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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미식회 속 ‘카르파치오’, 베니스 화가를 닮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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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미식회 속 ‘카르파치오’, 베니스 화가를 닮은 요리
  • 전은지 기자
  • 승인 2022.04.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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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연일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연예인 동료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나래미식회’가 방송되었다. 평소 박나래의 뛰어난 요리실력은 익히 알려졌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처럼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박나래가 만든 광어 묵은지 카르파치오 / 박나래 인스타그램 @wooju1025
박나래가 만든 광어 묵은지 카르파치오 / 박나래 인스타그램 @wooju1025

이름이 생소하면서도 화려한 음식도 등장했는데, 광어 회를 묵은지로 감싼 ‘카르파치오(Carpaccio)’였다.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이 무슨 음식이냐고 물어 설명이 나올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이 요리가 이탈리아 한 화가의 이름에서 유래된 요리라는 것도 신기하다.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카르파치오’ 또는 ‘카르파초’는 얇게 썬 소고기나 생선 등을 날 것으로 채소와 올리브 오일, 치즈 등과 함께 먹는 이탈리아 요리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 신선함으로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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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치프리아니가 설립한 레스토랑 ‘해리스 바(Harry’s Bar)’ / 위키미디어 (Clayton Parker)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설립한 레스토랑 ‘해리스 바(Harry’s Bar)’ / 위키미디어 (Clayton Parker)

이 요리는 한 백작 부인을 위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31년 베니스에 문을 연 레스토랑 ‘해리스 바(Harry’s Bar)’의 설립자인 주세페 치프리아니(Giuseppe Cipriani)는 아말리아 나니 모체니고 백작 부인을 위해 요리를 해왔다.

어느 날 의사가 백작 부인에게 요리된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유하는 등 식단을 조절하도록 엄격하게 권유했다. 주세페 치프리아니는 백작 부인도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고민하게 됐고, 생고기로 만든 카르파치오를 만들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치프리아니가 쓴 ‘해리스 바의 모퉁이(1978)’라는 책에도 기록되어 있다. 그가 어떻게 카르파치오를 만들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었는지가 자세히 서술되었다.
 

쇠고기 카르파치오 / Pexels (Piotr Arnoldes)
쇠고기 카르파치오 / Pexels (Piotr Arnoldes)
광어 카르파치오 / flickr (Naotake Murayama)
광어 카르파치오 / flickr (Naotake Murayama)

책 내용에 따르면, 카르파치오는 신선하고 질 좋은 생고기 필렛을 햄처럼 얇게 썰어 약간의 소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또한, 모체니고 백작 부인이 익힌 고기를 먹을 수 없었기에 얇게 필렛을 썰어 부드럽게 만들어 간단한 소스와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카르파치오는 생고기 외에도 생선으로도 만들 수 있다. 대구, 참치, 연어, 농어 등을 얇게 썬 필렛에 올리브 오일, 와인, 식초, 과일, 향신료 등을 섞어 만든 마리네이드를 곁들여 맛을 낸다고 한다.

비토레 카르파치오를 기리다

보통 요리의 이름을 붙일 때는, 사용한 재료가 중심이 되거나 만들어진 지역의 이름, 처음 만든 사람의 이름이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카르파치오는 한 화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 이유도 주세페 치프리아니의 ‘해리스 바의 모퉁이’에 나온다. 치프리아니는 “그 해 베니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화가를 기리기 위해, 그리고 (요리의) 색깔이 예술가의 특정 색상을 상기시켰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카르파치오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서술했다.
 

이탈리아의 화가 비토레 카르파치오 / 위키미디어
이탈리아의 화가 비토레 카르파치오 / 위키미디어

그가 인상 깊었던 작가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베니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비토레 카르파치오( Vittore Carpaccio)였다. 치프리아니가 베니스 듀칼레 궁전에서 열린 전시회에 방문했을 때,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그림을 보게 된 것이다. 그의 그림에 사용된 붉은 색감이 카르파치오에 사용되는 생고기 색과 닮아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한다.

사실적인 표현이 특징인 베니스의 화가

주세페 치프리아니에게 영감을 준 비토레 카르파치오는 가죽 상인인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다. 1460년 혹은 1465년에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어린 시절은 명확하지 않다. 조반니 베니니와 젠틸레 베니니 아래에서 공부했다.

초상화로 베니스에서 유명세를 떨친 젠틸레와 감각적이고 풍부한 색채 사용으로 베니스 회화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조반니에게 그림을 배웠지만, 카르파치오의 작품 스타일은 보수적이었다고 한다.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자화상이라고 전해지는 ‘남자의 초상’과 그의 작품 ‘성모와 아기 예수’ / 위키미디어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자화상이라고 전해지는 ‘남자의 초상’과 그의 작품 ‘성모와 아기 예수’ / 위키미디어

르네상스 회화처럼 인본주의적 경향이 반영된 스타일 대신 이탈리아 화가 안토넬로 다메시나처럼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초기 네덜란드 회화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시기는 비슷하지만, 독립적인 예술이라고 평가받았다.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대표작가인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 위키미디어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대표작가인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 위키미디어

초기 네덜란드 회화는 사실적인 표현을 기반으로 종교적 장면, 초상화 등을 그렸으며, 작품이 그려지는 물리적 공간과 작품이 어우러지는 환상주의가 특징이다. 이 시기에 활동한 화가들은 사물을 복제하는 수준으로 정확히 그리거나, 빛, 그림자 등 자연현상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인물을 표현할 때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 더 인간적으로 보이도록 묘사했다.

붉은 색감의 종교화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작품도 세세하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빛과 그림자 등을 표현해 어두워 보이기도 한다. 또한, 주세페 치프리아니가 느낀 것처럼 전체적인 색감이 붉은 편이다.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작품들. 전체적인 색감이 붉은 편이다 / 위키미디어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작품들. 전체적인 색감이 붉은 편이다 / 위키미디어

그가 처음 그린 작품이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은 ‘성녀 우르슬라의 이야기(Storie di sant'Orsola)’다. 이 작품은 시리즈로 9개의 캔버스로 구성되어 스쿠올라 디 우르슬라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1490년부터 1495년까지 5년간 그려 작품을 완성했으며,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있는 시리즈라고 한다.
 

브르타뉴 왕궁에 도착한 영국 대사들 (1495) / 위키미디어
브르타뉴 왕궁에 도착한 영국 대사들 (1495) / 위키미디어
대사들의 작별 인사 (1495) / 위키미디어
대사들의 작별 인사 (1495) / 위키미디어
영국으로 돌아온 대사들 (1495) / 위키미디어
영국으로 돌아온 대사들 (1495) / 위키미디어

9개의 작품은 ‘황금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성녀 우르슬라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첫 번째 벽에는 브르타뉴 왕의 딸이었던 우르슬라가 영국 이교도의 왕의 아들과 약혼하게 되면서 영국 대사들이 브르타뉴 왕궁에 방문하는 모습을 그렸다. 세세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이는 색감을 띠고 있다.
 

약혼자의 만남과 순례 여행의 시작 (1495) / 위키미디어
약혼자의 만남과 순례 여행의 시작 (1495) / 위키미디어

두 번째 벽에는 우르슬라가 약혼자와 함께 브르타뉴를 떠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스도를 믿었던 우르슬라는 결혼을 원하지 않기도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도 비신자인 이교도인과 결혼시키는 것을 내키지 않았다.

때문에 우르슬라는 결혼은 하되, 3년간 10명의 처녀와 로마로 순례 여행을 떠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3년간 남편이 될 사람은 교리를 공부하고 그리스도 신자가 되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우르슬라와 처녀들, 약혼자의 모습을 그려냈다.
 

성녀 우르슬라의 꿈 (1495) / 위키미디어
성녀 우르슬라의 꿈 (1495) / 위키미디어
교황과 만난 순례자들 (1491~1493) / 위키미디어
교황과 만난 순례자들 (1491~1493) / 위키미디어
쾰른 도착 (1490) /위키미디어
쾰른 도착 (1490) /위키미디어
성녀 우르슬라의 장례식 (1493) / 위키미디어
성녀 우르슬라의 장례식 (1493) / 위키미디어

세 번째 벽에는 우르슬라가 처녀들과 함께 순교 여행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렸다. 꿈속에서 천사를 만나고, 로마에 도착해 교황을 만났다. 이후 쾰른에 도착했지만, 그곳 족장의 청혼을 거절하고 처녀들과 함께 그에게 죽임을 당한다.

여행 과정을 짧게 4개의 캔버스로 그렸지만, 우르슬라의 일대기가 어땠는지 세세한 표현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세월에 색이 바랜 듯한 느낌으로 어두우면서도 붉은 색감이 강조되었다.
 

성녀 우르슬라의 신격화 (1491) / 위키미디어
성녀 우르슬라의 신격화 (1491) / 위키미디어

가장 마지막 벽에는 우르슬라가 신격화된 모습을 그려냈다. 순교한 그녀를 수십 명의 여성이 우러러보는 모습은 성스럽고 경건해 보인다. 작품은 이야기 순서대로 그려지지 않았으나 전체적인 색감과 세세한 표현은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카르파치오가 그린 초상화들 / 위키미디어
카르파치오가 그린 초상화들 / 위키미디어

우르슬라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비토레 카르파치오는 조반니 베니니와 함께 듀칼레 궁전의 회의홀을 장식하는 작품을 1501년부터 1507년까지 6년간 그리며 화가로서의 명성을 날렸는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1577년 화재로 사라졌다고 한다.
 

축복을 내리는 성 스테판 (1514) / 위키미디어
축복을 내리는 성 스테판 (1514) / 위키미디어
성 스테판의 논쟁 (1514) / 위키미디어
성 스테판의 논쟁 (1514) / 위키미디어
성 스테판의 설교 (1514) / 위키미디어
성 스테판의 설교 (1514) / 위키미디어

다양한 종교화와 초상화를 그린 비토레 카르파치오는 1511년부터 1520년에 성녀 우르슬라의 이야기 시리즈를 잇는 성 스테판의 생애를 그렸다. 5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현재 4개만 남아있는데, 그가 그린 후기 작품에 속한다. 이때 당시의 작품은 카르파치오의 아들인 베네딕토와 피에로와 함께 베니스에서 그렸다고 한다.
 

산 마르코의 사자 (1516) / 위키미디어
산 마르코의 사자 (1516) / 위키미디어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비토레 카르파치오가 생애 말에 그린 작품 중 상상력에 의해 그린 2개의 작품이 있다. ‘산 마르코의 사자’와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산 마르코의 사자’는 베니스와 공화국의 상징인 산 마르코에 날개가 달리고 후광이 비친 사자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묘사했다. 사자는 ‘PAX TIBI MARCE’라고 적힌 복음을 들고 있다. 사자의 뒤쪽에는 듀칼레 궁전과 시계탑, 산 마르코 대성당 등 베니스의 대표적인 건물이 보인다.

이 작품은 1509년 베니스 공화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 국가가 맺은 캉브레 동맹 이후 그려진 것이라 정치적으로 베니스가 위험한 상황이지만, 그런 위협에도 베니스는 굳건하다는 모습을 상상 속 사자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스도의 죽음 (1520) / 위키미디어
그리스도의 죽음 (1520) / 위키미디어

‘그리스도의 죽음’은 작품명처럼 그리스도의 창백한 시신이 놓여있는 것을 중심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리스도가 누운 대리석 판 아래에는 해골이 나뒹굴고 있으며, 시신 주변의 사람들도 기력이 쇠하고, 모든 것을 잃은 듯 절망에 빠진 모습을 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나무에 기댄 사람은 성 욥, 그 오른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그 앞에는 성 요한이 서 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애통해하는 모습을 표현한 듯하다. 일부에서는 이 작품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카르파치오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카르파치오가 실제 그리스도의 죽음을 보지는 못했으니 상상해서 그린 작품 같지만, 정말 이런 모습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다. 카르파치오의 작품답게 붉은 색감이 가득하다.

1525~1526년쯤 사망했다고 알려진 비토레 카르파치오는 미술사에 커다란 한 획은 긋지 못했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요리를 만든 한 사람에 의해 ‘이름’은 명확히 남았다. 아마도 앞으로 카르파치오를 먹게 된다면, 붉은 색감의 비토레 카르파치오의 작품이 생각날 듯하다. 하나의 음식을 통해 작가의 멋진 작품도 알게 되는 흥미로운 알고리즘이니 말이다.
 

2017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전안법은 현실과 다른 불합리함으로 수공예 작가들의 목을 죄어오는 올가미 같았습니다. 극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핸드메이커는 이러한 불합리에 ‘NO’를 외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들은 실을 꿰 엮기도, 펜과 물감 으로 그리기도, 흙을 빚어내기도, 금속을 녹여 두드리기도, 정성스런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고 있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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