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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드는 푸딩 아시나요? 라이스 푸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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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만드는 푸딩 아시나요? 라이스 푸딩
  • 김서진 기자
  • 승인 2022.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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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푸딩 /pixabay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누군가에겐 식사의 일부로, 누군가에겐 맛있는 디저트로 즐기는 푸딩은 북미에서는 달걀을 기반으로 커스터드나 우유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다. 영국에서 푸딩이 처음 만들어진 만큼 달콤하고 고소한 것을 지칭할 때 푸딩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지금의 푸딩은 영국의 요크셔 푸딩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요크셔 푸딩은 밀가루 반죽에 로스트 비프를 얹어 구운 것으로 수플레와 비슷한 형태였다. 요즘은 부드러운 젤라틴 형식의 커스터드 푸딩이 일반적인데, 푸딩은 실제로는 꽤 여러 재료로 만들 수 있다.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 쌀로 만든 푸딩인 '라이스 푸딩'을 즐겨 찾기도 한다.

원래 푸딩은 순대에 가까웠다

블랙 푸딩 /flickr

대개 영국 요리라 하면 흔한 농담거리의 대상이었다. 영국 사람들도 외식을 하러 나가면 영국 요리가 아닌 인도 식당을 찾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디저트라 하면 푸딩이 빠질 수 없게 됐다. 영국에서는 푸딩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빵 반죽으로 만드는 요크셔 푸딩, 돼지피로 만든 블랙 푸딩, 굽거나 찌는 푸딩 등 영국은 푸딩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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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푸딩 /flickr

최초의 푸딩이라 불렸던 음식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마치 순대처럼 돼지피를 넣어 만든 소시지에 가까웠다. 돼지피와 보리 등을 넣고 구웠을 때 색깔이 까맣게 되었기 때문에 블랙 푸딩이라 불렀는데, 지금의 디저트인 푸딩과는 다르지만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푸딩이라 하면 블랙 푸딩을 들 수 있다. 이 푸딩은 영국에서 만든 음식은 아니고, 동물 피를 굳혀 만든 소시지는 그리스나 로마에서 처음 생겼다고 한다.

이 블랙 푸딩이 어떻게 영국에 유입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한 가지 설은 로마인들이 유럽을 차례차례 정복하면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 블랙 푸딩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다른 설은 로마인을 따라 유럽으로 퍼져나간 북아프리카 출신의 무어족이 블랙푸딩을 유럽 곳곳에 전했다는 설이다. 블랙 푸딩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먹었는데, 중세 유럽에서는 가난한 가정에서도 돼지를 기르는 경우가 많았고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돼지를 도축할 때 나오는 부속물인 피와 창자는 구하기 쉽고 저렴해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블랙 푸딩을 만들어 먹었다. 마찬가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오트밀이나 보리를 돼지 피와 함께 돼지 창자에 함께 채워 넣었다고 한다. 이렇듯 중세 시대 사람들이 많이 먹었던 블랙 푸딩, 화이트 푸딩은 고기를 기반으로 했다가 17세기 들어 고기에 달콤한 견과류나 설탕을 첨가한 '요크셔 푸딩'이 급부상하게 된다. 
 

요크셔 푸딩 /flickr

1737년에 발간된 『여성의 예법』이란 책에 실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요크셔 푸딩은 드리핑(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푸딩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으며, 저자는 양고기를 오븐에 굽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을 받아 요크셔 푸딩을 만드는 레시피를 알렸다. 요크셔 푸딩이라는 말 자체가 최초로 기록된 것은 1747년에 출간된 한나 글라쎄의 요리책 『쉽고 간단한 요리법』(The art of cookery made plain and easy)이다. 

이 책에 수록된 레시피는 앞선 드리핑 푸딩의 레시피와는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당시 유명했던 저자가 자신의 책에서 요크셔 푸딩을 ‘아주 맛 좋은 푸딩(exceeding good pudding)’이라 소개했기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요크셔 푸딩 /flickr

원래 요크셔 푸딩은 지금의 디저트가 아닌 에피타이저에 가까웠다. 고기를 굽는 내내 떨어지는 육즙으로 만든 소스를 얹은 밀가루 반죽인 요크셔 푸딩이 나오고, 그 다음에 메인 요리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비싼 고기를 자주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요크셔 푸딩처럼 고기 맛이 나는 단순한 요리로 먼저 배를 채우기 위해서였다고. 지금도 요크셔 푸딩은 밀가루, 달걀, 우유 또는 크림을 섞은 반죽을 익혀 만든 것으로 영국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푸딩 /flickr

18세기 이후부터 영국의 전통적인 푸딩에 고기는 더 이상 포함되지 않았다. 케이크에 가까워지던 푸딩은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 제공되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푸딩(플럼 푸딩)'이라 불리면서 지금도 크리스마스에 먹는 음식으로 탄생했다.
 

커스터드 푸딩 /unsplash
브래드 푸딩 /flickr

푸딩 하면 커스터드 푸딩을 제일 많이 떠올리는데, 고대 로마 요리사들 또한 달걀을 이용해 요리를 만드는 데 능숙했다고 한다. 이들은 달걀로 파이크러스트나 오믈렛을 만들었고 이 음식들은 치즈, 고기, 꿀 등을 넣어 매우 달았다고 한다. 

원래 커스터드는 단독으로 먹거나 파이, 타르트 등의 속재료로도 쓰였다. 이후 영국에서는 빵과 커스터드를 오븐에서 구워 만든, 가장 기본적인 커스터드 레시피이기도 한 브래드 푸딩을 만들었다. 브래드 푸딩은 굽기 전 밀가루 반죽 위에 커스터드 소스를 붓고 오븐에 구워 만든다. 
 

라이스 푸딩 /pixabay

이처럼 푸딩은 여러 재료를 넣어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데, 여기 약간의 호불호를 가질 만한 푸딩도 있다. 쌀로 만든 '라이스 푸딩'이다. 쌀로 만들어 너무 담백하거나, 끈기로 인해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어 호불호가 약간 갈릴 수 있는 음식이지만 요즘은 건강을 챙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밀가루보다는 쌀로 푸딩을 만들기도 한다.

아시아에서는 라이스 푸딩이 아닌 쌀죽에 가까운 이미지였는데, 밥에 물과 우유, 크림 등을 넣어 끓인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이 쌀죽 위에 건포도나 베리, 살구 등 과일을 올리기도 했다. 
 

피르니 /flickr

사실 라이스 푸딩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다. 이 요리는 쌀이 주식이었던 고대 중국, 비잔틴 제국, 인도 등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달했다. 특히 인도에서 '피르니'라 부르는 라이스 푸딩은 기원전 6,000년 전까지 올라가는 주식이었다고 한다. 라이스 푸딩의 초기 레시피는 버터나 우유를 넣어 굽거나, 커스터드를 부어 굽는 등의 요리였다. 
 

라이스 푸딩 /pixabay

라이스 푸딩은 로마 시대에서 사람들이 약으로 먹던 '라이스 포타주 rice pottages'에서 기원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쌀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 다음 아몬드와 우유를 넣어 달게 만든 음식이다. 당시 쌀은 매우 비싼 음식이었고, 당연히 부유층들을 위한 사치스러운 음식이었다. 그동안 쌀은 유럽 대륙에서 쉽게 자라는 작물이 아니었고,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에서 수입할 수 있는 고가의 음식이었기 때문에 이 쌀죽 또한 부자들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라이스 푸딩은 빅토리아 시대나 에드워드 시대 문학에서도 언급되며, J.오스틴의 소설 '엠마'에서도 양고기와 라이스 푸딩에 대한 언급이 있다. 본격적인 라이스 푸딩은 17세기 초에 등장했으며, 쌀 수입이 저렴해지면서 18세기에는 라이스 푸딩을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북유럽 국가에서 라이스 푸딩은 흔한 아침과 점심 식사로 제공되었다. 사람들은 우유와 쌀을 같이 요리한 이 따뜻한 음식에 설탕, 버터를 뿌려 과일 주스와 함께 먹곤 했다. 
 

스웨덴의 라이스 푸딩 /flickr
아로스 콘 레체 /flickr

스페인에서는 쌀에 바닐라, 레몬, 계피 등의 향신료를 우유와 함께 끓이는 라이스 푸딩인 '아로스 콘 레체'가 있으며, 인도 남부에서는 쌀에 설탕과 견과류를 넣고 천천히 끓이는 '파야삼'이라 부른다. 인도 북부에서는 같은 음식을 피르니라 부른다. 이 또한 간 쌀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인 인도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슬라우트르라 부르는, 아이슬란드의 블랙 푸딩이라 부르는 간 소시지와 함께 먹고 노르웨이에서는 따뜻한 라이스 푸딩인 '리스크렘'을 딸기나 라즈베리와 함께 먹는다고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리스크램을 크리스마스 이브의 점심 또는 저녁에 먹는다.

크리스마스에 라이스 푸딩을 먹는 나라들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는데, 이 쌀죽 안에 아몬드를 숨긴다고 한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이 아몬드를 먹는 사람에게 다음 해에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는 이 아몬드를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상으로 아몬드를 준다고. 
 

라이스 푸딩 /flickr

라이스 푸딩을 만드는 법도 쉽다. 평범하게 쌀죽 끓이듯이 만들면 된다. 건강한 라이스 푸딩은 일반적인 디저트보다 당도가 낮을 수 있는데, 시나몬과 바닐라를 첨가하면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쌀 한컵, 무지방 우유, 설탕, 계피, 레몬즙과 바닐라만 있으면 된다. 우유와 밥을 프라이팬에 넣고 뭉근하게 오래 끓이다가 중간불로 해 놓고 걸쭉해질 때까지 가끔 저어 준다. 추가로 우유와 계피, 설탕, 레몬즙을 넣고 크림 수프처럼 될 때까지 젓는다. 30분 정도 끓이다가 대접하기 전 갈아놓은 계피를 음식 위에 뿌리면 된다. 여기에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바나나 등을 추가하면 따뜻한 아침 식사가 된다.

푸딩에 쌀이라니 매치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따뜻한 죽을 생각하면 그렇게 의외인 음식도 아니다. 쌀과 우유, 설탕과 계란만 들어가도 달달한 이 디저트는 단백질과 칼슘 등의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만들기 번거롭다면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라이스 푸딩 중에 저지방 우유와 당이 적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골라도 된다. 물론 라이스 푸딩에도 칼로리와 지방은 존재하며, 푸딩 하나에 300칼로리가 넘을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칼로리가 신경쓰인다면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나은 방법일 것이다. 집에서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재료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흰쌀에 비해 현미는 마그네슘, 비타민B1을 포함한 섬유질과 미네랄을 더 많이 제공한다. 현미로만 하기가 좀 그렇다면 현미 반, 흰쌀 반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라이스 푸딩 조리법은 지방을 낮추는 방향으로, 무알러지 인증을 받은 계란이나 우유를 넣는 등의 방법으로 만든다. 저지방이나 무지방 유제품을 고르거나, 설탕의 양을 정량보다 25%까지 줄여도 된다. 
 

라이스 푸딩 /pixabay

라이스 푸딩은 만든 즉시 먹어도 되고, 상온에서 식힌 후 냉장고에서 차갑게 보관했다가 다음날 과일과 함께 차가운 음식으로 먹어도 된다. 최대 4일까지 냉장고에서 보관 가능해 먹을 수 있고, 건강보다 조금 더 맛있음을 택한다면 초콜릿이나 메이플 시럽을 추가하자. 라이스 푸딩은 쌀과 설탕, 우유, 달걀 노른자만 있어도 만들 수 있으며 얼마든지 조리법을 변형해 즐길 수 있다. 쌀로 매일 하는 밥 말고 디저트로도, 따뜻한 아침식사로도 가능한 라이스 푸딩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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