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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노래하다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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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노래하다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展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5.23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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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 전시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내방가사를 통해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여성의 가사 문학 활동과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한글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시대를 적극적으로 기록한 한글 문학이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인 내방가사는 여성 주체적·자발적 표현 수단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여성의 삶을 기록한 역사자료가 세계적으로 아주 적을 뿐더러, 여성 스스로 일상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문학 장르가 드물기 때문이다.

내방가사의 창작은 조선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에게로 이어져 오고 있는 내방가사를 통해 ‘이내말씀 들어보소’라고 외치던 여성의 열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서 공개되는 작품은 화전가를 포함해 총 200점이며 주제에 따라 3부로 나눠 전시된다.

1부. 내방 안에서

쌍벽가(1794) /국립중앙박물관
잊지 못할 내딸이라(일제강점기) /국립한글박물관

1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내방'은 작가의 생활공간이자 자신의 문제적 상황을 알아채고 생각을 정리하는 성찰의 공간이었다. 이 공간에는 자식을 잘 키우고 집안을 일으킨 당찬 여성과 딸을 가르치는 근엄한 여성, 그리움에 사무치거나 큰 슬픔을 겪은 애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있다.

1794년 연안이씨가 지은 <쌍벽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자손의 앞날을 축복하는 가사를 담은 규방가사이다. 제목에 쓰인 ‘쌍벽’은 과거에 급제한 두 형제의 출중함이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사는 구성의 일관성, 유려한 문장으로 규방가사 중 수작으로 꼽히며 연대가 가장 오래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슬픔과 고통의 심정을 적은 <잊지 못할 내딸이라>, 남편없이 일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를 노래한 <과부가>,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탄식하는 노래 <사친애넘친자탄가> 등 8개 가사를 1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2부. 세상 밖으로

해방가(일제강점기) /국립중앙박물관

2부에서는 신문물을 소개하는 여성 잡지인 ‘신여성’의 등장으로 격동의 시대를 마주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개화기라는 변화의 물결로 내방의 문이 열리자 여성들은 새로운 세상을 가사에 담고자 하는 창작열기에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들은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인식을 갖는가 하면,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해방가>는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옛 관습에 매여 사는 여성을 향해 남녀평등을 알리는 가사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눈물뿌려 이별자라>는 식민지 아래 조국을 떠나 이국의 낯선 곳으로 가야하는 개탄스러운 심정을 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가사의 노랫말이 널리 퍼져 식민지의 현실이 바뀌기를 염원하며 혼돈의 세월을 보냈다.

3부. 소망을 담아

덴동어미화전가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3부는 가족과 서로의 인생이 잘되길 희망하는 여성의 바람과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여성이 풀어낸 인생 이야기 안에는 언제나 자신과 가족이 있었으며 그들의 가장 큰 소망은 안녕과 평화였다.

<덴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 모인 여성들이 함께 덴동어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나누는 가사이다. 당시 내외법에 따라 집안에만 갇혀 지냈던 전통시대 여성들에게 화전놀이는 일 년의 하루 공식적으로 허용된 집밖의 놀이였다. 덴동어미는 네 번의 결혼에서 네 번 모두 남편을 잃은 자로, 놀이에 적극 나서며 자신의 일생담을 들려줬다고 한다.

내방가사는 우리나라 가사문학 중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장르이지만,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로 한국 여성의 중요한 단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내방가사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 국내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오는 11월 말 개최 예정인 기록유산 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남성중심주의 사회 속에서 피어난 여성의 주체적 문화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는 오는 8월 21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1·2에서 진행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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