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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프랑스에서 만나는 한국현대도예순회전 ‘숨겨진 빛: 한국의 현대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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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프랑스에서 만나는 한국현대도예순회전 ‘숨겨진 빛: 한국의 현대도예’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5.1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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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빛: 한국의 현대도예’ 전시 포스터 /한국도자재단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2022경기도자미술관 국제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전시 ‘숨겨진 빛: 한국의 현대도예’가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도예에 뿌리를 두고 실험적 태도로 도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현대도예가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정해진 형식을 떠나 개별적인 자율성,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현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 도자의 동향을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법과 표현양식은 다양해진 반면 도자와 지역성을 작품에 접목하는 창작 경향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도예를 논할 때 전통도자를 뺴놓을 수 없는 이유는 많은 동시대 도예가들의 작업이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시도는 한국 현대도예의 독자성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맥락 안에서 한국 현대도예의 개념에 화두를 던지는 11명의 도예가를 소개한다.
 

유의정 <신백자포도문대호>, 이은범 <Line Bowl>, 주세균 <Tracing Drawing> /한국도자재단

유의정 작가는 박물관 속에 잠들어 있는 유물을 메타데이터로 활용한다. 오랜 관습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전통 양식과 기호를 동시대적 의미로 재탄생시키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표현의 언어로써 도자예술의 실재적인 적용과 활용 방식을 모색해 나아간다.

이은범 작가는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청자를 재해석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 〈Line Bowl〉은 청자의 다양한 색감과 형태를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표현하며 상감기법을 통해 청자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주세균 작가는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과 정의의 불안전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메우는 시각적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수집한 국보와 보물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백색 도자기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환의 형태에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 <Tracing Drawing>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조각 위의 드로잉으로 나타난다.
 

박종진 <Artistic Stratum_RYBWB>, 정관 <What to Value>, 장석현 <합> /한국도자재단

박종진 작가는 종이에 흙물을 발라 켜켜이 쌓아 올린 현대적 미감의 도자기를 만든다. 작품 <Artistic Stratum_RYBWB>는 해안가에 가파르게 깎인 지층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이는 ‘시간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종이를 반복적으로 쌓는 행위를 통해 기억과 경험이 중첩되며 지층과 같은 세월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정관 작가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다양한 정체성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작품 〈What to Value〉 속 텍스트 작업은 전통의 상징과 반대되는 창조적 이미지이다. 전통의 왜곡과 해체, 보존과 추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재해석은 유산에서 비롯된 기존의 가치를 통상과는 다른 이미지로 관객에게 선사함으로써 낯선 궁금증을 유발한다.

장석현 작가의 〈합〉은 검푸른 푸레도기에 금·은·자개를 장식한 작품으로, 화려함과 검은 푸레합의 깊은 색, 질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합 고유의 실용적인 기능과 함께 지붕 모양의 뚜껑을 덮어 조형성을 부각했다. 단순한 푸레합과 화려하고 밝은 장식의 결합은 작품의 심미성을 증대하고 도기의 사용 범위를 넓힌다.
 

박성욱 <편-달무리#1>, 이가진 <Eternity>, 안지인 <100 연적 모음> /한국도자재단

박성욱 작가의 <편(片)> 작업은 15~19세기 분청과 백자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 속 연속된 작은 조각은 하나의 작품이 되고 확장된 공간으로 이어진다. 틀 안에서 가득하게 보이지만, 무한한 공간을 내포하고 있다. 비어있는 공간을 통해 관람객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작품 속 확장된 공간은 우주의 무한성을 연상시킨다.

이가진 작가는 청자에서 느껴지는 미감이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청자의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구해왔다. 유약의 두께에 따라 형성되는 푸른 색감의 미묘한 변화와 깊이, 청자 유약이 주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르적 문법에 구애 받지 않고 작품 형식에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안지인 조선의 연적은 실용적 기능과 함께 학자에게 영감을 주며 학덕을 표현하는 상징성을 띤다. 전통적인 연적은 형태면에서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수많은 백자 연적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명상적 행위로 규정하고 자유분방한 형태로 다양한 변형을 추구했다. 서로 다른 연적들은 각각의 고유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상호 연결된 집합체로 공동체를 연상시킨다.
 

김성 <의식과 기억>, 오제성 <다보각경도> /한국도자재단

김선 작가의 작품 제작 배경에는 어린 시절 바느질하는 할머니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은 작가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개인적 경험과 의식을 재구성하는 기억의 현재화이자 이미지화 작업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실과 바느질 작업은 일상적 가사 행위와 한국의 전통적 여성 역할을 대변하는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적 화자로서 작가를 가시화하고 있다.

오제성 작가는 전설, 민담, 설화를 재창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한국이 겪어온 식민지, 전쟁, 성장 과정에서 유실된 전통성,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만의 특징들을 작품 속에 담는다.

전통과 현대의 맥락에서 한국 현대도예의 독자적 특성을 살펴보는 전시 ‘숨겨진 빛: 한국의 현대도예’는 오는 6월 12일까지 벨기에 앙덴느 문화센터 전시 후 작품을 옮겨 6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프랑스 루베 라피신 미술관에서 이어진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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