가 아닌 버블티도 있고, 우유만 넣어 만드는 버블티도 있는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뭐니 뭐니 해도 버블티 하면 자연스럽게 타피오카 펄을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이 '버블티' 비슷한 음식을 즐겨 먹었다. 원소병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은행알 정도의 크기로 빚어 끓는 물에 익힌 후 꿀물에 담가 먹는 음료다. 타피오카 펄의 색들이 모두 똑같지만 음료의 색이 다르다면 원소병은 찹쌀가루에 넣는 색소로 인해 익반죽 색이 다양하고, 음료의 색 또한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스테디셀러, 버블티

카사바 /flickr

버블티라고 하면 타피오카 펄의 식감, 밀크티의 크리미함, 밀폐된 플라스틱 뚜껑에 빨대를 꽂는 만족감까지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버블티의 핵심 재료라 할 수 있는 타피오카 펄은 카사바라는 작물의 덩이뿌리를 갈아 나온 가루로 만든다. 식민지 시대 남아메리카에서 카사바의 도입은 또 다른 녹말 공급원이 되었고, 자연히 카사바를 기반으로 한 동남아시아 요리들이 생겨났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여기서 타피오카 펄이 탄생했는데, 이것은 사고야자 녹말의 저렴한 대안이 됐다. 공교롭게도 둘 다 맛이 비슷했고 사람들은 두 가지를 서로 물물교환하기도 했다. 카사바는 주로 뿌리를 먹는데 곱게 빻아 물에 넣고 건더기로 가라앉는 걸 한데 모아 흔들어 주면 타피오카 펄이 된다. 처음에는 카사바의 뿌리처럼 하얀색이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타피오카 펄이 까만색인 이유는 캐러멜 시럽이나 설탕 등을 넣기 때문에 색이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필리핀의 빌로빌로 /flickr

타피오카 펄처럼 전분으로 젤리 같은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 건 동남아시아에서는 흔한 일이다. 필리핀에서 흔히 먹는 인기 간식인 빌로빌로, 비니그닛, 인도네시아의 화채인 에스짬뿌르 등 다양한 요리와 음료에 사용된다.  

대만에서는 버블티를 '펄'을 넣은 밀크티라 해 보바나이차 등으로 부르며 들어가는 차와 재료 등에 따라 패션후르츠 버블 홍차, 버블 우롱 밀크티 등으로 부른다. 서양에서는 거품 차라는 뜻의 우리가 아는 '버블티'라 부르거나 중국어 '보바(타피오카펄)'를 따 '보바 티'라고 부른다. 다만 버블티의 '버블'은 타피오카 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버블티를 만들었을 때 생기는 거품층을 가리켜 부르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타피오카 티'나 아예 그냥 타피오카라 부른다. 

한때 버블티의 원조가 대만이 아닌 중국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에 캐나다 대만 위원회 소속의 린웨이지 위원은 "버블티의 기원은 1980년대 대만 타이중의 춘수이당이라는 찻집에서 시작됐다. 이후 해외에 가장 먼저 버블티를 판매하기 시작한 곳은 캐나다 밴쿠버의 샤오싱팅이라는 상점이며 당시 1990년대 이후 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버블티 /unsplash

중국 당나라는 버터, 우유와 함께 홍차를 마셨고 17세기 유럽인들이 중국에 도착했을 땐 밀크티를 마셨다고 한다. 이렇듯 원래 밀크티는 동아시아에서 자주 마셨던 음료고 타피오카 펄 또한 흔한 디저트였다. 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후 시원한 음료수를 사 먹는 것을 좋아했고 학교 앞 세워진 찻집은 버블티라는 아이템으로 사업 경쟁을 시작했다. 버블티는 점점 진화해 다른 찻집 주인들은 차에 과일향을 첨가했고, 시원하고 맛있어 인기가 많아진다. 자연히 너도나도 차에 다른 맛을 더하기 시작했다. 

차에 풍미를 더하는 방법은 재료와 차를 넣고 잘 흔드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음료의 거품이 생겼고 그래서 '버블티'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버블티는 시장 등으로 널리 퍼지면서 노점상 주인들은 과일 대신 시럽을 넣어 과일 버블티를 만들었다. 또 여러 가지 토핑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타피오카 펄을 넘어 젤리, 푸딩, 팥 등을 넣기 시작했다. 버블티가 편리한 건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커피를 넣은 버블티를,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우유 없는 버블티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버블티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며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대만을 비롯해 홍콩,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같은 지역에서 특히 버블티는 청년들 사이에서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대만에서는 버블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나라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며, 2020년 4월 30일은 대만에서 공식적으로 '버블티의 날'이라 선포하기도 했다. 또 여권 변경을 추진할 때 대만의 한 국회의원은 대만 영토와 버블티를 넣은 디자인을 여권 표지에 적용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보바 가이즈의 버블티 /flickr

대만에서 버블티는 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로, 퇴근 후 사람들은 식료품이나 간식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간다. 이때 어떤 가게로 이동하든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다 버블티 한 잔씩을 들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고. 대만의 '보바 가이즈' 같은 버블티 전문점들이 생겨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고품질의 차, 질 좋은 우유를 포함해 사람들은 쫄깃쫄깃한 맛의 음료를 마시는 것에 익숙해졌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만 이민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당과 가게를 열었다. 대만 식당에서는 식사 말미에 사람들에게 버블티를 제공했고, 1990년대 후반 서양 최초의 버블티 가게들이 속속들이 문을 연다. 지금도 대부분의 버블티 가게들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캠퍼스 근처에서 늦게까지 문을 열며 학생들에게 놀 거리나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버블티를 만드는 모습 /unsplash

이제는 커피만큼 익숙한 음식이 된 버블티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시중에 판매하는 타피오카 펄만 있으면 된다. 물과 타피오카를 10:1의 비율로 우선 물을 끓이며, 예를 들어 200g의 타피오카가 있다면 물은 2000ml 정도라는 뜻이다. 물이 끓으면 타피오카를 넣고 불은 중불로 줄인 후 타피오카가 뜰 때까지 젓는다. 

이때 불이 너무 약하면 타피오카 펄이 바닥에 가라앉거나 타버릴 수 있다. 30분 정도 끓인 후에 컵에 원하는 재료를 넣는다. 흑설탕이나 꿀 등 원하는 감미료를 넣고, 타피오카를 건져내 차가운 물에 3분 정도 헹군다. 타피오카 펄을 식힌 후 감미료에 30분 정도 담가 둔다. 대부분의 버블티는 신선한 우유를 쓰는 것과 우유가 아닌 분말을 쓰는 것으로 나뉘며 녹차나 우롱차 대신 홍차를 쓰기도 한다. 

대보름에 먹는 음식이지만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긴다, 원소병

찹쌀가루를 다양한 색으로 반죽해 소를 넣어 빚고 익혀낸 원소병은 중국에서 음력 정월 대보름날(원소) 밤에 달을 보며 먹는 떡이라고 해 원소병이라 부른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중국 삼국 시대에 하북의 원소(袁紹)가 만들어 먹은 떡이라 하여 원소병이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원소란 찹쌀가루로 작은 경단을 빚어서 소를 넣고 삶아 꿀물에 띄운 것으로, 원소병은 중국에서 정월 대보름에 먹는 떡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를 넣은 작은 경단을 꿀물에 띄운 화채에 가깝다.
 

원소병 /장보심 jangbosim 유튜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찹쌀가루를 고운 체에 쳐서 반죽한 다음 대추를 쪄서 거른 것을 소로 넣고 경단을 빚어 사탕 물에 삶아 수단같이 물째 먹는다'라 나와 있는데, 버블티의 타피오카 펄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면 원소병의 경단은 소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경단은 깨나 꿀, 밤 등의 소가 들어가지만 원소병에 들어 있는 경단의 소는 대추나 곶감, 유자청을 곱게 다져 잘 섞어 넣는 것이 특징이다. 소가 없는 그냥 경단보다 갈아 만든 소가 들어 있는 경단은 타피오카 펄과는 또 다른 씹는 맛이 있다. 

특히 조선시대 원소병을 많이 먹었다고 하며 여러 문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실학자인 빙허각 이 씨가 1800년경에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찹쌀가루를 깁체에 쳐 사탕 물에 반죽하여 대추 쪄 거른 소 넣어 대소를 큰 경단만치 둥글게 비벼서 사탕물을 달게 하여 삶아 물수단같이 띄어 쓰니 이 떡이 북경에서 원소에 만들어 먹는 고로 원소병이라”라는 기록이 있다. 
 

원소병 /요리공작소 유튜브

홍대용이 집필한 『담헌서(湛軒書)』에서는 '원소병이라고 하는 것은 밀가루를 둥글게 새알처럼 뭉친 것인데, 속에 설탕이 들어 있고 끓여서 먹는 것으로 가장 먹을 만하였다'라고 적어 원소병의 모양을 묘사하기도 했다. 원소병이 떡보다는 화채에 가깝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버블티와도 비슷한 결이 있다. 경단을 만들고, 삶아서 익힌 후에 식히고, 꿀물을 넣어 먹는 것이니 버블티와 만드는 방법도 유사하다. 원소병은 주로 정월 대보름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월 초하루 상에도 떡국과 같이 오르기도 했고, 여름에는 커피 대용으로 시원한 음료처럼 먹었다. 

원소병은 무엇보다 화려한 색의 경단이 일품이다. 치자 물의 노란색, 오미자 물인 붉은색 등 원하는 색소를 물에 타 찹쌀가루에 넣고 반죽해 경단을 만든다. 대추나 계피, 유자를 곱게 다져 소를 만들고, 찹쌀 반죽에 소를 넣어 작은 모양으로 만들어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익힌다. 찹쌀가루를 반죽할 때 반죽 농도가 너무 질으면 빚어 놓은 모양이 일그러져 동그랗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경단은 크기도 작고 일정하게 만들어야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 이후 끓는 물 위로 경단이 떠오르면 꺼내 찬물에 헹구고, 그릇에 담긴 떡에 꿀물이나 설탕물을 붓고 잣을 띄우면 원소병을 즐길 수 있다. 
 

오미자차를 넣는 원소병 /우리음식연구소 유튜브

아직 6월도 오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름처럼 날씨가 더운 요즘이다. 다가오는 여름, 밖에 나가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버블티나 한번 쯤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볼 수 있는 원소병은 모두 꽤 자주 찾을 간식이 될 수 있을 테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