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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책으로 평안하길, 독립서점 '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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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책으로 평안하길, 독립서점 '오평'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5.1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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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오평'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적막한 주택 골목 속 책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 단박에 눈에 띈다. 독립서점 '오평'은 말 그대로 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아주 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다. 책방지기의 갖은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테리어 속 검은색은 책방지기가 아주 좋아하는 색으로, '오평'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한쪽에는 책방지기가 직접 내리는 커피와 직접 만드는 베이커리가 마련되어 있다. 책과 음료를 구매해 언제든지 앉아 감상할 수 있도록 멋진 검은색 타일 테이블까지 모든 것이 '오평'을 나타내고 있다. 오수민 책방지기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인터뷰는 아주 물흐르듯, 유려하게 진행되었다. 

'오평'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오평'은 5평형의 서재를 담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제가 느꼈던, 검은색이 주는 다정함과 평안함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어 이런 컨셉의 책방을 열었다. 원래 제과서가라고, 한쪽에는 베이커리를 하고 한쪽은 서점인 곳이었다. 근데 두 곳을 다 운영하기에 애매하단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서점으로 만들었다. 제가 검은색을 좀 편애한다. 검은색을 컨셉트로 한 서점은 별로 없더라. 카페는 많은데.....그래서 검은색을 컨셉트로 서점을 열게 됐다.

'오평'에는 오사장의 평가라는 뜻도 있는데,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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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평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사물의 모든 가치를 소중히 한다는 뜻이다.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것도 제가 직접 한 거다. 벽과 의자, 타일 테이블도 일일이 붙였다.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공간이니까, 모든 손길이 닿아 있다는 의미도 있다.

회사원이었던 책방지기의 어렸을 적 꿈은 소설가였다. 텍스트의 어떤 점이 좋았나

현실을 지나치게 반영한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판타지나 SF 등 현실에 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재미있다. 처음 접한 소설은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라자'다. 처음 접했는데, 거기에 눈을 떴다. 친구들이 다 로맨스 만화를 볼 때 난 '이런 걸 어떻게 쓸 수 있지?' 생각하면서 봤다. 그런 장르를 계속 찾아봤던 것 같다.

많은 책을 읽는 편은 아니고, 좋아하는 책을 계속 읽는 타입이다. 제가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소설에서 상상할 수 있는 세계가 그려지는 것이 신기했다. 소설가라고 적었을 당시 정말 어릴 때였는데, 아마 그 때는 소설이 아니라 동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쓰는 걸까 싶었다. 동경에서 시작한 마음이 나를 지금의 책방으로 이끈 것 같다.
 

오평의 책장 /김서진 기자

글 쓰는 것도 좋아하나

아니다(웃음) 손님들이 책방지기님 책이 있냐고 많이 물어본다. 책방지기 중에 글도 같이 쓰시는 이들이 많으니까. 쓰는 것보다 읽는 걸 더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써보고는 싶지만 판타지 소설이 되지 않을까?(웃음) 신기한 내용으로 쓰면 좋겠지만 그런 상상력이 부족해서......웹툰 같은 것들도 보면서 놀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하고.

서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책방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책방을 한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수익 문제가 있어 반대를 하셨다.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경제적인 독립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독립은 한지 꽤 됐다고 생각한다. 하고자 하는 건 하는 편이다. 그동안 불법적인 것들을 하지 않았으니 부모님이 그렇게 크게 반대하시지 않으셨겠지?(웃음)예전엔 출퇴근을 서울에서 했는데 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추진력과 에너지가 있을 때 하고 싶은 걸 해 보자, 해서 하게 된 것 같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었다.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책 한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고가 들어가는지 저도 이제 잘 알고 있으니 입고 메일이 들어올 때 거절하기가 어렵다. ISBN의 유무를 떠나 본인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한다. 그래도 책을 판매하는 사람으로써, 작은 기준을 하나 세운다면 개인의 감정적인 이야기를 옮겨 놓은 출판물은 지양하자는 것이다. 왜냐면, 본인의 힘듦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은 극복했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독자들은 작가가 토해낸 덩어리들을 그대로 받는 것이지 않은가.

판매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써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입고되지 않은 책들이 모두 그런 것들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감정적으로 다 쏟아내고 '아, 후련해!' 란 느낌의 책들은 지양하고 있다.
 

검은색과 진열된 책들의 조화가 흥미롭다 /김서진 기자
블랙 테이블과 녹은 양초가 흐르는 와인병 인테리어까지 /김서진 기자

타일을 일일이 붙였다는 블랙 테이블, 조명이라든지 인테리어와 소품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직접 인테리어에 참여해 타일 붙이는 영상을 보면서 일일이 타일을 붙이고,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알아보고 공부했다. 타일 테이블 위에 있는 양초를 녹인 와인병 디자인도 어느 날 밥을 먹으러 갔는데 이런 인테리어가 있는 거다. 보자마자 이거다! 했다(웃음) 양초가 정말 많이 들어갔다. 
 

오평의 포인트 중 하나인 조명 /김서진 기자

의도하고 한 건 아닌데 조명 모양도 '오평'과 비슷해 로고로 만들라는 의견도 많았다. 인터넷에서 예쁜 조명을 발견해서 구매한 건데 책방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졌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결과물이 딱히 나쁘진 않았다. 동적인 취미와 정적인 취미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정적인 취미를 고르는데, 그게 다 손으로 하는 것들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노하우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노력파라 그런가 노력의 결과물인 것 같다. 서점 밖에 캘리그래피를 붙여 놨는데, 정말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 배운 거다. 타일 같은 것도 정말 많이 찾아봤고 피아노 학원도 다녔다. 뭐든지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이다.

타고난 게 없어서 열심히 했다. 타고난 게 있었다면 안주하면서 살았을 텐데 그게 아니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오평의 검은색은 어디든 조화롭다 /김서진 기자

인테리어에 검은색이 많다. 검은색의 매력은 무엇인가 

모든 색의 종착점이고, 모든 색을 내포하는 색이 검은색인 것 같다. 빛나고 싶은 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감추고 싶은 건 가려 주는 포용력 있는 색이라 생각한다. 오평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모두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다정한 책방과 책방지기....랄까.
 

카페와 책방지기 /김서진 기자

카페와 서점의 시너지는 어떤가

최근에 새로 생기는 독립서점들을 보면 카페를 겸하는 곳이 많다. 공간에 머물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겐 너무 좋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열심히 찾아가는 서점들이 좋아서 더 머물고 싶은데 앉아서 보기엔 좀 협소한 곳이 많았다. 자주 갈 수 없는 곳이니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오평이 그런 곳이 되길 바래서 카페를 겸하게 됐다. 와 주시는 분들이 좋아해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주변 사장님들과 왕래가 없었다면, 나도 안주했을 것이다. 메뉴도 개발도 그만 할까 싶다가도 주변 사장님들은 계속 신메뉴도 내고 책 소개도 하신다. 보면서 나도 지치면 안돼, 열심히 해야지, 한다. 경쟁자가 아니라 동료, 든든한 지원군 같은 느낌이다. 사장님들도 으쌰으쌰 해 주시고, 조언도 해 주신다. 서로서로 좋은 것 같다.

잘 몰랐는데, 사장님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게 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보통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보통은 경쟁사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서로 손님을 보낸다. 여긴 가 보셨나요,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세요? 책 투어를 해 보실래요 이러면서. 손님들이 어디 소개로 왔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저도 보내 드리기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엔 뭘 하나

쉬는 시간에는 책 소개를 꾸준히 하는 편이라 책을 많이 읽고, 책 정리도 하고 책이 팔리면 수기로 작성을 하고 엑셀 입력을 해 재고를 맞춘다. 근데 가끔 안 맞을 때가 있다. 그럼 다 끄집어내서 또 맞추고, 베이커리 준비도 하고. 음료도 하니까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해서 발주하고, 사실 여유있게 앉아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거의 책을 강박적으로 읽는다. 책방을 열면 느긋하게 커피 한잔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침에 내린 커피를 저녁까지 다 못 마실 정도로 바쁠 때도 많다. 손님 응대도 해야 하고, 그렇게 바쁘지 않아도 자잘하게 할 일이 많다. 

큰 서점이 아닌 독립서점의 매력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독립'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기성 출판사들은 읽히기 위한 책들을 만들어 내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서적은 '쓰임을 당했다'라고 생각한다. 독자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나를 위해 쓰는 글들이 많다. 그런 느낌의 출판물들이 이제는 독자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방지기가 만드는 비즈 반지 /김서진 기자
책방지기가 직접 쓴 캘리그래피와 여러 굿즈들 /김서진 기자

독립서점을 차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책이 나의 생계가 되어 줄 수도 있고, 나의 생계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슨트 같은 역할을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5월에는 책 행사도 있고 독서 모임, 전시 등 여러 이벤트로 바쁘다. 책방지기를 움직이게 하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제가 겉으로는 이것저것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웃음)지칠 만큼 하는 건 아니다. 주변 책방지기님들을 보면 '저렇게 하면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하신다. 요즘에는 책을 좋아해 주는 분들,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함께 책방 운영에 대해 고민을 터놓는 사장님들, 독자분들 친구들 모두 다 포함해서.

책방지기가 까만 도화지에 그리는 꿈은 무엇인가 

요즘 말도 안 되는 스트레스를 받는데, 환경 문제라든가 경제, 기근, 폭력 등 제가 당장 뭘 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친구들이 '신경쓰지 마, 넌 여기만 신경 써' 라고 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그래도 꿈을 꿀 수 있는 거니까. 모두가 평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세상을 밤하늘의 우주를 도화지 삼아 그리곤 한다. 분명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이없는 꿈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 정도는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다. 비닐도 거의 안 쓰려고 하고, 사실 도움이 되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개인보다는 기업 규제가 더 필요하다. 솔직히 개인들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방 사장님들도 그렇고 텀블러를 가져온 분들도 많다. 저도 생분해 빨대를 쓰지만 아예 빨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손님들도 많고. 나 자체도 환경 문제를 조금이라도 언급하는 기업들을 소비하려는 편이다.

10년 후의 오평은 어떤 곳일까

50평이었으면 좋겠다(웃음) 하지만 서점의 이름은 '오평'으로 계속 할 거다.
 

어푸어푸 /김서진 기자

핸드메이커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부탁했을 때 책방지기는 예상했다고 하며 책 하나를 가져왔다. '어푸어푸'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지금 문구류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책방지기는 책에 대해 "본인이 하고 싶은, 전공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까 잘 됐지 않은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에너지도 생기고, 그런 것 같다"며, 좋아하는 쪽으로 모두들 한발짝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그 곁에 책이 함께 하기를 '오평'의 책방지기는 오늘도 바란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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