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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 공예의 의미 ‘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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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 공예의 의미 ‘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展
  • 곽혜인 기자
  • 승인 2022.05.1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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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 전시 포스터 /한국공예관

[핸드메이커 곽혜인 기자] 평범함 속 공예가 가진 의미를 들여다보는 전시 <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가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예가 만드는 ‘평범’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의 뜻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 안에는 노력, 시간, 고민, 그리고 사용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여기에 사용자의 눈길과 손길이 닿았을 때 비로소 ‘쓰임’을 가진 공예가 완성된다.

위대한 예술품을 평범한 삶에 들여놓기 위해 오랜 시간 공예의 길을 걸어온 장인을 비롯해 꾸준한 연습을 거쳐 일상 속 이로운 쓰임과 아름다움을 결합해 나가는 현대공예가까지 총 20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 전개된다.

1부. 가장 고요한 움직임

이진휘 <빛의 반사>, 이인진 <집적>, 오츠키 요스케 <현재와 과거의 사이> /한국공예관

첫 번째 섹션 ‘가장 고요한 움직임’은 오랜 세월 축적된 작가들의 노력과 고민의 흔적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오로지 재료와 손끝에 기대어 작업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긴 시간 집중해 완성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진휘 작가는 조각 낸 유약을 퍼즐처럼 맞춰 나가는 실험적인 기법을 통해 자연이 주는 풍성한 색채를 표현한다.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도자기 표면은 그가 지내온 지리적·내면적·사회적 환경의 우연성을 상징한다.

이인진 작가는 장작가마의 소성을 이용해 유약을 사용하지 않은 도자기를 만든다. 거친 흙과 자유로운 불의 만남은 우리 일상의 모든 관계와 같으며, 이를 담고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현재 살고 있는 매 순간이 개인의 감정과 경험의 복합체임을 드러낸다.

일본 요코하마 출신의 작가 오츠키 요스케(Otsuki Yosuke)는 유리의 투명성을 이용해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들어가 만질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절단된 흔적은 과거의 시간을, 연마된 표면은 현재의 시간을 함축한다.

2부. 친숙한 사물

류종대 <모던모듈>, 편소정 <bluish soban>, 김규태 <어글리 팟> /한국공예관

두 번째 섹션은 우리 삶과 밀접한 ‘친숙한 사물’로써 공예가 가진 용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가구, 도자기, 유리 등의 공예품을 전시함으로써 매일 사용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류종대는 예술적 가치를 향유하면서도 일상 속 편리함을 경험케 하는 실용적인 공예의 흐름을 만들어낸 작가이다. 그는 예술의 배경이 일상이 되는 이색적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에 전통 옻칠 마감을 접목했으며 전통적 가구 제작법과 3D프린팅 가공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전통 옻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관을 구축한 편소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색채와 질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가진 편소정의 작품을 통해 독자적인 오브제로써 공예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다.

고대 토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김규태 작가의 <어글리 팟>은 손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태토 표면에 흘러내리는 화장토를 연출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손을 거친 일련의 작업 행위가 던지는 원본의 고유성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3부. 공예의 풍경

김두봉 자연의 흐름, 윤규상 한지 파라솔, 박문열 백동 각게수리 /한국공예관
김두봉 <자연의 흐름>, 윤규상 <한지 파라솔>, 박문열 <백동 각게수리> /한국공예관

마지막 섹션 ‘공예의 풍경’은 다양한 공예 작품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하나의 풍경을 선사한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함께 쌓아 올린 전통공예부터 자신만의 기법을 탐구해온 현대공예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곁을 함께해 온 ‘공예’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자연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김두봉 작가는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풍경, 소리에 집중한다. 작가만의 언어로 재해석된 자연은 작품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적 요소에서 파생된 새로운 감정의 전이를 이끌어낸다.

전북무형문화재 제45호 지우산장 윤규상의 작품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윤규상은 우리나라 전통 우산인 ‘지우산’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작에 필요한 도구부터 대나무살, 기름 먹인 한지와 우산 꼭지까지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지우산은 꽃처럼 만개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장인의 열정과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장 박문열은 다사다난한 근대를 거치며 두석장의 맥이 끊겨갈 때 묵묵히 작업을 이어온 장인이다. 기법은 전통을 고수하더라도 감각은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처럼 박문열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속 공예의 의미와 역할을 사유하는 전시 <평범의 세계: 이로운 공예>는 오는 7월 17일까지 한국공예관 3층 갤러리6에서 진행된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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