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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찬란했던 국민 간식, 껌의 부흥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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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찬란했던 국민 간식, 껌의 부흥을 꿈꾸다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4.2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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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는 잠정 생산을 중단했던 ‘후레쉬민트’를 2021년 재출시했다 /롯데제과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언제부터인가 국민 간식 하면 젤리나 사탕이 생각나고, 껌은 생각이 잘 나지 않게 되었다. 특히나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껌의 인기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국내 대표 껌 회사인 롯데제과 측은 "코로나19 발생 후 껌 시장 규모가 줄었다. 소매점 방문 자체가 줄었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취식이 불편한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제과의 껌 매출은 3분기까지 2019년 대비 39.4% 정도 줄었다. 연간 매출 또한 전년대비 24.1%감소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취식이 자유롭지 않게 되어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젤리는 껌에 비해 모양이나 맛, 향 등을 다양하게 출시하면서 껌의 매출액과 비교해 4.1배가 늘었다고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껌은 저렴한 가격에 오래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후진국형 간식’인데 반해 젤리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간식"이라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껌 판매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전했다.

사실 오랜 전통인 씹는 문화,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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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딜라 나무, 치클의 원재료 /flickr

옛날부터 껌을 씹는 전통은 여러 문화의 융합을 통해 발전했으며, 여러 초기 문명들에서 자연스레 생긴 것으로 추측한다. 초기에 뭔가를 씹었던 사람들은 그 물질에서 꼭 영양상의 이점을 얻으려 했던 건 아니었고, 미각의 자극을 얻거나 이를 닦는 행위 등도 포함됐다. 옛날 북유럽 사람들은 무려 9,000여년 전에 자작나무 껍질에서 추출된 타르를 씹었다고 한다. 이것은 치아 통증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씹는 즐거움을 누렸던 것으로 추측한다. 

인류학자 제니퍼 P. 매튜스는 고대 마야인들이 갈증이나 배고픔을 잊으려고 사포딜라 나무에서 나온 치클을 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현재 츄잉껌의 기초제로도 쓰이기도 한다고. 아즈텍 문명의 사람들도 치클을 씹었고 심지어 치클과 관련된 사회적 규칙도 있었단다. 아이들과 미혼 여성들만이 공공장소에서 치클을 씹는 것이 허용되었다고 하며, 기혼 여성이나 과부는 집안에서만 껌을 씹을 수 있었다고. 남자들은 이를 닦으려고 몰래 치클을 씹었다고 한다. 

츄잉껌의 형태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있었는데, 그리스인들은 매스틱 나무에서 나온 수지로 만들어진 매스틱 껌을 씹었다. 자작나무 타르나 매스틱 껌은 방부제 성분이 있었고, 구강 건강을 위해 사람들이 사용했다고 추측한다. 치클을 포함해 식물, 풀, 수지로 만들어진 껌들을 옛 사람들은 여러 다양한 문화권에서 씹어 왔다고. 북미 원주민들은 가문비나무에서 나온 수지를 씹었는데 이것은 유럽 정착민들과 함께 계속된 풍습이기도 했다. 
 

포틀랜드에 있었던 존 커티스의 츄잉껌 공장, 껌을 포장하는 사람들 /Public Domain

상업적으로 판매된 최초의 껌은 1848년 존 커티스가 가문비나무의 수지로 만든 천연 껌으로, 'The State of Maine Pure Spruce Gum'이라 불린 껌은 옥수수 녹말로 코팅해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1850년대 초까지 커티스는 포틀랜드에 세계 최초의 껌 공장을 세웠지만, 나중에 가문비나무 수지는 껌을 생산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아졌다. 맛도 별로였고, 씹으면 부서지기 일쑤였다. 

1850여년 이 점을 감안해 파라핀 왁스로 만든 껌이 만들어졌고 이 껌은 가문비나무 수지로 만든 껌의 인기를 능가했다. 커티스는 토마스 아담스라는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수십년 동안 껌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현대의 껌은 전 대통령이었던 멕시코의 안토니오 로페즈 데 산타 안나 장군이 가져왔던 치클을 동료였던 토마스 아담스에게 주면서 만들어진다.

원래 안토니오는 아담스에게 치클을 고무 대용품으로 만들어 보라고 준 것인데, 아담스가 그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면 안토니오는 그 돈으로 자신이 대통령직을 되찾을 수 있음과 동시에 군대 재정 지원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그 부탁에 아담스는 치클로 여러 번 실험을 하며 자동타 타이어를 만들려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이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실망한 안토니오도 아담스를 버리고 멕시코로 떠났다. 
 

토마스 아담스의 츄잉껌 광고 /Public Domain

아담스는 1톤이 넘게 남은 치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당시 파라핀 왁스를 껌처럼 씹던 것을 생각해 내고 치클을 고무 대용품으로 만드는 대신 껌으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한다. 그는 치클을 삶아 말린 다음 열심히 굴려 자른 다음에 동네 약국에 가져가 판매를 부탁한다. 이 껌은 금방 주위에 소문이 났고, 그는 1880년대 후반 전국에 판매된 '아담스 뉴욕 츄잉 껌'을 만들었다. 
 

블랙잭 껌 /flickr

이 껌은 매일 5톤의 껌을 생산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특히 아담스는 당시 츄잉껌이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감초액을 추가해 맛을 냈고, 지금처럼 껌을 납작하게 펴 포장을 하고 팔았다. 어떤 특정한 맛이 난 이 껌은 '블랙잭'이란 이름으로 팔렸고 지금도 오래된 사탕 가게에서 가끔 볼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일 당시 윌리엄 리글리란 사람은 비누를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비누를 많이 팔기 위해 비누를 사는 사람에게 베이킹 파우더를 서비스로 줬다. 이러다 보니 비누보다 베이킹 파우더가 더 인기가 많아지는 바람에 리글리는 어쩔 수 없이 비누 대신 베이킹 파우더를 팔기 시작했다. 그는 베이킹 파우더를 산 사람에게 츄잉껌 두 개를 서비스로 주었는데, 이전처럼 또 베이킹 파우더보다 서비스로 주는 껌이 더 인기가 많아졌다. 
 

윌리엄 링글리의 츄잉껌 광고 /Public Domain

판매 물품보다 서비스가 인기가 많아진 것이 두 번이나 반복되니 리글리는 생각을 고쳐 껌을 판매하기로 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었다.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미국 전역의 모든 가정에 껌을 보내기도 했고, 경제공황 시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멈추지 않았던 그 덕분에 껌 자체가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츄잉껌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 군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는데, 배급품으로 공급받은 껌을 현지인들과 거래하곤 했다. 특히나 리글리는 '껌을 씹으면 전투 중 갈증과 스트레스를 줄여 주며 집중력도 높이고, 구강 청결 효과도 있다'라는 점을 군인들에게 어필했다.

미국인들은 1920년대까지 매년 105개의 껌을 씹었다고 하며, 껌의 수요가 확 늘자 치클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었고 특히나 치클은 사포딜라 나무에서만 추출할 수 있어 1930년대 중반까지 멕시코의 사포딜라 나무의 최소 1/4가 사라졌다고 한다. 1950년대 이후 껌은 치클 대신 인공 합성 물질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맛과 향을 얻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오늘날 고전적인 맛에서부터 수백가지의 맛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껌 /unsplash

어렸을 때 껌을 씹으면 충치 생긴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단맛이 빠질 때까지 껌을 씹으니 자연스럽게 당에 치아가 노출되어 충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구강 건강이 신경쓰이는 사람들은 무설탕 껌, 자일리톨을 찾아 씹는 편이다. 무설탕 껌은 1개당 0.5그램 미만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다고.

미국 치과의사협회(ADA)는 입냄새를 없애고 싶다면 천연 자일리톨이 함유된 무설탕 껌을 씹는 게 좋다고 전한다. 껌을 씹으면서 입안에서 침이 더 많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입냄새를 없애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얘기다. 나이가 들수록 입안이 마르는 구강건조증이 생기는데, 이때 껌을 씹으면 타액 분비가 늘어나 구강이 청소되어 입냄새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침은 청소 작용 외에도 항균, 소화력 촉진 등의 기능이 있다고. 다만 설탕이 있는 껌은 예외로, 껌을 씹을 때는 딱 5분만 씹으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삼육보건대학 치위생과 남상미 교수는 "설탕 대사과정에서 생긴 물질이 플라크 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무설탕 껌이 효과적이라 전했다. 
 

껌을 씹는 건 일종의 운동이다/ unsplash
껌을 씹는 건 일종의 운동이다/ unsplash

껌을 씹는다는 건 저작운동과도 관련이 있다. 동시에 칼로리 소모도 되는데, 껍을 씹는 시간당 약 11칼로리 정도를 태운다고 한다. 서울대 건강운동과학연구실 연구팀과 롯데중앙연구소가 공동으로 보행 중 껌 저작이 효율 및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아무것도 씹지 않는 것보다 껌을 씹으며 걷기 운동을 할 경우 이동 거리가 더 늘었으며 에너지 소비 역시 증가했다는 결과를 냈다. 즉 운동하면서 껌을 씹는 것이 운동 효율을 높이고 산소 소비량을 늘려 에너지 소비 및 근활성도를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또 껌을 씹는 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인데, 껍을 씹는 행위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골프나 야구 선수들이 경기 중에 껌을 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김경욱 단국대 교수 발표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껌을 씹는 행위는 뇌기능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정신적인 이완작용과 행복감을 높여 주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앤드류 스콜리(Andrew Scholey) 호주 스윈번대학교 교수는 껌 씹기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켜 준다는 것을 밝혔는데, 껌을 씹은 후 난이도가 어려운 문제를 풀게 만들고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더니 코르티솔의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멀미가 느껴질 때 껌을 씹거나,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될 때 담배를 피우는 대신 껌을 씹는 일도 왕왕 있다. 껌을 씹고 나서 규칙적인 양치질을 잊지만 않는다면 구강 건강도 지키면서 껌 씹는 것을 즐길 수 있다. 

롯데제과는 지금도 껌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여러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자일리톨껌 제품을 개발, 판매 중이며 가장 인기가 좋은 병 형태의 제품을 비롯해 갑 형태, 리필 형태를 내놓고 맛도 애플민트, 핑크민트, 아이스민트 등 다양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치아 건강은 항상 사람들에게 중요한 주제였으니, 자일리톨껌의 인기 또한 지난 3년간 11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내는 만큼 지금도 굳건함을 보이고 있다.

자일리톨 껌 말고도 롯데제과에서 장수하고 있는 껌 3종(쥬시후레시·스피아민트·후레시민트)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3월, 롯데물산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운영 중인 롯데제과의 장수 껌 3종 콘셉트의 카페인 '프레쉐어'를 특허청에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 

이같은 행보는 코로나19로 껌 소비가 급격하게 줄자 소비를 늘리면서도 이미지 쇄신까지 하겠다는 의지다. 젤리나 사탕에 비해 덜 찾게 됐다고는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 껌이기도 하다. 젤리나 사탕이 다방면으로 여러 신상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껌은 그 뒤를 뒤따라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끊임없는 연구와 발전이 뒷받침되어 껌의 부흥기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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