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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없이 미역국을?’ 젊줌마 사이 유행하는 삼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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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없이 미역국을?’ 젊줌마 사이 유행하는 삼신상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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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은 0.837명으로 나타났다. 1.05명을 낳았던 2017년 이후부터 감소세가 쭉 이어져 불과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셈이다. 사회적, 경제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1명만 낳아도 귀하게 키우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에게 좋다는 것은 다 해주려는 젊줌마가 많아지면서 임신 전부터 솔깃한 육아 정보나 관련 유행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에 등장한 삼신상 / SBS ‘동상이몽2-너는내운명’ 방송화면 캡처
방송에 등장한 삼신상 / SBS ‘동상이몽2-너는내운명’ 방송화면 캡처

고등학생 엄마, 아빠가 등장하면서 이슈 거리가 되는 한 방송에서 돌이 지난 아이를 위해 새벽에 상을 차리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삼신상’이라고 해서 아이를 점지해서 돌까지 잘 크게 해준 삼신할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차린 상을 말한다. ‘이런 것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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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습으로 남아있는 삼신상

삼신상은 실제로 우리 민속 문화 속에도 남아있는 풍습이다. 정확한 사전적 개념은 아기를 점지해 준 세 명의 신령인 삼신(三神)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올리는 상을 말한다. 삼신에는 2가지 경우가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고조선을 세운 기틀이 된 하늘의 신인 환인, 환웅과 환웅의 아들인 단군을 삼신이라고 한다.
 

삼신(三神)은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과 육아를 관장하는 신이다 / pixabay
삼신(三神)은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과 육아를 관장하는 신이다 / pixabay

그러나 삼신상에서 말하는 ‘삼신’은 포태신(胞胎神),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과 육아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을 뜻한다. 삼신에서 ‘삼’은 삼줄, 삼가르다 등에서 온 단어로, 아이를 잉태한다는 포태(胞胎)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삼신을 다른 말로는 산신(産神), 삼신할머니, 삼승할망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삼신상에는 태어난 아이와 산모에게 닥칠 수 있는 불운과 재앙을 막고,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삼신을 모시는 쌀을 어디에 담아 두느냐는 지역마다 다르다 / pixabay
삼신을 모시는 쌀을 어디에 담아 두느냐는 지역마다 다르다 / pixabay

지역마다 삼신을 모시는 장소나 물건 등도 다르다. 보통은 안방 윗목처럼 중요하고 귀한 장소에 두는데, 마루나 부엌 등에 두기도 한다.

중부 지방은 어깨나 허리에 두르는 전대 모양 주머니에 쌀을 담아 한지 고깔을 씌워 안방구석에 매달아 놓고, 영남 지방은 쌀을 바가지에 담아 한지로 덮고 안방에 두는데 이를 ‘삼신 바가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호남 지방은 단지에 넣어두기도 한다. 이를 항상 두기도 하지만, 출산을 앞두고 쌀을 담아 그 위에 미역을 올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축문을 읽는 모습 / SBS ‘동상이몽2-너는내운명’ 방송화면 캡처
축문을 읽는 모습 / SBS ‘동상이몽2-너는내운명’ 방송화면 캡처

일종의 풍습이면서 제사라고 볼 수 있는데, 제사 때 신에게 고하는 글인 ‘축문(祝文)’을 쓴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 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

요즘은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생일마다 삼신상을 차려야 한다는 규칙 아닌 규칙이 퍼지고 있지만, 옛날에는 아이를 낳고 난 후 3일, 7일, 14일, 21일에 차렸다.
 

삼신상 미역국에는 소고기 등 다른 것을 넣어서는 안 된다 / 독자 제공
삼신상 미역국에는 소고기 등 다른 것을 넣어서는 안 된다 / 독자 제공

세 명의 삼신을 위해 미역국과 밥을 세 그릇씩 차리는데, 앞줄에는 밥, 뒷줄에는 미역국과 물을 놓는다. 이 상에 차린 음식은 모두 산모가 먹어 아이가 잘 자라도록 빈다. 삼신상에 놓는 미역국에서 유래해 지금은 생일 때마다 미역국을 먹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삼신상에 올라가는 음식

원래 삼신상에는 미역국과 흰쌀밥, 정화수를 올리는 것이 끝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삼신상에는 3가지의 나물과 미역국, 물을 올린다.
 

Pexels (Makeafood)
Pexels (Makeafood)

나물은 보통 제사나 차례상에 올리는 삼채를 올리게 되는데, 뿌리채소, 줄기채소, 잎채소를 골고루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뿌리채소는 숙주, 도라지, 콩나물, 줄기는 고사리, 잎은 시금치를 만들어 올린다.

뿌리, 줄기, 잎채소로 나물을 만드는 이유는 각각의 의미 때문이다. 뿌리채소는 ‘조상’이자 ‘과거’를, 줄기채소는 ‘부모’이자 ‘현재’를, 잎채소는 ‘자손’과 ‘미래’를 뜻하기 때문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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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은 칼슘과 요오드가 풍부해, 출산한 산모에게 먹이는 풍습이 옛날부터 있었다. 미역만 넣어 국을 끓이기도 하지만, 쇠고기, 북어, 조개 등 다양한 재료를 넣기도 한다.

그러나 삼신상에는 순수하게 미역만 넣고 끓여야 한다. 정성스럽게 만든 삼신상은 과거 산모가 다 먹었지만, 요즘은 절을 두 번 한 뒤 가족이 모두 모여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아기의 돌상에 수수팥떡이 올라가 있다 / 독자 제공
아기의 돌상에 수수팥떡이 올라가 있다 / 독자 제공

때에 따라 수수팥떡을 만들기도 한다. 수수팥단자라고도 하는데,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내 아기에게 올 재앙을 막는다고 믿어 첫돌을 맞이했을 때 상에 올린다.

수숫가루에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만든 뒤, 경단처럼 둥글게 빚는다. 다시 끓는 물에 삶은 뒤, 삶은 팥을 으깨 만든 팥고물을 묻히면 끝이다. 아기가 10살이 될 때까지 생일마다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칼이나 가위 사용 못 해, 간 보기 금지

삼신상을 차릴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먼저, 칼이나 가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삼신에게 올리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재료를 자르게 되면 아기의 수명이 짧아지거나 복을 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삼신상을 만들 때는 칼이나 가위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pixabay
삼신상을 만들 때는 칼이나 가위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 pixabay

실제로, 풍습에는 출산을 앞두고 미역을 구매할 때 장사꾼이 미역을 그대로 주는지, 꺾어서 주는지를 두고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지 점쳤다고 한다. 미역을 그대로 주면 순산, 꺾어주면 난산을 의미하며, 아기 역시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소금, 후추 등 다른 조미료는 사용할 수 없다. 간장, 참기름, 들기름 등만 사용한다 / pixabay
소금, 후추 등 다른 조미료는 사용할 수 없다. 간장, 참기름, 들기름만 사용한다 / pixabay

간을 먼저 보는 것도 안 된다. 참기름, 들기름, 간장 등만 사용해 거의 간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음식을 만드는데, 소금과 같은 조미료는 귀신을 쫓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역국, 나물과 함께 올린 정화수도 함부로 버리면 안 되며, 산모가 모두 마셔야 한다.
 

아기의 발을 잡고 부모가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 pixabay
아기의 발을 잡고 부모가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 pixabay

삼신상을 만들어 축문을 읽고 절을 할 때는 시간도 중요하다.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준비하여 상을 차리고,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상을 차리고, 아이의 머리도 동쪽을 향하도록 눕혀놔야 한다. 절을 한 뒤, 축문을 읽고, 부모가 아기의 발을 한쪽씩 잡고 덕담을 건네주는 것도 삼신상 차리기의 한 부분이다.

다른 나라의 돌잔치 문화

우리나라가 돌잔치를 하듯, 해외에서도 아기가 1살이 되면 가족과 지인이 모여 파티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돌잡이가 대표적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아기의 첫 생일을 축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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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커다란 케이크를 준비해 먹인다고 한다. 1살이 되었으니, 크림이 잔뜩 올려진 케이크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아기가 손으로 케이크를 마구 뭉개며 크림이 묻은 채로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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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기가 태어나고 한 달이 되면, ‘첫 달 축하’ 잔치를 한다. 잔치를 못하더라도 빨간색 완숙 달걀을 주변에 선물하는데, 빨간색은 중국인들에게 행운의 의미이며, 완숙은 아기가 잘 자랐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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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살이 된 아기에게 쌀 한 되 분량으로 큰 떡을 만들어 등에 메고 걷도록 한다. 이를 ‘잇쇼 모찌’라고 하는데, ‘잇쇼’는 쌀 한 되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일생’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서 이 같은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떡의 무게는 약 1.5kg 정도 되기 때문에, 이제 돌이 된 아기에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아기가 걷거나 기면서 울기도 하지만, 인생의 무게를 느끼도록 하려는 뜻이 담겼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의 돌잡이와 비슷한 ‘에라비토리’가 있다. 붓, 주판, 돈을 보통 놓는데, 붓은 공부, 주판은 사업, 돈은 부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기가 태어나도 코로나 때문에 만날 수 없게 되자, 아기 사진을 인쇄해 아기 몸무게와 비슷하게 쌀을 담아, 마치 아기를 안고 있는 듯한 쌀 포대인 ‘아기 쌀’을 주변에 선물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피냐타 / 위키미디어
피냐타 / 위키미디어

멕시코는 ‘피냐타(Piñata)’라는 통을 깨는 놀이가 있다. 어린이 축제나 생일 등에 사용되는데, 뾰족한 별 모양 외에도 다양한 동물 모양이 있다. 피냐타를 막대기 등으로 깨서 안에 있는 과자나 장난감을 선물로 얻게 된다.

이탈리아의 ‘피나타’에서 따온 피냐타는 ‘냄비’를 말하는데, 주인이 냄비에 과일 등을 담아 하인에게 고마움의 의미로 선물했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진흙이나 도기로 만들어졌는데, 안전을 위해 종이로 바뀌었다.

삼신상 차리는 문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유난스럽다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기의 건강과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이해가 된다.

또한, 큰 의미도 있다. 오래전 남아있던 풍습으로, 잊힌 문화였지만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다시 퍼져가고 있는 ‘레트로’ 트렌드가 되면서 옛것을 다시 되새긴다는 점 때문이다. “너 점지해 줄 때 행복했거든”이라는 드라마 ‘도깨비’ 속 삼신할머니의 대사처럼, 삼신상은 좋은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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