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17:20 (일)
매듭과 링으로 엮는 중세시대 장식, 태팅 레이스
상태바
매듭과 링으로 엮는 중세시대 장식, 태팅 레이스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4.20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집을 카페처럼 꾸미는 홈카페 인테리어가 오래 인기를 얻고 있다. 바리스타처럼 커피 전문가가 아니어도 커피머신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커피를 집에서 여유롭게 마실 수 있고, 거품기나 와플기계도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조용히 집에서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flickr (Nic McPhee)
flickr (Nic McPhee)

홈카페를 만들기 위해서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탁자에 레이스 식탁보를 깔거나 화려한 무늬의 도일리를 티코스터로 깔기도 한다.

독특하고 화려한 무늬의 레이스는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얇은 천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바늘이나 실을 감은 보빈, 혹은 기계로 제작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도 셔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매듭을 지어 만드는 ‘태팅 레이스’가 있다.

레이스 가닥을 엮다

핸드메이커는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적인 기사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작품이 ‘기회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핸드메이커와 동행해 주세요.

후원하기

태팅 레이스는 실을 감은 셔틀에 손을 감아 움직이며 엮는 레이스 기법을 말하는데, 독일어 ‘Tatting’은 이탈리아어 ‘Occhi’, ‘Schiffchenarbeit’에서 유래했는데, 이 뜻은 ‘작은 보트의 작업’이라고 한다. 이는 작은 배, 보트처럼 생긴 도구인 ‘셔틀’로 작업을 해서 붙은 이름이다.
 

태팅 레이스 작품 / 위키미디어 (Doreen)
태팅 레이스 작품 / 위키미디어 (Doreen)
실이 감긴 셔틀과 레이스 / 위키미디어 (JuanaTrujillo)
실이 감긴 셔틀과 레이스 / 위키미디어 (JuanaTrujillo)

또한, 태팅은 이탈리아어로 ‘수다스러운(chiachierino)’를 의미하는데, 셔틀로 실을 풀며 엮을 때 탁탁거리며 나는 소리 때문으로 추측된다.

보통의 레이스는 일정한 무늬를 나타내며 바늘로 실을 엮거나, 그물과 같은 형태의 천 위에 수를 놓는 식으로 만들지만, 태팅 레이스는 크게 매듭과 고리 형태로 짜여 다른 레이스보다 내구성이 높아 견고하다.

태팅 레이스는 레이스를 더 화려하게 장식하는 테두리에 쓰이거나, 그 자체로도 훌륭한 소품이 된다. 액세서리 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쓰인다.
 

더블 스티치로 만든 진한 동그라미가 매듭 링, 동그란 얇은 고리가 피코 / 위키미디어
더블 스티치로 만든 진한 동그라미가 매듭 링, 동그란 얇은 고리가 피코 / 위키미디어

태팅 레이스는 크게 셔틀로 겉 코와 안 코로 만드는 더블 스티치 매듭과 동그란 고리 형태의 ‘피코’로 구성된다. 더블 스티치 매듭과 피코가 일정한 개수와 크기, 규칙으로 엮이며 화려한 레이스로 탄생한다.

이집트에서 유럽, 아시아까지

태팅 레이스 기법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직물이 발달한 나라에서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시작으로 고대 이집트도 거론되지만, 지금의 태팅 레이스처럼 일정한 기법이 생긴 것은 16세기 이탈리아라고 한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의 왕비 마리아 아말리아 초상화. 화려하게 장식된 셔틀을 들고 있다 / 위키미디어
스페인 카를로스 3세의 왕비 마리아 아말리아 초상화. 화려하게 장식된 셔틀을 들고 있다 / 위키미디어

중세 시대 여성들의 초상화를 봐도, 유럽에서 레이스가 얼마나 사랑받았을지 알 수 있다. 의상에서 화려한 레이스가 빠지는 일이 없었으며, 당시 여성들에게는 교양의 한 부분으로 자수를 놓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왕족과 귀족 여인들은 초상화에서 셔틀을 빼놓지 않았다 / 위키미디어
왕족과 귀족 여인들은 초상화에서 셔틀을 빼놓지 않았다 / 위키미디어

태팅 레이스는 일정한 기법을 익히면 보지 않고도 쉽게 뜰 수 있어서 더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18세기 여성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화려한 장식이 있는 셔틀을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부흥기라고 불리는 빅토리아 시대에도 인기 있었던 레이스로 꼽혔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넘어 영국에서 태팅 레이스가 발전하게 되는데, 기록에 따르면 1850년쯤 영국의 리고라는 사람이 바늘로 피코를 만드는 방법에서 뜨개질로 피코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스티치용 바늘로 연결하는 방법을 소개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지도서와 도안집은 국제 전시회에서 4개의 상을 받을 정도라고 한다. 연결하는 방법은 1864년 발행된 리고의 저서에서 ‘체인(chain)’이라고 소개되었다.
 

테레즈 드 딜몽의 저서 ‘Motifs pour broderies(1922)’의 한 페이지 / 위키미디어
테레즈 드 딜몽의 저서 ‘Motifs pour broderies(1922)’의 한 페이지 / 위키미디어
이사벨라 비튼의 저서 속 태팅 레이스 패턴 / 위키미디어
이사벨라 비튼의 저서 속 태팅 레이스 패턴 / 위키미디어
1908~1917년 Mary Loretta Gately 수녀가 디자인한 태팅 레이스 샘플 / 위키미디어
1908~1917년 Mary Loretta Gately 수녀가 디자인한 태팅 레이스 샘플 / 위키미디어

리고를 시작으로 태팅 레이스와 관련된 다양한 저서가 출판되었다. 테레즈 드 딜몽은 셔틀을 여러 개 사용해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기법을 자신의 저서에 담았으며, 1870년에는 이사벨라 비튼이 ‘니들워크’라는 저서에서 셔틀에 실을 감는 방법과 패턴을 소개했다.
 

루마니아의 마리 공주의 7세 때 초상화. 뜨개실과 바늘을 손에 들고 있다 / 위키미디어
루마니아의 마리 공주의 7세 때 초상화. 뜨개실과 바늘을 손에 들고 있다 / 위키미디어

루마니아의 마리 공주도 다양한 도안과 기술을 만들었는데, 그녀가 만든 레이스에는 보석이 함께 뜨개질 되었다고 한다. 이를 수도원에 기부했는데, 남편이었던 페르난디드 1세가 그의 애인에게 보석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호어스라는 사람이 쓴 ‘태팅 아트’에 기록되었다.

이어 아시아에도 태팅 레이스가 전해졌는데, 19세기 후반인 메이지 시대 초기 일본에 다른 수예와 함께 알려졌으며, 점점 발전해 쇼와 시대 초기에는 목도리, 가방 등을 엮었다고 한다.

실을 감아 엮는 ‘셔틀’

태팅 레이스가 알려진 초기에는 매듭으로 짠 링과 피코를 따로 엮었다. 바늘을 사용해 뜨개질하듯 링을 이어주면서 일정한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점점 시대가 발전하면서 지금 사용하는 날카로운 타원 형태의 셔틀(shuttle)을 금속으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초기 금속 형태의 셔틀 / 위키미디어 (Durova)
초기 금속 형태의 셔틀 / 위키미디어 (Durova)

셔틀은 보트처럼 양쪽이 뾰족한 모양이며, 가운데가 살짝 부풀어 오른 듯한 형태로 생긴 도구다. 가운데에는 실을 감을 수 있는 기둥이 있으며, 끝이 살짝 위로 솟아오른 부분은 샤크라고 부른다.
 

플라스틱 셔틀. 끝부분이 날카롭고 살짝 위로 솟아 있다 / 전은지 기자
플라스틱 셔틀. 끝부분이 날카롭고 살짝 위로 솟아 있다 / 전은지 기자

샤크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피코를 빼주거나, 잘못 뜬 매듭을 풀어주는 용도로 쓰인다. 양 끝이 살짝 붙어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을 풀어주며 엮을 때 ‘딱딱’ 거리는 소리가 난다. 요즘은 플라스틱으로 휴대가 간편한 셔틀이 많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체로 나무로 만든 셔틀이 많았다.
 

다양한 무늬가 그려진 셔틀 / flickr (grizzlymountainarts)
다양한 무늬가 그려진 셔틀 / flickr (grizzlymountainarts)

당시 여성들에게는 셔틀이 하나의 장식품이면서, 자신의 교양을 드러내는 도구였기 때문에 화려한 무늬가 새겨지거나 장식이 된 경우도 있었다.
 

태팅 레이스 뜨는 모습 / 위키미디어
태팅 레이스 뜨는 모습 / 위키미디어

뜨는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 왼손으로는 셔틀에 감은 실 끝부분을 잡고, 오른손에는 셔틀을 잡는다. 셔틀에 걸린 실을 오른손 새끼손가락부터 감아준 뒤에, 왼손에 걸린 실 사이로 통과시켜 준다. 겉 코와 않고 뜨는 방법이 다르므로 유의해야 한다.
 

태팅 레이스에 사용되는 실. 사진 속 실은 모두 20수 / 전은지 기자
태팅 레이스에 사용되는 실. 사진 속 실은 모두 20수 / 전은지 기자

사용되는 실은 보통 20수, 40수를 사용한다. 숫자가 커질수록 실의 굵기가 가늘어짐을 의미한다. 레이스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굵은 실보다는 얇은 실이 사용된다. 초보자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10수 정도로 굵은 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단색부터 다양한 색이 혼합된 실 등 다양하다. 얇은 만큼 강하게 잡아당기면 쉽게 끊어질 수 있다.
 

피코 게이지와 레이스 코바늘 / 전은지 기자
피코 게이지와 레이스 코바늘 / 전은지 기자

필수 도구는 아니지만, 일정한 크기의 피코를 만들기 위한 피코 게이지, 태팅으로 만든 레이스를 이어줄 때 사용하는 얇은 레이스 코바늘도 태팅 레이스 취미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것들이다. 또는, 레이스 실에 비즈를 함께 엮기 위해 바늘이나 전용 코바늘이 사용되기도 한다.

생활 속 다양한 소품이 되다

태팅 레이스는 레이스 자체로서 아름다운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로 사용될 수 있다.
 

기본적인 레이스 디자인 / 위키미디어 (Rodrigo.Argenton)
기본적인 레이스 디자인 / 위키미디어 (Rodrigo.Argenton)
기본적인 레이스 디자인 / 위키미디어 (DinaBenedettoFerrandina)
기본적인 레이스 디자인 / 위키미디어 (DinaBenedettoFerrandina)
태팅 레이스로 만들어진 옷 / 위키미디어 (Courtesy of Missouri Historical Society, St. Louis)
태팅 레이스로 만들어진 옷 / 위키미디어 (Courtesy of Missouri Historical Society, St. Louis)
신문에 소개된 태팅 레이스 장식 모자 / 위키미디어
신문에 소개된 태팅 레이스 장식 모자 / 위키미디어
손수건 테두리가 태팅 레이스로 장식되었다 / 위키미디어 (Smirkybec)
손수건 테두리가 태팅 레이스로 장식되었다 / 위키미디어 (Smirkybec)

동그란 형태의 기본적인 레이스는 티코스터나 식탁보 등으로 사용된다. 또는 옷이나 손수건 등을 화려하게 만드는 장식의 용도로 이용되기도 한다.
 

비즈로 장식한 목걸이 / flickr (coolplatanos)
비즈로 장식한 목걸이 / flickr (coolplatanos)
비즈로 장식한 귀걸이와 목걸이 / 위키미디어 (maranta- Anna Drwiła)
비즈로 장식한 귀걸이와 목걸이 / 위키미디어 (maranta- Anna Drwiła)
비즈로 장식한 목걸이 / 위키미디어 (Janek Pacanek)
비즈로 장식한 목걸이 / 위키미디어 (Janek Pacanek)

목걸이나 귀걸이 등 장신구 일부로도 사용된다. 레이스 중간중간 장식된 비즈가 화려함을 더해준다.
 

태팅 레이스로 만든 책갈피 / flickr (Nic McPhee)
태팅 레이스로 만든 책갈피 / flickr (Nic McPhee)
크리스마스 장식 / flickr (tsayrate)
크리스마스 장식 / flickr (tsayrate)
리본처럼 길게 만들어진 레이스 / pixabay
리본처럼 길게 만들어진 레이스 / pixabay

얇은 실로 만들기 때문에 책갈피나 트리를 장식하는 소품으로도 만들어진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수예 방법이 있지만, 태팅 레이스는 셔틀이라는 가벼운 도구와 실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셔틀을 움직이며 나는 소리도 귓가를 자극하지만, 완성된 레이스는 순식간에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킬링타임’용 취미가 아닐까 싶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핸드메이커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독립 매체로서 주체 적인 취재와 기사를 통해 여러 미디어·포털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가독성을 저해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독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메이커가 다양한 현장을 발로 뛰며 독립된 기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후원을 통해 핸드메이커는 보다 독자 중심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미래를 관통하 는 시선으로, 독립적인 보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핸드메이커가 함께 하겠습니다. 작가들 의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 다. 앞으로 핸드메이커가 만들어갈 메이커스페이스에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단 한차례라도 여러분의 후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하기 링크를 통해 지금 바로 문화·예술·산업 현장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경기도 시흥시 은계로338번길 36 3층 301호(대야동)
  • 대표전화 : 070-7720-2181
  • 팩스 : 031-312-10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리
  • 법인명 : (주)핸드메이커
  • 제호 : 핸드메이커(handmaker)
  • 등록번호 : 경기 아 51615
  • 등록일 : 2017-08-23
  • 발행일 : 2017-08-15
  • 발행·편집인 : 권희정
  • Copyright © 2024 핸드메이커(handmake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handmk.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